원경릉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돌아서자 우문호가 쫓아와서 원경릉의 손을 잡아당겼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냐!”“그래서 뭐? 말해 봐 네가 말하는 대로 그냥 믿을게.” 원경릉은 진정하고 그의 말을 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이 남자는 그런 황당한 일을 저지를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화를 억누르며 그가 왜 거짓말을 하는지를 알고 싶었다.우문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주명양이 왔어. 근데 그 이후로는 걔랑 무슨 말을 했는지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나. 그리고 걔 혼자 온 게 아니야 주수보도 같이 왔었어.”“서일은 주수보를 못 봤다고 하던데? 작은 할머니를 봤다고 했어.”우문호는 서일을 보며 “주수보를 보지 못했다고? 작은 할머니?”라고 물었다.서일은 머리를 긁다가 무엇이 생각이 난 듯 눈을 크게 떴다.“소인 기억이 났습니다! 확실히 주수보는 아니었…… 주수보의 옷! 학이 수놓인 그의 옷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걸 입은 사람이 주수보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남장을 한 작은 할머님 같았는데 얼굴에 주름이 아주 많았습니다.”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어. 본왕이 문지기를 불러 물었더니 문지기는 주수보와 주명양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고 했어.”“방에 들어간 후에는?”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문지기도 그냥 지나쳤다고 하더라고. 나도 아무 것도 기억 나지 않아……” 라고 말하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본왕 얼굴에 입술 자국이 있었다고 하는데…… 난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정말이야.”원경릉은 그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 그들이 방에 들어가서 얼마나 후에 나온 거야?”“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라고 문지기가 말했어.”“나갈 때 문지기가 주수보를 보았대 아니면 할머니를 봤대?”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문지기는 나가는 사람을 똑바로 보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 배웅하거든.”이라고 말했다.“그럼 너는 주수보랑 주명양이 들어오는 것은 기억이
깊은 밤이 되자 우문호는 침실을 맴돌다 솜이불 하나를 들고 침실 밖의 회랑(回廊)에서 잠을 잤다. 우문호는 이불을 꼭 끌어안고 생각을 했다. 그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분했다.바닥은 딱딱하고 뒤척일 때마다 허리가 시큰거리고 등이 아팠다. 그는 한밤중에 살금살금 침실로 들어갔다. 쓱 목을 빼서 보니 원경릉은 깊게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는 살포시 발을 들어 침상으로 올라갔다. 그가 등을 대고 눕자 원경릉이 바로 발로 그를 걷어찼다. 그는 침상 아래로 떨어졌고 아픈 엉덩이를 손으로 문지르며 다시 회랑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원경릉은 그가 회랑으로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참을 인을 새겼다. 그녀는 사실 우문호를 믿고 있었다. 그가 정신이 멀쩡했으면 절대로 주명양과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없다. 우문호는 주명양을 증오했고, 그 사실은 원경릉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주명양은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한 것일까? 우문호 몰래 들어가서 무슨 짓을 했다면 그녀는 분명 목적이 있을 것이다. 이튿날 아침 우문호는 동이 트자마자 아침식사를 준비해서 원경릉 앞에 대령했다. 원경릉은 그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더니 “얼굴 몇 번 닦았어?”라고 물었다.“삼백 번! 삼백 번은 닦았어! 봐봐 얼마나 박박 닦았는지 뼈가 보인다니까?”우문호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원경릉은 능청을 떠는 우문호가 꼴 보기 싫었다. 때마침 사식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왕비! 탕양 어른이 찾아오셨습니다!”사식이는 우문호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우문후는 사식이의 말을 듣고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나 보구나! 들어오라고 하여라!”탕양은 소월각에 도착하자마자 서일에게 잡혀 어제 왕부에서 벌어진 일을 들었다. 서일은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뺨을 맞았다고 말했다. 탕양이 들어오자 제일 먼저 우문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하룻밤 사이에 얼굴이 많이 야윈 것 같았다. “조사가 끝났느냐?” 우문호가 그에게 인사도 생략하고 다급히 물었다.“예. 주
우문호는 의자에 앉아 머리를 감싸고 눈을 감은 채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원경릉의 손을 잡았다. “이거 놔!”원경릉이 손을 뺐다.“가만히 있어. 네 손을 잡고 있어야 마음이 편해진단 말이야. 그래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원경릉은 할 수 없이 그가 손을 잡도록 내버려 두었다.잠시 후 원경릉은 우무호에게 “이제 좀 기억이 나?” 라고 물었다.“안고 있으면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우문호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너…… 좀 진지하게 굴 수 없어?” 원경릉이 분노했다.“나 지금 엄청 진지해. 근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릿속에서 모든 것들이 엉키는 기분이야.”“잘 생각해 봐. 주수보의 손이나 옷, 머리 장신구 혹은 다른 것들……” 원경릉인 천천히 말했다.“옷…… 그 옷에는 학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게 움직이면서 소리가 났던 것 같기도 하고……”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다.원경릉은 무언가 깨달은 듯 서일에게 “빨리 나가서 술하고 살아있는 닭 한 마리를 가져오게.” 라고 말했다.서일은 빠르게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가 술과 닭을 들고 들어왔다.“반 병만 마시는 거야.” 원경릉은 술병을 들고 우문호에게 말했다.“왜 술을 마시라는 거야?” 우문호가 물었다.“그냥 마셔!” 원경릉은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듯 그를 재촉했다.술을 받은 우문호는 고개를 들고 꿀꺽꿀꺽 술을 반 병 마셨다.“이제 이리 와서 의자에 반쯤 걸 터 앉아 봐.”우문호는 의자로 걸어가면서도 머리가 팽글팽글 도는 기분이 들었다.원경릉은 닭을 가슴에 안고 우문호에게 다가가자 놀란 닭이 소리를 빽 질렀다. 우문호는 눈앞이 아찔했다. 그는 닭이 우는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듯 두 눈을 질금 감았다.원경릉은 그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몸에 긴장을 풀고 머리를 비워.”우문호는 온몸이 축 처지고 긴장이 풀렸다.“당신은 지금 관아에 작은방에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매우 졸립니다. 눈이 감깁니다. 근데 어디선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당신은
주명양의 손은 천천히 그의 허리를 감더니 그의 허리띠를 풀고 요염하게 웃었다.“소첩을 가지세요. 왕야가 갖지 않으면 소첩은 기왕의 후궁이 될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그녀의 입술이 그의 뺨과 귀에 닿았다. “문호 오라버니. 나를 갖고 싶지 않습니까?”우문호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더니 갑자기 한 손으로 주명양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꺼져!”주명양은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벌린 채 그를 노려보았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우문호의 귀에는 짹짹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눈꺼풀은 무거웠지만 정신줄을 놓지 않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주명양을 노려보았다.옆에 있던 주수보가 다가와 주명양을 당기며 고개를 저었다.“안되겠어. 그의 저항력이 너무 강해. 이만 가자.”주명양은 그를 노려보며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끌려갔다. “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주수보는 천천히 문쪽으로 걸어가며 가면을 찢었다. 가면이 벗겨지자 주름진 얼굴이 드러났다. “왕야, 오늘은 실례했습니다. 왕야의 혼인 증표를 가져가겠습니다. 이제 저희 둘째 아가씨는 왕야와 혼인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마치고 노인은 우문호의 허리춤에 달린 옥패를 끊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는 주명양의 한쪽 귀고리를 빼서 우문호의 비단 주머니 속에 넣었다.잠시 후 정신이 든 우문호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문을 열고 그들을 내보내고 다시 누웠다.얼마나 지났을까 우문호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그 앞에는 원경릉과 서일 그리고 사식이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우문호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주머니를 뒤집었다. 과연 그 안에는 진주 귀고리 하나가 들어있었다.그는 이를 꽉 깨물었다. ‘주명양의 덫에 걸리다니.’그는 원경릉을 보고 두 손을 들고 맹세했다.“그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서일은 웃으며 “알겠습니다. 왕야께서 방금 다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주명양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기왕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스스로 말해놓고 지금
우문호는 바로 주부(周府)로 가지 않고는 경조부 관아로 향했다.관아에 도착한 우문호는 당일에 근무한 문지기와 그날 주명양을 본 관원들 그리고 예친왕과 소요공도 함께 주부로 데리고 갈 준비를 했다.주수보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이유는 주명양이 밤새도록 밖에 무릎을 꿇고 앉아 초왕과 혼인 증표를 주고받았으니 기왕과의 혼사를 취소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주수보는 주명양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손녀인 주명양이 무슨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 뻔히 보였다. 그는 주명양이 밖에서 얼어 죽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당일 아침.주명양이 걱정된 주대부인이 주명취를 주부로 불러 주명양을 설득하라고 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고 온 주명취는 주명양이 우문호와 혼인을 하겠다고 하자 깜짝 놀랐다. 주명양이 주수보의 정원에 들어서자 주명양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 모습이 마치 서리 맞은 동백꽃처럼 생기는 없었지만 그녀의 눈빛에서는 굳은 심지가 보였다.“주명양. 갑자기 왜 그런 결정을 한 것이냐? 기왕과 혼인하는 게 싫어?” 주명취가 물었다.주명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내가 누구한테 시집을 가든 언니랑 무슨 상관입니까? 언니는 당연히 내가 초왕에게 시집가는 게 싫겠죠? 언니는 못 누릴 호사를 내가 누릴 생각을 하니까 배 아픕니까?”“너는 왜 말을 그따위로 하는 거야? 내가 너한테 무슨 죄라도 지었어?” 주명취가 화를 냈다.“그럼 내가 무슨 결정을 하든 내버려 둬요! 서로 신경 쓰지 말고 살자고요!” “너 눈에 뵈는 게 없구나? 이게 다 널 위해서 그런 거다! 너는 왜 우문호와 혼인을 못해서 안달인 거야? 보아 하니 초왕비가 하루 이틀 내에 죽을 것 같지 않은데, 넌 만년 후궁 자리라도 좋다는 거야? 기왕은 정비 자리라도 노려볼 수 있잖아!”“그럼 지금 당장 죽여요.” 주명양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주명취를 보았다.“그걸 지금 말이라고!”주명양은 밤새 무릎을 꿇고 조부를 기다렸지만 주수보
주명양의 계교이제 주명양에게 주었으니 처음부터 우문호의 주명취에 대한 사랑은 거짓이었다.주명취는 마음속에서 미움이 솟구쳐 주명양의 손에서 옥패를 낚아채 바닥에 던졌다. 옥패는 3조각으로 부서지고 주명취는 차갑게: “너희들 끼리 혼사를 정해 보렴.”주명양이 길길이 날뛰며 벌떡 일어나 채찍을 빼 들고 정면으로 주명취를 향해 휘둘렀다.채찍 자국이 주명취의 왼쪽 얼굴에서 뻗어 나와 마치 지네가 기어오르는 것 같고, 고통으로 주명취는 하마터면 혼절할 뻔 했다.자연히 하인들이 와서 말리고 주명취는 분해서 온몸을 덜덜 떨며 눈에 눈물을 머금고 바닥에 꿇어앉아 큰 소리로: “할아버지, 소녀가 간청 드려요. 나와서 시비를 가려주세요.”문지기가 뛰어 들어와 문을 두드리고, “어르신, 초왕, 예친왕 그리고 소요공께서 오셨습니다. 밖에서 어르신을 뵙겠다고 하십니다.”주재상은 뒷짐을 지고 나가는데 음침한 얼굴색으로 주명취와 주명양을 쏘아 보고는 진노해서: “둘을 데리고 가거라, 이게 무슨 체통 없는 짓이냐?”주명양은 꿇어앉아 완강하게: “할아버지, 손녀는 초왕이 아니면 시집가지 않겠습니다.”주명취도 하소연하며, “할아버지, 동생이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때렸습니다. 이걸 좀 보세요……”주재상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나갔고 말조차 듣지 않았다.주명양은 따라 나가고 주명취는 땅에 꿇어앉아 한동안 넋이 나가서 수치와 모욕, 분노와 미움으로 견딜 수 없었지만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주재상이 본관으로 가서 까맣게 모인 무리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는데 초왕은 화가 난 얼굴이고 옆에 앉은 소요공과 예친왕도 안색이 좋지 않다. 주재상이: “무슨 일인가?”소요공이 우문호를 가리키며, “초왕이 나와 예친왕에게 와서 증인이 되달라고 했는데 뭘 증언하라는 건지는 모르겠네.”우문호가 일어나서 말하기 전에 쫓아온 주명양을 보고 마음속에서 열불이 뻗쳐올라, 날카로운 목소리로: “재상, 오늘 온 것은 어떤 일에 가르침을 받고자 해서입니다. 주부에서는 가정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하십니까? 출가
목을 맨 주명양과 시녀 만아우문호는 한 손으로 주명양의 채찍을 빼앗고 직접 주명양의 목에 씌워지게 던지면서 서일의 허리띠를 풀어 채찍에 연결해서 묶으니 서일이 풀어지지 않도록 허리띠를 잡아당기며 주명양을 대들보에 달아 올렸는데 이 모든 과정이 단숨에 이루어져, “초왕부 문에 목을 맬 필요없이, 아예 여기서 죽어라.”서일이 얼른 저기 허리를 끌어 안고 옷이 벗겨지지 않게 했다.이 행동으로 주씨 집안의 하인과 시위들이 놀라 서둘러 달려와 도우려하자 우문호가 진노하며, “감히 누구든 앞으로 나서면 그 사람부터 끝장내겠다.”주명양은 숨이 막혀 얼굴이 시뻘겋게 되고 두 눈알이 목이 졸려 튀어나오기 일보 직전이다. 주명양은 두 다리로 몸부림쳤지만 그럴수록 더욱 세게 죄어들었다.주명양의 목에서 끅끅 소리가 나고 도와 달라고 아래를 보는데 시녀 만아가 어느새 달려와: “왕야, 연약한 여자를 괴롭히다니 참으로 악랄하십니다!”우문호는 이 시녀의 키와 몸집을 보니 그녀가 주재상으로 분장하고 우문호에게 주술을 건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부아가 치밀어서 한발로 만아의 배를 걷어차자 곧바로 날아갔다.하지만 날아간 뒤 두 다리로 벽에 발을 디디더니 활시위를 떠난 활처럼 날아서 돌아왔다. 손에 비수를 꺼내 들고 허리띠를 자르더니 주명양이 수직으로 떨어지자 날아가서 받으려고 하는데 우문호가 채찍을 들어 만아에게 휘둘렀다.만아가 피하면 주명양은 땅바닥에 그대로 떨어진다.만아가 이 채찍을 고스란히 맞으면 주명양을 받을 수 있다.채찍이 다다라도 만아는 미동도 하지 않고 채찍이 만아의 정수리를 내리치도록 내버려두어 붉은 줄이 그어지더니 이를 악물고 손을 뻗어 주명양을 받아서 천천히 땅바닥에 내려 놓았다.주명양은 떨어진 후 크게 숨을 쉬더니 가슴이 터질 듯한 아픔으로 질식할 지경이다.우문호는 냉랭하게 주명양의 앞에 서있고, 시녀 만아는 경계하며 막고 있다. 방금 채찍은 힘이 세서 만아는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전부 피가 배어 나와 검붉고, 눈빛이 음험해지며, “왕야, 사
주명양 겁탈 사건의 진상만아는 놀라서 멍 해졌고, 주명양도 놀라서 멈칫했다.우문호는 우뚝 서서 주명양을 노려보며 차갑게: “내가 최면에 걸린 줄 안 건가, 내가 그날 발생한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으냐? 네 시녀가 최면과 분장에 능한 모양인데, 그날 시녀가 주재상으로 변장하고 널 데리고 관아에 와서 날 찾았지. 너희들이 문을 들어오던 그 순간 나를 최면에 걸기 시작했지. 너희들이 말한 한마디 한마디를 나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주재상의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려서, 한발로 만아를 밟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네가 감히 내 행세를 해? 죽고 마땅하다!”만아는 피를 토하더니 힘겹게: “어르신, 초왕이 거짓말 하는 것입니다. 증표, 둘째 아가씨 증표는요? 어서 증표를 꺼내서 어르신을 보여드리세요.”주명양이 서둘러: “그 옥패는 깨져서 마당에 있어요. 할아버지 사람을 시켜 가서 보세요.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거예요. 어쨌든 어제 초왕은 분명히 저를 안았고, 저는 정절을 더럽혔습니다. 저는 무조건 초왕에게 시집을 가야 합니다. 할아버지 억울함을 풀어 주세요.”우문호가 차갑게: “넌 도대체 어떻게 되 먹은 것이냐? 내가 아니면 시집가지 않겠다고 우기면 내가 너와 결혼해야 하느냐? 거울도 없어? 자기가 못 생겼는지 몰라? 이 두꺼비가 초왕의 백조고기를 먹으려고 들어? 쪽팔리지도 않느냐?”주명양이 화간 나서 얼굴이 일그러지며, “너……” 주명양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바로 자신의 용모인데 초왕이 어이없게 주명양이 못 생겼다고 해?우문호도 주명양이 한쪽에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주재상에게: “재상, 이 일은 직접 가서 물어 보십시오, 관아 사람들이 모두 여기 있습니다. 이 몇 사람은 전부 직접 보고, 주명양과 시녀가 재상의 모습을 하고 관아에 와서 직접 내가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들어온 것을 말입니다.”주재상이 그녀를 한방에 때려 죽이지 못하는 게 한스럽다는 눈으로 매섭게 주명양을 노려보았다. 이 일을 처리할 면목이 없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