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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07화

깊은 밤이 되자 우문호는 침실을 맴돌다 솜이불 하나를 들고 침실 밖의 회랑(回廊)에서 잠을 잤다.

우문호는 이불을 꼭 끌어안고 생각을 했다. 그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분했다.

바닥은 딱딱하고 뒤척일 때마다 허리가 시큰거리고 등이 아팠다. 그는 한밤중에 살금살금 침실로 들어갔다. 쓱 목을 빼서 보니 원경릉은 깊게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는 살포시 발을 들어 침상으로 올라갔다. 그가 등을 대고 눕자 원경릉이 바로 발로 그를 걷어찼다. 그는 침상 아래로 떨어졌고 아픈 엉덩이를 손으로 문지르며 다시 회랑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원경릉은 그가 회랑으로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참을 인을 새겼다.

그녀는 사실 우문호를 믿고 있었다. 그가 정신이 멀쩡했으면 절대로 주명양과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없다. 우문호는 주명양을 증오했고, 그 사실은 원경릉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주명양은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한 것일까? 우문호 몰래 들어가서 무슨 짓을 했다면 그녀는 분명 목적이 있을 것이다.

이튿날 아침 우문호는 동이 트자마자 아침식사를 준비해서 원경릉 앞에 대령했다.

원경릉은 그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더니 “얼굴 몇 번 닦았어?”라고 물었다.

“삼백 번! 삼백 번은 닦았어! 봐봐 얼마나 박박 닦았는지 뼈가 보인다니까?”우문호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원경릉은 능청을 떠는 우문호가 꼴 보기 싫었다.

때마침 사식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왕비! 탕양 어른이 찾아오셨습니다!”

사식이는 우문호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우문후는 사식이의 말을 듣고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나 보구나! 들어오라고 하여라!”

탕양은 소월각에 도착하자마자 서일에게 잡혀 어제 왕부에서 벌어진 일을 들었다. 서일은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뺨을 맞았다고 말했다.

탕양이 들어오자 제일 먼저 우문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하룻밤 사이에 얼굴이 많이 야윈 것 같았다.

“조사가 끝났느냐?” 우문호가 그에게 인사도 생략하고 다급히 물었다.

“예.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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