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뛰어다니고 호랑이와 늑대도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놀았다. 눈 늑대와 호랑이는 이미 아기가 아니라 딱 봐도 성년 늑대와 호랑이처럼 보여 원 교수 부부가 심하게 놀라 얼른 원경릉을 불러싿. “아이들을 저 동물들한테 가까이 못 가게 해, 위험해 보여!”그러자 원경릉은 계란이를 우문호에게 넘겨주고 마침내 아빠 엄마의 팔을 붙잡고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위험하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거라 서로 친해요.”“정말이니?” 원경릉 엄마는 아직도 상당히 두려운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눈 늑대와 호랑이가 달려들려하자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어서 아이들에게 피하라고 연신 외쳤다.하지만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자 확실히 공격성은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안심했다.그러고는 초왕부 안으로 들어가며 살펴보았는데 생각과 달리 인테리어는 호화스럽지 않았고, 곳곳이 고색창연하면서도 생활감이 묻어나 있어 차원이 다르다고 하는 여느 저택의 느낌은 없었다.자신의 딸과 외손자들이 이곳에서 수많은 나날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울적해져 원경릉의 손을 꼭 잡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자리에 앉자 녹주와 기라가 차를 대령했다. 기상궁의 과자가 벌써 준비되어 있었고 저녁 수라도 다 준비된 상태였지만 분위기를 보니 대부와 대모가 한동안 태자비 마마를 못 봬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아 과자부터 올려 입맛을 다시게 했다.원 교수 부부는 사람들이 시중드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올리자 초왕부 사람들이 상당히 친근하게 대해 주었다.근영 군주도 아직 초왕부에 머물고 있었는데, 오늘 일찍 초왕부에 태자비의 가족이 온다는 말에 오늘 밤은 자기 처소에서 사식이와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며 떠났다.우문호가 사람들을 다 나가게 했고, 드디어 일가족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원경릉 엄마는 오는길에 마차에서 멀미를 했는데, 지금은 다행히 괜찮아졌다. 뜨거운 차를 마시고 과자를 먹으니, 정신이 들며
탕양의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소요공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이 원 동생, 원 동생 왔는가!”이건 원 교수를 부르는 소리로 원 교수는 약간 무안한 듯 복도에서 서 있었다. 사람은 아직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렸는데, 몇 개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지더니 곧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원 교수는 자신의 어머니가 고대 차림으로 등에 약상자를 지고 마치 여기 사람 같은 모습인 것을 보고 감동하며 그녀의 손을 부여잡았다. “엄마!”원경릉의 할머니는 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기쁘게 인사를 건넸다. “왔어? 오늘 길 힘들었지?”“아뇨,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원 교수는 그녀의 등에서 약상자를 내리며 태상황과 삼대 거두에게도 잊지 않고 예를 취했다. “어르신, 헤어진 지 며칠 만에 저희가 또 만나게 됐네요, 잘 지내셨는지요?”태상황도 기쁜 나머지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자네들이 온다는 얘기에 너무 좋아서 말이지.”원 교수가 송구해하며 말했다. “원래는 저희가 찾아봬야 하는데 직접 이렇게 발걸음하시게 만들어 후배로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태상황은 부끄러운 듯 손을 내저었다. “그런 형식에 얽매이지 말어. 그럴 필요 없어.”그러고는 원 교수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담배 가져왔어?”원 교수가 당황하며 물었다. “돌아오실 때 가져가시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빨리 다 피우셨어요?”그때 몇 보루를 가져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담배가 좋지도 않은데 이렇게 빨리 다 피워 버리니 놀랄만도 했다. 태상황이 몰래 할머니를 째려보며 속삭였다. “그 담배는 자네 어머니가 다 버려서 이제 없어. 자네 이번에 올 때 가져온거 맞지?”원 교수가 머쓱하게 말했다. “그게…. 가져는 왔는데 혼례를 위해 남겨두려고….”“옳거니, 과인이 자네에게 맡기지.”할머니가 옆에서 몰래 그들의 대화를 듣고 다가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왜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게요? 어디 감히 맡길 수나 있겠어요?”태상황이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했다. “그게 과인
그런데 저녁을 먹은 뒤로 할머니가 몰래 담배 한 갑을 원경릉에게 주며 말했다. “가져가시라고 해. 종일 화가 나 있으시면 안 되니까. 정말 하는 행동은 아직 어린애 같다니까.”원경릉은 예상외에 반응에 살짝 놀라했다. “태상황 폐하 못 피우시게 하셨던거 아니세요?”“이걸 안 피워도 담뱃대를 피울 테니까. 수십 년간 인이 배겼으니 어디 정말 끊을 수가 있겠어? 줄이기만 해도 잘하는 거지.”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니 상당한 노력을 거쳐 비로소 얻은 결론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몰래 숨어서 피우고, 숨겨뒀다가 피우고 하는 게 더 나쁘다.원경릉이 방긋 웃으며, “저도 전에 금연하셨으면 했는데, 잠깐 끊었다가 또 피우고 정말 답이 없더라니까요.”할머니가 한숨을 쉬며, “됐어,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고 해. 하지만 꼭 얘기해야 한다. 한 갑으로 열흘은 버텨야 하고 하루에 2대만 피울 수 있고. 더는 안 된다고 말이야. 절대로 내가 허락했다고 하면 안 돼. 이 사람은 조금만 잘해주면 기어오르는 스타일이니 앞으로 안하무인이 될 거야.”“알겠어요!” 원경릉이 담배를 들고 알았다고 하는데 뜻밖에 자신이 태상황이라도 된 듯 기뻤다. 특히 태상황이 담배를 뺏겨서 분통 터져 하는 얼굴을 떠올리니 답답하면서도 웃겼다.삼대 거두가 얘기를 나누고 돌아갈 때 원경릉이 배웅하며 몰래 태상황의 주머니에 담배를 찔러넣으며, “할머니 못 보시게 하세요. 나중에 할머니께서 눈에 불을 켜고 관리하시면 피우고 싶어도 못 피워요. 들키면 할머니께서 저한테까지 화내실 거예요.”태상황은 손끝의 느낌으로 뭔지 바로 눈치채고 기뻐하며 얼른 감췄다. “걱정하지 마, 과인은 절대 널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이건 열흘 치니까 아끼셔야 해요. 열흘 지나면 한 갑 더 챙겨드려 볼게요.” 원경릉이 말했다.‘옳거니, 좋다, 얼씨구!’ 태상황은 기쁜 나머지 흐뭇한 눈으로 원경릉을 바라보며, ‘역시 얘는 내 호의를 배신하지 않는다니까.’ 그리고 약속하듯이 말했다. “걱정 마, 반드시 주디에게
“제일 화났을 때가 언제였는지 알아? 혜민서에 바쁜 일도 많은데 없는 시간, 있는 시간 다 쪼개서 아침 일찍 삼대 거두 진맥하러 별장으로 갔어. 진맥을 마치고 서둘러 혜민서로 돌아가면 맞을 거 같아서. 그런데 하나같이 만취해서 능운각 마구간에 막 드러누워 있는데, 전신은 이슬에 다 젖어 있었고, 심지어는 안풍 친왕이랑 그 검은 옷 입은 사람들까지 다 그 꼴이었다니까. 그 순간 정말 폭발해서 순간 자제력을 잃고 태상황의 귀를 잡아당겨서 정신이 들게 했는데 그 뒤로 삼대 거두가 내 앞에서는 꼼짝을 못해. 안풍 친왕도 평남왕이랑 놀러 나가서 특히나 조심하고 있는 거야.”원경릉은 이 말을 듣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돼지우리처럼 난장판 같은 노후라니. 말 기키우고 채소랑 꽃을 키우면서 왜 그러지?’“희상궁은 단속 못 해요?” 원경릉이 물었다.“희상궁이 주 재상은 단속할 수 있지만 소요공이랑 태상황을 어디 다룰 수나 있겠어? 씨알도 안 먹히고 오히려 맨날 속기나 하겠지. 이전에 별장에 살 때를 생각해 보면 그때가 그래도 나은 것 같아.” 할머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원경릉이 듣고 방긋 웃었다. 이전에 황실 별장에 있을 때는 한 번씩 다녀가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삼대 거두의 나쁜 습관들이 안 들켰을 뿐이지, 지금은 숙왕부에 살아서 할머니가 언제든 갈 수 있었고 혜민서와의 거리도 짧으니 결점이 바로 눈에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대로 좋았다. 할머니가 진압하고 있으니 삼대 거두가 감히 설치지 못하니깐 말이다. 원경릉은 아무 말 없이 할머니의 팔을 잡고 돌아가 가족들과 같이 수다를 떨며 새벽이 돼서야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우문호는 종일 흥분해서 방에 목록을 죽 늘어놓고 처가 식구들을 데리고 어디 가서 놀고 뭘 먹으러 갈지 생각 뿐이였다.“어머, 아직도 계획을 짜고 있구나!” 원경릉이 슬쩍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응, 탕 대인에게 물어봤지. 어디가 놀기 좋고, 맛있는 데인지. 어렵게 오신 건데 반드시 다 즐기셔야 해.” 우문호는 진지했다
마차가 멈추고 정후가 뛰어내려 달려오더니 덥석 우문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여전히 그 알랑거리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사위, 아직 집에 있어 다행이야, 마침 일이 좀 생겨서 자네와 상의를 좀 하려고.”사위라는 한 마디에 원 교수와 원경릉 엄마는 순간 화들짝 놀랐으나 곧 경릉이 원래 몸의 부모라는 것을 깨닫고 주진이 그들에 대해 언급했던 걸 기억했다.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원 교수 부부는 가만히 곁에 서서 지켜봤다.정후가 마차에서 내린 뒤 황씨도 함께 내렸는데 체면도 차리지 않고 바로 원경릉 앞으로 오더니 원경릉이 먼저 문안 인사하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원경릉은 그저 “왔어요?”라고 대충 말할 뿐이었다.황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쁜 표정으로 답했다. “네 부친과 같이 왔지!”황씨는 원경릉 엄마와 원 교수를 흘끔 보더니 내성적인 분위기가 조정의 관리 같아 보여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원경릉 엄마는 자신의 딸이 이 여자에게 어색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평소에 가까이 지내지 않는다는 걸 단숨에 알아차렸다. 순간 마음이 복잡한 게 딸에게 부모가 또 생기길 바라지 않지만, 누구든 원경릉에게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우문호가 정후를 보고 말했다. “할 말은 나중에 합시다. 지금은 손님이 계셔서 외출해야 하해서요.”정후는 우문호가 손님들에게 더욱 신경쓰는 것을 보고 원 교수와 원경주에게 예를 취했다. “실례합니다만 어느 관아에 근무하시는지요?” 정후는 경성을 떠난 지 오래 되어서 경성의 누가 고관대작인지 몰랐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전에도 본 적도 없어서 함부로 실례를 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하지만 우문호가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을 막았다. “너무 묻지 말고 무슨 일인지 돌아와서 다시 얘기하도록 합시다.”정후는 아첨하는 미소를 입가에 그리고는 실실 웃으며 다시금 예를 취했다. “예, 예, 우선 볼일 보세요. 전 초왕부에서 기다리겠습니다.”“기다릴 필요 없으니 우선 돌아가시지요!” 우문호가 미간을 찡그렸다.정
정후는 우문호가 가자마자 씩씩거리며 막말을 해댔다. “만약 그때 내가 술수를 쓰지 않았으면 네가 어떻게 아들을 다섯이나 두고 또 어떻게 태자가 될 것이며 제위에 오를 수나 있었겠어?!”원륜문이 이 말을 듣고 화가 났지만, 뭐라 하지 않고 가만히 들어가 할머니에게 왔다고 인사를 올렸다.잠시 후 노부인은 정후에게 들어오라고 하고 문을 닫으라고 했다. 그리고 지팡이를 집어들더니 정후를 마구 때렸다. 정후가 머리를 감싸 쥐고 내빼다 문까지 가지도 못하고 몇 대를 생으로 맞아 정신을 다 잃을 정도였다.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무시무시한 행동이 있고서야 정후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한동안 나가서 사고 치는 일은 그만두었다.노부인은 정후가 한 마디라도 잘못하거나 법도를 어긋난 짓을 하면 바로 경성에서 내쫓아 맞아 죽을 뻔한 그 마을로 돌려보내 밤낮으로 분이 풀릴 때까지 때리게 하겠다고 했다.정후는 어머니가 한다면 정말 하는 사람이란 걸 잘 알기에 이제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정후 노부인은 그 후 직접 초왕부로 가서 원경릉을 안심시켰다.원경릉은 노부인에게 자신의 부모님을 소개 시켜드리고 노부인이 전에 어떻게 자신을 보호해 주었는지 얼마나 자신에게 잘해 주셨는지 털어 놓았다. 그 얘기를 듣고 원경릉의 엄마는 굉장히 감격해 노부인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올렸다.노부인이 그들의 신분을 궁금해해 물어보니 원경릉은 최근 연을 맺은 대부와 대모라고 했다. 그러자 노부인은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경릉한테 일어난 많은 일을 자신은 잘 모르기 때문에말하지 않는 일은 묻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신의 분수에 맞는 말년을 보내기로 했다.노부인은 초왕부에 남아 식사를 한 뒤 앞으로 있을 경사에 대해 원경릉과 얘기를 나눴다.“혼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다 이 할미의 마음이니 아무 말 말고 꼭 받아주려무나.” 그러자 원경릉이 혼수를 보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전부 할머니가 고생해서 모으신 건데 제가 어찌 감히 가져가나요…?”“어떡하긴, 꼭 가져가야지. 됐다.
명원제가 퇴위하면서 새로운 임금이 등극하는 일이 핵심 안건으로 바뀌었다.그리고 그중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바로 태자가 초왕부에 더는 살 수 없다는 것으로 우선 궁으로 들어와 동궁에 살아야 했다.초왕부에서 이사가는 것은 초왕부의 어떤 사람 말에 따르면 극도로 힘든 일이라고 했다.사식이가 듣고는 울고불고했다. 사식이는 궁에 들어가 살 수 없었고, 가능하다고 해도 잠시 있을 수 있을 뿐이지 궁 안에서 보금자리를 만들 수는 없었다.그동안 원경릉 곁에서 지내며 피붙이로 여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헤어지려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나마 일찍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고 최근 서일도 계속 이 일을 언급해 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사식이는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우문호 부부 또한 초왕부에 특히 더 많은 애착이 있었다. 그래서 이 저택은 앞으로 누구에게도 하사하지 않고 혹시 아이들에게 집을 하사할 때 그때 가서 누구에게 줄지 볼 생각이었다.하지만 우문호가 자기 아들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줄 리가 없었다. 이곳은 원경릉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궁에서 법도를 가르치기 위해 왔던 상궁은 벌써 돌아갔다. 앞으로 후궁에 별다른 법도가 없을 것으로 다른 비빈이 있을 리 없으니 존귀함의 서열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 없어서 평범한 집처럼 살면 되기 때문이었다.집을 떠나기 이틀 전 두 사람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한밤중에 일어나 등을 들고 온 초왕부를 돌아다녔다.땅 한 뼘,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 기와 한 장 한 장에 그들의 영혼이 새겨져 있었다.마지막으로 원경릉이 떡들을 낳은 방으로 들어가자 우문호는 걸음을 멈추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문호와 원경릉의 생사가 갈릴 뻔했던, 우문호에게는 악몽과 같은 공간으로 다시 그때를 생각하니 여전히 가슴이 덜덜 떨리는 것이 아직도 진정으로 어마마마를 용서할 수 없었다.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 모퉁이마다 불을 비춰보았는데 전에 피비린내가 나던 곳도 지금은 차가운 어둠만이 구석마다 꽉
녹주의 눈시울이 어느새 붉어졌다. “태자비 마마, 쇤네와 기라도 마마를 따라 입궐할 수 없는 것입니까?”“입궐하고 싶어?” 원경릉이 물었다.두 사람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쇤네는 당연히 태자비 마마를 따르고 싶습니다.”그러자 원경릉이 두 사람에게 와서 앉으라고 했다. 우문호는 셋이 할 말이 있어 보여 옆방에 딸을 보러 간다고 하면서 피해주었다. 원경릉이 두 시녀에게 얘기했다. “사실 난 너희를 데리고 입궐하고 싶지 않아. 너희가 왕부에 남아주기를 바랄 뿐이지. 기 상궁에게 너희 혼처를 알아봐 달라고 하고. 솔직히 혼사 건은 벌써 준비해서 그동안 기 상궁이 너희한테 여러 번 물었는데 너희가 시집가기 싫다고….”기라가 울면서 말했다. “태자비 마마, 쇤네 시집가기 싫습니다.. 시집가면 초왕부를 떠나야 하고, 시집간다고 잘 살 거라는 보장도 없고 마마를 따라 마음 편하게 세끼 따순 밥 먹고 싶어요. 쇤네는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녹주도 옆에서 말을 보탰다. “태자비 마마, 쇤네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쇤네도 기라 언니와 마찬가지로 마마를 따라가는 게 좋습니다.”원경릉이 두 사람에게 놀랐다. “이런 바보탱이 아가씨들을 다 봤나, 누군가와 함께 평생을 살아가고 싶지 않은 거야?”기라가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태자비 마마, 현실이 어디 그런가요?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가면 세끼 끼니 때울 걱정에서 벗어날 날이 없고, 사는 게 좀 넉넉한 사람을 만나면 먹고 사는 걱정은 없지만 자나 깨나 첩들일 궁리만 할 테니, 태자 전하처럼 평생 마마 한 사람에게 잘하는 사람을 천지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쇤네에게 그런 복도 없고요. 그런 남자를 찾지도 못하고 찾고 싶지도 않습니다.”시녀들은 정확했다. 초왕 부부는 신화나 전설 속의 유니콘 같은 존재로 그녀들에게는 그런 복이 없었다. 평생 자신만을 좋아하는 남자를 찾아도 가난한 집안이면 먹고 사느라 헉헉대고, 적당히 먹고살 만하면 처첩 간의 싸움이 치열했다. 시녀들은 두 가지 상황 모두가 다 싫었다. 차라
약도성의 건물 대부분이 무너져 백성들은 임시로 지은 오두막과 초가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폐허로 변한 도성은 눈에 보이는 곳마다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원경릉은 마음속 깊이 안타까움을 느꼈다.택란의 뜻으로 중증 환자들은 모두 저택으로 옮겨졌다. 원경릉은 계란이의 결정이 매우 옳다고 생각했다. 중증 환자들은 그녀와 몇몇 의원이 책임지고 돌보았고, 나머지 의원은 경증 치료를 맡았다.택란은 엄마 곁에 머물며 환자를 돌보는 것을 도왔는데, 기본적인 의술을 알고 있어서 소독과 붕대 감는 일을 도왔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통증이 심해 참기 어려웠고, 진통제를 먹이거나 진통 주사를 놓았다. 택란도 주사를 놓을 수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쉬지 않고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본 환자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들은 궁에서 자신들의 생사를 진정으로 걱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황후마저 직접 왔으니, 예전의 대립과 적대감은 유치한 웃음거리로 느껴졌다.저녁 무렵,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왔지만,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없이 서로 포옹한 뒤 다시 각자 사람들을 구하러 나섰다.백성 중 자발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약을 끓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저택 내 물자는 부족했으나 주변의 도움이 끊이질 않았다. 호명은 사람들을 조직해 식량과 의복을 나누어 주었다. 지금의 약도성엔 인간의 이기심이 한순간에 사라진 듯했다.황후가 직접 약도성에 온 덕분에 서북 지역의 신하들도 직접 의원과 물자를 이끌고 약도성에 와서 돕기 시작했다.약도성은 전례 없는 관심을 받았고, 이는 약도성 백성들이 다섯 도시 중 가장 빠르게 조정을 인정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사람들을 구하고 재난 이전의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는 데만 집중했다.재난이 발생한 지 반달이 지나면서 발견된 것은 모두 희생자뿐이었다. 인원을 파악한 후 한곳에 모아 장례를 치렀다.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5만여 명의 백성이 목숨을 잃었다. 이 숫자는 매우 끔찍했지만, 택란의 사전
북당의 황후가 의원을 이끌고 직접 약도성으로 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믿지 않았다. 약도성의 백성들조차 믿을 수 없었고, 감히 믿을 엄두도 없었다.우문택란이 이미 약도성에 왔지만, 고작 여덟 살짜리 아이에 불과했다. 다들 그저 그녀가 약도성에 놀러 왔고 수천 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왔다고 생각했다. 이후 어린아이답지 않은 그녀의 비범한 능력이 증명되었다. 그녀는 약도성의 성주로서 약도성에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초토화되었고, 재건하려면 조정이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북당의 조정이 약도성을 방치하고 자연적으로 멸망하도록 내버려두어도 어쩔 수 없었다. 약도성 백성들은 줄곧 조정을 적대시하였기 때문에, 조정이 이들을 구할 이유가 없었다.그런데 황후가 직접 약도성으로 향한다는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약도성은 조정이 이렇게까지 신경 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지진 발생 열흘째 되던 날, 원경릉 황후가 이끄는 의원들이 약도성에 도착했다. 그들은 밤낮없이 말을 갈아타며 전력으로 달려왔다. 약도성의 백성들은 이 소식을 듣고 흥분하며 황후께서 약도성에 오신다고 얘기를 전했다.사람들의 생각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지진 이전까지만 해도 조정을 적대시하고 북당을 적국으로 여겼던 약도성 백성들이, 이제는 원경릉을 환영하며 열광적으로 맞이했다. 이는 택란이 지진을 미리 알아차린 것과 구조 활동 덕분이었다.원경릉은 백성들의 뜨거운 환영을 예상하지 못했다. 말을 타고 앞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었고, 그녀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어머니!”군중 속에서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경릉은 단번에 딸을 찾아내고 말에서 내려 달려갔다. 택란은 엄마 품에 안기자마자 눈물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어머니,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너무 많아요!"택란이 흐느끼며 말했다.원경릉은 딸이 이렇게 슬프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원경릉은 딸을 품에 꼭 안
택란은 어릴 적부터 화염을 다루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감정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았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였지만, 그녀는 내면의 감정을 철저히 억눌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화염을 제어하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 스승님을 따른 후, 스승이 계속해서 그녀에게 약점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의 틈새가 생기면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항상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모든 일을 담담히 대하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진심 어린 감정을 흔들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그녀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꼬마 봉황이 날개를 펼쳐 그녀를 품에 안고 위로해 주었다.그들은 수년간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성장해 왔고, 서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잠시 후, 택란은 다시 구조 현장으로 나갔고, 여전히 평온하고 흔들림 없는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섰다.위왕과 안왕은 어린 조카의 침착함에 깜짝 놀랐다. 겨우 여덟 살짜리 아이가 어떻게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아이의 천성은 어디로 간 것인가?그들은 택란이 애초에 아이로서의 천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태어난 후, 조금이라도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녀는 빠르게 세상을 이해하며, 지혜롭고 노련한 어른처럼 모든 것을 맞서야 했다.사실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그녀를 한두 살짜리 어린아이처럼 사랑하고 아껴주었다. 그에게는 아무런 기대나 요구가 없었으며, 능력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머니처럼 그녀의 모든 행동을 걱정하고 감시하지 않았다.아버지 앞에서 그녀는 가면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약도성의 일이 안정된 후, 그녀는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돌아갈 계획이었다. 이번 약도성 방문은 그녀에게 있어 단순한 놀이가 아닌 실습이었다. 이곳은 그녀의 의지와 감정을 단련할 수 있는 장소였고, 실제로 그녀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구조 작업은 계속되었고, 지진이 발
한 마을 주민이 눈물을 닦으며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원 같은 건 절대 없을 것이오. 조정은 우리를 모조리 죽이길 바라오. 우리가 죽어야 조정은, 이 약도성을 완전히 삼킬 수 있소.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소.”택란은 화가 나서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인가? 내가 여기에 왔잖냐! 빨리 계속 파시게!”주민이 그녀를 힐끔 보며 물었다.“웬 꼬마가, 넌 누구냐?”택란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어둠 속이라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린아이가 여기 있는 걸 보고 다들 의아해했다.“약도성의 성주, 우문택란이다!”그녀는 단호하게 말한 뒤, 산사태가 난 지역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 작은 몸집이 시선에서 멀어질수록 더욱 작아 보였다.황실의 공주라는 말에 사람들은 모두 놀라 얼어붙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공주가 이런 곳에 직접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주는 저택 안에서 잘 보호받고 있어야 할 존재다.그녀는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해 접근한 곳의 흙을 한 겹씩 옮겨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울부짖는 소리와 구조 요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녀를 따라가 급히 구조 작업에 참여했다.약도성의 지진은 강북부에서도 뚜렷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낡은 집도 무너졌지만, 심각한 피해는 없었다. 약도성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위왕과 안왕은 신속히 구조 병사를 파견했다. 그들은 택란이 약도성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들 여태껏 택란이 스승과 함께 떠났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의 네 오빠들은 바로 병사를 데리고 약도성으로 향했다. 지진 발생 12 시진 후 약도성에는 8천 명 이상의 병사가 합류했다.약도성의 백성은 조정이 지원군을 보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조정이 약도성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든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과거에도 가뭄, 메뚜기 떼, 산사태 등의 재난이 일어났지만, 북막조정은 몇 포대의 쌀만 보내며 형식적인 구조를 했을 뿐이다.약도성
지진이 발생하기 전, 호명과 주 아가씨는 약도성 중심부에서 백성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새벽녘은 사람들이 가장 피곤할 시간이다. 억지로 잠에서 깨어난 백성들은 분노했다. 그중 한 집안은 도축업을 하는 홀아비가 어린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새벽 무렵에야 돼지를 잡고 고기를 나눠주고 돌아와 잠자리에 든 참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잠에서 깨어난 데다 아이까지 깨우니,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옆집 사람은 칼을 들고 나가 저들을 쫓아내면 다시 잘 수 있다고 부추겼다. 남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던 상황이라 아들을 방으로 데려다 놓고, 즉시 칼을 들고 나가 주 아가씨와 맞섰다.그가 칼을 휘두르며 집안 식구들과 함께 밖으로 나온 그 순간, 지진이 발생했다. 그들은 자기 집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먼지가 자욱했고, 곁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옆집 역시 무너졌고,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 집 처마 아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깔려 있었다.“아들! 아들아!”홀아비는 그제야 안으로 데려다 놓았던 아들을 떠올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집은 이미 완전히 무너졌다. 겨우 세 살밖에 안 되는 아들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했다.그는 미친 듯이 벽돌과 흙더미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주 아가씨와 호명도 서둘러 도왔다.지진은 단 몇 초 만에 일어났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집으로 돌아갔고, 그 결과 무너진 집에 깔린 백성들이 매우 많았다. 약도성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사방에서 울부짖음과 비명이 들려왔다. 평소 조정과 맞서던 이들은 너무나 나약하고 무력해 보였다. 그들의 처절한 울음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찢어지게 했다.홀아비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다들 함께 벽돌을 치우고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도구가 없어서 맨손으로 작업해야 했다. 주 아가씨의 손은 금세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계속 흙벽을 밀어내고 벽돌을 옮겼다.반 시진 후, 주 아가씨가 마침내 아이를 안고 왔다. 아이는 다리를 크게 다쳐 엉엉 울고 있었다. 홀아
“그럼... 호명, 가십시다!”주 아가씨는 왠지 모르게 택란의 말을 믿었다.호명도 주 아가씨의 말을 듣고 동의했다. 그의 생각은 단순했다. 지진이 생기지 않으면 백성들을 귀찮게 한 정도로 끝날 테지만, 정말 지진이 발생한다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게다가 약도성의 백성들은 조정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더 미움을 사도 중요하지 않다.일행은 즉시 돌아가 병사들을 소집해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백성에게 넓은 곳으로 대피하라고 알렸다.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난 백성은 역시나 원치 않았다.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병사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성주가 단호하게 명령한 일이었기에, 백성들은 마지못해 끌려 나갔다.그러나 문제는 강제로 밖으로 끌어낸 사람들을 계속 감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병사들이 떠난 후 많은 백성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게다가 일부 폭도들은 이를 계기로 병사들과 정면으로 맞서며 심각한 충돌을 일으켰다.부분 병사가 백성들이 소란을 피우는 마을로 향했다. 이곳에 있는 마을은 거의 조정을 적대시하는 곳이었다. 너무 외진 곳이고 여인도 적은 곳이라, 이곳 남자들은 혼사도 치르지 못하고 가난하게 지내고 있었다. 하루 세 끼를 유지하기조차 힘들었고, 금나라의 선동이 더해져 이 지역의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다. 이 몇몇 마을에서 15세 이하의 아이들은 열 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병사들이 징과 북을 울리며 백성을 깨우자, 폭도들이 화를 내며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20여 명의 병사들이 이들에게 압도당해 심하게 얻어맞았다.결국 병사들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약도성에서 대피한 사람은 많지 않았고, 약 만 명 정도였다. 대부분 병사가 떠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조정이 백성을 괴롭힌다고 욕하며 약도성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에 주 아가씨가 분노를 참지 못해 말했다.“성주께 말씀드려서 집을 전부 불태워버리자고 해야겠습니다! 정말 너무합니다.”호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녁 무렵, 그들 일행은 출발했다.약도성의 밤은 전혀 활기가 없었다. 해가 지고 나면 거리에서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수년간 치안이 매우 나빴다. 비록 저녁에 병사들이 순찰하고 있지만, 백성들은 이미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덕분에 이번 외출은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약도성이 가난하다 보니, 부유한 이들의 저택만 튼튼할 뿐, 대부분의 집은 돌집이나 흙집, 나무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초가 거의 다져지지 않은 상태여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대부분의 건물이 버틸 수 없을 것이다.택란은 이 점이 걱정되었지만, 아직 지진이라 단언할 수 없었다.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계속해서 밀려왔다. 그녀는 꼬마 봉황에게 물어보았고, 꼬마 봉황이 하늘로 날아올라 몇 바퀴를 돌며 주변을 살폈다. 새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것을 본 꼬마 봉황은 택란에게 알렸다. 그녀의 불안감이 점점 더 커졌다.택란은 호명과 주 아가씨에게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으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호명과 주 아가씨는 믿지 않았다. 약도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만 지진이 발생하였다.주 아가씨가 말했다.“오늘 밤하늘을 보니 지진운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걱정하신 것 같습니다.”“지진운은 믿을 수 없소. 강가로 한번 가보시게.”이곳에는 바다가 없고, 산을 따라 흐르는 큰 강만 있었다.다들 풍등을 들고 강가로 향했다.강물의 흐름은 빠르지 않았고, 눈에 띄게 가뭄의 흔적이 드러나 있었다. 물 높이는 겨울이나 봄에 비해 많이 낮아졌고, 어떤 곳은 강바닥이 드러나 있었다.택란은 풍등을 들고 아래로 내려갔다. 강물은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마도 수심이 얕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이곳에 샘물이 있소?”택란이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있습니다. 여기서 2리 정도 떨어진 곳에 큰 샘물이 하나 있는데, 근처 주민들이 그곳에서 물을 떠다 마십니다.”“좋소. 가보겠소!”택란이 말했다.일행은 다시 큰 샘물로 향했다. 주 아
그녀는 부엌으로 가서 부지깽이를 찾다가 깜짝 놀라 외쳤다.“뱀이야! 부엌에 뱀이 들어왔다! 어서 뱀을 잡아! 성주께서 놀라시면 안 된다!”몇몇이 부엌으로 몰려가 한바탕 소동 끝에 뱀 세 마리를 잡아냈다. 비록 정원에 뱀이 나타나지만, 뱀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어찌 집 안으로 들어온 걸까?택란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이오?”공연이 서둘러 대답했다.“성주님, 방으로 돌아가십시오. 여기 뱀이 있습니다.”“뱀이 집 안으로 들어왔소?”택란은 뱀을 힐긋 보았다. 그 뱀은 독성이 없는 풀뱀이다.“어제 요리사가 쥐가 많이 돌아다닌다고 했는데, 오늘은 뱀이 여기저기 기어다니네. 정말 이상한 일이오.”“별일 아닙니다!”공연은 손을 씻고 와서 말을 이었습니다.“제가 성주님을 방으로 모시겠습니다.”택란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직 정오였고, 태양이 세게 내리쬐고 있었습니다.“약도성에 예전에 지진이 난 적이 있었느냐?”택란이 고개를 돌려 요리사에게 물었다.요리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지진이요? 땅이 움직이는 것을 말씀하십니까?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 어릴 때 할아버지가 큰 지진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습니다. 땅이 흔들리고 산이 흔들려서 집도 무너지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하셨습니다.”“성주님 겁주지 말고 할 일 하시오.”공연은 택란이 놀랐을까 봐 걱정하며 요리사에게 떠나라 했다.택란은 방으로 돌아간 뒤, 꼬마 봉황을 불렀다.뱀, 곤충, 쥐, 그리고 새는 지진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특히 꼬마 봉황은 영적인 새이기에 더더욱 그렇다.꼬마 봉황이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꼬마 봉황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뭔가 큰일이 닥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설마 지진이 나는 건 아니겠지?”택란은 바닥에 엎드려 귀를 대고 지하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그녀의 청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기에, 지진이 오고 있다면 땅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하지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생각으로, 택란은 이에 관해 세게 명을 내렸다.성내 백성들은 택란이 이 도시의 성주이자 진국공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강한 적대감을 품고 있었다. 특히 그들은 택란이 낭산의 도적들을 토벌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여덟 살짜리 아이가 낭산 도적들을 전멸시켰다는 것을 누가 믿을까?이곳의 백성들은 평생 황실 사람을 본 적 없었다. 지금 이렇게 직접 마주하자, 감정이 폭발하여 약도성을 빼앗겼다는 이유로 황실에 대한 깊은 원망을 드러냈다.약도성에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백성은 백여 명에 불과했고, 셈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이렇게 폐쇄적인 환경에서 원망은 쉽게 극대화되었다.특히 금나라 사람들이 부추기자,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다.처음엔 택란도 외출을 하곤 했지만, 적대적인 감정이 격렬해지자 외출할 때마다 돌멩이가 날아왔다. 다행히 호명이 그녀의 안전을 염려해 경호를 강화하면서 크게 다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양두는 백성들과 다투며 분노를 터뜨렸습니다.“자네들이 원망해야 할 대상은 북막의 황실과 진가요!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북당을 침략하려다 패배하는 바람에 약도성을 내놓은 것이오. 다들 그때 전쟁을 지지하지 않았소? 전쟁을 지지해 놓고 이제 와서 북당을 원망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소!”양두는 기세가 등등했고 욕도 도리가 있어, 백성들을 순간 잠잠하게 했다. 하지만 이내 돌멩이가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양두는 머리를 감싸며 도망쳐야 했다.이들은 이성적으로 도리를 따질 사람이 아니었다.호명은 상황을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해, 택란에게 경성으로 돌아가길 권유했다. 하지만 택란은 단호히 거절했다. 첫걸음을 내딛지 않으면, 십 년이 지나도 변화는 없을 것이고, 약도성은 영원히 이 상태로 남을 것이다.호명은 사고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경호를 더욱 강화했다.그는 주 아가씨에게도 특별히 경계를 강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