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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36화

녹주의 눈시울이 어느새 붉어졌다. “태자비 마마, 쇤네와 기라도 마마를 따라 입궐할 수 없는 것입니까?”

“입궐하고 싶어?” 원경릉이 물었다.

두 사람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쇤네는 당연히 태자비 마마를 따르고 싶습니다.”

그러자 원경릉이 두 사람에게 와서 앉으라고 했다. 우문호는 셋이 할 말이 있어 보여 옆방에 딸을 보러 간다고 하면서 피해주었다.

원경릉이 두 시녀에게 얘기했다. “사실 난 너희를 데리고 입궐하고 싶지 않아. 너희가 왕부에 남아주기를 바랄 뿐이지. 기 상궁에게 너희 혼처를 알아봐 달라고 하고. 솔직히 혼사 건은 벌써 준비해서 그동안 기 상궁이 너희한테 여러 번 물었는데 너희가 시집가기 싫다고….”

기라가 울면서 말했다. “태자비 마마, 쇤네 시집가기 싫습니다.. 시집가면 초왕부를 떠나야 하고, 시집간다고 잘 살 거라는 보장도 없고 마마를 따라 마음 편하게 세끼 따순 밥 먹고 싶어요. 쇤네는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녹주도 옆에서 말을 보탰다. “태자비 마마, 쇤네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쇤네도 기라 언니와 마찬가지로 마마를 따라가는 게 좋습니다.”

원경릉이 두 사람에게 놀랐다. “이런 바보탱이 아가씨들을 다 봤나, 누군가와 함께 평생을 살아가고 싶지 않은 거야?”

기라가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태자비 마마, 현실이 어디 그런가요?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가면 세끼 끼니 때울 걱정에서 벗어날 날이 없고, 사는 게 좀 넉넉한 사람을 만나면 먹고 사는 걱정은 없지만 자나 깨나 첩들일 궁리만 할 테니, 태자 전하처럼 평생 마마 한 사람에게 잘하는 사람을 천지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쇤네에게 그런 복도 없고요. 그런 남자를 찾지도 못하고 찾고 싶지도 않습니다.”

시녀들은 정확했다. 초왕 부부는 신화나 전설 속의 유니콘 같은 존재로 그녀들에게는 그런 복이 없었다. 평생 자신만을 좋아하는 남자를 찾아도 가난한 집안이면 먹고 사느라 헉헉대고, 적당히 먹고살 만하면 처첩 간의 싸움이 치열했다. 시녀들은 두 가지 상황 모두가 다 싫었다.

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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