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태상황의 인생이 드디어 새로운 궤도에 접어들어 다른 삶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원씨 집안 네 식구도 명덕전 밖에서 소름이 쫙 끼치며 이 행사를 가만히 지켜봤다.모든 사람의 이목이 쏠린 그 사람이 그들의 손자사위이자 사위이고, 매부이기에 이 자긍심은 그들이 어디 있더라도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을 게 분명했다.성루에 횃불이 계속 비췄고 저녁이 되도록 불꽃은 계속 타올라 백성은 너도나도 거리로 나와 축하대열에 참여했다.즉위식 당일 저녁 연회는 다음 날 저녁으로 미뤄졌는데 내일이 바로 우문호가 고대하던 황후 책봉례를 진행하기 때문이었다.그렇기에 오늘 밤 우문호는 여전히 동궁에 머물렀다. 궁에서 더는 황후의 궁과 황제의 침궁을 나누지 않았다.방덕전을 소월궁으로 명칭을 바꾸어 앞으로 이 소월궁이 두 사람의 침궁이 된다.소월궁은 이미 모든 것을 새것으로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새 용봉 이불에 여기저기 붉은색으로 ‘기쁠 희’자 를 붙여놓아 어느 모로 보난 신방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효성 태상황은 황제 부부에게 인사를 올린 후 매화장으로 옮겨 오늘 밤은 젊은 남녀가 광란의 밤을 보낼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 주었다.하지만 효성 태상황 생각은 틀렸다. 광란의 밤이 아니라 늙은 이목이 쏠린, 무상황을 필두로 한 노인 남자들이 유례없는 열정을 뽐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황후 책봉례와 혼례 준비에 큰 행사부터 작은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조사하고 확인했다. 특히 내무부가 준비한 용봉 화촉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며 제일 큰 걸로 바꿨다. 신혼 초야의 화촉은 꺼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머리를 빗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동서들이 내명부 부인 등을 데리고 와 동궁을 물 샐 틈 없이 둘러싸는 바람에, 원경릉은 화장할 때 엄마가 가져온 화장품을 썼는데 아주 고급이라 내명부 부인들이 보더니 이구동성으로 어디서 났느냐고 물으며 집에 하나 두어야겠다고 했다.원경릉은 그저 자신의 대모께서 가져오셨
여럿이 원경릉을 부축해 일으킨 뒤 기다란 봉황의 꼬리를 드리우고 한 바퀴 걸어보는데 안풍 친왕비가 들어와서 원경릉을 자세히 보더니 칭찬을 건넸다. “정말 예쁘다!”모두 예를 취하며 안풍 친왕비를 맞이했다.안풍 친왕비는 손에 든 비단 상자를 원경릉에게 건넸다. “두 사람이 혼인하는데 나도 뭔가 선물하고 싶었어. 근데 마땅한 게 없더라고. 이 귀걸이라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원경릉이 감사히 받으며 비단 상자를 열었는데 상자 안에는 한 쌍의 이쁜 귀걸이가 들어 있었다.모두 다가와서 보더니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풍 친왕비의 걱정과 달리 정말 예뻤다. 한 쌍의 물방울 다이아몬드 귀걸이로,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보기 드물게 컸다. 가운데에 놓여진 다이아몬드는 물방울 모양이나 백금 조각이 복사꽃 모양으로 빙 둘려 있었다. 귀걸이가 마치 복숭아 같은 모양처럼 생겼는데, 빛에 비추어 보면 다이아몬드가 휘황찬란하고 옆에 조각은 같이 빛을 반사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을 타고 복사꽃이 흘려 내려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이 물방울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원경릉의 오늘 메이크업과 매우 잘 어울린다는 점이었다. 이 귀걸이를 하고 가면 정말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하지만 원경릉은 한번 보더니 귀걸이를 얼른 안풍 친왕비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전 받을 수 없어요. 이건 너무 귀한 거잖아요..”안풍 친왕비가 귀걸이를 꺼내 들고 상자를 냅다 버려 버리더니 원경릉을 앉혔다. “앉아, 내가 해 줄게.”“그…. 그건 안 돼요. 이건 정말 너무 귀해 보여요.. 왕비 마마께서도….” 원경릉은 안풍 친왕비 본인도 부유하게 살지 않고 동가식서가숙하면서 지내는데, 이 다이아몬드는 가치만 해도 상당해 보였다. 만약 현대라면 순도가 이렇게 높고 흠이 없는 다이아몬드를 이렇게 정교하고 아름답게 세공하려면 20억 아니 200억이 들 정도였다. 원경릉은 보석 업계에 대해 모르지만 대충 들은 게 있어서 대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풍 친왕비는 굴하지 않고 원경
하지만 원경릉은 여전히 이 귀중한 선물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가격을 모르지만, 자신은 대략 알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수십 수백억의 가치라 원경릉은 차마 받을 수 없었다. “왕비 마마, 혼례를 마치고 귀걸이는 돌려 드릴게요.”“가져, 농담이 아니라 이 귀걸이는 두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야. 앞으로 황제와 황후가 마음을 합쳐 북당을 잘 다스려준다면 내게 있어 그 가치가 천 쌍의 귀걸이보다 더 클테니까.” 안풍 친왕비가 힘차게 말했다.“원 언니, 그냥 받으세요. 이건 왕비 마마의 성의니깐요.” 원용의도 이 귀걸이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거라는 것을 알고 옆에서 말을 보탰다. 원경릉이 가지면 자신은 한 번씩 와서 보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모두 원경릉에게 받으라고 권하는 바람에 결국 진심으로 감사하며 진귀한 귀걸이를 받겠다고 했다. 웃어른이 준 결혼 선물을 무르면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길시가 되었다.우문호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와서 신부를 맞이했다. 원래 친영례는 생략할 수 있는 절차였으나 우문호가 하겠다고 하도 고집을 부려 결국 친영례를 하게 되었다.붉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원경릉이 나가자 사람들의 물결이 인산인해를 이뤄 환호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컸다. 원경릉은 마치 구름을 밟듯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왔다. 우문호가 큰 손을 뻗어 원경릉의 손을 자신의 손바닥 안에 넣고 원경릉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 것같았는데 사람들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특히 제왕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누가 보면 제왕이 혼인하는 줄 알 정도였다. 원경릉은 수 많은 사람들 중 자신의 아이들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붉은 면사포가 덮여 있어 아이들을 보지도 못하고 대열을 따라 앞으로 걸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천지에 절을 올리는 곳은 천문궁으로, 원경릉은 전에 한두 번 와본 적 있었지만, 붉은 양탄자가 문 앞까지 깔려 있어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원경릉은 우문호의 손에 이끌려 앞
천지에 절을 올리는 예식을 마친 뒤 원래는 신방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누군가 황후를 책봉하는 성지를 펼쳤다. 우문호는 원래 이렇게 줄 생각이 아니었다. ‘도대체 누가 저 사람 손에 줬어?’화가 나서 고개를 들어 책봉 성지를 건네는 손을 붙잡고 크게 소리쳤다. “너 이 손….”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무상황이었다.그 순간, 장내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모두의 눈빛이 우문호와 우문호가 잡은 손을 바라봤다.우문호가 어색하게 손을 놓았다. “황조부!”무상황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이 책봉 성지는 얘한테 주는 거 아니었어?”“당연히 원 선생에게 주는 거죠.” 우문호가 말했다.“그런데 왜 막아?” 무상황이 물었다.우문호는 어금니가 다 욱신거렸다. “안 막았습니다.”‘너무 아무렇게나 주잖아. 이렇게 아무렇게나 줘도 돼? 이렇게 주는 게 무슨 의식이냐고.’“그럼 됐어, 원이니 받아. 앞으로 네가 다섯째의 황후다.” 무상황이 함박웃음을 지었다.원경릉이 받아 들고 약간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예식이 정신없었으니 우문호도 화가 났었겠네.’그러든 말든 무상황은 즐거웠다. 다섯째의 혼례를 자신이 주관했고, 다섯째의 황후도 자신이 책봉하게 도와줬다. 더불어 황제와 황후의 예식도 마쳤겠다, 효성 태상황도 황제와 황후의 절을 받았으니, 몸을 뺄 적절한 타이밍이다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은 것이 혼란한 틈을 타 빠져나가려 했다. 태감은 효성 태상황의 가마가 움직인다고 고함을 질렀으나 징 소리와 북소리에 묻혀 아무도 듣지 못하고, 덕분에 효성 태상황은 매끄럽게 궁에서 떠날 수 있었다.그러나 안왕이 지켜보더니 아바마마의 병색도 전혀 위중해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여기며 따라갔다. “아바마마….”효성 태상황이 안왕을 보고 말했다. “너 마침 잘 왔다. 아바마마를 매화장까지 보내 다오.”안왕이 놀라서 대답했다. “아바마마 오늘 가시게요?”“오늘 갈 거야, 이미 준비도 다 했어. 구사가 나서서 호송할 필요 없으니, 네가 해. 과인
일행이 탄 마차가 성을 나가자 규정에 따라 드나드는 사람을 검사를 해야 했다. 마차의 가리개를 젖히고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한 수문장들이 전부 무릎을 꿇고 효성 태상황이 성문을 나서는 것을 배웅했다.다행히 뒤를 돌아보는 효성 태상황의 눈가에 뿌듯함과 따스함이 배어 나왔다.안심이다!궁에서는 목여 태감이 매화장 방향을 향해 무릎을 꿇고 세 번 절을 올린 뒤 눈물을 흘렸다. ‘태상황 폐하, 안심하세요. 황제 폐하를 기필코 잘 모셔서 태상황 폐하를 근심시키지 않겠습니다.’밤이 되자 젊은이고 노인이고 전부가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셨다. 새로운 황제의 축하연이 드디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성루에는 횃불이 타오르고 백성들의 경축 행사도 최고조에 이르러 이리 나리와 경조부가 복지 차원으로 경성의 모든 집에 고기를 한 근씩 나눠줬다.성 밖에는 죽 배급소를 설치해, 새로운 황제와 황후의 혼례를 경축하는 의미로 앞으로 사흘간 쉬지 않고 만두와 뜨거운 죽을 나눠주었다. 처음엔 다들 황제와 황후가 벌써 혼인을 한 사이라 황후 책봉식은 그냥 의식에 불과하다고 여겼으나, 경조부와 이리 나리가 복지 혜택을 집집마다 누리게 한 결과 온 거리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비록 혼례식은 혼란스러웠으나 궁중 피로연은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연회석에 맞춰 앉아 술잔이 오가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해 연회는 한 시간동안 계속되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둘 취해갔다.무상황도 거의 취할정도로 마셔서 주디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았지만, 오늘 밤만은 그도 겁나지 않았다. 이렇게 경사스러운 날 주디가 말리면 그건 새로운 황제의 즉위를 축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무상황은 옆에 있던 소요공을 부여잡고 딸꾹질하더니 홍시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십팔매, 나이 들어도 누가 잔소리해 주는 게 좋네 좋아.”소요공이 눈에 불을 켜며 무상황을 밀치더니 쩌렁쩌렁 울리게 말했다. “과음하셨어요. 폐하는 무상황이신데 누가 폐하께 잔소리합니까?”무상황은 여성스럽게 손짓하고 배시시 웃었다. “그런게 있어,
새로운 황제가 보위에 오른 후 무상황 일행은 숙왕부로 다시 이사를 가, 그들의 불타는 노년 라이프는 계속되었다.원경릉 부모는 이곳에서 한 달여 시간동안 머물었는데, 원경릉은 그들을 데리고 많은 곳을 놀러 다니며 북당의 풍토와 사람, 북당의 수려한 풍광을 누리고 견문을 넓혀드리기 위해 애썼다. 그들은 돌아갈 때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경호가 뚫려 있어 또 만날 기약이 있으니 안심했다.원경주는 현대에서 준비해 온 카메라로 혼례 전 과정을 몰래 찍었는데, 나중에 두 사람이 보고 싶을 때마다 보기 위해서였다.우문호는 역시나 좀 바빠졌다. 역시 등극 초기라 처리할 일이 많았지만, 매일 밤에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같이했고, 솔직히 말하면 태자이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그때와 비교하면 원경릉이 우문호보다 바빠졌다. 원경릉은 할머니를 도와 의료 개혁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의료 개혁은 우문호가 보위에 오른 뒤 시행하는 주요 정책으로 의료의 중요성은 의식주에 버금가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의료 개혁에는 선결 조건이 있었다. 바로 국력이 충분히 강해야 한다는 것으로 경제도 확실히 손에 잡히는 결실을 거두도록 진행해 나갔다.그래서 우문호는 이리 나리한테 눈을 돌리게 되었다. 냉 재상 등과 상의하자 이리 나리가 호부시랑직을 맡았으면 하고 관리들이 건의했다. 호부는 국가 재정을 맡아 지금 이미 상서가 있고 두 명의 시랑이 있는데 우문호는 세분화해서 이리 나리에게 경제 활성화 부분을 담당시키려는 것인데, 까놓고 말하자면 이리 나리의 사업수완을 빌어 나라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다.하지만 이것도 여의찮은 것이 이미 이리 나리는 여러 개의 직책을 겸한 데다 조정에 도움을 주는 일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단 호부시랑직을 맡으면 막대한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기에 곤란해지고 만다. 나라의 관리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조정의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 끝에 우문호는 이리 나리를 궁으로 오라고 한 뒤 세세한 얘기를 나눴다. 바로 호부 시랑으로
이리 나리의 시종이 평범한 시종일 거로 생각한 건 아니겠지? 늑대파 정예 중에 선발한 무림의 고수로 이리 나리 시종은 출궁하자마자 말을 타고 목여 태감을 멀찍이 떨어뜨렸다. 목여 태감은 따라잡지 못할 것을 알고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방향을 바꿔 말을 달렸는데 바로 혜민서로 황후를 찾아갔다.공주가 이 북당에서 누구 말을 제일 들을까? 그야 당연히 황후이다.이리 나리의 시종이 제아무리 빨리 가서 문을 다 걸어 잠가도 황후가 가는 이상 열지 않을게 분명했다. 목여 태감은 먼저 혜민서에 도착해 원경릉에게 상황을 전해주었는데, 황후가 된 지 3개월 된 원경릉은 이전처럼 바깥을 다니는 게 익숙해서 가만있지를 못했기에 우문호와 일심동체로 나라와 관련된 일이란 소리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 내가 가서 얘기할게.”이리 나리는 현재 장사의 대부분을 사람을 시켜 살피게 해 정작 본인은 한가했는데, 꿀벌처럼 바빠야 사람들이 보기에 나라가 융성하고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할 것이므로 그가 조정 일을 하는것에 원경릉은 특히나 찬성했다. 원경릉이 바라는 의료 개혁을 이루려면 경제적 중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었다.궁에서 바둑을 두던 두 사람도 품은 마음이 각각 달랐다. 우문호는 자기가 승기를 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리 나리 입가에 담담한 미소가 숨겨져 있는 것이 그윽한 눈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문호는 이리 나리의 표정을 보고 왠지 작전에 걸려든 건 자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조건을 놓고 보면 그럴 리 없었다. 령이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고, 이리 나리는 령이가 동의하면 하겠다고 했으니 이 일은 분명 자신이 이긴 셈이었다.‘그런데 이리 나리의 저 웃음은 대체 뭐지?’한 편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한 편으로는 바둑판에서 대마를 포위해 이리 나리를 연속으로 몰아붙였다. 이리 나리를 깨끗하게 다 털어버린 줄 알았는데 역습을 당해버려 우문호는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폐하 지셨습니다!” 이리 나리가 여유만만하게 찻잔을 들고 진하
우문호가 놀라서 물었다. “진심인가?”이리 나리가 잔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우문호를 바라봤다. “제가 거둔 제자도 한 명밖에 없으니 도리로 치면 이리파든 제 장사든 결국 제자에게 물려줘야 합니다. 이 점은 폐하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지요?”우문호는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자네에게 제자가 비록 원 선생밖에 없다고 하지만, 령이가 지금 아이를 가졌고, 자네도 앞으로 친아들 딸이 생길 텐데 자네 사업이나 늑대파는 친아들 딸에게 물려 주는 맞지 않겠어?”이리 나리가 말했다. “경단이는 보기 드문 상업적 재능을 가졌기로 이미 마음을 굳혔으니, 다른 사람을 더 이상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이리 나리는 곧이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폐하께서 경단이에 동의하시지 않으면 늑대파와 장사는 제자가 이을 것입니다.”“안 된다. 원 선생은 지금 바빠 죽을 지경인데, 자네 사업을 무슨 수로 이어받겠느냐?” 우문호는 단 번에 거절했다. 전에 현대에 있을 때, 원 선생은 닥터 양여혜의 제안을 수락한 적이 있었다. 프로젝트가 정해지면 새로운 약을 개발할 거라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데 늑대파고 장사고 관여하는 건 전혀 불가능했다.“둘 중의 하나를 고르시지요,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으며 조금도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돈은 사람을 키운다. 이리 나리를 지금처럼 담담하고 유유자적한 성품으로 키워내듯 말이다. 비굴하지도, 저항하지도 않고, 구름처럼 담담하고 바람처럼 가벼웠다. 이는 우문호와 강렬한 대비를 이뤘다. 우문호라는 새로운 북당의 왕은 북당이라는 수레를 앞으로 계속 굴리기 위해 수레를 밀 사람을 끊임없이 모집하는 중이기에 당연히 급한 쪽은 우문호이다.이리 나리는 우문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것을 보고 당장이라도 웃음을 터져 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폐하, 아랫사람이 폐하를 위해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려고 할 때가 바로 아들을 파실 때입니다. 자문단의 수뇌가 간단해 보일 수 있으나 극도의 책임이 따르므로 전처럼
손님들이 하나둘씩 떠나자, 경천 황제는 서둘러 궁으로 돌아가 푸른 비단옷으로 갈아입었다.옅은 청색 옷자락에, 소매 끝에는 난초꽃이 수놓아져 있었고, 나머지 부분은 어두운 구름 문양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이 옷감은 북당에서 온 것이었다."폐하, 꼬마 은인께서 궁문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삼 태감이 와서 보고했다."좋소."그는 거울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깊은숨을 내쉬었다."택수운천으로 가겠네."택수운천은 그가 즉위한 후, 궁궐 안에 지은 새 궁전으로,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궁전 옆에는 거월통천각이 있었는데, 이는 량주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거월통천각 안에 있으면 마치 손바닥에 달을 담을 수 있을정도로 웅장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거월통천각에서 멀게는 약도성과 량주가 인접한 산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가 생각날 때면, 늘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가 풍경을 멀리 바라보곤 했다."진이야, 너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이 있느냐?"그가 준수한 옷차림으로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며 물었다. 바람이 서서히 불며 청색 옷자락이 휘날리자, 옷자락의 네 끝에 박힌 고급스러운 야명주가 그의 선명하고 잘생긴 얼굴을 비추었다.그때, 저 멀리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궁 시위를 따라, 아치과 복도를 지나 거월통천각으로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젊은 금군 통령 진이가 그의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런 적 없습니다.""사모의 마음을 품어보거라. 떨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느낌만큼 좋은 것이 없다."그는 그녀를 멍하니 보며 말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탓에 그녀의 얼굴이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13세 전까지의 그의 인생에는 나라와 백성들 뿐이었지만, 13세 이후 그의 인새은 온통 그녀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금 그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진이는 황제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다가오는 세 명을 보며
안왕은 보책을 받아 든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이상한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일이 다 이상하게 느껴졌다.보책을 펼쳐 안에 적힌 이름을 본 순간 그는 드디어 이상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었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굳어진 표정으로 경천 황제를 바라보았다.경천 황제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조사를 통해 드디어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소. 그녀의 이름은 우문택란이오. 금나라 황후의 이름은 우문택란이네. 난 반드시 그녀를 찾아낼 것이오. 만약 그녀가 황후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황후의 자리는 그녀를 위해 계속 비워둘 것이네.”위왕은 온몸에 식은땀을 흐르는 탓에 두 손을 급히 움켜잡았다. 방금 황제가 보책을 그의 손에 올리지 않아, 그가 받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다섯째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안왕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위왕에게 말했다.“방금까지도 어린 황제에게 어리석다고 했건만. 이렇게 계책에 능하고 이따위 교묘한 계책으로 우리 형제를 그와 같은 편에 서게 만들다니...!”위왕은 또 한 걸음 물러서며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방금 술을 두 잔 마셔 조금 취한 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아니, 지금 들고 있는 그건 무엇이냐?”안왕은 단단한 그의 팔을 비틀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다.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 연회는 계속되었고, 사람들의 감정은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북당 황제의 작은 공주도 우문택란이라는 말을 꺼냈다.그 말에 다들 그 당시 금나라 황제를 구한 사람이 북당의 작은 공주가 맞는지 추측하기 시작했다.정말 북당 공주가 맞는다면, 금나라 황제도 참 배짱이 큰 것이다. 사실상 북당 황실이 금나라 황제를 구했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약
경천은 위왕의 말을 듣자, 마치 마음속 큰 돌덩이가 내려간 듯 후련해 보였다. 그는 그러고는 궁인에게 술을 올리게 해 술잔을 여러 차례 돌린 후, 아래를 둘러보며 말했다.“오늘 여러분께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오늘 정혼연이 어찌 열리게 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오.”그러자 모두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말에 당황을 금치 못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정혼연이든 혼례든,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이때, 위왕이 안왕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에게 서신을 보내야겠다. 금나라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자가 황제가 아닐 수도 있다. 진국왕이 아직 살아 있고, 이 황제가 꼭두각시일지도 모른다.”“맞소. 확실히 조금 병신같아 보이네.”안왕도 동의했다.참고로 ‘병신같다’는 표현은 안왕이 조카에게서 배운 단어였다.“이 이야기는 3년 전쯤에 있었던 일이오.”이내 경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담겨져 있었다.“당시 금나라는 진국왕이 집권하고 있었는데, 그는 나를 대신해 금나라의 군주가 되려 했소. 이 사실은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것이오. 그때 난 진국왕과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소. 진국왕이 왕위를 빼앗으려 나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민다고 하기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반격에 나섰는데, 그 과정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소. 그때 나를 구해준 이가 바로 란이라는 소녀이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난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오. 그 당시 나는 란이의 정체도 몰랐고, 그저 약도성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소. 상처를 치료하며 그녀와 며칠을 함께 보냈고, 황권을 되찾으면 그녀를 부인으로 맞이하겠다고 약속했네. 하지만 그녀가 나를 구했다는 사실이 진국왕에게 알려졌고, 진국왕이 사람을 보내 그녀의 집에 불을 질렀소. 그리고 그곳에서 시신이 발견되었소.”모두가 진국왕이 불을 질렀다는 말에 멈칫했다.금나라 황제가 이렇게 비극적인 황권
한편, 안왕과 위왕은 이미 명월전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부하들과 함께 말을 타고 달려왔기에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몸 전체가 먼지투성이였다.하지만 오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바로 궁에 들어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정혼 연회가 예정보다 앞당겨 열리게 되었다고 했다.그들은 의아해하며 금나라가 막무가내라고 투덜거렸다. 처음에는 혼례라더니, 이제는 정혼식이라 하고, 심지어 약속했던 날도 지키지 않고 앞당겼으니 말이다.혼사라는 중대사가 이렇게 어린아이 장난처럼 진행될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신부가 북당 사람이니, 그들은 신부의 친정과도 마찬가지였기에 금나라의 일정을 따르며, 금나라의 계획을 지지하는 것이 맞았다. 다른 나라 사절들이 함께 있었기에, 그들은 무관의 신분으로도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친구를 사귀고 주변 무역 문제를 논의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다섯째가 특별히 당부한 적이 있었다. 그는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다른 나라의 사신을 만나면 국사를 논하지 않더라도, 상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라고 말했었다. 장사는 대화로 시작되는 일이니,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면 결국 성사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들은 비록 처음에 다섯째의 이런 태도가 약간 뻔뻔하다고 느꼈었지만, 지난 10여년간 나라 경제가 눈에 띄게 번영했다는 사실을 차마 부인할 수는 없었다.다섯째의 말처럼 경제를 앞서게 만들어 백성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한 덕분에, 돈이 끊임없이 북당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그들이 다른 나라 신하와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황제가 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안왕과 위왕은 금나라의 황제에 대해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 젊은 황제는 올해 열여덟도 되지 않는 어린 나이라 들었다. 어린 나이에 유명한 진국왕을 몰락시켰으니, 얼마나 대단한 결단력과 꾀를 가졌을까?내시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밝은 황금빛 용포를 입은 젊은 황제가 시위에게 둘러싸여 등장했다.혼례복이 아닌 용포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나 혼례를 올리는 것은 아닌 듯했다
세 사람은 화려하게 차려입었다. 그 중, 택란은 베일을 쓴 채 궁에서 준비한 마차에 올랐다.때마침 불이 하나둘씩 밝혀질 시간이라, 거리는 무척 떠들썩했다. 금나라 수도의 번화함은 약도성이 비교할 수 없는 정도였다.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통행금지가 없어, 백성들이 밤늦게까지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택란은 마차의 가림막을 살짝 들어 올려 거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거리에는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장사에 열중하는 상인들, 주루나 주막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상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이런 활기 넘치는 모습은 그녀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그러고는 순간 어린 황제를 본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3년이나 지났으니, 지금은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해졌다.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3년 사이에 자신도 많은 변화를 겪었으니 말이다. 키도 훤칠해졌고 이제 얼굴도 아이 같은 모습이 아닌 한층 성숙하고 침착해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약도성이 지난 몇 년간 겪어온 일들이 많았기에 당연히 성숙해질 수밖에 없었다.한편, 금나라 황궁에서는 이미 정혼 연회의 준비를 마쳤으나, 중요한 두 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바로 안왕과 위왕이었다.북당의 두 친왕이 도착해야만 연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한편, 경천 황제는 내내 택란을 만나고 싶어 했다.지난 3년 동안, 그는 그녀와 재회할 순간만을 간절히 기다렸다.3년간 간절히 바랐던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들떴지만, 첫 만남은 너무도 중요했다.그는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그리고 지금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그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도 정의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자신의 눈앞에 생생히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그는 사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조정을 되찾아 그녀와 혼사를 올리겠다고 다짐했던 적이 있었다.물론 지금 그녀는 아직 어리기에, 혼담을 논하기엔 이르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처럼 아쉬워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생각이 훨씬 개방적이었고,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장 큰 행복이라 여겼기에 의식 자체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그래도 아버지의 아쉬움을 덜어주기 위해 현대에서 한 번, 즉위 후에 또 한 번 의식을 치렀다.주 아가씨는 객사로 돌아오자마자, 객사 일꾼에게 소식을 물었다.그러자 일꾼은 황제가 곧 혼례를 올린다는 말을 듣고는 잠시 멈칫했다.“혼례요? 정혼 아니었습니까?”“정혼? 정혼이라니? 그럼 이미 혼사를 올릴 나이가 되었는데, 어찌 바로 혼례를 하지 않다는 것이냐?”“그건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정혼한다는 소문만 들었습니다.”“미래의 황후가 북당 사람이 맞느냐?”일꾼이 말했다.“예. 북당 출신의 아가씨라고 합니다. 게다가 황제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들었습니다.“택란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저으며 경천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가 정말 은인의 언니라는 말을 믿다니 말이다.설사 그렇다고 해도 굳이 그녀와 혼례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혼사를 어찌 장난처럼 다룰 수 있단 말인가?택란은 경천 황제에게 크게 실망했다. 그저 정치적인 판단에서만큼은 어리석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택란은 원래 이틀 정도만 량주를 둘러본 뒤 바로 궁으로 들어가 알현할 생각이었지만, 아직 혼례 날짜가 다가오지 않았으니 며칠 더 머물며 시간을 보냈다. 궁으로 들어가 정체를 드러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녀가 생명의 은인인 것을 알아차리면, 정혼식을 진행할지 말지 애매해질 것이기에, 택란은 며칠 동안 객사에 머물며 량주의 풍습과 문화를 살펴보는 한편, 참고할 만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그렇게 살펴보던 중, 주 아가씨가 정보를 알아보러 나갔다가 안왕과 위왕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칠 동안 다른 나라 사절들은 계속 장관에 묵고 있었는데, 택란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삼촌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저녁 무렵 장관으로 갔다.그런데 도착하고 나서야 그들이 이미 황
량주는 금나라의 수도가 된 이후 지난 2년간 크게 발전했다. 또한,금나라와 북당이 우호적인 교류를 시작하면서, 북당 변방 도성의 백성들도 장사를 위해 많이 찾아왔다.이전에 택란도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 위해 금나라에 왔었다. 하지만 그때의 량주는 지금처럼 북당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택란은 객사에 머문 뒤 주 아가씨와 냉명여를 데리고 거리로 나가 량주의 풍습과 문화를 살폈다.여기도 어쨌든 금나라의 수도 아닌가!진국왕은 물러나기 전까지 나라를 잘 다스렸고, 특히 발전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야망이 지나친 탓에 늘 약도성을 되찾겠다고 욕심을 부렸다.그리고 동시에 북막을 두려워하기도 했다.경천이 즉위한 후, 광산 자원 개발 외에도, 그는 농경지와 산지를 개간하려고 노력했다. 금나라의 서북부에는 농사에 적합한 땅이 있었지만, 사람이 드물었다. 그래서 그는 북당의 다른 도성을 본받아 사람들을 개간지로 보내고 그들에게 이익을 나누어주었다.나라가 상승세일 때, 그 분위기는 눈에 띄기 마련이다. 백성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숨길 수 없는 법이었다.택란은 경천이 황제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느꼈기에, 그가 이끄는 금나라는 분명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발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기에,그가 광산을 함께 개발하자는 제안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았다.택란은 이내 자신감을 얻었다. 궁에 들어가 알현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고, 량주 백성들이 북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과거, 약도성과 량주의 관계는 다소 안 좋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나라가 약도성에 사람을 침투시켜 많은 폭동을 일으켰기에, 약도성 백성들도 그들을 매우 싫어했다.그렇기에 지난 2년간의 교류를 통해, 택란은 그들의 원한이 천천히 사라지기만을 바란 것이었다.이제 북당 쪽은 문제가 없으니, 량주 백성들의 생각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에, 택란은 물건을 사면서 점포 주인과 상인들에게 북당 약도성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곤 했다.그 중, 다
원경릉은 뒤에서 계산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대화를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사식이가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서일이 비록 평범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의 마음과 눈에는 오직 사식이만 있었다.그야말로 진실한 남편이다.물건을 산 뒤, 서일은 계속 계산기를 두드리며, 여기서 쓴 금액을 북당으로 돌아가 황후에게 얼마만큼의 금으로 바꿔 드려야 할지 열심히 계산했다.계산을 마친 후, 지갑형편이 다소 여유롭다고 느껴지자, 그는 귀걸이와 금팔찌까지 더 구매했다. 이곳의 디자인은 북당보다 훨씬 아름다웠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완안경천이 혼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웃 나라 사신들도 연이어 축하해주기 위해 도착했다.택란은 냉명여와 주 아가씨를 데리고 량주로 갔는데, 그들이 량주성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가 경천 황제에게 보고했다."폐하, 초상화 속의 아가씨가 이미 도착하여 객사에 머물고 있습니다. 근처에서 감시 중이며, 가까이 다가가 방해하지는 않았습니다."경천 황제는 어서방에 앉아 이 보고를 들으며 눈매를 약간 올리고는, 온화하고 잘생긴 얼굴에 빛을 발했다. "그녀가 왔구나. 마침내 그녀가 왔다!""폐하, 바로 부를까요?""아니. 사람을 보내 그녀를 계속 감시하도록 하거라. 절대 그녀를 놓쳐서는 안 된다."경천 황제 또한 손끝이 떨릴 정도로 감격했다. 수많은 밤, 그는 초상화를 보며 멍하니 그녀가 살아있기를 바라고 또 바랬기 때문이다.그 초상화는 그가 직접 그린 것이었다. 원래 그는 서화에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가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화가의 그림이 그녀와 닮지 않아, 직접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었다.그렇게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그녀를 자신의 그림으로 완성했다.그는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사람을 보내 북당에서 한 부녀를 데려왔다. 그 중 딸이 자신이 란이의 언니라고 주장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택란과 닮은 점이 조금도 없었다. 심지어 분위기도 전혀 닮지 않았다.친자매가 어찌 조금도 비슷한 부분이 없다는
원경릉은 병실로 돌아간 뒤, 서일을 따로 불러내서 물었다.당시에는 상황이 급박했던 탓에 서일이 어떻게 그 약을 가져왔는지, 약상자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두 번째 약은 어디서 꺼낸 것이냐?"원경릉이 약상자를 열며 묻자, 서일이 약상자 두 번째 칸을 가리켰다."이쪽이였습니다. 그 당시 약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삿바늘에 뚜껑도 씌워져 있었습니다."원경릉은 약을 세 번째 칸에 넣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세 번째 칸은 자동으로 수축하는 구조여서, 사용하지 않는 약을 넣고 약상자를 닫는 순간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반면 두 번째 칸은 평소 사용하는 약으로 꽉 차 있어, 추가로 주사를 넣을 공간조차 없었다.게다가 약상자를 10년 넘게 사용해 온 그녀였기에, 약을 어디에 두는지 몸이 기억할 정도로 익숙했다. 그녀가 약을 잘못 넣었을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설령 잘못 넣었다 하더라도, 약상자는 위험성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기능이 있어, 그 약이 서일 앞에 나타날 리가 없었다.서일은 원경릉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우문호의 병세가 다시 악화한 줄로 착각하며 구석에 쪼그려 앉아 얼굴을 감싸고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참고 또 참아왔지만, 이제는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다. 그가 울기 시작하자, 원경릉이 깜짝 놀라 물었다."왜 그래? 설마 또 무슨 약이라도 먹인 것이냐?""아닙니다..."서일은 빨개진 눈에 머리도 헝클어진 채로 원경릉을 바라보며 처량하게 말했다."마마, 폐하께서 아직 낫지 않은 것입니까? 혹시 제가 폐하를 죽게 만든 것입니까?"원경릉은 웃음을 터뜨리며, 서일의 반응 속도가 정말로 느리다고 생각했다."그런 소리 하지 말거라. 그런 일 없다. 그저 사실을 알아보는 것뿐이니, 괜히 걱정하지 말거라. 다섯째도 아주 좋아졌다. 단지 조금 더 검사가 필요할 뿐이다."서일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녀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서일은 우문호에게 가서 울며 모든 것을 털어놓았을 것이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