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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5장

희상궁도 회왕부의 일을 듣고 놀랐지만, 금방 안정을 되찾은 채 원경릉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경릉은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말을 할 기운도 없어 눈을 감은 채 잠에 들었다.

손왕은 침상에 엎드린 상태로 누워있었고, 그 옆에 손왕비가 직접 그를 돌보고 있었다. 침상 옆에 앉은 손왕비는 어딘가 모르게 자세가 이상했다. 꼿꼿이 허리를 편채 목을 길게 빼고 마치 기린이 아래를 내려다보듯 손왕을 노려보았다. 그에게 눈을 떼지 않는 듯하니 관심을 갖고 보는 것 같았지만 눈빛에는 분노가 비쳤다.

그녀는 화가 나있었다.

손왕비는 손왕에 뒷통수에 대고 당신이 무술을 좀 더 열심히 배웠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그녀는 손왕에게 부지런히 무술을 연마하라고 했지만, 그는 그녀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먹고 마시기만 하며 온몸을 지방으로 가득 채웠고, 행동은 날이 갈수록 굼떠졌다.

우문호가 들어오는 것을 본 손왕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입을 열었다.

“잘 오셨습니다. 이 사람이 정신 좀 차리게 말 좀 해주세요.”

우문호는 둘째 형님이 베개에 머리를 푹 집어넣고 손왕비에게 욕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둘째 형의 몸이 회복도 안됐는데, 그런 얘기는 지금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밤 황실의 체면을 이 사람이 다 구겼습니다! 뚱뚱한 몸으로 화살을 막은 게 무슨 자랑입니까? 창피해죽겠습니다!” 손왕비는 감정이 격해져 우문호에게 쏘아붙였다.

손왕은 파묻었던 얼굴을 빼꼼 드러내더니“어쨌든 본왕이 초왕비를 구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박했다.

“무술 연마를 잘 했다면 자객한테 그렇게 당하지 않았을 거야! 초왕비가 그렇게까지 다치지 않았을 거라고!” 손왕비는 뻔뻔한 손왕의 낯짝을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어쩜 그렇게 얼굴이 두꺼운 거야? 어려서부터 병치레를 했던 여덟째를 제외하고 이렇게 많은 친왕들 중에 당신빼고 다 열심히 무술을 잘 하잖아! 심지어 몸이 안좋은 여섯째도 부황께서 손이 빠르다고 칭찬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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