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상궁도 회왕부의 일을 듣고 놀랐지만, 금방 안정을 되찾은 채 원경릉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경릉은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말을 할 기운도 없어 눈을 감은 채 잠에 들었다.손왕은 침상에 엎드린 상태로 누워있었고, 그 옆에 손왕비가 직접 그를 돌보고 있었다. 침상 옆에 앉은 손왕비는 어딘가 모르게 자세가 이상했다. 꼿꼿이 허리를 편채 목을 길게 빼고 마치 기린이 아래를 내려다보듯 손왕을 노려보았다. 그에게 눈을 떼지 않는 듯하니 관심을 갖고 보는 것 같았지만 눈빛에는 분노가 비쳤다. 그녀는 화가 나있었다.손왕비는 손왕에 뒷통수에 대고 당신이 무술을 좀 더 열심히 배웠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그녀는 손왕에게 부지런히 무술을 연마하라고 했지만, 그는 그녀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먹고 마시기만 하며 온몸을 지방으로 가득 채웠고, 행동은 날이 갈수록 굼떠졌다.우문호가 들어오는 것을 본 손왕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입을 열었다.“잘 오셨습니다. 이 사람이 정신 좀 차리게 말 좀 해주세요.”우문호는 둘째 형님이 베개에 머리를 푹 집어넣고 손왕비에게 욕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둘째 형의 몸이 회복도 안됐는데, 그런 얘기는 지금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지난밤 황실의 체면을 이 사람이 다 구겼습니다! 뚱뚱한 몸으로 화살을 막은 게 무슨 자랑입니까? 창피해죽겠습니다!” 손왕비는 감정이 격해져 우문호에게 쏘아붙였다.손왕은 파묻었던 얼굴을 빼꼼 드러내더니“어쨌든 본왕이 초왕비를 구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박했다.“무술 연마를 잘 했다면 자객한테 그렇게 당하지 않았을 거야! 초왕비가 그렇게까지 다치지 않았을 거라고!” 손왕비는 뻔뻔한 손왕의 낯짝을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그리고 어쩜 그렇게 얼굴이 두꺼운 거야? 어려서부터 병치레를 했던 여덟째를 제외하고 이렇게 많은 친왕들 중에 당신빼고 다 열심히 무술을 잘 하잖아! 심지어 몸이 안좋은 여섯째도 부황께서 손이 빠르다고 칭찬을 하
원경릉의 촉촉한 눈이 미소를 머금은 채 우문호를 보았다.“너 어렸을 때, 개한테 물렸다는 거 말이야.”이 말을 들은 우문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입에 담기 부끄러운 어린 시절 사건 하나쯤은 누구에게도 있지않은가? 우문호는 상궁을 내보내고는 원경릉에게 “빨리 자!”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또 잠이 들었다. 그녀는 오래간만에 잠을 푹 잤더니 등뼈가 뻐근했다.“나 이제 안 잘래. 이틀 내내 잤더니 나가서 좀 걷고 싶어.”원경릉은 누워서 애처로운 표정으로 말했다.“안 돼.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어딜 나가. 오늘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집에서 치료해.”원경릉은 이틀 내내 회왕부에 가서 회왕에게 주사를 놓았다. 마지막 주사를 놓는 날 그녀는 회왕부에 3일분의 약을 남겨두고 왔기에 오늘은 외출을 할 이유가 없었다. “알겠어 안 나갈 테니까. 너는 빨리 관아로 돌아가.” 원경릉은 그를 재촉했다.“내가 오늘 꼭 관아로 돌아가는 것만 아니었음 여기서 널 감시했을 텐데, 그럼 말 잘 듣고 밖에 돌아다니지 마!” 우문호는 원경릉의 목 바로 아래까지 이불을 덮어주었다. 초롱초롱한 원경릉의 두 눈을 보니 우문호는 일도 내팽개치고 하루 종일 원경릉과 함께 있고 싶었다.“알겠어, 나 아무 데도 안 갈게.” 그녀는 그를 빨리 관아로 보내기 위해 고분고분 대답했다. 우문호는 가볍게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는 그녀의 볼을 살짝 만졌다. “아니면 내가 너 잠드는 것만 보고 갈게.”우문호는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었다.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을 듣고 풉하고 웃음이 터졌다.“아 됐어! 빨리 가 언제까지 이렇게 떠들 거야, 너 여기 있으면 나도 너랑 얘기하고 싶어서 못 쉬어!“그럼 우리 얘기하자!” 우문호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원경릉은 그런 그를 떠밀며 “빨리 가. 일 빨리하고 돌아오면 되잖아?”라고 말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두 볼을 잡고 쪽하고 입을 맞추고는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좋아 나 진짜 간다? 오늘 저녁에 일찍 돌아올게. 약 잊지 말고
바보는 땅에 엎드리더니 큰 절을 하였다.“일개 초민이 왕야를 뵙습니다!”우문호는 그에게 절을 하라고 시킨 자가 포도대장임을 확신하고 포도대장을 노려보았다. 우문호와 눈이 마주친 포도대장은 고개를 숙인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우문호는 바보에게 최대한 온화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이름이 무엇이냐?”“석(石)이!” 바보는 입을 헤 벌리고 웃으며 우문호를 쳐다보았다.우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권(宗卷)을 펼치더니“우자양(牛子陽)의 집을 아느냐?” 라고 물었다.석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혀를 끌끌 찼다.“알아. 죽어 다 죽어. 많아 피가 많아.”라고 말했다.“그 날 무엇을 보았느냐?” 우문호가 되물었다.석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봤지. 아주 긴 보검(寶劍)을 가지고 들어가는 걸 봤지, 엄청 무서워! 내가 그 사람을 한 번 쓱 봤더니 그 사람도 나를 쓱 봤지.”라고 말했다.“그래서 네가 그 사람을 따라갔느냐?” 우문호가 물었다.“무서워 안 가. 왜 따라가! 그 사람 칼이 엄청 길어.” 석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얼마나 길어?”석이는 양팔을 쭉 펴더니 “이만큼!”이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칼이 일장(一丈) 정도 된다는 건데, 그만큼 긴 칼은 있을 수가 없었다.“헛소리하지 마! 세상에 그렇게 긴 칼이 어디 있어?” 포도대장은 화가 나서 말했다.“진짜!”석이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쿵쿵 치며“정말 길어! 나만 본 게 아니야 걔도 봤어.”라고 말했다.“걔? 걔가 누구냐? 그자는 어디에 있어?” 우문호의 눈이 반짝였다.“개는 이부귀(李福貴)네 집 개야.”석이가 말했다.우문호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걔가 아니라 개라고…….”“근데 그 개는 봤어! 칼이 그렇게 길었는데 개는 안 무섭나 봐! 쫓아갔어!” 석이는 개가 쫓아가는 모습을 흉내 냈다. “또 뭘 봤어? 그 사람이 나가는 모습도 봤어?” 보좌관이 석이에게 물었다.석이는 고개를 저으며 “못 봤어, 그리고 그림자만 쓱 지나갔어.”라고 말했다.보좌관은 한숨을 내쉬며 “왕야 이
사건을 통해 죽은 두 가족 모두 평범한 집안이었으며,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만약 집안에서 사람을 죽였는데 그 근처 이웃들이 비명소리 하나 듣지 못했다면, 그들이 모두 동시에 죽었거나,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해둔 뒤 살해했을 것이다.그러나 시체 부검 결과 그들은 날카로운 칼이 아닌 무딘 칼에 찔려 죽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이 칼을 맞은 후 숨이 끊어질 때까지 소리를 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마을을 살펴보니 집이 다닥다닥 붙어 이웃들이 비명소리를 못 들었을 리가 없다. 담 하나 넘으면 바로 보이는 집에서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목격자가 없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석이가 말하길 범인이 칼을 썼다고 했는데, 부검 결과 모두 칼에 맞아 죽은 것이 아니라고하니 석이의 말은 쓸모가 없었다.우문호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땅 꺼지겠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원경릉이 두 손으로 그의 미간을 쓰다듬었다.우문호는 그녀를 꽉 안으며 “아무 일도 아냐. 그냥 사건이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거짓말!” 졸린 눈을 비비며 그녀가 두 발을 들어 상처가 바닥에 닿지 않는 편안한 자세를 하고는“뭐 걱정되는 거 있지? 사건 관련된 일이야?”라고 물었다. 우문호는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그녀의 다친 다리를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렸다.“넌 어떻게 그렇게 똑똑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나를 꿰뚫어보는 것 같아.”“그러니까 나 속이려고 하지 마.”원경릉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해 봐. 혹시 알아 내가 도울 수 있을지?”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그녀의 입술을 만지며“이 두 사건 모두 단서가 남아 있지 않아. 그래서 범인이 어떤 무기를 썼는지도 모르겠어. 마치 눈에 보이는 대로 흉기를 들어 사람을 찍은 것 같아.”라고 말했다.“미친놈이 그런 건가?”원경릉이 물었다.“미친놈 같긴 한데,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어.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았고, 흉기도 목격자도 찾지 못했으니까…… 목격자
기라는 미소를 지으며 “왕야 정말 세심하십니다.”라고 말했다. ‘왕야께서 이렇게 세심한 분이셨다니,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기라는 속으로 생각했다.우문호가 이렇게 세심하게 변한 데는 원경릉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녀를 한번 잃을뻔한 이후 우문호는 다시는 그런 끔찍한 일이 생기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정에는 문무관원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명원제가 천천히 보좌에 앉자 신하들이 만세 삼창을 했다. 그는 그런 신하들을 위엄 있는 표정으로 훑어보더니 “모두 일어나서 할 말이 있으면 해보시게!”라고 말했다. 명원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수보(周首輔)가 일어나서 말했다.“폐하, 최근 경중에서 발생한 두 번의 멸문 참안(滅門慘案) 때문에 백성들이 말이 많습니다. 하루빨리 범인을 잡아 처벌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불안에 떨 것입니다.”주수보가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자 주수보의 주변에 있던 신하들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어김없이 이 사건에 대해 말이 많구나.’우문호는 주수보의 말이 신경 쓰였다. 명원제는 우문호를 보고 “사건에 진전이 있는가?”라고 물었다.사건에 진전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렇다고 하며 대답을 얼버무렸겠지만, 진전이 손톱만큼도 없었다.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현재 흉기도 증인도 단서도 하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이 말을 들은 명원제의 얼굴에는 ‘불쾌’라는 두 글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바보 같이 어쩜 그리 솔직한 것이냐……’“왕야께서 경조부에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사건을 처리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으니, 차라리 이 사건을 직접 형부(刑部)로 이관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형부에서 이 사건을 빨리 처리한다면 백성들도 안심할 것 입니다.” 주수보가 말했다. 주수보의 말대로 사건을 경조부에서 형부로 이관한다면, 그야말로 우문호가 무능하고 쓸모없다는 것을 제 손으로 증명하는 것이 된다. 그뿐 아니라 우문호를 경조부윤으로 임명한 명원제도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 명원제는 주수보의 말에 화가 났지만 최대한 덤덤한
우문호는 기왕의 얼굴에서 묘하게 기세등등한 표정을 보았다. 조회(朝會)에서 주수보가 자신을 비판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예상했기에 우문호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주수보는 국사(國事)를 매우 중시하는 사람으로서 오늘 조회에서 한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이 살인 사건은 그의 말대로 백성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그래서 주수보는 가능한 한 빨리 사건을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하지만, 지금까지 찾아낸 단서라고는 목격자라고 하기도 애매한 바보 한 명과 개 한 마리뿐인데……. 과연 이 단서들을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퇴조(退朝) 후에 우문호가 초왕부에 돌아왔다. 그는 원경릉이 회왕부에 간 것을 발견하고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이렇게 가만히 있지를 않는 것이냐.’관아로 돌아온 우문호는 신하들에게 일주일 내에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황제의 뜻을 전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관아에서는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우문호는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한숨 쉴 시간에 빨리 단서를 찾아라! 사건 현장에 가서 사람들을 탐문하고 주변을 더 샅샅이 뒤져 흉기라도 찾아오라는 말이다!”‘왕야께서 저렇게까지 화를 내시는 걸 보니 보통 일이 아닌 게 분명해.’우문호의 천둥같은 호령에 관아는 한순간에 조용해졌다.며칠 동안 우문호는 원경릉이 잠에서 깨지 않은 이른 아침에 나가서 그녀가 잠이 든 후에 돌아왔다. 원경릉은 그가 사건을 처리하는 것을 자신이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되도록 사건에 대해 말을 아끼고,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상처도 점차 회복되었다. 예전처럼 행동이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발로 땅을 딛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시간을 내서 정후부에 들르기도 했다. 그녀는 조용히 가서 노마님에게 약을 지어주고는 쥐도 새도 모르게 왕부로 돌아왔다. 회왕부도 태평했다. 노비는 회왕부를 내부를 철저하게 조사해 의심이 가는 사람들은 싹 제거했다. 이 소식을 듣고 부중(府中)에서도 한바탕
풀리지 않는 살인 사건노비는 원경릉을 보고, “만약 기왕비가 너에게 치료해달라고 부탁하면 가서 치료할 거니?”원경릉이 웃으며, “기왕비가 저한테 부탁할 리 없어요.”“그건 모를 일이야, 기왕비는 가늠할 수가 없어.” 노비가 말했다.낙평공주도 호기심을 가지고 원경릉에게, “만약 정말 부탁하면?”원경릉이 잠시 생각하더니, “마음은 하고싶지 않을 게 틀림없어요.”기왕은 전에 우문호에게 손을 썼고 그때의 자상으로 우문호는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뻔 했다.기왕비는 순수한 사람이 아니고, 심지어 기왕보다 모질고 독하다. 그렇지 않고 서야 고의로 회왕을 오인하게 만들어 치료를 포기하도록 했을 리 없다.기왕 부부가 발목을 잡지만 안았어도 원경릉의 인생이 훨씬 평탄했을 텐데.원경릉은 유시(오후5시~7시)가 끝날 즈음 초왕부로 돌아와 우문호가 돌아오길 계속 기다렸다.원경릉은 며칠 밤을 너무 피곤한 나머지 기다리다 잠이 들어버렸는데 오늘은 기필코 우문호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야 말겠다.그런데 우문호는 돌아오지 않았다.이렇게 오래 조사를 거듭했는데 여전히 아무런 진전이 없고, 범인이 도대체 몇명인지 조차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흉기에 대해서도 단서가 전혀 없다.우문호는 심지어 방을 붙여 만약 흉기와 유사한 도끼를 발견해 관아에 가져오면 은 열 냥을 상으로 걸었다.내리 이틀간 식칼은 적지 않게 들어왔지만 상처에 들어맞지 않았다. 백성들이 은 열 냥의 상금에 눈이 멀어 가짜를 진짜라고 속인 것이다.우문호는 가슴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서 초왕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초조함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폭발할 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자시(밤11시~1시)까지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녹주가 밤을 새다가 원경릉이 나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달려가, “왕비마마, 어찌 아직 안 주무십니까?”원경릉이: “왕야께서는 아직 안 오셨느냐?”녹주가: ‘방금 서일이 와서 오늘밤 왕야께서는 관아에서 묵으신다고 하셨습니다. 쇤네는 왕비마마께서 주무시는 줄 알고 들어가 고하지
경조사에 온 원경릉포졸 하나가 급히 들어와 예를 취하며: “왕야, 왕비마마께서 오셨습니다.”우문호가 고개를 들고, “왕비가?”뭐 하러 왔지? 이 밤중까지 왜 안 잤어?우문호가 나가보니 정말 녹주가 원경릉을 부축해서 들어오고 있다.원경릉은 우문호의 피곤에 절은 창백한 얼굴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오늘 공주마마께서 얘기해 주셨는데 황제폐하께서 7일의 말미를 줄 테니 사건을 해결하라고 하셨다면서요, 이렇게 큰 일이 있는데 왜 말씀을 안 하셨어요? 우문호가 부드럽게 안심시키며: “걱정하지 마요, 7일의 기한이 아직 다 되지 않았고, 7일 안에 사건을 해결할 자신이 있으니.”원경릉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만약 정말 기한 안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으면 집에도 돌아오지 못 할리 없다. 원경릉은 우문호를 잡아 끌고, “사건해결에 대하선 아는게 없지만 의술은 알아요, 시체 좀 보여주세요. 제가 뭔가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시체를 본다고? 안돼!” 우문호는 바로 반대하며, “죽은 사람이 뭐가 볼 게 있다고?”사람이 죽은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시체 안치소에 얼음을 층층이 쌓아 뒀지만, 시체가 이미 부패하기 시작했다. 냄새가 심한데 원경릉이 어찌 그 냄새를 견딜 수 있을까?“하지만 당장 경조사도 별다른 진전이 없잖아요, 맞죠? 절 속이려는 생각 마세요.” 원경릉이 말했다.“날 믿어, 잘 될 거야.” 우문호 자신조차 자기 말이 공허하게 들렸다.원경릉을 관아 뒤 후원으로 보내 나한상에서 좀 쉬게 한 뒤, 녹주를 불러 왕비가 쉬도록 잘 돌보지 못했다고 꾸지람을 했다. 우문호가 자신을 손바닥 위의 구슬처럼 다뤄주는 것에 감동했지만, 둘은 지금 이미 부부로 무슨 일이 생기면 둘이 함께 분담하는 것이 마땅하다.그래서 우문호의 이런 행동에 원경릉은 무력함을 느꼈다.하지만 억지로 할 일도 아니고 우문호는 정말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원경릉은 마치 장소를 바꿔 자려는 것처럼 왔다 갔다 하고 우문호는 여전히 사건때문에 정신이 없다.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