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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9화

기라는 미소를 지으며 “왕야 정말 세심하십니다.”라고 말했다.

‘왕야께서 이렇게 세심한 분이셨다니,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기라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문호가 이렇게 세심하게 변한 데는 원경릉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녀를 한번 잃을뻔한 이후 우문호는 다시는 그런 끔찍한 일이 생기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조정에는 문무관원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명원제가 천천히 보좌에 앉자 신하들이 만세 삼창을 했다. 그는 그런 신하들을 위엄 있는 표정으로 훑어보더니 “모두 일어나서 할 말이 있으면 해보시게!”라고 말했다.

명원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수보(周首輔)가 일어나서 말했다.

“폐하, 최근 경중에서 발생한 두 번의 멸문 참안(滅門慘案) 때문에 백성들이 말이 많습니다. 하루빨리 범인을 잡아 처벌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불안에 떨 것입니다.”주수보가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자 주수보의 주변에 있던 신하들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어김없이 이 사건에 대해 말이 많구나.’우문호는 주수보의 말이 신경 쓰였다.

명원제는 우문호를 보고 “사건에 진전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사건에 진전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렇다고 하며 대답을 얼버무렸겠지만, 진전이 손톱만큼도 없었다.

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현재 흉기도 증인도 단서도 하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명원제의 얼굴에는 ‘불쾌’라는 두 글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

‘바보 같이 어쩜 그리 솔직한 것이냐……’

“왕야께서 경조부에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사건을 처리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으니, 차라리 이 사건을 직접 형부(刑部)로 이관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형부에서 이 사건을 빨리 처리한다면 백성들도 안심할 것 입니다.” 주수보가 말했다.

주수보의 말대로 사건을 경조부에서 형부로 이관한다면, 그야말로 우문호가 무능하고 쓸모없다는 것을 제 손으로 증명하는 것이 된다. 그뿐 아니라 우문호를 경조부윤으로 임명한 명원제도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

명원제는 주수보의 말에 화가 났지만 최대한 덤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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