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이 부딪히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나면서 서강빈의 차는 이미 납작한 철 덩어리가 되었다. 이때,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서강빈에게는 무척 익숙한 소리였다. 바로 저격용 총이었다.머릿속에 번뜩 생각이 든 서강빈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빠르게 다리를 벗어나야 했다. 다리에는 숨을 곳이 전혀 없으므로 자신은 아주 쉽게 멀리 있는 저격수의 표적이 될 것이다.이때, 로드 롤러와 화물차의 기사도 동시에 총을 꺼내서는 서강빈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쏘아댔다. 하지만 서강빈의 몸이 너무 빠른 탓에 그들은 잔영만 볼 수 있을 뿐이었고 무수한 총알들이 서강빈의 볼 가까이에서 스쳐 지나갔다.서강빈은 더 머물 수가 없었는데 멀리서 붉은 빛줄기가 세 개나 그를 향해 비췄기 때문이다. 저격수가 세 명이었다. 서강빈은 두 기사를 해치울 새도 없이 전속력으로 앞을 향해 달려갔다.눈 깜짝할 새에 서강빈은 다리에서 빠져나왔지만 세 줄기의 붉은 빛은 여전히 멀리서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총소리가 여러 번 울려 퍼지고 총알 여러 개가 서강빈의 옷깃을 스치고 날아갔다. 형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에 저격수의 총알이 이토록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야간 장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서강빈을 제일 골치 아프게 하는 부분이었다. 도로의 한쪽은 깔끔한 벼랑이었고 다른 한쪽은 아찔한 절벽이었기에 숨을 곳이 전혀 없었다. 서강빈이 총알을 피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건 한 번뿐일 수 있었다. 행운의 여신이 계속 서강빈의 편을 들어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서강빈이 성제 고속도로로 도망간 것을 보고 화물차의 기사는 뛰어 내려와서 볼멘소리를 쳤다.“저 자식을 놓쳤어?”저격용 총이 세 대나 되는데 서강빈은 어떻게 도망친 거란 말인가? 이때, 서강빈은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번쩍 생각이 떠올랐다. 이상하다. 두 사람이 쫓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앞에 매복한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아주 컸고 이는 무척 위험한 함정일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서
“고작 쾌도문 사람들의 칼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서강빈은 차갑게 웃으며 곽수철의 곁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곽수철은 세상에서 제일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들은 듯 박장대소를 했다.“네가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솔직히 말해줄게. 오늘 너를 죽이려는 사람은 나뿐이 아니야. 너는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너무 많이 건드렸어.”곽수철은 말하며 몸을 비켰다. 그러자 마흔 살이 넘은 중년 남자가 곽수철의 뒤에서 천천히 걸어와 서강빈의 앞에 섰다.“저번에는 최백기를 제압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할 거야.”이 목소리를 들은 서강빈은 머릿속에서 백독문의 제자 한 명을 떠올렸다. 자세히 훑어보니 전에 그 남자랑 체형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백독문의 이천우?”서강빈의 머릿속에서는 불쑥 이 이름을 떠올렸다.“오? 나를 아네? 그래도 별수 없어. 너는 최백기 어르신의 단전을 망가뜨렸어. 우리 백독문은 무조건 복수를 해야 하거든. 오늘은 누가 온다고 해도 너는 못 벗어나!”중년 남자는 차갑게 말했다. 동시에 그의 뒤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세 개 나타났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자 기이한 향이 코끝에 풍겨오는 것을 보니 세 사람도 백독문의 제자가 확실했다.서강빈은 곽수철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문파와 엮여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오늘의 상황은 확실히 서강빈에게 아주 불리했다.이천우와 세 명의 백독문 제자는 막론하고 칼을 들고 서 있는 검은 옷의 사람들과 실력 좋은 노인만으로도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살짝 털어 소매에 은침 세 개를 감췄다.“서강빈, 지금 무릎 꿇고 나한테 열 번 절을 한 다음 잘못했다고 빌어. 그렇다면 네 주변의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을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곽수철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서강빈은 연민의 눈빛으로 곽수철을 쳐다보면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는 지금 죽음을 자초하고 있는 거야.”말을 마친 서강빈은 체내 진기의 유동으로 하여 몸을 움직였고 칼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지금 상대하고 있는 이 사람들은 자신의 전투력을 소모하게 할 도구일 뿐이었다.“서강빈, 이제 느낌이 어때?”곽수철은 서강빈의 팔에 있는 핏자국을 보고 우쭐대며 웃음을 터뜨렸다.서강빈은 그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세 자루의 칼이 또 기척 없이 그의 급소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동시에 등 뒤에서는 여러 개의 칼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서강빈은 열 개의 은침을 발사했고 두 명이 바닥에 쓰러졌다. 상대가 허점이 생긴 것을 보고 서강빈은 빠르게 몸을 움직여 등 뒤의 칼들을 피했다.하지만 이때, 어둠 속에서 시커먼 비수가 번개처럼 서강빈의 아랫배를 향해 날아왔다.비수는 서강빈의 아랫배를 가까이서 스쳐 지나갔지만, 다행히 큰일은 나지 않았다.그 틈을 타서 서강빈은 주먹을 휘둘렀고 어둠 속에 있던 킬러는 당장에 숨통이 끊어졌다.“산 채로 잡아. 내가 저 자식을 산채로 도려내 버릴 거야.”곽수철은 서강빈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다.“네!”일여덟 명이 되는 검은 옷들은 두 손에 긴 칼을 들고 다시금 서강빈을 둘러쌌다. 정면 대결을 한다면 서강빈은 1분 내로 이 사람들을 다 때려눕힐 자신이 있었는데 포위 공격을 당하고 있으니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또다시 두 번의 공격을 견뎌내니 네 명이 피바다에 쓰려졌고 서강빈의 옷도 칼자국이 여러 개 생겼다. 만약 상대가 암살에 특화된 고수가 아니라면 서강빈의 옷깃을 긋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고 서강빈의 앞에 다가오지도 못했을 것이다.“서강빈,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어. 오늘 너는 반드시 죽게 될 거야.”서강빈이 목숨을 구하기에 급급한 것을 보고 곽수철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천우도 차가운 웃음을 띠고는 단검을 꺼냈다. 서강빈은 이미 체력을 많이 소모했고 지금의 전투력으로는 절대 이천우 등 사람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최백기 어르신의 복수를 할 적절한 때였다.“다 함께 공격해서 저 자식을 죽여!”이천우는 이렇게 말하고 앞장서서 서강빈의 숨통을 끊으려고 다가갔다. 서강빈은 은침을 다섯 개 날려
곽수철의 곁에 서 있는 고수 두 명은 모두 도신회의 최상급 킬러였다. 그리고 둘 다 대종의 경지에 있었고 전설의 천인 경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서강빈에 대응하기 위해 도신회는 먼저 곽수철 일행을 찾아왔고 직접 오늘의 함정을 설계한 것이다. 서강빈은 다시 네 명의 포위 공격을 피한 후, 멀리 있는 곽수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서강빈을 공격하던 사람들은 그가 벗어나서 곽수철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긴 칼을 휘두르며 번개처럼 서강빈의 뒤에서 쫓아왔다.그중 한 사람의 칼은 서강빈의 왼쪽 다리를 겨냥했고 다른 한 사람은 서강빈의 목젖을 겨냥했다.이천우도 뛰어올라서 서강빈의 심장을 찌르려 했다.곽수철은 서강빈이 자신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에게 막혀 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서강빈, 나를 죽일 생각을 해? 정말 분수를 모르는구나.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포위당해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내가 지켜볼 거야.”말을 마친 곽수철은 고개를 뒤로 저으면서 큰 웃음을 터뜨렸다.서강빈이 지금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도신 무술회와 백도문, 그리고 쾌도문 3개 종가의 고수들이다. 서강빈이 아무리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너는 너무 섣불리 결론을 내렸어!”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한번 보고는 더 앞으로 오지 않고 물러섰다.이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서강빈은 표정이 아주 태연하였고 심지어 조금 웃음기까지 띠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이때, 멀리 산기슭에서 갑자기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날카로운 화살이 이천우의 미간을 향해 날아왔다.“큰일이다!”형체를 알아보기도 어려울 만큼 캄캄한 어둠이지만 이천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피했다.바로 그 순간, 이천우의 뒤에서는 피를 토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또 한 명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쓰러졌다.“누구야!”이천우는 고개를 들어 맞은편의 산기슭을 쳐다보았다. 여기서 그 산기슭까지 수백 미터나 되
이천우는 검은 옷을 입은 그 여자가 이들 중에서 실력이 제일 약하다고 생각했다.그 여자를 죽여버린다면 자신은 도망갈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서늘한 빛이 번쩍이며 그 여자의 아랫배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이천우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그 여자는 몸이 귀신처럼 빨랐고 전혀 믿을 수 없는 각도로 이천우의 칼을 피했다.이와 동시에 여자의 손에는 칠흑 같은 검은 긴 활이 나타났다.여자는 빈 활을 잡아당겼는데 그 활은 아주 이상한 각도로 이천우의 아랫배를 향해 날아갔다.퍽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천우의 몸은 폭탄을 맞은 듯 뒤로 물러나서 날아갔다.이천우는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바닥에는 커다란 사람 모양의 구덩이가 생겼다. 이천우는 몸을 일으키지도 못한 채 크게 피를 토해냈다.이천우가 중상을 입은 것을 보자 두 명의 도신회 고수들도 긴 칼을 꺼내 들었고 그중 한 사람은 이상한 할아버지를 향해 돌진했다.“늙은이, 저번에는 도망쳤지만, 오늘은 살 생각하지 마!”말을 하며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칼로 이상한 할아버지의 허리를 겨냥했다.“젊은이, 그 말은 너무 일러. 우리 둘 가운데서 오늘 누가 죽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거든!”이상한 할아버지는 차갑게 웃고는 이상한 모양의 칼을 꺼내서 휘두르더니 바로 상대의 목젖을 쳤다.이상한 할아버지의 칼이 더 빨라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 상대의 머리를 잘라 내버렸다. 이상한 할아버지는 그 사람의 머리에 보고 혀를 차더니 공을 차듯 차버렸다.눈 깜짝할 새에 양쪽은 5대 5의 국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서강빈 측은 빠르게 우세를 차지했다. 곁에 있는 동료들이 연이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다른 한 명의 도신회 킬러는 차가운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서강빈,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오늘의 복수는 꼭 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얘들아, 가자!”이렇게 말하고 그는 남은 두 명의 킬러를 데리고 숲으로 도망갔다. 서강빈은 그들의 뒷모습을 힐끔 보고 곽수철에게로 다가갔다.지금의 곽수철에게는 조금 전의 위엄과 허세가 전혀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