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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강빈 씨, 어르신의 얘기를 먼저 들어보시죠.”

권효정은 분위기가 어색한 것을 느끼고 얼른 분위기를 풀려고 이렇게 얘기하고는 우남기 어르신한테 찻물을 건넸다.

서강빈은 잠깐 망설이다가 조금 누그러진 표정으로 우남기에게 말했다.

“어르신, 하실 말씀이 있으면 편히 하십시오. 저는 귀담아듣겠습니다.”

서강빈이 이렇게 말하자 우남기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띠었다.

“강빈아, 사실은 말이야...”

사실 임호의 할아버지는 우남기 어르신의 오랜 전우였는데 고질병이 도진 바람에 천주의 여러 대학병원을 다 방문했지만, 여전히 호전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에야 성회의 요양원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요양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고향으로 돌아와서 삶의 마지막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임성진 어르신은 우남기 어르신한테 여러 번 얘기했었다. 자신이 만약 죽는다면 고향으로 와서 마지막을 보내겠다고 말이다.

요즘 우남기도 계속 서강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지 마음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고질병도 서강빈이 직접 치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성진은 손사래를 쳤다. 자신의 신체 상황에 대해서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외국의 전문가들도 다 찾아가 봤는데 모두 그의 병세에 대해서 전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특히 서강빈의 나이가 스물이 넘는 나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임성진은 더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우남기 어르신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강빈은 정말 너무 젊었다.

만약 3일 전에 방동진이 요양원으로 임성진의 병문안을 왔을 때 다시 서강빈의 이름을 꺼낸 일이 없었다면 임호는 절대 직접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남기 어르신의 말을 듣고 난 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르신,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르신을 봐서라도 절대 모른 체하고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임호는 반드시 예의가 바르게 부탁하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우남기 어르신은 이 말을 듣고 깊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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