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대하고 있는 이 사람들은 자신의 전투력을 소모하게 할 도구일 뿐이었다.“서강빈, 이제 느낌이 어때?”곽수철은 서강빈의 팔에 있는 핏자국을 보고 우쭐대며 웃음을 터뜨렸다.서강빈은 그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세 자루의 칼이 또 기척 없이 그의 급소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동시에 등 뒤에서는 여러 개의 칼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서강빈은 열 개의 은침을 발사했고 두 명이 바닥에 쓰러졌다. 상대가 허점이 생긴 것을 보고 서강빈은 빠르게 몸을 움직여 등 뒤의 칼들을 피했다.하지만 이때, 어둠 속에서 시커먼 비수가 번개처럼 서강빈의 아랫배를 향해 날아왔다.비수는 서강빈의 아랫배를 가까이서 스쳐 지나갔지만, 다행히 큰일은 나지 않았다.그 틈을 타서 서강빈은 주먹을 휘둘렀고 어둠 속에 있던 킬러는 당장에 숨통이 끊어졌다.“산 채로 잡아. 내가 저 자식을 산채로 도려내 버릴 거야.”곽수철은 서강빈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다.“네!”일여덟 명이 되는 검은 옷들은 두 손에 긴 칼을 들고 다시금 서강빈을 둘러쌌다. 정면 대결을 한다면 서강빈은 1분 내로 이 사람들을 다 때려눕힐 자신이 있었는데 포위 공격을 당하고 있으니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또다시 두 번의 공격을 견뎌내니 네 명이 피바다에 쓰려졌고 서강빈의 옷도 칼자국이 여러 개 생겼다. 만약 상대가 암살에 특화된 고수가 아니라면 서강빈의 옷깃을 긋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고 서강빈의 앞에 다가오지도 못했을 것이다.“서강빈,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어. 오늘 너는 반드시 죽게 될 거야.”서강빈이 목숨을 구하기에 급급한 것을 보고 곽수철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천우도 차가운 웃음을 띠고는 단검을 꺼냈다. 서강빈은 이미 체력을 많이 소모했고 지금의 전투력으로는 절대 이천우 등 사람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최백기 어르신의 복수를 할 적절한 때였다.“다 함께 공격해서 저 자식을 죽여!”이천우는 이렇게 말하고 앞장서서 서강빈의 숨통을 끊으려고 다가갔다. 서강빈은 은침을 다섯 개 날려
곽수철의 곁에 서 있는 고수 두 명은 모두 도신회의 최상급 킬러였다. 그리고 둘 다 대종의 경지에 있었고 전설의 천인 경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서강빈에 대응하기 위해 도신회는 먼저 곽수철 일행을 찾아왔고 직접 오늘의 함정을 설계한 것이다. 서강빈은 다시 네 명의 포위 공격을 피한 후, 멀리 있는 곽수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서강빈을 공격하던 사람들은 그가 벗어나서 곽수철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긴 칼을 휘두르며 번개처럼 서강빈의 뒤에서 쫓아왔다.그중 한 사람의 칼은 서강빈의 왼쪽 다리를 겨냥했고 다른 한 사람은 서강빈의 목젖을 겨냥했다.이천우도 뛰어올라서 서강빈의 심장을 찌르려 했다.곽수철은 서강빈이 자신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에게 막혀 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서강빈, 나를 죽일 생각을 해? 정말 분수를 모르는구나.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포위당해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내가 지켜볼 거야.”말을 마친 곽수철은 고개를 뒤로 저으면서 큰 웃음을 터뜨렸다.서강빈이 지금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도신 무술회와 백도문, 그리고 쾌도문 3개 종가의 고수들이다. 서강빈이 아무리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너는 너무 섣불리 결론을 내렸어!”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한번 보고는 더 앞으로 오지 않고 물러섰다.이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서강빈은 표정이 아주 태연하였고 심지어 조금 웃음기까지 띠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이때, 멀리 산기슭에서 갑자기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날카로운 화살이 이천우의 미간을 향해 날아왔다.“큰일이다!”형체를 알아보기도 어려울 만큼 캄캄한 어둠이지만 이천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피했다.바로 그 순간, 이천우의 뒤에서는 피를 토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또 한 명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쓰러졌다.“누구야!”이천우는 고개를 들어 맞은편의 산기슭을 쳐다보았다. 여기서 그 산기슭까지 수백 미터나 되
이천우는 검은 옷을 입은 그 여자가 이들 중에서 실력이 제일 약하다고 생각했다.그 여자를 죽여버린다면 자신은 도망갈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서늘한 빛이 번쩍이며 그 여자의 아랫배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이천우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그 여자는 몸이 귀신처럼 빨랐고 전혀 믿을 수 없는 각도로 이천우의 칼을 피했다.이와 동시에 여자의 손에는 칠흑 같은 검은 긴 활이 나타났다.여자는 빈 활을 잡아당겼는데 그 활은 아주 이상한 각도로 이천우의 아랫배를 향해 날아갔다.퍽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천우의 몸은 폭탄을 맞은 듯 뒤로 물러나서 날아갔다.이천우는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바닥에는 커다란 사람 모양의 구덩이가 생겼다. 이천우는 몸을 일으키지도 못한 채 크게 피를 토해냈다.이천우가 중상을 입은 것을 보자 두 명의 도신회 고수들도 긴 칼을 꺼내 들었고 그중 한 사람은 이상한 할아버지를 향해 돌진했다.“늙은이, 저번에는 도망쳤지만, 오늘은 살 생각하지 마!”말을 하며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칼로 이상한 할아버지의 허리를 겨냥했다.“젊은이, 그 말은 너무 일러. 우리 둘 가운데서 오늘 누가 죽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거든!”이상한 할아버지는 차갑게 웃고는 이상한 모양의 칼을 꺼내서 휘두르더니 바로 상대의 목젖을 쳤다.이상한 할아버지의 칼이 더 빨라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 상대의 머리를 잘라 내버렸다. 이상한 할아버지는 그 사람의 머리에 보고 혀를 차더니 공을 차듯 차버렸다.눈 깜짝할 새에 양쪽은 5대 5의 국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서강빈 측은 빠르게 우세를 차지했다. 곁에 있는 동료들이 연이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다른 한 명의 도신회 킬러는 차가운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서강빈,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오늘의 복수는 꼭 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얘들아, 가자!”이렇게 말하고 그는 남은 두 명의 킬러를 데리고 숲으로 도망갔다. 서강빈은 그들의 뒷모습을 힐끔 보고 곽수철에게로 다가갔다.지금의 곽수철에게는 조금 전의 위엄과 허세가 전혀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