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50화

작가: 서인하
서강빈은 담담하게 소리 내 웃고는 말했다.

“나한테 사인을 받으려고? 좋아, 그럼 무릎 꿇고 나한테 빌어.”

이 말을 들은 남자는 화를 내면서 합의서를 책상에 세게 내리쳤다.

“젠장, 미친놈, 너는 정말 끝을 보지 않으면 포기하지 않는 놈이네. 제대로 고문을 당해야 얌전히 말을 들을 거야?”

남자는 품에서 삼단봉을 꺼내 흔들거리면서 서늘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이 자식아, 이 몽둥이는 특수제작 된 거야. 몸에 맞으면 몹시 아픈데 흔적을 찾을 수 없단 말이지. 한번 맞아볼래?”

서강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냉랭하게 말했다.

“감히 사사로운 폭력을 행하려고? 너희들 이렇게 해도 된다고 누가 그랬어?”

“여기서는 우리가 바로 법이야! 감히 대드는 걸 보니 너는 정말 쓴 맛을 보지 않으면 뜻을 굽히지 않을 생각이구나!”

그 남자는 화를 내면서 몽둥이를 휘둘러 서강빈의 팔뚝을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서강빈은 한발 앞서 상대가 휘두르는 삼단봉을 잡았다.

“젠장, 네가 감히 이걸 잡아?”

그 남자는 크게 분노하며 발로 서강빈을 걷어차려고 했다. 서강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손가락 사이에서 은침이 발사되어 상대방의 무릎에 꽂혔다.

“악...”

상대는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잡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지금 그의 다리 전체는 무언가에 짓눌린 듯 아주 고통스러웠다.

“젠장, 너 나한테 뭘 한 거야?”

남자는 무릎을 잡고 분노하여 외쳤다. 서강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일어서서 한 걸음 한 걸음 그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이 모습을 본 남자는 크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

“너 뭐하는 거야? 앉아, 당장 앉아! 여기는 취조실이야, 네가 감히 우리 경찰을 폭행하려고?”

말이 끝나자 마자 서강빈은 남자의 뺨을 내리쳤다. 남자가 멀리 날아가는 바람에 취조실은 어질러졌고 남자는 바닥에 쓰러져 허리와 등을 움켜쥔 채 앓는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했다. 서강빈이 자신한테로 다가오는 것을 본 남자는 두려움에 떨며 힘겹게 문 앞까지 기어가서 소리쳤다.

“너 오지 마! 나는 경찰이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서강빈   제551화

    송태성은 서강빈이 태연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화를 냈다.“야 이 자식아, 너 무슨 뜻이야? 우리가 먼저 너를 배웅한다고? 헛된 생각을 하고 있어, 너는 네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다고 생각해?”“감히 여기서 경찰을 공격하다니, 너는 이제 죽었어!”으르렁거리는 송태성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의 손에서는 아직 피가 흐르고 있어 그 고통이 가슴까지 파고들었다. 다른 남자도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두 눈에 분노를 가득 담은 채 철제 의자에 앉아 있는 서강빈 노려보며 소리쳤다.“젠장! 경찰을 공격하는 건 죽을죄인 거 몰라? 너는 그냥 사인만 하고 떠나면 됐어. 근데 이제 너는 가고 싶어도 못 가!”서강빈은 태연한 얼굴로 머리를 두 손에 댄 채 웃으며 말했다.“나를 꺼내줄 사람이 올 거야.”“아직도 무게를 잡고 있어? 오늘 누가 너를 꺼내러 오는지 내가 똑똑히 볼 거야!”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송태성은 지금 당장 서강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이때, 밖에는 황규성의 차량이 도착했고 열 몇 대의 랜드로버가 줄지어 선 모습은 아주 장관이었다. 황규성은 화난 얼굴로 사람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려왔는데 이는 순식간에 모든 경찰의 경계를 불러일으켰다.“유 과장을 만나러 왔어!”황규성은 정원에 서서 낮은 음성으로 성을 냈다.“규성 어르신?”그중 한 사람이 황규성을 알아보고 다가가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저희 유 과장님께서는 지금 손님을 접대하고 계십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눈빛이 사나워진 황규성이 불만스럽게 말했다.“급해! 당장 나오라고 해!”그 사람은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제가 들어가서 얘기하겠습니다.”말을 마친 남자는 정원을 떠나 빠르게 유정명의 사무실로 갔다.“유 과장님.”남자는 문을 두드렸다. 지금 유정명은 진기준과 한창 얘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무슨 일이야?”“유 과장님, 규성 어르신께서 오셨는데 과장님한테 볼

  • 명의 서강빈   제552화

    “맞아!”황규성의 말에 바로 표정이 굳은 유정명은 망설이는 기색을 띠었다.“규성 어르신, 제가 주제넘게 여쭙겠습니다만 그 사람이 어르신과 어떤 사이입니까? 그 사람은 저희가 잡은 게 맞지만, 저희도 잡은 이유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중대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심문을 하고 있어요.”유정명의 말에 황규성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유정명을 쳐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유정명,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 서 선생은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야. 나한테 세상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 분이라고! 서 선생이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충분히 잘 알고 있어. 당신이 말하는 서 선생이 용의자로 지목되었다는 사건은 정말 허무맹랑한 일이고 누군가가 모함하고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거야! 지금 당장 사람을 풀어줘!”이 말을 들은 유정명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는 여기 경찰서의 과장인데 누구를 잡고 누구를 풀어주고 하는 일은 그가 결정할 일이었다. 황규성이 아무리 송주에서 지위가 아주 높고 거느리는 사람들이 많아 평소에 황규성을 봤을 때는 굽신거려야 한다지만 오늘 밤의 상황은 달랐다. 특산품도 받았고 진기준도 위층에 있다. 이 사람을 오늘은 절대 풀어줄 수가 없다. 하여 유정명은 웃어 보이며 말했다.“규성 어르신, 어르신의 뜻은 제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확실하게 중대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어 우리도 조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규성 어르신께서 저희한테 시간을 좀 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아무 문제가 없다면 우리도 무조건 사람을 풀어줄 겁니다.”이 말을 들은 황규성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유정명! 지금 내 앞에서 그딴 말로 시간 낭비하지 마! 서 선생이 어떻게 너희한테 잡혀 왔는지 잘 알아보고 온 거야! 한마디만 할게. 사람을 풀어줘. 그렇게 못하겠다면 결과는 너희들이 책임지는 거야.”이건 협박이다. 이 말을 들은 유정명은 기분이 상했고 불만이 가득 찼다. 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황규성을 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규성 어

  • 명의 서강빈   제553화

    권효정은 예쁜 얼굴로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유정명 유 과장님 맞죠. 서강빈 씨는 저희 권씨 가문의 귀인이에요. 지금 당장 사람을 풀어주기를 요구합니다.”표정이 일그러진 유정명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권씨 가문의 따님이 사람을 데리러 왔는데 감히 풀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기준이 바로 위에 있기에 사람을 풀어준다면 뭐라 할 말이 없다.“권효정 씨, 서강빈은 중대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습니다. 저희도 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그를 여기로 데리고 와 심문을 하는 것입니다. 서강빈이 아무 문제가 없다면 저희도 당연히 사람을 풀어주겠죠. 그러니 권효정 씨가 좀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유정명은 고민하다가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는 오늘 절대 사람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권효정은 표정이 어두워져서는 불만스럽게 말했다.“유정명 씨, 지금 제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입니까?”이 한마디 말에 유정명의 표정이 크게 변하였다. 그는 권효정이 지금 분노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저기, 권효정 씨,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들어가서 확인해보고 오겠습니다.”유정명은 웃어 보이고는 바로 뒤돌아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사무실로 향했다. 현재 진기준은 소파에 앉아 태연하게 차를 홀짝이고 있었는데 유정명이 허둥지둥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정명이 형. 왜 이렇게 당황하시는 거죠?”“진 대표님, 일이 틀어졌습니다.”다급한 유정명의 말에 진기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왜 그러는데요?”유정명은 사실대로 다 말했다.“규성 어르신이 와서 사람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우리더러 서강빈을 풀어주라고 해요.”“규성 어르신? 황규성이요?”이 말을 들은 진기준은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잠시 후 유정명에게 이렇게 말했다.“정명이 형, 황규성이 아무리 송주의 규성 어르신이라고 해도 형님은 과장이잖습니까, 설마 그를 무서워하는 거예요?”유정명이 한숨을 쉬고는 대답했다.“제가 이미 규성

  • 명의 서강빈   제554화

    “권효정 씨가 지금은 송주 땅에 있잖아요. 그럼 우리 송주의 법에 따라야 합니다.”권효정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고 점점 더 일그러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진기준이 있는 사무실을 보았는데 그림자 하나를 발견하였다.“유 과장님, 보아하니 방금 올라갔을 때 누군가가 과장님의 배짱에 바람을 불어넣었죠?”권효정이 차갑게 웃으며 말하자 유정명은 바로 대답했다.“권효정 씨,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그저 법대로 할 뿐입니다.”“그래요, 정말 어느 나라 법인지.”권효정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일이 어떻게 된 건지는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 것입니다. 내가 지금 당장 김 서장님께 연락할 수도 있는데 두렵지 않으세요?”이 말을 들은 유정명이 멈칫했다. 만약 김 서장까지 나선다면 이 일은 더 복잡해질 텐데 이렇게 된 마당에 어쩔수 없이 밀고 나가야 했다. 그 녀석이 자백 문서에 사인만 한다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므로 유정명은 강경하게 말했다.“김 서장님이 오셔도 소용없어요! 여봐라, 당장 이 사람들을 내보내! 너희들은 나를 따라오고!”말이 끝나자 순경 몇 명이 달려 나와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권효정과 황규성 일행을 내보냈고 유정명은 다급하게 취조실로 쳐들어갔다. 그는 권효정이 김 서장한테 연락하기 전에 반드시 일을 끝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취조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유정명은 안에서 풍기는 피비린내에 깜짝 놀랐다. “정명이 형!”송태성은 유정명이 직접 온 것을 보고 기쁜 마음에 달려가서 피가 흐르는 팔을 움켜잡고 서강빈을 가리키며 분노에 찬 말들을 쏟아냈다.“정명이 형! 저 자식이 감히 우리를 공격했어요. 반드시 쏴버려야 합니다.”바닥에 있던 남자도 상처투성이인 몸을 이끌고 일어나서는 우는 소리를 냈다.“과장님...”유정명은 그 모습을 보고 크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아주 건방지기 짝이 없는 놈이구나! 감히 어디서 함부로 폭력을 행사하는 거야, 죽고 싶어?”서강빈은 담담하게 소리 내 웃고는 말했다.“보아하니 당

  • 명의 서강빈   제555화

    전화를 끊은 김제혁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느 눈치가 없는 자식이 감히 권씨 가문이 소중히 대하는 사람을 함부로 잡았어!’김제혁은 신속하게 사람을 보내 알아보라고 했고 몇 분 후 소식이 흘러들어왔다.“송태성, 유정명?”김제혁은 그 이름들을 보자 표정이 아주 안 좋게 일그러졌다.“망할 놈들! 권씨 가문 따님의 심기를 건드려서 송주의 발전에 영향을 준다면 내가 직접 너희들을 죽여버릴 거야!”김제혁은 분노하여 소리치고는 신속하게 사무실을 나가 차에 올라타 현장으로 달려갔다.한편, 취조실 내에서는 유정명의 총이 서강빈의 이마를 겨누고 있었고 그는 분노하여 소리쳤다.“이 자식아, 한 번만 더 묻는다. 사인해, 안 해?”서강빈은 태연하게 유정명을 쳐다보면서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안 해.”“젠장, 죽어!”유정명은 총구로 서강빈의 이마를 밀치며 물었다.“내가 지금 당장 너를 죽일 수 있다는 게 두렵지도 않아?”서강빈은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어디 한번 총을 쏴봐!”“지금 나 협박해?”분노하는 유정명의 말과 함께 펑 하는 총소리가 들렸지만, 이는 유정명이 곁에 있는 바닥에 대고 쏜 한발이었다. 이윽고 유정명의 총구는 계속하여 서강빈을 겨누며 차갑게 말했다.“다시 한번 묻겠어. 사인해, 안 해? 안 한다면 다음 총알이 명중하는 건 네 머리가 될 거야!”“나는 똑같은 대답이야. 안 해.”서강빈은 태연하게 말했다.“하지만 당신이 총을 쏘기 전에 충고를 하나 할까 해.”“무슨 충고?”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묻는 유정명을 향해 대답했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당장 그만둬.”“젠장!”유정명이 크게 분노하며 총을 쏘려던 때, 취조실 문이 거세게 열리더니 부하 한 명이 땀범벅이 된 채로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와서 소리쳤다.“유, 유 과장님, 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이야! 지금 내가 심문하는 거 안 보여?”유정명이 성을 냈고 그 부하는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김, 김 서장님이 오셨습니다...”유정

  • 명의 서강빈   제556화

    김제혁은 흠칫 놀라 미간을 찌푸리며 유정명 일행을 보고 물었다.“솔직하게 말해. 안에 있는 사람이 때린 게 확실해?”“김 서장님, 우리가 설마 서장님을 속이겠습니까?”송태성이 다급하게 말했다.“그 자식은 망나니입니다! 저희가 절차대로 차분하게 심문하려는데 저 자식이 다짜고짜 저희를 공격하였습니다.”상처를 입은 다른 한 명의 동료가 맞장구를 쳤다. 미간을 찌푸린 권효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는 강빈 씨가 그렇게 했을 거라 믿지 않아요. 제가 직접 들어가서 물어보겠습니다.”이 모습을 본 유정명이 얼른 그녀를 말리며 말했다.“권효정 씨, 여기는 취조실입니다. 사건과 관계되는 인원들 말고 들어갈 수가 없어요. 이게 원칙입니다.”“유 과장님, 왜 그러세요? 숨기는 것이라도 있습니까?”권효정이 차가운 표정으로 하는 말에 유정명은 바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대답했다.“숨기다니요, 저는 그저 저희의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뿐입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김 서장님한테 물으세요.”권효정은 김제혁을 쳐다보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말을 덧붙였다.“하지만 권효정 씨가 들어가고 싶다면 저와 함께 들어갈 수 있습니다.”이 말이 나오자 유정명을 포함한 사람들의 표정이 바로 변했다. 차갑게 콧방귀를 뀐 권효정은 당장 문을 열고 들어갔고 유유하게 철제의자에 앉아있는 서강빈을 보았다.“강빈 씨, 괜찮아요?”걱정스럽게 묻는 권효정의 말에 서강빈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효정 씨, 여기는 왜 왔어요?”“당신이 걱정되니까 왔죠!”권효정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하자 서강빈은 웃어 보였다.“저 괜찮아요.”“이분이 바로 서강빈 씨죠. 안녕하세요, 김제혁이라고 합니다. 중앙 경찰서에 근무하고 있어요.”김제혁이 들어오면서 웃음을 띤 채 말했고 서강빈은 힐끔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제혁이 물었다.“저기, 서강빈 씨, 한가지 확인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방금 저희 두 동료를 폭행한 게 서강빈 씨가 맞으십니까?”서강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 명의 서강빈   제557화

    이 말을 들은 김제혁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손짓하며 두 순경에게 유정명을 놓으라고 했다. 이 모습을 보고 차갑게 웃던 유정명은 속박에서 벗어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 서장님, 알만한 사람끼리 왜 그러세요? 김 서장님도 고 씨 도련님을 건드리기 싫으시잖아요?”“고 씨 도련님...”김제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김 서장님, 설마 지금 부하의 잘못된 행동을 감싸려고 하는 겁니까?”이 말을 듣고 몸이 작게 떨린 김제혁은 얼른 서강빈과 권효정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서강빈 씨, 권효정 씨, 잘 모르실 테지만 고세진, 고 씨 도련님은 고씨 가문의 정용 어르신께서 제일 아끼는 손자입니다. 송주에서 정용 어르신은 몇 마디 말로 지금 제 자리를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서강빈 씨, 오늘 밤의 일은 그냥 지나가시죠?”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김제혁이 고정용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만약 내가 싫다고 하면요?”서강빈의 차가운 대답에 김제혁은 무척 난감한 표정으로 권효정을 보았고 권효정은 쌀쌀하게 말했다.“김제혁 씨, 저도 강빈 씨와 같은 생각입니다. 오늘 밤의 일은 절대 이대로 못 넘어갑니다.”이렇게 되자 김제혁은 진퇴양난의 처지가 되었다. 한편으로 그는 권효정의 말을 거역하고 싶지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씨 가문의 고 씨 도련님을 건드릴 용기가 없었다. 유정명은 소리 내어 웃으며 서강빈에게 차갑게 말했다.“야 이 자식아, 네가 고 씨 도련님의 파급력을 잘 모르는가 본데, 이 송주에서 고 씨 도련님은 말 한마디면 누구든 망하게 할 수 있어! 김 서장님은 막론하고 송주에서 제일 높은 분이라도 고 씨 도련님을 건드리고 고씨 가문을 건드린다면 바로 그 자리를 내놓아야 할 거야!”“그래? 그럼 한번 봐야겠네. 당신이 말하는 그 고 씨 도련님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지.”서강빈의 차가운 대답을 듣고 유정명은 어두운 표정으로 호통쳤다.“미친놈, 목에 칼이

  • 명의 서강빈   제558화

    김제혁의 어두운 표정에는 망설임이 더해졌다. 권효정과 서강빈은 차갑고 침착한 표정을 유지한 채 가만히 김제혁을 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 고민을 하던 김제혁은 마음을 먹고 차갑게 명령했다.“얘들아, 잡아!”이 말을 들은 유정명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비아냥거렸다.“김 서장님, 역시 현명하십니다. 서장님의 결정은 정확했습니다. 이따가 세진 도련님이 도착하시면 제가 서장님을 위해 좋은 얘기를 해줄게요.”유정명이 말을 할 때부터 이미 순경 몇 명은 서강빈을 향해 다가가 그를 제압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본 김제혁이 화를 내며 호통쳤다.“지금 뭐 하는 거야? 내 말은 저 자식을 잡으라고!”김제혁은 유정명을 가리키며 성을 냈다. 이 말을 들은 그 순경 몇 명을 포함한 유정명까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정명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 김제혁을 노려보며 소리쳤다.“김 서장님,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서장님 지금 세진 도련님과 적이 되겠다는 뜻입니까?”김제혁은 유정명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순경들을 보면서 소리쳤다.“가만히 서서 뭐해? 당장 수갑을 채워!”놀라서 어리둥절해진 두 순경은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다가가서 바닥에 쓰러진 유정명을 제압하고 수갑을 채웠다. 유정명은 발버둥을 치면서 악을 썼다.“김 서장님, 미쳤어요? 머리가 어떻게 됐습니까? 세진 도련님이 당장 도착하신다는데 이렇게 하시면 서장님이 어떻게 도련님한테 얘기하시려는 건지 제가 똑똑히 보겠습니다! 각오하세요. 세진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김 서장님께서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아직도 건방진 소리를 해대는 유정명에 화가 치밀어 오른 김제혁이 호통쳤다.“닥쳐! 너 같은 쓰레기는 내가 경찰 옷을 벗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잡아넣을 거야!”이 모습을 본 서강빈과 권효정은 살짝 의외라고 생각했다. 김제혁이 이렇게 정직하고 올곧은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었다.김제혁은 한숨을 내쉬었고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와 떨리는 몸을 애써 감추었다. 사실, 김제혁도 두려운 마음이 컸다. 하

최신 챕터

  • 명의 서강빈   제843화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 명의 서강빈   제842화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 명의 서강빈   제841화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 명의 서강빈   제840화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 명의 서강빈   제839화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8화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 명의 서강빈   제837화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 명의 서강빈   제836화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5화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