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경호원의 꾸짖음과 협박을 들으면서도 서강빈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만약 내가 내놓지 않겠다면?”“그럼 가 죽어!”그 경호원은 사납게 소리치고는 비수를 제대로 잡고 서강빈의 가슴을 향해 찔렀다. 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고 굳은 표정으로 상대의 비수가 날아오는 순간에 손을 들어 상대의 칼날을 잡았다.그리고는 상대의 놀란 시선을 받으며 서강빈은 손가락에 힘을 주어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비수를 두 동강 내버렸다.“너!”그 경호원은 매우 놀라서 마치 귀신이라도 본듯하였다, 하지만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서강빈의 손에 들려있던 칼날의 잔해는 빠르게 서강빈의 손에서 빠져나와 그 경호원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그 경호원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가슴을 움켜잡고 뒤로 고꾸라졌다. 바닥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이 광경을 본 나머지 네 명의 경호원은 모두 허리춤에서 비수를 꺼내 들고 서강빈을 향해 돌진했는데 서강빈은 역시도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분수를 모르는 것들!”펑펑펑!이윽고 서강빈이 만든 막에 가로막힌 경호원들은 거대한 힘으로 튕겨 나가서 일제히 바닥에 쓰려져서는 피를 토하며 가슴을 움켜쥐고 앓는 소리를 냈다.이를 본 연규진은 안색이 어두워져서 미간을 치켜들고 욕을 퍼부었다.“쓸모없는 것들! 이런 망할 놈들!”“도련님, 제가 상대하겠습니다.”이때, 연규진의 뒤에 있던 허리가 굽고 거친 삼베옷을 입은 노인이 나서면서 차갑게 말했다. 연규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랭하게 한마디 했다.“숨은 붙여놔. 내가 제대로 괴롭혀줄 거야!”“네.”노인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앞으로 나서서 두 손을 자연스레 드리운 채 허리를 굽히고는 혼탁하고 연륜이 느껴지는 눈으로 서강빈을 쳐다보면서 음침하게 말했다.“너도 무사고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보아낼 수 있구나. 하지만 고작 그까짓 기술과 실력으로 내 앞에서는 아직 애송이야.”“그래요? 해보면 알겠죠.”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었는데 아주 침착한 기색이었다. 노인은 사악한 표정으로 크게 소리 내 웃고는
“걱정하지 말아. 우리 도련님께서 네 목숨을 살려두라고 했어. 그렇게 빨리 죽지는 않을 거야.”말을 마친 노인의 빼빼 마른 고목 같은 매 발톱은 서강빈의 목덜미와 불과 팔뚝 절반의 거리였다. 권효정은 진작에 놀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두려움에 소리쳤다.“강빈 씨, 빨리 피해요...”하지만 서강빈은 피하기는커녕 태연하게 공격해오는 노인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매조술, 흑매문의 무술이네요.”“응? 네가 어떻게 이 기술을 아는 거야, 보아하니 네 놈은 눈치가 좀 있는 편이구나. 하지만 아쉽게도 너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규진 도련님을 건드렸어!”노인은 차갑게 웃으며 매 발톱에 힘을 실었다. 서강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매 발톱뿐인데 아무리 애를 써도 용 발톱은 되지 못하는 거잖아요!”말을 마친 서강빈은 노인의 매 발톱이 자신의 목덜미와 주먹 하나 거리가 되었을 때 허리춤에서 손을 내밀어 용 발톱으로 변신하였다. 주변에는 은은한 금빛 영기가 감싸 안아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왔고 단번에 노인의 매 발톱을 움켜잡았다.어렴풋하게 용의 소리도 들려왔다. 찰나의 순간에 노인은 몹시 놀란 표정으로 상대에게 잡힌 자신의 매 발톱을 쳐다보았다.“어떻게 이럴 수가?”노인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강빈을 바라보았다.“금용조술이다! 네가 어떻게 금용조술을 할 수가 있어? 이건 용종에서 전파하지 않은 무술인데!”노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이마에는 이미 식은땀이 맺혔다.‘이 자식은 용종의 제자인가? 거기다가 핵심인물로 되는 제자?’금용조술은 구종십팔부의 삼십육문 중에서 용종의 진종무술이므로 용종의 핵심이 되는 제자가 아니면 연마할 수가 없었다. 노인의 마음은 이미 경악으로 물들었고 서강빈은 태연하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말했다.“당신 말이 맞아요. 금용조술이 맞긴 하는데 저는 용종의 제자가 아니에요.”말을 마치고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서강빈은 노인의 발톱을 부러뜨렸다.“아악!”노인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고 뒤로 7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오늘 도대체 누가 죽게 되는지 한번 봅시다.”“건방진 녀석! 네가 정말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노철공은 화를 내며 몸의 기운이 한 번 더 거세졌다. 따라서 노철공이 발을 구르니 몸 전체가 그림자처럼 날아올랐고 순식간에 서강빈의 앞에 서게 되었다.그의 주먹은 하얀빛을 내뿜으며 힘있게 서강빈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대가 실력의 고수가 아니라면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철공의 눈에 서강빈은 그저 무술 기교가 높을 뿐이지 실력이 두터워 보이지 않았다. ‘서강빈 정도 되는 나이에 설마 대가까지 되겠어?’하여 노철공은 자신의 주먹에 대해 무척 자신이 있었고 자신의 주먹이 서강빈을 향해 가는 것을 보고도 서강빈이 아무 반응이 없자 입가에 음흉한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린놈 자식아, 깜짝 놀랐지? 당장 죽어!”호통치는 소리와 함께 노철공의 주먹은 힘을 실어 돌격해 갔지만, 노철공이 무척 놀라게 되는 장면이 발생했다. 서강빈이 담담하게 손을 들더니 무척 평온한 기세로 그의 주먹을 받아냈다.“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야?”노철공은 매우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고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대가일 뿐인데 그렇게 대단해요?”말이 끝나자 서강빈은 기운을 밖으로 뿜어내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힘이 서강빈의 몸에서 폭발해 나왔다. 그 기운은 바닥에 있는 청색 벽돌을 한층 한층 날려버렸다.노철공도 미간을 찡그리고 놀란 얼굴로 동공이 위축되어 서강빈을 쳐다보면서 말을 더듬었다.“너, 너도 대가야?”서강빈은 덤덤하게 웃고는 손바닥에 힘을 줘서 한 바퀴 돌리더니 노철공의 주먹을 감싸고 힘있게 꽉 움켜쥐었다.펑!그리고 노철공의 주먹은 아예 짓이겨졌다.“악! 내 손...”노철공은 비명을 질렀고 아직 서강빈의 반격은 끝나지 않았다. 서강빈은 빠르게 손목을 돌려 툭 하는 소리가 나면서 노철공의 팔뚝 전체가 다 부러졌다.“어린 녀석이 사람을 너무 깔보고 있네!”노철공은 화를
“악! 미친놈! 이런 망할 놈!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너 가만 안 둬! 연 씨 가문에서도 절대 너 가만 안 둘 거야!”연규진은 부러진 손목을 움켜잡고 분노하여 소리를 질렀다. 서강빈은 바닥에 누워 고통스러워하는 연규진을 차갑게 내려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규진 씨, 그저 작은 경고일 뿐이야. 만약 당신네 연 씨 가문에서 멋을 모르고 계속 나를 찾아 시비를 건다면, 미안하지만 앞으로 강성에는 연 씨 가문이 존재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서강빈이 뒤돌아 권효정을 데리고 대범하게 자리를 떴다.서강빈이 자리를 뜬 후에야 연규진은 덜덜 떨며 휴대폰을 꺼내 번호 하나에 전화를 걸고는 소리를 쳤다.“당장 사람 불러! 누가 내 손을 부러뜨렸어!”승용차 한 대가 빠르게 도착하여 연규진을 신속하게 차에 태운 뒤 자리를 떴다....한편, 서강빈과 권효정도 호텔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호텔 직원은 큰 침대방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고 권효정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어떡해요, 방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데. 저희 그냥 같이 하루 묵어요.”서강빈은 권효정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물었다.“설마 효정 씨가 일부러 그런 거예요?”“설마요.”권효정이 쑥스러워하며 대답했고 서강빈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수 없이 잠시 권효정과 같은 방을 써야 했다.하지만 서강빈은 고지식한 사람이기 때문에 방에 들어서자 바닥에 이부자리를 폈다. 권효정은 바닥에 누워있는 서강빈을 보고 눈을 깜빡이더니 매혹적인 웃음을 띠고 말했다.“제가 먼저 씻을게요.”이 말을 들은 서강빈이 멈칫했다.‘그게 무슨 뜻이지?’서강빈이 반응하기도 전에 권효정은 허리를 굽혀 훅 들어와서는 서강빈의 귓가에 대고 가녀린 숨결로 웃으며 말했다.“가만히 저를 기다리세요. 오늘 밤은 저희 둘만의 시간이에요.”말을 마친 권효정은 서강빈이 방심한 사이에 그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서강빈이 번쩍 정신을 차렸을 때는 권효정이 이미 샤워실로 들어간 뒤였다.이윽고 샤워실에서
서강빈은 멈칫하여 고양이처럼 자신의 몸에 엎드려 있는 권효정을 보면서 온몸의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이 광경은 아마도 모든 남자의 꿈일 것이다. 하지만 서강빈은 살짝 넋을 놓기만 했을 뿐 바로 정신을 차리고 권효정을 밀어내며 몸을 일으켜서는 말했다.“효정 씨, 시간이 늦었으니 일찍 쉬어요. 저는 나가서 바람을 좀 쐬다가 올게요.”말을 마친 서강빈은 베란다의 문을 열고 나가서는 앉아서 바깥의 미풍을 맞으며 몸에 있는 열기를 식혔다.권효정은 따라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침대에 앉아 서강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 깊어 권효정이 잠이 든 것 같은 때에야 서강빈은 숨을 내쉬고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하지만 밤의 공기를 느끼며 수상한 그림자들이 호텔로 들어왔다. 이들은 서강빈과 권효정이 묵고 있는 층으로 와서는 소리 없이 방문 앞에 나타났다.거의 모두가 검은색의 야행 복장 차림이었고 마스크를 쓰고 두 눈과 코만 드러냈다. 앞장선 남자가 손짓하자 등 뒤에 있던 두 부하가 천천히 허리춤에서 번쩍이는 비수를 꺼내 들었다. 이윽고 앞장선 남자는 빨대를 꺼내 문틈에 넣었는데 방안에서는 문틈으로 흰색 연기가 들어오고 있었다.바닥에 누워있던 서강빈은 이 무리가 복도에 나타났을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는 몸을 돌려 권효정의 몸을 꾹 누르고는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권효정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바로 흥분하기 시작했고 서강빈은 권효정에게 소리를 내지 말라고 손짓하고는 손을 뗐다.권효정은 홀딱 반해서 서강빈의 목을 감싸더니 입을 삐죽거리고 매혹적으로 웃으며 말했다.“왜요, 생각이 바뀌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함부로 소리 안 지를 거예요. 얼른 해요...”말을 마친 권효정은 순응하겠다는 듯한 모습으로 취했다. 만약 보통 남자들이었다면 아마도 참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녀의 이마를 아프지 않게 때리고 말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입과 코를 잘 막아요. 정신을 잃게 하는 연기가 들어오고 있어요. 누군가 온 것 같아
경호원이 화를 내자 곁에 있던 두 부하도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신속하게 서강빈한테 비수를 꽂으려고 했다. 서강빈이 차갑게 웃어 보이고 힘을 주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그 경호원의 손목이 부러졌다. 이와 동시에 그가 벌떡 일어나서 발로 걷어차자 퍽 소리가 나면서 두 사람의 가슴과 복부를 명중했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날아가 벽에 부딪혀서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그 경호원은 이 광경을 보고 자신의 부러진 손목은 신경 쓰지 않고 손을 휘둘러 흰색 연기를 내뿜으면서 도망가려고 미친 듯이 베란다를 향해 돌진했다.베란다에 있던 권효정은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온몸이 굳은 채 상대가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 사람도 베란다에 숨어있던 권효정을 발견하고는 바로 나쁜 마음을 먹고 허리춤에서 비수를 하나 더 꺼내서 권효정의 가슴을 향해 찌르려고 했다.“죽으려면 같이 죽어!”경호원이 소리쳤다. 권효정은 사납게 돌진해 오는 상대방을 보고 있었고 그 사람의 수중에 있던 비수도 자신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방 안에 있던 서강빈은 신속하게 연기를 거둬내고 나서야 이 광경을 보았고 깜짝 놀란 서강빈이 소리쳤다.“미친놈!”말을 마친 서강빈의 발밑에서 번개와도 같은 빛이 생기더니 그 자리에서 사람이 사라져서는 순식간에 권효정의 앞에 나타나 경호원을 막아섰다.이와 동시에 서강빈이 손을 들어 툭 하고 상대방이 칼을 든 손목을 부러뜨리고는 상대의 목을 잡고 그를 들어 올렸다.이 순간, 그 경호원은 이미 놀라서 넋이 나갔다. 5, 6미터는 족히 되는 거리인데 상대는 어떻게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인지?‘이게 사람이야, 귀신이야?’“너, 너 도대체 누구야?”그 경호원은 서강빈한테 목덜미를 잡혀 허공에 들려져서는 숨을 쉬기가 어려워 얼굴이 벌겋게 되었고 이빨 사이로 말 한마디를 꾸역꾸역 내뱉었다.‘이런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절대 보통 무사가 아닐 것이다! 대가인가? 눈앞에 있는 이 자식이 무도의 대가란 말인가?’“내가
강성 대학병원.연규진은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두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며 깁스를 한 자신의 팔을 보고 있었다. 의사가 얘기하길 분쇄성 골절이라고 했다. 그 말인즉 연규진은 손을 하나 잃었다는 의미였다.“젠장! 젠장!”연규진이 악을 썼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으로 선글라스를 낀 유희진이 걸어 들어와서는 도도한 자태로 연규진의 부상 상태를 내려다보더니 차갑게 물었다.“야생 산삼은요?”연규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대답했다.“못 뺏었어요. 오랫동안 나를 따르던 노철공, 대가 한 명도 그 녀석한테 죽임을 당했어요.”“대가가 죽었다고요?”유희진은 눈빛이 잠시 굳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면 그 녀석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거네요?”연규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런 것 같아요.”“그래요, 알겠어요. 앞으로의 일은 제가 처리할 겁니다. 규진 씨는 부상에 신경 쓰세요. 며칠 후에 제가 신의를 한 분 모셔서 진료해드리도록 할게요.”유희진은 말을 마치고 다시 선글라스를 낀 채 냉랭한 모습으로 병실을 나왔다. 유희진이 떠난 후, 연규진은 다시 악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억울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맞은 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노철공도 죽었다.“망할 놈! 내가 절대 너 가만 안 둘 거야!”연규진이 소리쳤다.“조사해! 당장 그 두 사람의 배경을 낱낱이 조사해!”“네.”연규진이 소리를 지르자 부하 한 명이 대답하고는 신속하게 병실을 나섰다.한참이 지나서 부하가 다급한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보고했다.“도련님, 조사했습니다. 그 여자애는 보통 사람이 아니고 천주 권씨 가문의 딸, 권효정입니다!”“뭐라고? 권씨 가문의 딸이라고?”연규진은 안색이 변하여 미간을 찌푸렸다.천주 권씨 가문은 건드리면 안 된다. 비록 연 씨 가문이 강성에서 명성이 자자하다고 해도 천주 권씨 가문을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한다. 천주에서 권씨 가문은 거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위험했다... 하마터면 큰 사고를 칠
그녀도 강성에서 서강빈과 권효정을 만날 줄 몰랐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아주 사랑이 넘쳐 보였고 한 쌍의 커플 같았다. 이는 송해인을 불쾌하게 했고 질투 나게 했다.서강빈도 자연스레 송해인을 보게 되어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자신의 팔을 잡은 권효정의 손을 내리려고 했지만, 권효정은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서강빈은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있었는데 송해인의 눈에 비친 이 광경은 아웅다웅 사랑싸움하는 것 같았다.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던 송해인이 예쁜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서강빈, 네가 어떻게 강성에 왔어? 언제 온 거야?”“놀러 왔어. 어제 오후에 도착했고.”서강빈은 태연하게 대답했고 이 말을 들은 송해인의 눈빛이 한순간에 변했다.‘어제 오후에 왔다고? 그럼 어제저녁부터 권효정과 같이 있었다는 거야? 솔로인 남녀가 무조건 한방에서 잤을 것이고!’이렇게 생각한 송해인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흥!’차갑게 콧방귀를 뀐 송해인의 낯빛이 차가워졌고 서강빈을 보는 시선에는 경멸을 띠었다.‘이제 얼마나 됐다고 권효정이랑 껌딱지 행세를 하는 거야. 이래놓고 권효정한테 아무 감정이 없다고, 완전 거짓말이잖아! 쓰레기! 사기꾼!’“두 사람은?”서강빈은 송해인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고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물었다. 송해인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기준이 송해인의 허리에 손을 둘렀는데 송해인은 살짝 거부감이 들다가도 권효정이 서강빈의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보고 잠시 생각하더니 거부하지 않고 진기준이 손을 두르게 했다. 시선은 일부러 도발하듯 서강빈을 보고 있었고 진기준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나와 해인이는 웨딩촬영을 하러 왔어. 강성의 풍경이 좋아서 웨딩촬영의 성지라고 하잖아.”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담담하게 웃으며 수긍했다.“자기야, 나 배고파요. 빨리 들어가요.”이때 권효정이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고 서강빈은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말을 마치고 그는 고개를 돌려 권효정과 식당으로 들어갔고 진기준도 송해인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