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는 문을 닫지 않았다.마치 일부러 서강빈에게 남겨준 듯했다.서강빈은 권효정의 그런 속셈을 모를 리가 없기에 무안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이튿날, 서강빈은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휴대폰을 확인하니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 누구세요?”서강빈은 전화를 받아 정중하게 물었다.“서강빈, 해인이 거기 있는 거 맞지?”전화 저편에서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무척 다급했다.“누구신지?”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렸는데 소리가 귀에 익었다.“나 도정윤이야. 해인이 지금 너한테 있냐고 묻잖아!”도정윤이 차갑게 말했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하다는 듯 대답했다.“도정윤 씨, 지금 나와 송해인의 관계를 놓고 볼 때 송해인이 나와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너랑 같이 있는 게 아니야?”도정윤이 의아하게 묻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서강빈은 안색이 변하여 미간을 찌푸리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미친 여자 아니야?”휴대폰을 놓고 서강빈은 일어나서 양치하고 세수하고는 아침 운동을 했다.그가 운동을 마쳤을 때야 권효정이 일어났다. 그녀는 펑퍼짐한 잠옷을 입고 있었고 살짝 비쳐서 검은색 속옷이 보였고 풍만한 자태도 보였다.어제저녁에는 너무 어두워서 서강빈이 눈여겨보지 못했는데 권효정의 이 몸매는 정말 대단했다.하지만 한번 눈길을 주고 나서 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자신이 할 일을 계속했다.권효정은 이 기회를 타 잔걸음으로 달려오더니 뒤에서 서강빈을 안고는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자기야, 굿모닝.”서강빈은 흠칫 놀랐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말랑한 살결의 감촉이 그의 욕구를 자극했다.이 여자가 지금 자신의 행동이 정상적인 남자한테 얼마나 큰 유혹인지 모르는 건가?“뭐 하는 거예요!”서강빈은 권효정을 밀어냈다.“메롱...”권효정은 장난스레 서강빈을 향해 혀를 둘렀고 뒤돌아 화장실로 가서 씻기 시작했다.십여 분 후, 권효정이 나왔을 때는 이미 옷을 다 갈아입었는데 영락없는 부잣집 딸, 능력 있는 여자의 모습이었다.하지만
“송해인 씨요?”황규성은 조금 의아했지만 바로 승낙했다.“알겠어요. 바로 전체 사람들을 동원해서 송해인 씨의 행방을 찾아볼게요.”“네.”서강빈은 대답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는데 안색은 어둡고 착잡해 보였다.송해인이 사라진 지 12시간이라고?다 성인인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서강빈도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바로 이때, 만물상점 문 앞에 검은색 랜드로버 한 대가 섰다.무척 패기가 넘쳤다.차 문이 열리고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내려왔다.“혹시 서강빈, 서 거장님입니까?”검은 정장의 남자는 아주 정중하게 물었다.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찡그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맞습니다. 무슨 일이시죠?”검은 정장의 남자는 살짝 허리를 숙이고 공손하게 말했다.“저희 공씨 어르신께서 점심을 함께하려고 요청하셨습니다. 서 거장님께서 시간이 되시는지요?”“공씨 어르신? 공명진 씨 말씀입니까?”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검은 정장의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서강빈은 웃으며 물었다.“왜 그러시죠? 혹시 어르신께서 또 무슨 문제에 봉착했나요?”검은 정장의 사내는 뒤통수를 만지면서 말했다.“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 같은 하인은 잘 모릅니다. 서 거장님, 저와 함께 가시죠.”“그래요. 마침 오늘 일이 없었어요.”서강빈은 승낙하고 나서 문을 닫고는 차에 올랐다.식사하는 장소는 무척 조용한 작은 마당이었다.서강빈은 검은 정장의 경호원을 따라 독립적으로 있는 룸 안으로 들어갔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강빈은 공명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공 가주님,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저한테 전화를 주시면 되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습니다.”공명진은 서강빈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일어서서 공손하게 말했다.“서 거장, 농이 지나치십니다. 음식을 대접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얼른 앉으세요.”서강빈도 내외하지 않고 덤덤하게 자리에 앉았다.이때서야 그는 룸 안에 중년 남자가 한 명 더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검은색 개량 한복을
이는 서강빈이 그에 관한 생각을 바꾸게 하였다.이 사람, 보통이 아니다. 속셈이 깊고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다.“됐어요. 성회 이 비서님이라고 하셨죠, 할 얘기 있으면 직접 하세요. 저는 좀 있다가 또 일정이 있고 바쁜 몸입니다.”서강빈이 덤덤하게 말했다.이장원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한 기색을 띠었는데 미묘한 표정을 잘 절제하는 편이었다.하지만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서강빈의 눈은 피할 수 없었다.“서강빈 씨, 원수는 푸는 게 맺기보다 쉽다고 했습니다. 저는 서강빈 씨가 성회 군사구역에 얘기를 해줘서 저희 큰 형님과 셋째 동생을 풀어주셨으면 합니다.”이장원이 입을 열었다.요 며칠 사이 그는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앞뒤로 계속 달아 다녔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을 찾고 인맥을 연락했다.하지만 그 결과는 아주 뻔했다.성회 군사구역 쪽에서는 비룡 장군이 직접 내린 명령이므로 아무도 감히 거역할 수 없다고 했다.하지만 만약 서강빈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비룡 장군이 직접 명령을 내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장원도 깜짝 놀랐었다.그는 서강빈과 같은 이런 아무 배경이 없는 작은 인물이 비룡 장군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던 게 분명했다.구체적인 원인은 알지 못하지만 지금 형님과 셋째 동생을 구하려면 서강빈의 용서를 구하는 게 필요했다.“안 풀어줄 겁니다.”서강빈은 차갑게 말했다.이장원의 낯빛이 순식간에 변했다.그는 서강빈이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하고 상의할 여지조차 없을 줄은 몰랐다.이렇게 거만하다고?성회의 비서인 자신이 직접 와서 그와 대화를 하려는데도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서강빈 씨, 일을 처리할 때 그렇게까지 단호할 필요가 없잖습니까?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우리는 친구가 될 수도 있잖아요.”이장원은 어두운 안색으로 말하면서 마음속에 있는 불만과 분노를 극도로 억제하고 있었다.서강빈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이 비서님, 당신은 그날의 상황을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늦게 갔으면 제
“뭐라고요? 납치라고요?”서강빈은 낯빛이 크게 변해서 미간을 찌푸렸고 한기가 룸 안 전체를 가득 채웠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서강빈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황규성이 다급하게 말했다.“서 선생, 구체적인 상황은 나도 아직 조사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부하에게서 소식이 왔는데 어느 도박장의 무리가 송해인 씨를 납치하였다고 해요.”“도박장이요?”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더 아리송해졌다.송해인이 언제부터 도박장의 사람들과 관련이 있게 되었는가?”“사람은 어디 있어요?”서강빈이 다급하게 묻자 황규성이 대답했다.“아직 찾고 있어요. 제가 이미 사람들을 보내서 찾으라고 했지만, 송주가 워낙 커서 지금 바로 찾는 건 무리가 있어요.”서강빈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더없이 차갑게 변하여 순식간에 분노가 치밀었다.비록 자신과 송해인은 이미 이혼한 사이지만 송해인이 납치되었는데 그녀가 위험에 처한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무슨 방법을 쓰든 간에 당장 송해인의 행방을 찾아주세요!”서강빈은 이렇게 명령했고 황규성은 다급하게 대답했다.“알겠어요, 서 선생.”전화를 끊자 공명진은 일어서서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서 거장, 무슨 일입니까?”“송해인이 납치당했어요.”서강빈이 대답했다. 그의 시선은 한없이 차가웠고 미간에는 불이 일 것 같았다.공명진은 이 말을 듣더니 안색이 변하여 당황한 어조로 물었다.“뭐라고요? 송해인 씨가 납치당했다고요? 제가 도울 게 있습니까? 저도 송주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아마 소식을 좀 알수도 있을 겁니다.”“괜찮습니다, 공 가주님. 이미 규성 어르신께 부탁했습니다.”서강빈이 대답했다.“아, 공 가주님, 가주님의 경호원한테 저를 데려다주라고 해주세요.”“좋아요. 철아, 서 거장을 모셔다드려.”공명진이 얼른 말했다.“네.”경호원이 대답했다.이윽고 서강빈은 다급하게 떠나서 송해인이 사는 작은 별장으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 얼마나 많은 신호 위반을 했는지 모른다. 운전하는 경호원은 이미 페
그의 모습을 보니 양미란을 눈치를 채고 주먹으로 송태호를 계속 때리면서 꾸짖었다.“이 모자란 자식! 네 친누나야! 당장 어디 있는지 엄마한테 말해!”“엄마!”송태호는 급하게 소리치고는 양미란의 어깨를 누르고 눈을 크게 뜨고는 차근차근 타일렀다.“내 말 좀 들어보세요.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어요. 제가 잠시 누나를 숨겨둔 것뿐이에요. 아주 안전해요, 진짜 안전해요.”“저는 그저 회사를 가지고 싶었고 단지 저를 증명하고 싶었어요. 엄마, 저 도와주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네?”“제가 회사를 손에 넣기만 한다면 반드시 비오 그룹을 이끌어서 더 큰 휘황함을 이룰 거예요. 반드시 송씨 가문을 송주에서 으뜸가는 명문가로 만들 거예요!”양미란은 송태호를 밀쳐내고 울부짖었다.“천호야, 너 미쳤어? 해인이는 네 친누나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안돼, 지금 당장 가서 할머니한테 말할 거야. 걱정하지 마. 엄마가 너도 무사하게 해줄게. 내가 할머니한테 너를 봐달라고 빌 거야.”양미란이 가려는 것을 보고 송태호는 급해져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이에 양미란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아들, 이게 뭐 하는 거야? 얼른 일어나!”양미란은 얼른 송태호를 일으키려 했지만, 송태호는 일어나지 않고 울면서 말했다.“엄마, 제발 부탁해요. 이번 한 번만 도와주세요. 아니면 저는 죽어요.”“아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엄마를 놀라게 하지 마.”양미란도 조급해져서 가슴이 철렁했다.송태호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엄마, 제가 도박 빚이 있어요. 100억, 100억이에요! 제가 회사를 손에 넣지 못해 이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저는 죽어요!”“뭐? 100억이나 도박 빚이 있다고?”양미란은 이 말에 화가 나서 하마터면 기절할뻔해서 의자에 털썩 앉아 가슴을 부여잡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엄마, 엄마... 괜찮아요?”송태호는 얼른 일어서서 양미란을 부축했다.양미란은 아직도 철이 들지 않고 속을 썩이는 송태호를 빤히 쳐다보면서 뺨을 내리치고는 욕을 퍼부었다.“
“당장 가서 찾으라고!”서강빈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세영은 깜짝 놀라 몸을 떨며 안색이 변하여 성을 냈다.“그래, 서강빈, 나한테 화를 내? 좋아, 찾아줄게. 만약 오늘 당신이 대표님의 행방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당신 가만 안 둘 거야!”이세영은 발을 구르며 화를 내고는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5분이 지나지 않아 그녀는 서강빈이 필요하다는 물건을 마련했다.황부, 주사, 그리고 20년 된 붓.“당신이 필요하다는 건 이게 다야. 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이세영은 팔짱을 끼고 차가운 얼굴로 따져 물었다.서강빈은 그 물건들을 한번 보더니 차갑게 대답했다.“먼저 나가 있어.”“뭐라고? 나 보고 나가라고? 이봐, 서강빈, 이 물건들을 내가 찾아온 거야. 근데 지금 나더러 나가 있으라고?”이세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서강빈 이 빌어먹을 자식이 도대체 뭐 하려는 거지?“송해인 찾고 싶기는 한 거야?”서강빈이 차갑게 물었다/이세영은 동공이 흔들리더니 말했다.“나는... 좋아! 나가줄게! 당신이 오늘 도대체 뭘 해내는지 똑똑히 봐야겠어!”콧방귀를 뀌고서 이세영은 뒤돌아 별장을 나갔다.넓은 거실에는 서강빈 한 사람만 남겨졌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20년 된 붓으로 신속하게 주사를 찍어서 빠르게 황부에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부문을 썼다.이윽고 서강빈은 황부를 들어서 머리카락을 몇 가닥 감싸더니 입에서는 주문을 외우면서 손을 휙 들었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황부가 불에 타기 시작했다.이것은 음양술중의 금기된 술수 중 하나인데 술수 진행자의 몸에 해를 많이 끼치게 되어 1년의 수명이 깎이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지금 보이는 것을 불이 타고 있는 것이지만 사실은 서강빈의 1년 수명이 타고 있다.하지만 서강빈은 지금 다른 것들은 생각할 겨를이 없이 송해인을 찾는 게 제일 중요했다.공기 중에는 빠르게 은은한 부적향이 퍼졌고 그 불덩이도 공중에 떠서 계속해서 몇 분 동안 연소하고 나서야 꺼졌다.불꽃이 꺼지고 나서 서강빈은 몸이 휘청이
잠시 망설이더니 진기준이 말했다.“좋아, 알겠어. 나도 사람들 데리고 가볼게.”전화를 끊고 진기준은 자신의 경호원에게 말했다.“사람들을 열몇 정도 데리고 폐차장으로 가!”“네, 진 대표님.”경호원이 대답했다....이때 송주 서구역의 폐차장.여기는 송주 시 중심과 4,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차를 타고 온다고 해도 한 시간 남짓하게 걸렸다.더구나 부근은 황량하고 덕지덕지 둘러싼 개발을 앞둔 용지들이었다. 평소에는 사람이 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이때, 폐차장 내 넓은 공장 중앙에는 송해인이 의자에 손이고 발이고 다 묶여있었다. 입에는 수건을 넣어 막고 있었기에 어눌한 소리밖에 내지 못했다.그녀의 곁에 멀지 않은 곳에는 문신이 있는 젊은 남자가 두 명 있었는데 그들은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으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형, 저 여자가 저렇게 이쁜데 우리가 그냥 지키고만 있으면 너무 아깝지 않아요?”이때, 그중 빼빼 마른 남자가 음흉하게 송해인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술을 많이 마시니 술기운이 올라와 마음속에서는 음탕한 생각이 피어나고 있었다.그들은 절세미인인 송해인을 하룻밤 동안 꼬박 지키고 있었는데 이미 더는 참지 못할 지경이었다.예전이라면 여자를 납치하기라도 하면 그들은 모두 한 번씩 그 짓을 하고 나서야 직성이 풀렸다.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그들의 우두머리가 못하게 했고 심지어 손을 대지 말라고 몇 번이고 경고했다.술을 마시고 있던 다른 남자는 송해인을 힐끗 보더니 그 역시도 아랫배에서 사악한 생각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솔직히 말해서 여자를 여러 번 납치 했었는데 이번에 납치한 여자가 제일 예뻐.”그 사람은 음란하게 웃더니 침을 꿀꺽 삼켰다.“그렇죠! 아니면 우리 먼저 할까요? 어차피 보스도 여기 없고 아무도 모르잖아요.”그 마른 남자가 계속해서 말했고 시선은 송해인을 향해 있었다.희고 긴 다리와 풍만한 가슴, 그 짓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끝내줄 것이다!“아니야, 만약 보스가 안다면 우리를 반쯤 죽일 거야.”
순간, 마른 남자의 팔은 뻣뻣해져서 공중에 그대로 멈췄다.그 남자는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고 퍽 하고 바닥에 무릎 꿇고는 데굴데굴 구르면서 소리쳤다.“누구야?”다른 남자는 벌떡 일어서더니 곁에 있던 칼을 들고는 눈을 크게 뜨고 녹슨 자국이 덕지덕지한 철문을 쳐다보았다.이때, 인영 하나가 문 앞에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온몸에서 무서운 살기를 내뿜었다.“당신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지.”서강빈은 차갑게 말하면서 몸에서는 무서운 살기가 터져 나왔다. 그 살기는 송해인도 느낄 수 있어서 몸을 떨었다.그녀는 히어로처럼 갑자기 나타난 서강빈을 놀란 얼굴로 바라보다가 눈에서는 눈물이 차올랐다.그녀는 자신을 처음 찾은 사람이 서강빈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고 수십 미터 떨어진 송해인을 보고 물었다.“괜찮은 거야?”송해인은 힘있게 고개를 저으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나 괜찮아...”한순간에 모든 설움이 터져 나왔다.“미친! 어디서 굴러온 어린 녀석이, 너 죽고 싶어?”그 남자는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지르는 자신의 동료를 보면서 손에 든 칼을 휘두르며 사납게 서강빈을 노려보았다.말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벌떡 일어서 칼을 들고는 기합을 지르며 서강빈을 향해 달려갔다.이 칼이 내리쳐지면 서강빈은 목이 잘릴 것이다.송해인은 그것을 보고 놀라서 하얗게 질린 채 소리쳤다.“서강빈, 조심해!”하지만 서강빈은 무척 침착하고 태연하게 상대방이 칼을 휘두르며 오는 것을 보더니 가볍게 손을 들어 순식간에 상대방의 손목을 제압했다.이윽고 상대방의 놀란 시선 속에서 힘을 주어 꺾었다.툭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팔이 90도로 꺾여졌고 뼈가 튀어나와 피범벅이 되어 아주 참혹했다.“악, 내 손, 내 손...”남자도 비명을 지르며 바로 바닥에 쓰러져 피가 멈추지 않는 팔을 붙잡고 데굴데굴 굴렀다.비명은 전체 폐차장에 울려 퍼졌다.서강빈은 그들을 상관한 겨를이 없이 빠르게 송해인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묶고 있던 줄을 풀어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