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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깨어나셨으면 이만 가세요.”

돌연 서현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서태훈이 눈을 뜨자 아무런 표정도 없는 경직된 아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눈빛은 낯선 이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서태훈이 입술을 떨며 말했다.

“현... 현우야...”

“가세요. 상처는 거의 회복됐어요. 이곳은 당신을 환영하지 않아요.”

서태훈은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현우야, 내가 정말...”

“듣고 싶지 않아요.”

서현우가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일 뿐이에요. 가세요. 이제 더이상 나영이가 당신의 짐이 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의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서태훈의 가슴에 박혔다. 하지만 그에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서태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희들에게 지은 죄가 많다. 이만 가마.”

서태훈은 허리를 부여잡고 힘겹게 발걸음을 뗐다. 그 순간 서태훈의 얼굴엔 고독과 비통함으로 가득했다.

서현우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지만 여전히 용서 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니 말이다.

문밖에서 홍성이 음식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서태훈을 마주친 그녀는 몸을 옆으로

기울이고는 고개를 숙이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그때 서태훈이 돌연 걸음을 멈추고 간절한 눈빛으로 홍성을 바라보았다.

“아가씨.”

홍성이 고개를 들어 서태훈을 쳐다보았다. 서태훈의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엔 간곡함이 담겨 있었다.

그 모습에 홍성은 깜짝 놀랐다.

“아... 아가씨가 우리 현우의 여자친구인가요?”

서태훈이 물었다.

홍성이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어찌 감히...”

서태훈이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말씀하세요.”

“제발... 현우를 잘 보살펴주세요... 현우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사랑도 못 받으며 자란 아이예요...”

홍성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저릿함을 느꼈다.

“부탁할게요...”

서태훈이 떠났다.

병원을 채 나서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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