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절정곡에 접어든 진아람은 홀로 걸음을 다그쳤다.곧 소예원과 홍성이 무너지던 곳에 도착했다.절정곡은 전투력이 아닌, 마음을 시험하는 곳이라 진아람은 짐작했다.실력은 소예원이 가장 강할지 몰라도, 그녀가 살아온 인생을 보면 마음은 제일 약할 것이다.홍성은 그보다 조금 나은 편이었다. 나름 서현우를 따라 남강 전장에서 수많은 생사를 넘나들었기에 강인한 심장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그로 인해 한편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거기다 소예원의 공격으로 다치면서 정신력도 흔들렸기에 홍성도 더 버티지 못했다.반면 진아람은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이곳에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들은 진아람에게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 정도였다.백전 신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진아람은 홍진길에서 겪었던 모든 경험을 기억하고 있었다.그 경험들은 진아람의 마음과 정신력을 바위처럼 갈고 닦는 최고의 숫돌이었다.서현우만이 그녀의 유일한 약점이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진아람은 자신의 길을 계속 걸었다.혼자만의 여정은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흐르고 진아람은 거의 세 시간 가까이 걸은 것 같았다.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거의 500킬로미터를 걸어온 셈이다.협곡은 결코 그렇게 길지 않았다.그래서 진아람은 절정곡이 일종의 환진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신념을 펼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그러다 얼마 후 깜짝 놀랐다.환진이라면 그녀의 백전 신념이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 절정곡은 환진처럼 보이지 않았다.“혹시 마음가짐의 영향을 받은 건가?”진아람은 속으로 짐작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지난 천 년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더니, 역시 남다르군.”진아람은 심호흡을 하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이곳은 이미 부정적인 기운이 극도로 진해지고 있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쓰러져 미쳐버렸을 테지만, 진아람은 아직까지 지나칠 수 있었다.그녀는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수천 년 동안 절정곡의 제자가 단 한 명도 여기에 올 수 없었지만, 지금은 두 사람 다 절정곡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사람들이 말하는 게 마치 비웃는 것처럼 들렸다.사실 이곳까지 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그 무서운 나쁜 감정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기도 했다.홍성조차도 이러한 전쟁터에 나가서 생사에 익숙한 장군을 막기에는 어려웠다. 더 어이없는 건 인생 경험이 딱히 많은 사람도 없었다.“보아하니 유산이 이 조각상 안에 있는 것 같아요.”우해미는 진아람을 보고서 말했다.“뭐 발견한 거라도 있어요?”“지금까지는 없었어요.”진아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우해미와 진아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무도 상대방에게 왜 여기까지 왔는지 묻지 않았다.사람마다 자신만의 비밀이 존재한다.부부간에도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 법인데, 두 사람의 관계도 가까운 편은 아니었다.그 후 두 사람은 각자 유산을 찾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조각은 매우 평범해서 계책이 없었다.“우리가 찾고자 하는 방향이 틀린 거 아니겠죠?”갑자기 우해미는 손을 들어 목을 찌르려고 장검을 든 남자 조각상을 가리켰다.진아람은 멍 때리며 자세히 보더니 그제서야 남자 조각상의 얼굴이 흐리다는 것을 발견했다.그 조각상의 뚜렷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진아람은 또 두 번 더 보더니 눈앞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점점 눈동자가 초점을 잃어가더니 멍하게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진아람 눈에는 남자 조각상 얼굴이 점점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각진 얼굴, 검처럼 짙은 눈썹, 깊은 눈, 두꺼운 입술을 오므리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봤을 때 슬퍼 보였다.그 남자는 바로 서현우였다!“어떻게 된 거지?”진아람은 중얼거리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신념이 벗겨진 것 같았다.눈앞의 모든 광경이 비뚤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나서 비현실적이었다.어둠에 잠길 때까지.진아람은 멀지 않은 곳에 우해미가 지금 그녀와 같은 상황을 처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밝은 빛이 어둠을
진아람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결국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사랑하는 남자를 죽였기 때문이다.이 순간부터 마음은 잿더미 같았고, 모든 사랑을 끊어내고 쓸쓸하게 외롭게 지내려고 했다.그 세월이 얼마나 차갑고 쓸쓸했는지 모른다.‘절정 검선은 정말 불쌍해.’그러나 다음 줄거리는 진아람의 상상을 넘어섰다.‘절정 검선'은 손에 든 장검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절정 검선에 대해 말하자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 좋아하는 바람에 버림받아서 이미 살아갈 의욕을 잃었다.그리고 맞은편에 있던 ‘서현우'가 달려들더니 검날을 움켜쥐었다.‘절정 검선’은 아무리 힘을 써도 벗어날 수 없었다.남자의 손에서는 선혈이 흐르고 있었고 칼날이 뼈에 박혔는데도 손을 놓지 않았다.“왜요?”‘절정 검선'은 칼자루를 놓더니 힘을 잃고 땅에 주저앉아서 슬프게 울었다.남자는 무덤덤하게 장검을 내려놓고 비약을 꺼내 잘게 부숴서 손에 바른 후, 붕대로 감고서는 돌아서서 가버렸다.슬피 울던‘절정 검선'은 바로 달려가더니 서현우의 한쪽 다리를 안고 울면서 애걸했다.“안 떠나면 안돼요? 제발요…… 전 당신 없으면 못 살아요…….”진아람은 아무 말없이 펑펑 울어댔다.‘절정 검선’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그 남자가 너무 견고하고 매몰차다고 느꼈다.‘늠름하고 씩씩한 자태를 뽐내는 여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남자 한 명 때문에 이렇게 기운이 빠지다니.’‘그러나 이것은 그때 절정 검선이 정말 이 남자를 애가 타도록 사랑했고,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사랑했고, 비천할 정도로 사랑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이제 그만해요! 저는 같은 말 또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대체 뭘 가지고 그 여자랑 비교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오늘 당신은 나를 죽이거나, 아니면 나를 떠나게 놔뒀으면 좋겠어요. 제가 당신한테 빚진 게 뭐가 있어요? 전 기분 좋게 헤어지고 싶은데, 여지껏 한 번도 안 만난 사이인걸로 합시다.”남자가 내뱉은 말은 무척 매몰찼다.특히 그 남자는
마음속으로는 생각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거리가 너무 멀어 절정 검선이 달려들기도 전에 상대방이 남자의 몸을 향해 공격했다.“그만해요!”‘절정 검선’이 처참하게 소리질렀다.땡!다행히 이 검은 남자의 몸을 관통하지 않았다.한 줄기 빛이 반짝이더니 이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냈다.동시에 남자의 허리에 있던 옥패가 부숴졌다.‘절정 검선’은 매우 기뻐하며 다시 속도를 내서 쫓아가서 칼로 귀신 가면을 쓴 남자를 찔렀고, 그 남자는 잠시 물러났다.“우리 함께 맞서 싸웁시다!”“좋습니다.”세 사람이 손을 잡고 드디어 귀신 가면을 쓴 남자와 맞서 싸울 수 있게 되었다.10몇 번 정도 싸우더니 귀신 가면을 쓴 남자가 갑자기 물러나기 시작했다.세 사람이 추격할 때 한 줄기 빛이 갑자기 반짝이더니 세 사람을 향해 달려 들었다.그것은 옥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화살이었고, 목표는 생김새가 희미한 여자를 쏘는 것이었다.“람아!”남자의 비명 소리만 들리더니 갑자기 절정 검선의 팔을 잡고 생김새가 희미한 여자 쪽으로 내던졌다.이때 진아람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절정 검선을 막지 못하고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몸이 그 여자 앞에 내던져졌다.동시에 화살이 절정 검선의 배를 관통해서 살을 뚫고 그녀의 뒤에서부터 날아갔다.남자가‘람’이라고 부르는 여자는 쉽게 막을 수 있었다.절정 검선은 온몸에 힘이 없어서 바닥에 누워 있었다.극심한 통증으로 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마음이 더 아프기 마련이다.“왜…….”절정 검선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되물었다.진아람은 이미 눈물을 많이 흘렀다고 생각했다.‘왜 그랬는지’ 묻고 싶어했다.이 남자는 분명히 ‘절정 검선’을 사랑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 여자가 심하게 다쳤을 때 절정 검선을 방패막이로 써먹었다.진아람은 이 남자가 정말 ‘절정 검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자신의 내린 판단이 틀린 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했다.이어서 남자가 ‘람’의 손을
마침 진아람은 절정 검선이 이 검을 찌르려는 줄 알고 있었을 때, 눈앞에 어둠으로 뒤덮였다.진아람은 어렴풋이 자신이 큰 마당에 서 있는 것을 인지했다.등잔불이 흔들리더니 희미한 빛이 퍼지고 있었다.검은색 긴 치마를 입고 검은색 머리카락을 높이 묶은 여자가 웅장한 조각상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서 진아람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여기는…….”진아람은 멍하니 있었다.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몸 앞에서 허공이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터무니없이 한 줄기 그림자가 나타났다.‘그 남자’였다!그는 더 이상 ‘서현우’의 모습으로 대하지 않고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아서 무릎을 꿇고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진아람은 손에 언제 검을 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말해보세요. 이런 남자는 제가 죽여야 하나요?”목이 약간 잠겼지만 듣기에는 거북하지 않았다.진아람은 자신을 등지고 있는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다.‘저 사람이야.’‘절정 검선이잖아.’“저는 당신을 대신해 결정할 자격이 안 돼요.” 진아람이 말했다.“당신도 여자잖아요. 내가 겪은 모든 일을 당신도 겪었잖아요. ‘그 남자’를 죽이고 싶지 않나요?” 절정 검선이 되물었다.진아람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죽이고 싶죠.”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처잠하게 떨어져 죽었다.‘나 같아도 죽이고 싶었을 거야!’“그럼 지금 무얼 기다리는 거예요? 그냥 죽입시다.”절정 검선의 영혼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넓고 적막한 큰 마당에 말할 수 없는 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마당에 공기 속에는 슬프고 분함, 증오심, 고통, 슬픔 등 부정적인 정서가 맴돌고 있었다.끊임없이 진아람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다행히 진아람은 백전 신념이 있어 이런 부정적인 정서를 모두 막아낼 수 있었고, 자신의 신경에 있어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진아람은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은 남자를 보고 너그럽게 용서해주었다.장검이 까맣게 변하더니 사람들이 기겁할 만큼 날카로워 보였다.검 끝이 직접적으로 남자의 머리 쪽을 가리키
아무 말 없이 머릿속에 있는 절경검법을 생각하며 우해미는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절정검법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우해미는 갑자기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절정검법, 난 반드시 배워야겠어!”쏴-어둠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우해미는 자신이 절정 골짜기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조각상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옆에 있던 진아람은 두 눈이 풀려져 있었고 몸 주위에 짙은 검은 안개가 맴돌고 있었다.우해미는 진아람을 본 후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고, 절정 검선 조각상을 향해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면서 소곤소곤 속삭였다.“절정 검선 스승님, 검법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안심하셔도 돼요. 왜냐하면 제가 반드시 이 검으로 천하의 배신자들을 죽여 줄게요!”우해미는 말을 하자마자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다.마침 진아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칼은 ‘그 남자’의 머리 쪽을 가리키기만 하고 찌르지 않았다.한참동안 우해미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장검을 땅에 던져 버렸다.‘꽈당’하는 소리가 났다.남자는 멍하니 진아람이 자신을 죽이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말을 건넸다.“왜 저를 죽이지 않았나요?”“죽고 싶은 거죠? 절정 검선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난 당신이 저지른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어요.”진아람이 말했다.“모든 원인은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결국 그 여자에게 책임을 떠맡겼고 그 여자의 손에 죽을 수 있으면, 이것이 바로 나에게 가장 좋은 결말이라고 할 수 있죠…….”남자가 소곤소곤 속삭였다.진아람은 입술을 다물었다.“그 람은요?”“그 여자는…….”남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죽었죠.”남자의 목소리가 잠겼다.사실 절정 검선이 대답하고 있었다!웅장한 조각상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서 앉아 있던 절정 검선이 일어섰다.몸을 돌려 진아람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 여자는 목숨을 대가로 흑명교의 교주 그리고 다른 지존경 강자 2명과 함께 죽었어요. 게다가 흑명
“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신 손에 죽어도 상관없어. 남은 영혼으로 람과 함께 달빛 사막을 처단하고 싶어. 람 혼자서는 처단할 수 없기에 람은 내가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탓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람도 네가 잘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지.”“동산 정상에서의 그 전쟁, 그 화살은 내가 일부로 사람을 시켜서 쏘게 했어. 진가부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 진가부가 나에게 그곳에서는 죽지 않을 것이며 전화위복 할 수 있을거라고 말했었어. 나중에는 흑명교를 완전히 망하게 하는 일이 핵심이 될 거야.”“…….”그 남자의 하소연에 따라 그때의 진실을 파헤쳐 보았다.그때 절정 검선이 남자를 죽인 후, 특별한 수단으로 그의 남은 영혼을 가두기 시작했다.이로 인해 남자의 남은 영혼이 달빛 사막 중심에 들어가지 않고 람과 함께 흑명교 강자의 남은 영혼을 막았다.그러나 절정 검선이 손을 써서 마음속에 있는 그 엄청난 원한을 품고, 달빛 사막 중심의 모든 것을 말살시켰다.남겨진 부정적인 정서는 달빛 사막을 불길한 곳으로 만드는 바람에 지금까지 아무도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물론 흑명교도 완전 역사가 됐다.이것이 바로 진가부가 일부러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절정 검선은 여전히 펑펑 울면서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그녀는 사실 나중에서야 남자의 속마음을 알게 되었다.이렇게 오랜 집념을 ‘이 남자’의 입에서 다시 한번 듣고 싶었던 것이었다.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과 그가 말하는 것은 절정 검선은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진아람이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막장이나 다름없네.’‘정말 사람들을 힘들게 하네.’“난 여전히 당신이 미워요. 이 이기적인 X자식! 당신은 무슨 근거로 나를 대신해서 모든 것을 결정하려는 거지?”절정 검선이 남자의 가슴을 세게 때렸다.“전 차라리 람을 대신해서 모든 것을 내준 사람이 될래요! 이렇게 몇 년 동안 쌓여 있던 고통을 어떻게 해소해 줄 건데요?”남자는 할 말을 잃었다.오랜 세월이 지난 후.몇 년 동안
“응? 이건…….”“흉수 혈맥이 섞였잖아.”“좋아, 지금 바로 이런 수련 방법이 널리 퍼질지 몰랐는데.”두 사람은 놀란 기색을 띠고 있었다.비록 실체가 남지 않았지만, 결정 검선과 남자는 어쨌든 지존경이었고, 신기한 것들을 여러 번 봐왔기 때문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선배님들, 저는 진정한 무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법을 수련할 수 없습니다.”진아람은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만약 상대방이 자신에게 공법을 준다면, 신급공법이라고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물론 영력 수련 공법은 예외다.그러나 확실한 건 절정 검선뿐만 아니라, 절정 검선이 사랑하는 이 남자는 영력 수련 공법에 능숙하지 않다.“그러고 보니 내가 자네의 실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뭔가 가지고 있는데.”절정 검선이 말했다.진아람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했다.“정말요? 선배님?”“응, 가자.”절정 검선이 손을 들어 이리저리 흔들었다.진아람은 눈앞이 어두워져 다시 눈을 감고 떴을 때도 여전히 자신이 조각상 앞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절정 검선과 남자도 눈앞에 있는데, 다만 실제 인물처럼 그다지 잘 보이지 않았다.”남자는 고개를 돌려 그 조각상을 보고서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절정 검선은 입술을 오므린 채 진아람에게 물었다.“이름이 뭐니?”“저는 진아람이에요. 맑을 아, 밝을 람.”“듣기 좋은 이름이구나…… 아람아, 네가 우리를 좀 도와서 이 조각상을 부서줘.” 절정 검선이 웃으며 말했다.“그냥 가만히 놔둡시다.”진아람이 말하기도 전에 남자는 미소를 살짝 지으며 말했다.“이 조각상도 일종의 증명이 될 수도 있잖아요.”절정 검선이 남자를 째려보았다.절정 검선의 이런 아름다운 모습은 여성스러우면서도 귀여워 보였다. 남자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척하면서 ‘허허’ 웃었다.“우리가 몇 살인지도 모르면서, 우리 앞에서 체면 깎이는 행동은 하지 마.”절정 검선은 투덜거리며 말하더니 친절한 표정을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