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원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가족을 모두 잃고 중연시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소예원은 짐승 같은 부부를 만나 수모를 당한 적이 있었다.한때는 이 망할 세상을 다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로 절망에 빠져 있었다.그런 소예원에게 한 줄기 온기를 준 건 서나영이었다.무엇보다 오재훈은 소예원에게 어른의 사랑을 느끼게 해줬다.뒤틀린 마음과, 낮은 자존감에 그녀는 비천한 목숨, 죽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진아람과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서현우를 오빠라고 부르고, 진아람을 언니라고 불렀지만, 정작 스스로는 그렇게 부를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진아람은 생사의 기로에 선 그녀를 위해 기꺼이 남아서 함께하려 했다.일종의 인정이었다.소예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저는 그럴 가치가 없어요! 저는 죽을 수 있지만 언니가 죽으면 오빠는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해요.”“언니가 죽으면 나영이도 평생을 슬퍼할 거고, 저도 마찬가지예요.”진아람은 미소를 지으며 소예원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우린 자매야.”소예원은 감동에 말을 잇지 못했다.사람들은 함께 살고, 함께 죽고, 함께 부귀영화를 나누자고 말한다.하지만 생사의 기로에서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그토록 고귀한 존재인 진아람이 지금 그러했다.소예원은 여기서 죽어도 전혀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그럼 함께 싸워요.”홍성은 핏빛 쌍검을 들고 두 사람 옆에 섰다.그리고 세 사람은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함께 싸우자!”콰르릉-땅이 흔들리고 핏빛 흉수가 달려들었다.수천 마리는 되었다!모두 4급이나 5급이었고, 6급도 몇 마리 있었다.가장 무서운 건 날아다니는 조류 흉수들도 꽤 많다는 것이었다.소예원은 홀로 도망치면 살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러면 진아람과 홍성은 분명 죽게 될 것이다.흉수들은 함께 살고 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그들은 이미 야성으로 가득 차 있었고, 사악한 기운의 침식 속에서 아는 것이라곤 살생뿐이었다
“안 돼! 이러면 안 돼!”진아람은 만문 방패가 계속 수축하자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거대한 문 세 개가 세 사람을 둘러싸며 삼각형의 방패를 형성했다.소예원은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짐승만 죽이면 되니 잠시는 위험에서 벗어났다.하지만 진아람은 기껏해야 몇 분만 더 버틸 수 있고, 만문 방패는 에너지 공급이 끊기면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홍성은 자폭을 멈췄다.만문 방패로 세 사람을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폭해도 밖에 있는 흉수를 해칠 수는 없었고, 대신 진아람과 소예원이 다칠 수 있었다.소예원은 한 손을 진아람의 등에 갖다 대며, 만문 방패가 계속 존재하도록 자신의 힘을 진아람에게로 변환시켰다.휙휙휙--수백 마리의 흉수들이 세 사람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발톱과 주먹으로 요란한 굉음을 내며 만문 방패를 함께 내리치자 진아람의 몸도 심하게 떨렸다.진아람은 씁쓸하게 말했다.“우리 여기서 죽겠네…….”홍성은 눈물을 흘렸다.“나만 나가게 해주면 두 사람은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진아람은 홍성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혼자만 살아남으려고 할 것 같아? 우리 중 한 명이라도 없어서는 안 돼!”소예원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맞아요.”만문 방패는 점점 더 심하게 떨렸다.진아람과 소예원 모두 기력이 다 떨어지기 직전이었다.6급의 사나운 유인원 세 마리가 세 사람에게 큰 압박을 가했다.그들만 없었어도 해볼 만했을 텐데.소예원은 웃으며 말했다.“여기서 죽을지는 몰랐는데……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요.”홍성은 진지하게 말했다.“다음 생에는 내가 두 사람 지켜줄게요.”진아람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잠시 후 진아람이 말했다.“자폭하자.”“당연하죠. 흉수에게 잡아먹히거나 변으로 변하거나, 좀비처럼 감염되는 건 원하지 않아요…….”세 여자는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각자 경맥을 역순환 하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순간 장엄한 압력이 느껴졌다.“초마 진법, 죽여라!”세 여인의 귓가에 얼음처럼 차
진아람은 상대방이 초대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깜짝 놀랐다.잠시 망설이던 진아람이 말했다.“저희끼리 잠깐 상의해도 될까요, 선배님?”“당연하죠. 걱정하지 마요. 당신들을 해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절정 검파는 악한 세력이 아닙니다.”“감사합니다, 선배님.”진아람은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한 뒤, 홍성과 소예원을 옆으로 데려갔다.“너희들 생각은 어때?” 소예원은 고개를 저었다.“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상대가 나쁜 마음을 품고 있지 않아도, 사람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거니까요. 성국에서는 불필요한 위험은 모두 피하면서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홍성이 말했다. “나는 성국에 대해 잘 모르니 두 사람이 결정해요.”진아람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가도 될 것 같아. 선배님은 우리를 절정 검파에 합류시키고 싶은 것 같은데, 이 기회에 정보도 알아볼 수 있고, 합류하기 싫어도 강요하지 않을 것 같아.”소예원은 입을 벙긋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종종 사람을 악의적인 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하지만 진아람에게는 나름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었다.여차하면 죽으면 그만이었다.어차피 지금 한번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절정 검파가 구하러 오지 않았다면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그럼 일단 가서 살펴보죠.”“좋아.”소예원과 홍성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진아람은 두 사람을 이끌고 다시 고소정에게 다가가서 말했다.“선배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희도 가 보고 싶어요.”고소정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좋아요, 절정 검파는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감사합니다.”진아람 일행은 고소정과 절정 검파 제자들을 따라 절정 검파에 도착했다.가는 동안 고소정은 세 사람에게 절정 검파에 대해 많은 것을 소개했다.그녀의 말에 따르면 절정 검파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왔다고 한다.
이 소식은 성국 곳곳에 퍼졌고, 딱히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었다.진아람은 일부러 알아보지 않아도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우해미와 수라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든지, 우해미와 수라가 세기를 아우르는 연인이었다든지 등등 말이다.이 때문에 서현우는 백골단을 여러 개 먹기도 했다.하지만 다행히 그는 진아람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고, 진아람도 막무가내로 질투하는 여자가 아니었기에 서현우를 믿었다.서현우에게 벌을 준 건, 단지 그녀의 애교 섞인 투정이었다.홍성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다. “수라라면 설마…….”그녀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어쨌든 더 얘기할 수 없는 주제였다.고소정은 문득 이렇게 말했다.“바로 앞이 절정 검파 거처입니다.”세 사람은 일제히 바라보았다.얇은 구름 사이로 아름다운 산봉우리가 솟아 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장검을 든 여인처럼 보였다.고소정이 말했다. “이곳은 절정의 봉우리로, 남자는 어떤 이유로도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한 번 들어가면 가차 없이 죽여야 합니다.”진아람은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였다.콰르릉-가까이 다가가자 우렁찬 폭포 소리가 들렸다.산 중턱에서 하얀 비단이 드리워진 듯, 빽빽한 물안개가 사방으로 퍼졌다.폭포 아래에는 맑고 차가운 웅덩이가 있었다.그곳에는 속옷만 입은 여성들이 목욕하며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이 아름다운 장면을 그 어떤 남자도 감상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산 정상 위로 붉은 노을이 쏟아져 내렸다.그 안에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주택 단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초목이 무성한 게 꼭 허공에 떠 있는 정원 같았다.본채는 검 모양이었고, 칼자루에는 절정 검파 네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한 획마다 검의 예리한 기운이 담겨 있어 사람의 마음을 섬뜩하게 만들었다.실력이 부족하면 오래 지켜봐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눈이 멀 테니까.고소정은 세 사람을 데리고 바닥에 착지하고, 손을 흔들며 다른 제자들을 물러가게 한 뒤, 자신은 일행을 이끌고 절정 검파를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우해미였다.검은색 긴 셔츠에 폭포수 같은 긴 생머리.별빛을 닮은 눈, 높은 코, 분홍빛 입술,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목구비에,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온 듯 서늘한 기운이 더해져 사람들을 순식간에 매료시켰다.어떤 남자가 그녀를 봐도 감히 모독할 수 없는 고귀함과 신성함을 느꼈을 것이다.정진처럼 병적으로 오만한 남자는 예외였다.홍성은 한참 동안 멍하니 우해미를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린 뒤 진아람을 바라보며 속으로 감탄했다.“이 세상에 진아람과 견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하지만 소예원은 우해미가 달라졌음을 느낀다.예전에는 따스한 온기를 품은 선녀 같은 우해미였지만, 지금은 녹지 않는 빙산처럼 차가워진 기운이 느껴졌다.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해서 매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사람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여신의 아우라를 지니게 되었다.우해미는 소예원을 힐끗 쳐다보면서 그 목소리가 익숙하다고 느꼈지만, 일순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리고 변신 후 현재 소예원의 외모는 매우 평범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신경 쓰이는 건 오히려 진아람이었다.우해미는 다시 한번 눈여겨봤다.진아람의 변장 후 외모와 몸매 역시 평범했다.하지만 별처럼 반짝이는 두 눈은 숨길 수 없었다.“장로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고소정이 서둘러 인사를 했다.소예원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장로님?”혹시 우해미가 절정 검파에 들어온 것일까?그럴 리가 없다.우해미는 청우전의 초대 전수였고, 한때 청우전을 물려받을 가장 유력한 후계자였다.게다가 우씨 가문의 미래를 책임질 외동딸이었다.그런 신분에 절정 검파는 애초에 어울리지 않았다.“장로님, 오랜만입니다. 종주님을 뵈러 왔습니다.” 우해미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녀에게는 가까이할 수 없는 차가움이 있었다.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하지만 고소정은 그런 그녀의 말투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돌파했어요?”우해미는 살짝 고개를 끄
“화내지 마세요, 선배님. 제가 잘못했어요.”서현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선배님,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선배님이 가르쳐 주신 이 모든 공법을 완전히 익히고 싶어요.”“흠!”서현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저에게는 주재경에 달하는 아주 무서운 적이 있는데, 제가 이곳에 오게 된 것도 적에게 쫓긴 것입니다.”반이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깟 주재경, 네가 만약 피의 강에서 살생법을 익히면 비슷해. 거기에 내가 가르쳐준 기술까지 더하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야! 나가면 내가 또 다른 비경을 짚어줄게. 거기엔 온갖 규칙의 힘이 있어서, 들어가면 진정으로 주재경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그때면 압도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야.”“선배님 말씀이 맞아요.”서현우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니 지금 선배님께서 가르쳐준 공법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선배님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서요.”그러면서 서현우는 진지한 표정을 보였다.“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선배님의 위대한 이름을 온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무수한 세월 떨어져 있어도 선배님은 여전히 천하를 호령하는 무적의 강자이며, 어리석은 무자도 신의 경지에 오르게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습니다!”이 말을 들은 반이산은 한결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네 생각이 그렇다면 이 노인이 평생 배운 모든 것을 너에게 가르친 것이 헛되지 않았구나. 그러면 조금만 더 기다릴 테니 수련에 매진하거라.”“선배님, 감사합니다! 제가 꼭 목표를 이루어 선배님을 구해 드리고, 화려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그래.”반이산은 짧게 대꾸한 후 더 말이 없었다.양쪽 모두 마음속으로는 서로가 약아빠진 여우라고 욕하고 있었다.그러나 두 사람 모두 암묵적으로 배신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반이산은 마음속으로 서현우가 어떤 방법으로 시간을 끌더라도, 이곳에서 빠져나가기만 하면 그를 끝장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상대방에게 정말 영혼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면, 가장 막아야 할 것은 상대방의 탈사다.”서현우는 생각에 잠긴 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나의 의식에 살의가 가득 차 있는 지금, 상대방이 탈사를 하게 되면 이 살의는 방해가 아닌 조력자가 될 것이다.”“신념이 진무법의 힘을 모아 가장 중요한 중심을 단단히 지키면, 상대의 탈사 성공률이 많이 줄어든다.”“하지만 그래도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서현우의 얼굴에 기쁜 기색은 사라지고 다시 굳어진 표정으로 돌아왔다.“아직 부족해, 부족하다고! 온령주를 제련해서 그 힘을 신념으로 다듬어보는 건?”서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실현 가능성을 신중하게 고민했다.절대적인 확신은 없었지만 서현우는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시도해 봐야 했다.그는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미간 한가운데 가만히 있던 온령주가 떨렸다.서현우가 손을 뻗어 눈썹 중앙을 누르자 균열이 생겼다.갈라진 틈으로 피가 흘러나왔다.그의 피로 얼룩진 온령주가 서현우의 손바닥에 잡혔다.이윽고 그는 세게 눌렀다.달칵-미세한 소리와 함께 온령주가 깨졌다.만약 다른 무자가 서현우의 행동을 봤다면, 흐르는 피를 안타까워하며 망할 자식이라고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온령주 같은 진귀한 보물은 누구든 손에 넣으면 무척 조심스레 다루는데, 서현우는 그것을 파괴하고 있었다.서현우는 다시 힘을 주었다.온령주가 달칵 소리를 내면서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부서진 온령주에서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한 줄기 기류가 솟아오르더니 서서히 사라졌다.서현우는 즉시 신념을 발동해 이 보이지 않는 기류를 감싸서 이마에 난 균열 쪽으로 옮겼다.무형의 기류가 머릿속으로 들어가기 전, 서현우는 대지를 뒤흔드는 천둥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온몸이 심하게 떨리고 각 기관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극심한 고통에 서현우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그는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 신념을 발동시켰다.사람의 형태로 변한 신념은 핏빛 바다를 휩쓸고
무자의 수련에는 세월이 존재하지 않았다.서현우 같은 진아경 무자는 보통 사람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8백 년의 수명을 지녔다.백, 2백 년도 상관없는데 몇 개월 정도는 더 아무것도 아니었다.서현우가 봉신 혈굴에 들어온 지도 1년 3개월이 지났다.그는 천천히 눈을 뜨고 숨을 내쉬었다.정신에 전에 없던 장엄한 기운이 감돌았다.진아람이 스스로 창조한 환월과 신안, 두 가지 영력 수련 공법을 서현우는 두 달 반 만에 지진 단계에 도달했다.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서현우 본인이 강한 정신력을 지닌 데다, 진무법과 규칙 원천의 힘까지 더해진 덕분이었다.다른 무자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아무리 영력에 특화되고, 타고난 재능이 있는 무자라 해도 두 달 반 만에 신안의 지층 공법을 대성까지 수련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지진은 그렇게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렇다면 반이산이 탈사할 가능성은 최대 40%를 넘지 않을 거야.”서현우는 속으로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반이산은 그가 지금까지 수련하면서 만났던 그 어떤 상대보다도 무서운 존재였다.그에게서 무사히 빠져나오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도움이 되기를 바라야지.”서현우는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의 눈이 총기로 번뜩였다.벌써 1년이 넘었다.그는 더 이상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반이산을 풀어주는 것은 곧 자신을 풀어주는 것이기도 했다.상대를 풀어준 후 죽느냐, 사느냐는 자신이 준비한 것이 쓸모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그가 정말 강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땐 서현우도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서현우는 걸음을 옮겨 홀로 돌아왔다.그는 덤덤하게 제단으로 시선을 돌렸다.“얘야, 준비됐니?”반이산의 목소리가 조금은 갈라져 있었다.서현우는 감출 수 없는 그의 설렘을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오랜 세월 봉인되어 있다가 드디어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면 그 누구라도 이럴 것이다.“준비됐습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