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씨 집안의 일로 서현우와 진아람의 일정은 6일이나 지체되었다.그래도 서현우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남은 사람은 400명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중에는 수십 개의 입도경, 여러 개의 생사경, 하나의 진아경, 그리고 능력이 뛰어난 허나운까지, 상당히 거대한 세력이었다.그리고 이들 중에는 적지 않은 전술 마스터와 각인자, 주조사 등이 있어 허씨 집안에서 세심한 훈련을 받은 정예 멤버로서 중연시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다만 서현우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그들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터였다.“좀비 같은 흉수는 연구할 가치가 없어.”성국으로 가는 길, 진아람은 서현우에게 말했다.“내가 그 흉수 사체를 왕 박사님께 맡겼더니 박사님은 별로 주목할 만한 점이 없다고 하시더라고. 흉수의 유전자 자체에 있는 활성의 힘조차 없다고 하셨어. 마치 죽은 것처럼.”“무엇이 흉수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거야?”서현우가 물었다.진아람은 고개를 저었다.“됐어, 이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자. 우리는 앞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거야. 하지만 우리 자체가 강하다면 모든 걸 헤쳐 나갈 수 있어.”서현우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진아람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가장 존경하는 서현우의 모습은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었다.이런 투혼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으로 간주하곤 했다.그리고 그는 여전히 서두르지 않았다.서현우와 진아람은 거의 한 달 반이 걸려서야 성국의 중심부에 도착했다.보름 동안 서현우와 진아람은 고요하고 잔잔한 파도를 타는 것 같았다.도중에 어떤 위험과도 마주치지 않았고, 온몸이 피투성이에 살기를 지닌 흉수들을 만나지도 않았다.완전히 사라진 것 같았다.하지만 그때, 서현우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다.흉수의 왕인 천시호랑이는 사악한 기운에 사로잡혀, 그 기운이 터지는 순간 온 세상을 휩쓸 것 같았다.그렇다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도 성국이었다.서현우는 연심부가 더 강해져 어떤
하늘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서현우가 쫓기는 것을 본 진아람은 심장이 조여들었고, 청풍조의 방향을 틀어 서현우를 돕도록 했다.그러던 그때, 서현우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아람아, 청풍조를 보내지 마, 난 괜찮아. 그저 약점을 보이면서 그 사람을 유인해 내 친구의 행방을 물어보고 싶을 뿐이야.”진아람이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니 옥구슬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현우, 내 목소리 들려?”진아람은 일어서 대화를 시도했다.“응.”서현우가 대답했다.그제야 진아람은 안심할 수 있었다.“걱정하지 마,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게.”“우리 아내, 착하네.”진아람은 저도 모르게 두 뺨이 붉어졌다.“그런 말 하지 마.”서현우는 달리는 와중에 미소를 지었다.진아람과 서현우는 오랜 시간 함께했지만, 여전히 서현우의 달콤한 말 한마디에 진아람은 얼굴을 붉혔다.그리고 그녀의 수줍음은 서현우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진아람은 그저 뒤에서 입도경 무자들이 쫓기고 있는 서현우가 빠르지 않은 속도로 달리는 모습을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주시하기만 했다.능무성 외곽 수십 리 밖에는 광활하고 높은 산과 숲이 있었다.그녀는 서현우를 잃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같은 시각, 능무성에 검은빛이 빠르게 날아왔다.바로 사경 무사였다.서현우는 사경 무사가 능무성으로 나아올 때 이미 감지했지만 개의치 않고 속도를 높여 산림 속으로 도망갔다.청풍조는 구름 위에서 그를 따라갔다.사경 무사는 곧 입도경 무자의 뒤를 쫓았다.“각하.”입도경 무자는 곧바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넌 돌아가서 능무성을 지키고 있어라. 내가 쫓아가리다.”사경 무사는 반백의 노인으로, 담담히 말하고는 빠르게 입도경 무자를 지나쳐 갔다.이때 서현우는 이미 산림 속으로 사라진 후였다.그러나 사경 무사는 서현우와 10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고, 영적인 기운이 서현우를 가두고 있었다.그는 비웃음을 지었다.“너는 날 벗어날 수 없어.”서현우는 마치 머리 없는 파리처럼 숲속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후에도 서현우는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군…….”구일중은 황급히 대답했다.“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서현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멀리 나가진 않을게, 멸화종이라는 이름부터 마음에 안들었어. 구일중은 또 뭐야, 재수 옴 붙었다 생각해.”“너…….”푸슉-비현실적인 큰 손이 구일중의 몸을 산산조각 냈다.장엄한 죽음의 기운과 희미한 피의 살기가 뒤섞여 서현우의 몸에 녹아들었다.그에게 이런 건 식은 죽 먹기였다.진아경의 수라는 주제경에 들어가기 전에 수많은 생명체를 죽여야 했다.만약 살생으로 진급이 가능했다면 서현우는 성국의 절반을 몰살시켰을 것이다.하지만 그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었고, 서현우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구일중이 죽은 후, 서현우는 하늘로 날아올라 진아람에게 도착했다.진아람은 입을 질끈 깨물고 있었고, 푸른 눈은 혼란스러운 듯 떨리고 있었다.“내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는가?”서현우가 물었다.진아람은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다 고개를 저었다.“약육강식의 세상은 항상 잔인했지, 모든 사람을 다 죽여도 당신만 살아있다면 그걸로 됐어.”이 말에 서현우는 잠시 멍해졌다.진아람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서현우는 진아람의 머리를 감싸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이런 아내를 뒀는데, 앞으로 뭔들 못하리라.잠시 후 두 사람은 붉어진 얼굴로 입술을 떼고 청풍조에게 동쪽을 향해 날아가라고 명령했다.……명송성의 이류성.능무성에 비교할 순 없지만, 웅장한 성이었다.서현우는 바로 이곳에서 장나를 만나 그를 제자로 삼았다.예전에는 명송성이 여러 세력에 지배되어 있었지만, 이후 명신파가 서북과 혈살파에 의해 멸망한 후 명송성 배후에 있는 주요 세력들이 이를 약탈하기 시작하여 머리가 터질 뻔했다.만약 종야성이 곧 지구에 떨어질 것이라는 소식이 퍼지지만 않았다면, 아마 그들은 미친 듯이 싸웠을 것이다.오늘날 명송성은 이름을 바꾸지 않았지만, 그 뒤에는 단 하나의 세력만이 남아있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 안내해 주세요.”“두 분, 이쪽으로 오세요.”사장은 서현우와 진아람을 데리고 맨 위층으로 올라가 ‘천하’라고 적힌 귀빈실 문 앞에 멈춰 섰다.그는 바로 문을 열지 않고 방안을 향해 정중하게 말했다.“우 장로님, 도착했습니다.”“들어와.”방 안에서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렸다.“예.”그러자 사장은 서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들어가십시오.”서현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열었다.가게에는 아무도 없었다.구슬로 장식된 커튼 뒤에는 우아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서현우와 진아람이 방으로 들어오자, 사장은 밖에서 문을 닫고 조용히 서 있었다.“안녕하세요.”우아한 여인은 몸을 일으켜 일부러 심금을 울리는 활을 비틀었다.그녀가 다가와 구슬로 장식된 커튼을 열어젖혀 진아람을 훑어보고는 아파 보이는 서현우를 바라봤다.그녀는 매우 아름답지만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요정처럼 매력적인 느낌을 발산했다.그 여인은 서현우와 진아람 앞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소개했다.“저는 멸화종의 장로인 우여진입니다. 두 분은 절 우여진 장로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전 뭐라고 부를까요?”서현우는 잠시 넋을 놓았지만,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저는 뇌창이고, 이 사람은 제 아내 최윤정입니다.”진아람은 의아했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아름다우신 우여진 장로님께서 저희를 찾으시다니, 영광입니다.”“하하하…….”우여진은 미소를 지었다.“별말씀을, 우선 앉으세요.”서현우와 진아람은 그녀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우여진은 찻주전자를 들고 차를 따른 후, 먼저 진아람에게 건넨 다음 서현우에게 건넸다.서현우가 손을 뻗어 차를 받으려던 순간, 그녀는 일부러 서현우의 손을 살짝 만졌다.그러자 서현우의 손이 떨리더니 하마터면 잔을 놓칠 뻔했다.“부끄럽네요.”진아람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우여진 장로님, 편하게 말씀하세요.”그녀는 침착함 속에
진아람이 볼 수 없는 탁자 아래, 우여진의 맨발은 서현우의 다리를 가볍게 쓸고 있었다.위아래로 부드럽게 반복했다.이것이 바로 서현우가 진아람의 미움을 사면서까지 우여진에게 도움을 청한 이유였다.진아람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결국 명송성은 멸화종의 관할 하에 있기에 그녀는 감히 멸화종 장로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내일 만날 시간을 정하고 서현우와 진아람은 작별을 고했다.우여진은 슬며시 서현우에게 윙크를 던졌고, 서현우는 순간적으로 침을 흘릴 뻔했다. 그는 정승표를 남기고 마지못해 떠났다.식당 밖으로 나온 진아람은 표정이 좋지 않았으며 서현우를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다.서현우는 조심스럽고 빠르게 그녀를 따라갔다.두 사람은 점차 멀어져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고, 우여진은 서현우가 남긴 전승표를 들고 창밖을 바라보며 매력적인 미소가 조롱으로 변했다.“들어와.”문이 열리고 식당 사장이 공손히 들어와 우여진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두 사람의 신원을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알겠습니다.”한편, 한 호텔에서 진아람은 서현우를 비꼬며 말했다.“우여진 예쁘지?”서현우는 굳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몸매도 좋고, 그치?”서현우는 굳은 얼굴을 유지했다.“피부가 하얗고 툭 치면 넘어올 것 같은데, 한번 해보지 그래?”서현우는 시종일관 굳은 얼굴이었다.“대답해! 멸화종의 싹을 뽑는다고 했으면서 왜 그런 행동을 한 거야?”진아람은 불만을 토해냈다.아무리 융통성이 있었지만, 질투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자신이 없는 것도 아니고, 서현우를 믿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항상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 여자는 멸화종의 장로가 아니야.”드디어 서현우가 입을 열었다.진아람은 얼떨떨했다.“아니라고?”“멸화종은 명송성을 독단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 연심부에 소속되어 있으니 매우 강력할 거야. 설령 외문 장로라도 우리가 재물을 좀 드러냈다고 해서 우리를 직접적으로 만나고 미인계로 사람을 꼬시지는 않지
4만 개의 중무석, 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산수 무자가 한 달에 중무석 한 개를 버는 것만으로도 매우 훌륭한 일이다!다시 말하자면, 4만 개의 중무석만 가지고 있으면 무도에 처음 들어온 10명의 초보자들도 단 며칠 만에 무존경 정상에 오를 수 있다.평범한 산수 무자의 최소 10년이란 시간을 아낄 수 있다.그러나 상회 주인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진아람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병기도 필요합니다. 칼, 총, 방망이, 도끼, 철도끼, 극 전부 필요해요. 5개에서 10개의 비문이 있는 건10만 개, 즉, 비문은 10개 넘게 있어야 합니다. 수량이 충분하다면 2만 개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쓰읍-우여진은 숨을 들이마시자 고운 얼굴에 띄던 화사한 얼굴빛이 사라졌다.천하상회의 주인도 넋을 잃고 우두커니 서있었다.“두 분께서는…….”상회 주인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지금 장난치는 건 아니죠?”진아람은 진지하게 말했다.“우리가 필요한 양은 엄청 많습니다. 당신과 농담이나 하면서 한가하게 시간이나 때우러 온 거 아닙니다.”상회 주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산수용 무기는 보통 명문이 2~3개가 있다.이것은 그나마 잘 섞인 편에 속한다.명문이 반쪽만 새겨져 있는 무기도 많기 때문이다.5개의 명문은 일찍이 먼 동쪽 지역의 것이었고, 천성 지역의 각 군단 전사들이 전쟁을 나갈 준비를 할 때 쓰는 무기들은 조금밖에 다룰 줄 모른다.그리고 10개의 명문이 쓰여져 있는 병기는 신병이 쓰는 무기와 전혀 관계없지만, 수준이 보통인 무자들이 살 수 있는 능력조차 없었다.명문 한 개에 중무석 두 개로 계산하면 진아람이 말한 이 무기들의 가치는 중무석으로 따지면 200만개의 꽤 많은 값어치를 한다.이 작은 무석 광맥 하나와 최종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무석의 양은 꽤 많다!우여진은 서현우와 진아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설마 이 두 사람이 바로 그 광맥을 가지고 있는 집안인가?’진아람은 안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농담조차 하지 않았다.이렇게
유여진의 눈에는 절실함이 가득 차 보였다.그녀의 눈에 서현우와 진아람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닌 두 개의 중무속으로 보였다.“우 장로님, 이렇게 나오시면 안 됩니다.”천하상회의 주인은 난처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이 두 손님은 이미 우리 상회에서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관리자님은 신경 쓰지 마세요.”우여진은 상냥한 말투로 상회 주인에게 말했다:“손님께서는 저희 멸화종 상품을 본 적이 없으시죠? 게다가, 저희 상회 멸화종은 연심부가 만든 것을 보고 그대로 만든 건데, 당신이 방금 말한 게 사실입니까?”상회 주인은 귀가 움찔거리더니 하하하 웃으며 말했다.“농담이잖아요! 물건을 사고 팔 때에는 모두가 상부상조할 수 있도록 해야죠. 저는 먼저 가서 두 분께서 필요한 상품을 마련하고 있겠습니다. 우 장로님, 두 분을 챙겨 주시고, 이 늦가을에 핀 찻잎도 두 분에게 꼭 챙겨 주시길 바랍니다.”“어머나, 관리인이 성격이 정말 시원시원하시고 손도 크시네요.”우여진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늦가을에 핀 잎새는 엄청 비싼 찻잎인데, 한 두 잎만으로도 중무석 100개의 가치가 있습니다.”“감사합니다.”진아람은 거절하지 않고 상회 주인에게 약 반 근 정도의 찻잎을 받았다.“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상회 주인은 서둘러 뒤돌아 나가버렸다.“손님, 제가 예전에 종문에게 연락을 해놓았었는데, 지금 바로 멸화종에 가서 흉수 시체를 보시겠습니까?” 우여진은 다급한 말투로 진아람에게 물었다.진아람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더 이상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서현우는 주춤거리며 대답했다. “여보, 우리가 함부로 멸화종에 가는 건 조금 무례한 짓이지 않을까?”우여진이 말을 하려고 하자 진아람은 눈을 치켜 뜨면서 말했다.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멸화종이 이렇게 훌륭한 종문인 우리한테 어떻게 악심을 품고 나쁜 짓을 할 수 있겠어?”“아 원래 두 분께서 걱정하고 계셨던 문제가 이거였군요.”우여진은 입을 가리고 웃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우여진이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우여진의 앞에는 차분해 보이는 녹색 두루마기를 입은 흰 수염의 노인이 있었다.그녀는 아첨하는 얼굴로 매우 쩔쩔매며 그를 대했다.비교적 담담한 노인은 서현우와 진아람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두 분은 어디서 오셨습니까?”진아람이 말했다.“북황의 외곽 집안에 왔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집안이죠.”“하하……, 천하상회에서 중무석 200만개를 쓸 정도인데 어떻게 별 볼 일 없는 집안이겠습니까? 전 알 수 있습니다, 13개 가문 중 어느 집안 출신입니까?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멸화종은 이런 식으로 손님을 대합니까?”서현우는 진아람의 앞을 가로막고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런 거라면 이 거래는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노인은 신경이 거슬려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의 눈빛은 갑자기 부드러워졌고, 얼굴빛도 밝아졌다.노인은 허허 웃으며 서현우와 진아람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죄송합니다. 노부는 멸화종의 내문 장로입니다. 우 장로에게 들으니, 두 분께서 필요한 흉수의 사체가 너무 많다고 해서 의구심이 들었나 봅니다. 두 분께서 흉수의 사체를 무슨 용도로 필요하신지 궁금합니다.”“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멸화종은 우리랑 거래를 하지 않을 겁니까?”서현우가 물었다.노인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물론 아닙니다. 단지 궁금할 뿐입니다. 두 분께서 말씀을 안 하시면…….”“비약과 무기를 정제하고 우리 종족의 아이들에게 줄 음식입니다.”서현우가 대답했다.“그렇군요.”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얼마나 필요하십니까?”“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이 말을 들은 노인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흠……. 저희는 멸화종을 위해 비축해 둔 4급 이상의 흉수 사체가 약 2000구 정도 있습니다. 충분하십니까?”“부족합니다.”서현우는 고개를 저었다.“그럼 멸화종에 3일 동안 머무르시면, 가능한 한 빨리 제자들을 보내 흉수를 사냥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흉수들이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