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진아람은 두 눈을 크게 떴다.서현우의 생각은 거창해도 너무 거창했다.연심부의 현재 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정체불명의 사람을 영입할 지도 문제였다.가장 기본적인 체력 검사만으로도 진아람은 통과하지 못할 게 뻔했다.그녀는 수혼의 유전자에 녹아들어 힘을 자극하면 수혼의 특성이 드러났다.성국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이 이방인이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걱정하지 마, 돈이면 뭐든 해결할 수 있어, 그건 어디서든 통하거든.”서현우는 웃으며 말했다.“정진은 은둔해 있으니, 연심부는 모든 사람을 정신적으로 통제할 수 없어. 우리는 연심부의 고위층과 접촉해서 그들의 제자가 되고 정신 수양을 배우면 돼.”“말은 쉽지.”진아람은 걱정스럽게 말했다.“물론 어렵겠지만, 네 백전 신념은 정신 수양에 너무 적합해. 이걸 이용하지 않는 건 너무 낭비야. 만약 네가 연심부의 핵심 공법을 배울 수 있다면, 앞으로 8급 흉수의 힘과 우월한 정신 수양법을 더해 상상도 못할 정도로 강해질 거야.”진아람은 서현우의 말을 듣고 눈을 깜박이더니 이내 결심한 듯 말했다.“좋아, 네 말 대로 할게.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우리가 명송성에 대해 조사를 해 봤을 때, 멸화종이 얼마나 불명예스럽고, 남몰래 얼마나 많은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었어. 절대 유명한 가문으로 불리면 안 돼. 원래는 기회를 봐서 멸화종을 멸망시킬 계획이었지만, 우선 연심부와 관계를 맺어 멸화종을 잠시 미뤄두려고, 어떻게 생각해?”진아람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건 네가 정해.”시간이 흘러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졌다.밤이 찾아왔다.우여진이 보낸 사람들은 명령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데에 더 가까웠다.하지만 서현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사람들을 방에 들여보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입도경의 힘으로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었고, 멸화종의 제자들이 두 사람에게 식사 여부를 물었지만 서현우가 거절한 뒤로, 더 이상 그들을 귀찮게 하지 않았다.저녁 10시쯤, 서현우
멸화종의 본당.멸화종 제자를 따라오던 진아람은 멸화종 내문 장로인 방이린이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최 부인.”방이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여기 생활은 좀 어떻습니까?”진아람이 대답했다.“감사할 따름입니다.”“만약 불편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최 부인과 뇌창 선생은 멸화종의 귀한 손님입니다. 저희가 환대하는 건 당연하죠, 이렇게 환대하지 않으면 멸화종에 먹칠하는 것뿐이니까요.”“방 장로님, 감사합니다.”“어서 앉아서 차 좀 드세요.”진아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바라보면서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다.“왜 그러십니까? 최 부인은 차를 좋아하지 않으십니까?”“네, 사실 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진아람이 대답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절 부른 이유를 알고 싶어요. 말씀해 주세요.”“허허, 최 부인께서 시원시원하게 물으시니 저도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방이린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사실 저희는 줄곧 두 분의 내력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흔적도 없더군요. 저희가 발견한 유일한 것은 두 분이 6급의 청풍조를 타고 왔다는 것뿐입니다.”그는 말과 함께 진아람의 표정을 살폈다.그러나 진아람은 태연한 얼굴로 아무런 감정도 알 수 없었다.“최 부인, 6급 청풍조는 최부인께서 생사경의 전사라는 말과 같습니다. 최 부인과 뇌창 씨는 입도경일 뿐인데 어떻게 그것을 다룰 수 있습니까?”진아람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저희 종족의 장로들이 타고 다니는 겁니다.”“아, 그렇군요. 잠시 오해했나 봅니다. 최 부인,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습니다. 이 질문을 뒤로 최 부인의 신분과 출신에 대해 의심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드리며, 즉시 흉수의 사체를 드리겠습니다.”진아람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물어보세요.”“제가 묻고 싶은 건…….”방이린의 눈이 맹렬히 빛나며 입을 열었다.보이지 않는 잔물결의 원이 빠르게 퍼
우여진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서현우를 보며 사랑스러운 얼굴에 수줍음이 짙게 물들었다.그러나 그 순간, 그녀의 수줍음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서현우의 몸에서 혈악의 힘이 솟구쳤다.커다란 강철 같은 손이 그녀의 목을 졸랐다.서현우의 붉게 빛나는 눈동자 속에는 차가운 살기로 가득했다.“당신…….”우여진의 예쁜 얼굴은 즉시 창백해졌고, 그녀는 몸부림을 치지도 못한 채 충격에 빠진 눈으로 서현우를 바라봤다.광포한 혈악의 힘이 온몸의 털을 곤두세웠고, 가냘픈 몸을 덜덜 떨게 했다.“정말 멍청하군, 그게 아니라면 무슨 자신감으로 어찌 감히 나와 같은 수라를 꼬시려는지 모르겠어.”서현우는 몸을 굽혀 우여진의 귀에 대고 부드럽게 말했다.살기가 담긴 목소리는 너무 차가워서 마치 냉동고에 갇힌 것 같았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졌다.“수……라……, 당신이…….”우여진은 오한을 느꼈고, 간담이 서늘해졌다.그녀는 뇌창이라는 가명을 쓰는 이 냉랭한 남자의 실체가 성국의 유명한 수라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잠시동안 그녀는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운이 극도로 나쁜 건지 알 수 없었다.“당장 말해, 도대체 정체가 멉니까?”서현우가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우여진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전……, 저는 멸화종의 외문…….”빠그닥!서현우의 왼손은 우여진의 섬섬옥수를 잡아당겨 살짝 힘을 가했다.우여진의 손뼈는 모두 부서졌고, 심한 통증은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졌다.“아!”우여진은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이마에서 뜨거운 땀이 흘렀다.그러나 서현우의 혈악의 힘이 그것을 막았고 그녀가 아무리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도 외부에서 들을 수 없었다.“계속 거짓말을 하면 더 심한 꼴을 볼 겁니다.”서현우의 입가에 피 묻은 잔혹한 웃음이 번졌다.“당신처럼 예쁜 여자가 썩은 고기처럼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어도 여전히 예쁠지 궁금하네요.”“말할게요! 말한다고요!”우여진은 질겁하며 대답했다.사람의 이름은 나무 그늘과 같다. 수라의 무서움
이 말을 들은 서현우는 눈썹을 치켜떴다.‘통령?’“당신이 말한 사람이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서현우가 물었다.“남자예요.”“능씨 집안의 능이특입니까?”우여진은 깜짝 놀랐다. “능씨 집안의 도련님도 통령의 사람이에요?”이 대답은 서현우에게 그녀를 통령으로 초대한 사람이 능이특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줬다.서현우가 말했다.“계속 말하세요.”“네…….”우여진은 감히 머뭇거리지 않고 서둘러 말을 이어 나갔다.“제가 통령에 가입하자, 그 사람은 저를 각광받고 있던 멸화종에 합류시켰어요. 그때 돌연 나타난 멸화종 종파의 두 진아경 강자는 이미 최고 권력의 기반을 갖추고 있었어요.”“전 대가를 치른 후, 멸화종의 집행 장로와 친해져 자연스럽게 멸화종에 합류해 빠르게 외문 장로로 승진했지만…….”우여진의 얼굴에는 괴로움이 가득했다.“제가 외문 장로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절 통령으로 초대한 사람이 나타나 멸화종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없애라고 했어요. 제가 정보를 알아보던 중 내문 장로인 방이린에게 들켰고요.”“그 사람은 원래 절 죽이려 했지만, 제가 통령의 일원이라는 말을 듣고는 절 놓아줬어요. 반대로 그에게 통령의 소식을 제공해달라고 했고, 멸화종에 관한 정보도 직접 넘겨주어 통령의 신임을 얻도록 했죠.”서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를 들으니 우여진이 방이린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했다.그녀는 뜻하지 않게 스파이가 되었다.하지만 대체로 그녀는 운이 안 좋아 자신의 삶과 죽음을 통제할 수 없었고 통령이든 멸화종이든 모두 그녀를 바둑알 취급했다.그녀가 서현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도, 오늘 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서현우는 그녀의 끝이 좋지 않았을 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서현우가 물었다.“나에게 접근하려는 의도가 뭡니까?”이 말을 듣자 우여진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서현우의 정체를 안 이상, 죽는 한이 있어도 서현우의 앞에서 모른 척할 수만은 없었다.아무리 그녀가 매력적이라고 해도, 온 천하의 남자를 매료시킬
”그렇게 죽고 싶습니까?”서현우의 눈에 살기가 번쩍였고, 우여진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목을 조르던 손에 힘을 풀었다.우여진은 멍하니 서현우를 바라보며 절망 섞인 말을 꺼냈다.“더 이상 절 괴롭히지 마세요……,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제발…….”그렇게 그녀는 몸을 구부려 서현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붉은 가운 사이로 가녀린 몸이 드러났다.극심한 두려움과 절망으로 그녀는 걷잡을 수 없이 몸을 떨고 있었다.글래머러스한 몸매는 매력적이었다.서현우는 침착하게 말했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그 소원 내가 이루어줄게요.”우여진은 절하다시피 몸을 숙이고 서현우를 올려다봤다.그렇게 똑똑한 그녀가 어떻게 서현우의 말의 의미를 모를 수 있겠는가?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에서 흥분의 빛이 돌았다.“지금부터 당신의 말을 하늘로 섬기고, 충성을 다하며 절대로 배신하지 않겠습니다!”“아무 조건 없이 어떻게 그 말을 믿겠습니까? 정혈 맹세를 하세요.”서현우가 말했다.그의 말을 듣자, 조금은 밝아졌던 우여진의 얼굴에 다시 절망이 드러났다.“이미 방이린에게 정혈 맹세를 해서 전……, 배신할 수 없어요…….”서현우의 눈이 검게 물들었다.우여진은 정말 똑똑하고 능력이 뛰어난 여자였다. 적어도 그녀는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했다. 그런 여성이 때로는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우씨 집안의 일원이자 통령의 일원인 그녀가 죽는다면, 진아람과 연심부를 연결하려 했던 서현우의 계획이 망가질 것이다.그래서 서현우는 그녀를 살려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정혈 맹세를 강요받았다면, 이는 절대 어길 수 없는 노릇이었다.서현우는 정혈 맹세의 제약 없이는 우여진과 같은 여자를 쉽게 믿을 수 없었다.그의 눈빛에 아쉬움이 드러났다.서현우는 다시 살기를 띠며 천천히 손을 들었다.우여진은 이미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이 더 이상 용서를 빌지 않고, 몸부림치지 않았으며 천천히 두 눈을 감아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냈다.서현우는 손을 번쩍 들어 우여진의
“방이린은 이미 정신적으로 지배당해 그 사람의 꼭두각시가 됐어.”진아람은 본당에서 일어난 험악했던 일들에 대해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서현우는 이마에서 땀이 흘렀고 겁에 질렸다.다행스럽게도 진아람은 이미 홍진길을 통해 백전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조봉주는 방이린의 영적으로 통제되었을 것이다.그런 결과는 서현우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이로 인해 서현우는 앞으로 일을 하기 전에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다행히 조봉주의 잔머리는 자신의 꾀에 속아 신력법을 썼어도 진아람을 통제하지 못했고 오히려 반발을 받아 진아람에게 통제당했다.이는 신력법의 큰 결함이기도 했다.세상에 완벽한 공법은 없다.진무법도 이런데, 다른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조봉주도 씁쓸한 얼굴이었다.그는 진아경의 강자로서, 방이린과 떨어져 있어도 입도경을 쉽게 통제할 수 있었다.하지만 반격당할 줄은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그가 운이 없었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우여진은 모든 일의 과정을 알게 된 후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방이린과 자신은 모두 꼭두각시에 불과했고, 그녀를 진정으로 장악하고 있던 것은 바로 눈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연심부의 12호법 중 하나인 조봉주였다.그녀의 마음속에 비참한 감정이 퍼졌다.그녀는 툭 건들면 쓰러질 것처럼 이미 정신적으로 나약해져 있었다.내면의 수치심과 거부감은 극도로 강했지만, 이 또한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저항할 힘이 없었다!서현우는 조봉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얼굴을 보이거라!”조봉주는 체념한 채 그의 명령대로 손으로 덮개를 젖혔다.그는 서현우의 명령을 들을 필요가 없었지만 서현우와 진아람의 관계를 두고 봤을 때, 서현우의 명령은 곧 진아람의 명령이었다.만일 그가 불복종한다면, 그 결과는 당연히 처참할 것이다.망토가 걷히자 세 사람의 눈앞에 연로한 한 노인의 얼굴이 나타났다.조봉주는 나이가 많아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대머리였으며, 그의 얼굴은 주름과 검버섯으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죽음이 두려워진다.이는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특히 조봉주와 같이 수명이 길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정신적으로 통제되어 노예가 되더라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살고 싶었다.살아야만 모든 것이 가능했다.“정진은 수천 년 동안 연심부에서 보기 힘들었던 천교입니다. 극도로 강력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어 태어날 때도 여섯 살 아이의 지능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조봉주가 말했다.“정진이 세 살이 되었을 무렵, 신력법을 수련하기도 전에 이미 장엄한 정신력으로 물체를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했죠.”세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랐다.그는 6살의 지능을 가지고 태어나, 아무 수련의 과정도 없이 물건을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옮긴다는 건, 정말 만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천교였다!하지만 세 사람이 놀라기는 일렀다.조봉주는 이어 말을 덧붙였다.“연심부의 금령지에는 사실 영적 의지가 하나 더 남아있습니다. 이 영적 의지의 주인은 7000여 년 전에 죽은 연심부의 지존경 강자입니다.” “7천 년 전에 죽은…… 지존경 강자라…….”늘 침착함을 유지해 오던 서현우도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영적 수련을 한 지존경 강자는 7000년이 지나도 그의 영적 의지는 불멸할 것이다!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조봉주는 세 사람의 놀라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정진의 천부적인 재능이 놀라워 당시 연심부 고위층들은 기뻐했지만, 정진을 제대로 키우기보다는 지존경 강자의 영적 의지를 담을 용도로 사용하려 했습니다.”“그게 무슨 말이냐?”서현우는 충격을 받았다.“그 지존경 강자의 영적 의지를 빼앗아 다시 태어나게 하려 했다는 거야?”조봉주가 대답했다.“맞습니다.”서현우는 말문이 막혔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일리 있는 행동이었다.정진이 아무리 사악하더라도 천천히 성장해야 했고, 필요한 자원은 정확한 수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리고 천교가 성장하기까지는 많은 변
정진의 비밀은 결코 적지 않았다.조봉주가 아는 것은 제한되어 있지만, 이미 밝힌 비밀로도 서현우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정진과 적이 될 운명이라 생각하니 무거운 압박감이 들었다.그러나 서현우가 자신감을 잃은 것은 아니다.정진은 절대적인 마귀인데 서현우가 두려워할 리가.수라의 혈통에는 많은 폐단이 있지만, 그것은 서현우의 절대적인 유산이었다.뭐가 됐든, 정진보다 약한 것이 아니었다.만보 물러서더라도 정진보다 약하면 어쩌겠나?서현우는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여기까지 왔고, 한때 거물이었던 적을 그의 발밑에 뒀다.삶은 끝이 없고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아무리 정진이 절망적으로 느껴져도 그는 자신만의 책임을 지고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킬 것이다.어느새 달빛이 흐려지고 날이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다.조봉주는 진아람에게 사임을 청했다.돌아가지 않으면 의심을 받아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우리를 연심부로 데려가거라.”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서현우가 말했다.조봉주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소인은 명령에 따를 수 없습니다.”“갑자기 그런 식으로 나오는 건 별로인데.”서현우의 눈에 붉은빛이 번쩍이고,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사악한 빛을 그렸다.서현우는 친구를 대할 때 불친절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적을 상대할 때는 결코 마음이 약해지는 경우가 없다.조봉주가 원치 않더라도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괴롭힐 수 있었다.죽음은 끔찍한 것이 아니다.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괴로울 때, 그건 끔찍할 것이다.“선생님이 연심부로 가서 핵심 신력법을 절취하면, 소인은 반드시 죽을 겁니다. 제 측근들도 모두 죽을 겁니다. 소인이 구태여 연심부를 배신해야 합니까?”조봉주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현우는 조봉주의 눈에서 강한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먼저 돌아가거라.”그때 진아람이 입을 열었다.조봉주는 마치 사면을 받은 것처럼 공손히 절을 하고 일어나 동이 트기 전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