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는 묘계의 땅 전체에 십만 명이 모여서 함께 생활했었다고 말했다.하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모두 이곳에 모여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젠 3천 명도 채 되지 않는다.그중에서도 대부분 사람이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현우는 윤하의 말을 듣고 침묵했다.이것은 단지 전 세계가 재난을 겪고 난 후의 축소판일 뿐이다.인구가 십억을 넘은 용국에는 지금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생존했을까?전 세계 인구를 합치면 총 백억 정도 되는데, 지금은 과연 얼마 정도 남았을까?“어르신, 이것은 그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재난입니다.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살아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지 않을까요?”현우는 민경자 할머니에게 말했다.“이곳에서 생활한다는 건 힘들 것 같아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중영으로 모셔도 될까요?”“중영? 그곳으로는 어떻게 간단 말이냐?”민경자 할머니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현우를 바라보았다.“제가 일단 돌아가서 상황부터 보고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올게요. 그리고 음식은 아직 남아 있습니까?”“좀 남았어. 하루 이틀 정도는 충분할 것 같아. 다들 부상도 그리 심한 편은 아니라 버틸 수 있을 거야.”민경자 할머니가 대답했다.그러자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얼른 다녀올게요.”말을 마치고 현우는 윤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현우야.”민경자 할머니는 떠나려던 현우를 불렀다.현우가 고개를 돌릴 때 민경자 할머니는 현우를 향해 허리를 깊이 굽혀 인사를 했다.“얘야, 고맙다.”“어르신, 이러지 마세요. 전 용국의 국민으로서 힘이 닿는 데까지 노력하고 있는 것뿐입니다.”현우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발밑을 툭툭거리더니 하늘로 치솟아 멀리 사라졌다.노영석 할아버지는 멍하니 바라보며 오랫동안 침묵하고 나서야 그윽하게 말했다.“녀석! 그동안 많이 성장했구나! 임자, 우리가 훌륭한 놈을 살려줬어.”“그러게요, 우리가 훌륭한 아이를 살려줬네요.”민경자 할머니가 웃으며
현우와 나영이가 중영에 있다는 것은 중영의 커다란 행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두 사람은 중영의 인구를 최대한으로 보존했고 귀한 자원도 많이 지켜냈다.곡물 창고, 저수지, 의료용품 창고를 비롯한 여러 곳은 파손이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중영 도시 내에는 구역별로 생존자들을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집결하여 텐트를 쳤다.음식과 물을 나누어 주면서 생존의 기본 조건을 확보해 주었다.의사와 간호사는 부상자를 치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큰 재난 이전보다 의료 조건은 당연히 훨씬 떨어지지만, 마음만은 예전과 변함이 없어 모든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천우성은 중영의 도지사로서 현재는 손색이 없는 결재권자이다.원래 현우를 결재권자의 자리에 앉게 하고 싶었지만, 현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천우성과 임진은 충분히 그 자리에 앉을 만한 능력이 있고 현우는 다른 일도 돌봐야 한다.지금 통신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그다음으로는 도로다.많은 도로가 끊어지거나 자갈과 진흙이 많이 쌓여 교통이 원활하지 않다.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1초만 더 지체하면 만회할 수 있었던 생명도 별이 될 가능성이 높다.바로 이때 나영이가 왔다.나영은 약간 허약해 보였고 5천 명의 혈졸을 데려왔다.1만 7천여 명의 혈졸 중 태반이 죽었고 5천 명이 살아 있지만 매우 허약했다.하여 나영은 자기 피로 그들을 회복시켰다.진아경이라 이럴 만한 용기가 있었다.만약 나영이가 진아경의 실력이 아니라면 이렇게 하는 것은 순전히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나영이가 데리고 온 5천 명의 입도경 혈졸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되었다.그러나 현우는 여전히 화가 나서 나영을 호되게 꾸짖었다.나영은 해쓱한 얼굴로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손으로 애꿎은 옷깃만 꼼지락거리며 마냥 억울했다.현우는 더 이상 욕을 하지 못하고 한숨을 쉬며 그 자리에서 약을 단련했다.나영을 위해 약을 정제해 내고 나서 5천 명의 혈졸에게 명령을 내리라고 나영에게 부탁했다.
씽씽-천 대나 되는 버스가 지금 하늘을 가로지르며 묘계의 땅으로 향하고 있다.거대한 소리에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믿어지지 않는 광경에 사람들은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버스가 하늘에서 날아?’극소수의 사람들만 버스 아랫부분을 보았는데, 그것은 버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사람의 그림자였다.그리고 다들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 세상은 처음부터 신비로웠을까?’‘아니면 큰 재난이 일어나고 나서 알려지지 않은 존재들이 점차 나타난 걸까?’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다.천 대의 버스는 현우의 인도에 따라 생존자들이 모인 묘계의 땅으로 왔다.다들 어안이 벙벙하여 눈만 깜빡거렸다.그들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조차 본 적이 없는데 사람이 차를 어깨에 메는 것은 더더욱 본 적이 없다.“다들 차에 타세요. 앞으로 중영에서 힘차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세요. 슬픔은 언젠가 지나갈 것이고 상처도 언젠가는 치유될 거예요. 세계의 멸망 속에서도 행운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은 어떻게든 살아서 빛을 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더욱 소중한 목숨을 귀하게 여기시고 앞으로 더욱 힘차게 삶을 가꾸어 나가세요.” 현우가 말했다.묘족 사람들은 사실 속으로 항거하고 있다.그들은 평생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비록 이곳은 이미 초토화가 되었고 생존하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미련과 아쉬움으로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노영석 할아버지와 민경자 할머니도 모두 현우를 도와 설득을 해주셨다.두 사람은 이 묘계의 땅에서 지위가 매우 높으므로 묘족 사람들은 권고에 따라 침묵하며 각자 버스에 올랐다.천 대의 버스는 그들을 싣기에 충분하고 여유가 있었다.모두가 차에 오르고 나서 천명의 혈졸은 버스를 어깨에 메고 중영을 향해 질주했다.차에 탄 묘족 사람들은 아래쪽의 넓은 초토를 보고 뜨거운 눈물이 눈에 그렁그렁했다.“너 지금 얼마나 대단한지 말해봐.”노영석 할아버지는 차에 앉아 아래를 보다가 현우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에
금용위의 말에 현우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현우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희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리고 현우는 아마도 지금 이 시기에 그들의 희망일 것이다.굳이 무언가를 할 필요도 없이 살아 있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선언하기만 하면 된다.그러면 많은 사람에게 무한한 힘을 줄 수 있으며 모든 것을 직면하고 고통에서 벗어나 삶의 터전을 재건할 수 있도록 용기를 안겨줄 수 있다.금용위와 작별하고 현우는 국주가 있는 대원으로 갔다.이곳은 이미 거대한 돌과 흙에 묻혔다.이런 상황에서 생존자가 있다면 그건 기적이다.현우는 주먹을 휘둘러 한방에 큰 돌과 진흙을 터뜨렸다.그리고 기운을 솟구쳐 모든 것을 깨끗이 치워버렸다.어느 순간에 현우는 모든 동작을 멈췄다.진흙 속에서 시체 두 구를 발견하게 되었다.1남 1녀로 남자는 국주 용천범이고 여자는 그의 아내 이지현이다.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서로를 꼭 껴안았다.현우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현우는 용천범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몰랐다.일심전력으로 용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용천범은 성명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그는 또 모든 권력자의 통폐를 저질러 의심이 너무 심했다.늘 통제되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서 그에게도 용국에게도 우환이고 위협이라고 여겼었다.이건 멍청한 짓이다.그러나 어쨌든 모든 것은 지나갔다.용천범은 이미 죽었다.자기 아내와 함께 죽었다.사실 현우는 용천범의 실력이라면 이곳에 묻힐 리가 없다고 느꼈다.어쩌면 용천범은 세계 종말이 오고 지구 전체가 멸망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고 이곳에 묻히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차라리 종말의 광경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안심하고 여기서 죽었을지도 모른다.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현우의 추측이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용천범의 죽음은 꽤 억울했다.잠시 침묵하더니 현우는 발을 동동 굴렀다.그러자 흙이 터져 깊은 구덩이가 나타났다.그는 용천범과 이지현의 시체를 깊은
현우는 다시 중영으로 돌아왔다.이때 해는 막 해수면에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새빨갛고 훈훈하기 그지없었다.어둠을 몰아냈지만, 온 세상의 폐허와 황량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인간들은 폐허 속을 누비며 살아있는 사람을 찾고 음식과 물을 찾고 의료용품을 찾고 있다.지금은 반창고 하나라도 유난히 소중하다.중영은 수천 명 혈졸의 도움으로 각 지역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이미 끝났다.안타깝게 죽은 사람은 이미 죽었고 요행이 살아남은 사람은 숨을 잘 쉬고 있다.이 또한 결국 운명이다.어떤 사람은 운명을 믿지 않고 운을 믿지 않지만, 사실은 웅변보다 낫다.운명은 하늘에 달렸고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이것은 낙담도 퇴폐도 아니다.이 세상의 잔혹함과 이 세상의 규칙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그리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숨이 붙어있는 한 우리는 우리만의 빛을 낼 수 있다!이 세상에 있는 한 우리는 우리만의 흔적을 남겨야 한다!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그러면 적어도 헛된 삶은 아닐 것이다.죽기 전에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화면들이 보다 다채로울 것이다. 현우는 인간 세상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 했다.재난의 침습을 받고 나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인간 세상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막강한 혈졸들은 이미 도구가 되어버렸다.그들은 강대한 힘으로 폐허를 청소하고 나서 건축가의 분부대로 지반을 닦고 다시 강철이나 콘크리트를 관개했다.그리고 형성된 총체를 적당한 곳으로 옮겨 모든 현대화 기계를 버리고 순전히 인력으로 건축물을 우뚝 세웠다.방치되었던 모든 일이 시해되기를 기다리며 삶의 터전을 재건하고 있다.혈졸들의 도움으로 전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짧디짧은 이틀 사이에 중영의 주요 도시 구역은 이미 청소되었다.도시건설계획도에 따라 참신한 중영이 햇살 아래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현우는 줄곧 밖에서 분주히 뛰어다니며 천명의 혈졸을 데리고 전반 용국을 돌아다녔고
“나영 양, 남제는 어디로 가셨습니까?”천우성은 나영을 찾아왔는데, 매우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나영은 줄곧 중영의 수비군 주둔지에 있었다.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혈졸을 차출하여 지휘하면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나영도 바삐 돌아가며 고생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나영은 성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다면, 지금 중영에서 혈졸을 지휘하여 그만큼의 사람을 구하고 있다.나영이가 구한 목숨은 많으면 많았지 절대 적지 않다.“도지사님, 우리 오빠는 무슨 일로 찾으시는 겁니까? 혹시 무슨 난제라도 있는 겁니까?”나영이가 물었다.그러자 천우성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양호 대교도 끊어지고 그쪽에 터널도 무너졌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작은 일은 우리 오빠한테 부탁하지 마시고 제가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보수 공사 쪽에 다리를 콘크리트 등의 재료를 틀어 부어 예정된 형태로 만들게 해주세요. 완성되면 제가 혈졸을 파견해서 고대로 들고 옮기게 하면 됩니다. 그럼, 터널 쪽도 쉽게 뚫릴 수 있을 겁니다.” 잠시 멈칫거리더니 곧 백 명의 혈졸이 쏜살같이 달려왔다.“자, 이 백 명은 앞으로 도지사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겁니다. 만약 일손이 부족하시다면 제가 좀 더 파견해 드리겠습니다.”나영이가 말했다.“너무 감사드립니다.”천우성은 얼른 감사를 표했다.그러자 나영은 손을 흔들었다.“괜찮습니다. 얼른 가서 일 보세요.”“네.”그렇게 천우성은 백명의 혈졸을 데리고 룰루랄라 떠났다.새롭게 탈바꿈한 신중영은 전의 중영보다 훨씬 작다.정확히 말하면 주요 도시 구역 9개만 재건 범위에 들어왔다.5천 명 혈졸의 도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꼬박 한 달을 걸려서 신중영의 폐허를 모두 쓸어버리고 다시 건설을 시작할 수 있었다.도로, 교량 등을 새로 짓는 공사만 일주일이 걸렸다.이것은 재난을 겪기 전에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시대에서도 불가사의한 속도였다.현재의 신중영은 천만 인구를 수용할 수 있다.그러나 사실,
전대미문의 큰 재난이 발생한 지 어느덧 3개월이나 지났다.그리고 유난히 추운 겨울이 용국으로 다가왔다.중영은 원래 눈이 내리지 않았었다.하지만 재난이 지나가고 나서 지구의 궤적이 이동해서인지 중영에는 함박눈이 내려 천지가 온통 하얗게 되었다.중영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에서 추운 곳은 더욱 추워지고 기온이 높은 곳은 더위가 더욱 심해졌다.용국 전역에 눈송이가 흩날리며 기온은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다.그러나 용국의 이웃 나라인 서쪽의 만국은 기온이 45도 좌우까지 올라갔다.땅에 달걀을 던져도 쉽게 익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지금의 만국도 폐허로서 살아남은 사람은 10만분의 1도 안 된다.그들도 용국처럼 권력 체계를 잃었다.생존자들은 뭉쳐서 서로를 억압하며 심지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참극까지 벌어졌다.12월 19일.용국의 달력으로 치면 곧 설날이 다가온다.하지만 현우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고 실종된 것만 같았다.천우성은 신중영의 경영진을 구축하였고 도지사라는 칭호를 버렸다.그리고 스스로 성주를 맡았으며 임진은 부성주가 되었다.한차례의 회의를 거치고 나서 천우성은 기타 지방에 있는 동포들까지 신중영으로 모으려는 계획을 명확히 했다.이때 이미 새로운 비행기가 만들어졌다.그것은 바로 수송기이다.수량은 많지 않지만, 여전히 끊임없이 제조되고 있다.수송기마다 두 대의 정찰기가 동반되어 중영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저공비행을 하면서 길을 따라 나팔로 계속 소리를 질렀다.누군가 구조를 요청하면 적절한 곳을 찾아 착륙하여 사람을 수송기에 태워 중영으로 데려왔다.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수송기를 빼앗으려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일단 누군가가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된다면 비행기에 있는 혈졸은 그들을 가차 없이 말살해 버렸다.난세에 무거운 형벌을 써야 만이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할 수 있다.그리고 연료가 부족할 때 수송기는 중영으로 도로 돌아갔다.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나영은 숭배하는 눈빛으로 현우를 꿇어지게 바라보았다.‘역시 우리 오빠 만능이야!’병 주고 약 주는데 현우는 물이 올랐다.천우성은 다른 생존자들의 집산지에 대해 언급했지만, 간담이 서늘했다.행여나 현우가 권력 때문이라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현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잠시 사고를 거치고 나서 무력으로 진행할 것에 동의하였다.다만 야만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일단 일부 혈졸을 뽑아 집산지로 보내려고 했다.한동안의 관찰을 통해 만약 그곳의 지배자는 백성의 생명과 생활을 우선시한다면 그들은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발전하도록 내버려 두려고 했다.그러나 그와 반대로 수중의 권리로 백성을 함부로 대한다면 여지없이 말살하고 권력을 빼앗아 유능한 사람을 파견하여 관리하려고 했다.필경 용국은 결코 작은 곳은 아니기 때문에 모두를 신중영으로 옮기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향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은 이들도 많다.게다가 모두 중영으로 모이게 된다면 다른 곳도 그냥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중영은 서남 방향에 자리 잡고 있으며 산으로 에워싼 성으로서 이곳에서 생장하고 생산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들도 많다.그래서 예전처럼 모든 집산지를 하나의 도시로 삼아 연계를 맺고 협력을 조율하면 된다.어차피 혈졸이 존재하니 현우는 절대 무력을 확보해 악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다.일을 확정하고 현우는 나영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솔이와 아름을 만났다.급하게 식구들과 밥 한 끼를 먹고 또 총총히 떠났다.현우는 이번에 더 멀리 가려고 한다.다른 곳도 어떻게 됐는지 가봐야 한다.바다에 흉수가 나타난 것은 현우에게 강한 위기감을 주었다.‘성국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왜 흉수가 바다에 나타난 걸까?’그리고 현우는 대재난을 겪고 나서 세계지도를 다시 그려낼 계획이다.이번에는 북쪽에서 출발하여 그때 성국으로 도망갔던 그 길을 다시 걸으려고 한다.용국에서 나오고 나니 대부분 지역은 바다였다.‘전 세계 육지 면적이 적어도 10분의 1은 잠겼을 거야.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