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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나랑 같이 둘러볼래?”

육민재의 목소리에 친화력이 있는지 이상하게도 거절하기 어려웠다.

배건후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라디오에서 몇 시간 내로 기온이 뚝 떨어질 거라는 얘기가 나왔다.

도아린이 반팔 원피스만 입었다는 생각에 배건후는 다시 시동을 껐다. 지금 도우미더러 옷을 가져오라고 하면 도아린이 홧김에 가버릴 수 있으니까 늦을 것 같았다.

마침 트렁크에 그가 금방 드라이를 맡긴 겉옷이 있었다.

도아린은 육민재와 함께 지사 인테리어를 둘러보았고 설계 이념도 들었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아이디어를 부탁하기도 했다.

육민재가 그녀를 두 번이나 불러서야 도아린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어젯밤 일이 신경 쓰여?”

어제 배건후는 그녀를 탓하지도, 도와주지도 않았다.

나영옥이 도아린을 감싸주긴 했지만 뒤에서 수군거리는 사람이 무조건 있을 것이다.

도아린이 살짝 멈칫했다. 그 일 때문에 짜증이 나는 게 아니라 손보미가 그 일로 배건후에게 하소연할 거란 생각에 짜증이 났던 것이었다.

“괜찮아요, 난.”

도아린이 히죽 웃어 보였다.

그동안 그녀는 성격을 죽이고 다정하고 고분고분한 아내가 되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그 변화는 배건후의 인정을 받기는커녕 되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말았다.

어떻게 하든 다 욕을 먹을 바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나았다.

어젯밤 아픈 건 손보미였고 옆에서 도와주는 배지유도 때렸다. 혼자서 둘을 상대하니 너무나도 통쾌했다. 그리고 배건후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녀와는 상관이 없었다.

육민재는 속상함이 사라진 도아린의 얼굴을 보고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어제 그 자리에 CCTV가 진짜 없었어. 근데 한 일꾼이 와이프한테 바람피웠다고 오해받아서 일하는 영상을 찍은 게 있더라고.”

육민재는 휴대전화를 도아린에게 건넸다. 영상을 클릭하자마자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봐봐, 일하고 있잖아...”

카메라가 천천히 움직이더니 가짜 산이 나타났다.

“여기 봐봐. 저 분수도 내가 만든 거야...”

돌리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 마침 손보미가 도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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