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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그런데 이 고질병이 배지유의 동정을 바꿨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호텔을 나올 때도 배건후에게 안겨 나왔고 병원에 온 후에도 간호사에게 휠체어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고는 그녀와 관계라도 끊으려는 듯 문 앞에만 서 있었다.

손보미가 일어서려 하자 배건후가 휠체어를 옆으로 가져왔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를 보면서 안아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못 알아챈 건지 아니면 알고 싶지도 않은 건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한쪽 발만 탈골된 거라 다른 한쪽 발은 멀쩡했다. 손보미는 하는 수 없이 한 발로 서서 휠체어에 앉았다.

“사실 그 디자이너...”

따르릉...

손보미가 언짢은 얼굴로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여보세요?”

“손보미 씨, 알려드릴 게 있어서 전화했어요. 맡긴 드레스 망가진 부분이 많고 같은 바다 진주도 찾기 매우 어려워요.”

문나연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안 돼요!”

손보미는 다짜고짜 호통쳤다가 배건후의 눈치를 힐끗 살피고는 다시 다정한 말투로 부탁했다.

“그 드레스 이미 예약한 거라 그쪽 촬영에 영향 주면 안 돼요.”

“그럼 더 잘하는 수선 대가님한테 맡기실래요?”

문나연이 가볍게 웃었다.

“아현 씨가 먹지도 자지도 않고 수선한다고 해도 불가능해요. 보미 씨가 같은 품질의 바다 진주를 찾으면 모를까.”

그러고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손보미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무슨 일이야?”

배건후가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

“생일날에 빌린 드레스 입고 영상을 찍었는데 불꽃이 갑자기 터진 거야. 다행히 제때 피해서 다치진 않았는데 드레스가 여러 군데 구멍 났어.”

그가 시선을 늘어뜨렸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망가졌으면 사면 되지.”

손보미가 울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그 드레스는 어떤 미스터리한 사람의 사유품이라 얼마를 줘도 안 판대. 거금을 들여서 업계 최고 수선 대가님한테 맡겼는데 같은 재료를 찾기 어렵대.”

배건후는 계속하여 라이터를 돌렸다. 손보미는 그의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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