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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도아린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들었다.

‘아니야. 배건후의 머리가 잘못된 거야. 이런 파렴치한 요구를 대체 무슨 낯짝으로 한 거지?’

“건후 씨, 손보미 씨는 건후 씨가 아끼는 여자지,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내가 그리 체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내가 무슨 수로 바다 진주를 구해요?”

도아린이 가려는데 배건후가 어깨를 꽉 잡았다. 그러고는 벽 쪽으로 확 밀어붙였다.

배건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안색도 어두워졌다.

“체면이 없다고? 체면이 없다면 서대은 씨가 왜 귀한 드레스까지 공짜로 줬겠어?”

그의 분노가 극에 달해 도아린의 어깨를 꽉 잡고 말았다. 도아린이 어깨가 아픈 나머지 발버둥 치자 숄이 바닥에 떨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배건후는 그녀의 대답을 듣기 전에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기세였다. 도아린이 점점 대놓고 비웃었다.

“내 남편이 내연녀한테 드레스를 사주면서 연회에서 가장 예쁜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한 걸 서대은이 듣고 보다 못해 드레스를 협찬해줬어요.”

배건후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네가 내 돈 쓰지 않겠다고 했잖아.”

‘내가 안 쓰겠다고 해서 내연녀한테 마구 써? 이건 무슨 이상한 논리야?’

도아린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

“내가 무슨 방식으로 드레스를 얻었든 건후 씨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배건후의 두 눈에 분노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도아린은 한시라도 빨리 그와 멀리하고 싶었다.

배건후는 그녀의 아래턱을 잡고 허리를 숙였다.

“건후야, 아린아.”

주현정의 목소리가 계단에서 들려왔다. 배건후와 도아린의 코끝이 서로 맞닿아 있어 뜨거운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도아린은 배건후를 밀어내고 숄을 주웠다.

“어머님... 오늘 날씨가 춥다고 해서 숄을 챙겼어요.”

도아린은 숄을 주현정에게 걸쳐주었다.

“의사 선생님이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했잖아요.”

“역시 내 걱정하는 건 며느리밖에 없어. 아들은 날 화병 나게 하려고 태어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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