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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그렇게 천천히 조건 반사가 됐는지 뭐만 먹으면 토하는 버릇이 생겼다.

어느 하루 배건후가 집에 왔는데 밥을 먹자마자 도아린은 화장실로 달려가서 토해버렸다. 심하게 토할 땐 가끔 저도 모르게 소변이 나올 때도 있었다.

배건후는 화장실 문 앞에 서서 싸늘하게 지켜보면서 그녀에게 동정심을 얻기 위해 꾀병을 부리는 거라고 했었다...

유민정은 도아린이 꿈쩍도 하질 않자 웃으면서 설명했다.

“사모님, 이건 몸에 좋은 한약이에요.”

‘언제는 뭐 몸에 좋지 않다고 했나요? 그럼 차라리 아들한테 먹일 것이지. 약 먹고 몸은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독수공방하는 기분이 어떤지 아무도 모를 거라고요!’

“어머님.”

도아린이 손을 무릎 위에 놓고 주먹을 쥐었다.

“이 약 더는 먹지 않겠어요. 저랑 건후 씨 지금...”

“아이 가질 준비하고 있어요.”

배건후의 굵은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오자 도아린이 고개를 들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경고의 빛이 스쳤다. 그는 4천억 원을 주고 어머니의 기쁨을 샀다.

도아린은 그가 손보미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다리를 다치게 했다는 생각만 하면 속이 다 울렁거렸다.

웩.

주현정이 도아린의 손을 잡고 놀랍고도 기쁜 얼굴로 물었다.

“아린아, 벌써 생긴 건 아니지?”

‘생리 금방 끝났는데...’

배건후는 차 키를 현관 앞 상자에 넣고 슬리퍼를 갈아신은 후 들어왔다.

“의사 선생님이 아이 가질 준비하는 기간에는 약을 먹지 말라고 했어요.”

배건후가 커다란 주머니를 들고 도아린의 옆으로 다가왔다.

“앞으로는 한약 준비하지 않아도 돼요.”

유민정이 주현정의 눈치를 살폈다.

“이 한약은 몸에 좋은 거야. 근데 의사 선생님이 먹지 말라고 하면 먹지 말아야지, 뭐.”

주현정은 도아린이 임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쁨에 아들마저 눈에 거슬리지 않는 것 같았다.

“회사 일로 핑계 대지 말고 아린이 옆에 자주 있어 줘. 임산부는 기분이 좋아야 아이한테도 좋아.”

주현정이 도아린의 손을 하도 주물러서 아플 지경이었다.

그녀는 진짜로 할머니가 되고 싶었다. 손녀든 손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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