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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부탁하는 일이라 가게 문 앞에 ‘손보미와 배건후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걸려있다는 건 얘기하지 않았다. 우정윤은 할 수 있는 얘기만 골라서 했다.

“서대은 씨 디자인계에서 명성이 자자하고 성격도 불같다고 합니다. 마음에 든 사람한테는 공짜로 퍼주기도 하는데 거슬리는 사람한테는 얼마를 줘도 팔지 않는대요.”

배건후가 펜을 꽉 쥐었다. 그는 서대은과 아무런 친분이 없었고 서대은도 도아린만 도와줄 뿐 손보미를 괴롭힐 이유가 없었다.

도아린은 블랙 카드를 그에게 돌려주었다. 전에 장뇌삼을 사느라 도아린이 전 재산을 거의 다 털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 가게 드레스도 비싸고 메이크업까지 더하면 지출이 꽤 컸다.

“도아린 누구 카드 긁었어?”

배건후는 우정윤이 가장 대답하기 싫어하는 질문을 했다. 하지만 대답을 피할 수도 없었다. 우정윤이 아무 말이 없자 배건후가 고개를 들었다.

배건후의 싸늘한 눈빛에 우정윤은 폴더를 꽉 잡고 화를 당해낼 준비를 했다.

“사모님 드레스랑 메이크업 다 공짜로 받으셨어요. 서대은 씨가 선물한 겁니다.”

차가운 냉기가 순식간에 커다란 사무실을 휩쓸었다. 사인펜이 뚝 부러졌고 배건후의 손등에 핏줄이 다 튀어나왔다.

결혼 3년 동안 도아린은 배건후의 옆에만 있거나 주방에만 있었다. 인맥을 넓히라고 여러 번 설득했었는데도 도아린은 귓등으로 듣기만 했다.

‘대체 언제 서대은과 친해진 거야? 그것도 비싼 드레스를 공짜로 받을 정도로?’

조금 전 우정윤이 말했던 ‘마음에 든 사람에게는 공짜로 퍼준다는’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그렇게 급하게 에이트 맨션에서 나간 게 저런 볼품없는 사람들을 만나려고 그런 거였어?’

우정윤은 그가 풍기는 위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어 천천히 문 쪽으로 물러났다. 나가려는데 배건후의 어두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번에 알아보라고 했던 일 어떻게 됐어?”

우정윤이 발걸음을 멈췄다.

‘깜빡할 뻔했네.’

그는 다시 돌아서서 조사 상황을 솔직하게 말했다.

“손보미 씨가 귀국한 그날에 뒤에서 오던 버스가 피하려다가 배수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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