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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얘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대가 치러야 해.”

도아린이 화들짝 놀랐다. 고개를 들자 배건후의 차가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손보미 찾으러 간 거 아니었어?’

도아린은 그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아무튼 배건후가 그 뒷말을 하게 해선 안 되었다.

“배건후 씨!”

도아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배건후의 팔짱을 잡아당기면서 나가려 했다. 그런데 하도 당황한 바람에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배건후의 품에 와락 안기고 말았다.

배건후는 그녀를 잡지 않고 그저 싸늘하게 쳐다보기만 했다. 도아린은 그의 허리춤을 잡고 올려다보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말하지 말아요.”

배건후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지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민재가 네가 한 짓을 알까 봐? 그 비열한 수단을 알고 네가 역겹다고 생각할까 봐?”

도아린의 낯빛이 사색이 되었다. 그런데 배건후는 육민재의 마음속 도아린의 완벽한 이미지가 망가질까 봐 겁을 먹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배건후의 팔을 잡고 화제를 돌렸다.

“보미 씨 괜찮아졌어요? 왜 다시 돌아온 거예요?”

“내가 여기 있어서 거슬려?”

배건후의 입꼬리가 씩 올라가는 걸 보고 도아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육민재만 만나면 배건후는 생각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끼어든 건 나죠. 친구끼리 얘기해요.”

도아린이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고는 육민재에게 말했다.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 그 일은 고마웠어요. 다음에 밥 한 번 살게요.”

육민재가 증거를 찾아줘서 고맙단 뜻이었다. 육민재는 도아린의 말대로 배건후에게 영상을 보내지 않겠다는 뜻으로 휴대전화를 흔들어 보였다.

그런데 배건후의 눈에는 연락을 기다리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그의 표정이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졌다. 도아린은 배건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다. 배건후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이 한마디를 남기고 배건후도 그녀를 따라나섰다.

호텔 문 앞, 그는 도아린과 한마디도 섞지 않고 차를 몰고 가버렸다.

...

배지유는 배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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