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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손보미는 조용히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배지유의 등을 토닥였다.

“울지 마, 울지 마. 호텔에서 묵은 게 얼마나 다행이야. 길에서 나쁜 사람 만나면 어쩔 뻔했어.”

배건후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방안을 날카롭게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시선이 화장실로 향했을 때 배지유는 움찔하면서 손보미의 손을 꽉 잡았다. 정리를 마치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건후 씨, 나 먼저 화장실 써도 될까? 급하게 오느라 약을 바르지 못했어.”

손보미가 심장 쪽에 손을 올려놓았다. 옷을 벗어야만 약을 바를 수 있었다.

배건후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옆에 기댔다.

“먼저 들어가, 그럼.”

아무리 경험이 많은 손보미라도 화장실의 전리품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배지유가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한 게 맞는지 의심마저 들었다.

‘어젯밤에 호스트가 한 명만 있었던 거 맞아? 휴지랑 콘돔은 변기로 내려보낸다고 해도 포장 박스는 어떡하지?’

거울에도 흔적을 남겼었는지 배지유가 말끔하게 닦았다. 재벌 집 아가씨가 샤워하지도 않고 잠을 잔다는 게 말이 안 되었다. 거울에 물기가 없어서 오히려 더 이상했다.

손보미는 더는 방법이 없어 휴지를 변기에 내려보낸 후 문을 열었다.

“으악!”

“보미 언니...”

배지유가 황급히 달려왔다. 손보미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오른쪽 발이 이상한 각도로 틀어져 있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배건후를 쳐다보았다.

“건후 씨, 발 너무 아파.”

배건후는 담배를 끄고 손보미를 들어 올렸다.

“물건 챙겨.”

이 말은 배지유에게 한 말이었다. 배지유는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속으로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러고는 다급하게 그녀와 손보미의 가방을 챙기고 문을 닫았다.

...

도아린이 아파트로 돌아오자마자 황급하게 나가는 소유정을 만났다.

“어디 가?”

“잘됐다. 나 좀 데려다줘. 한 친구가 손보미에 관한 흑역사를 찾았대.”

도아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손보미 좀 그만 내버려 둬. 그러다가 또 되레 모함당하면 어쩌려고.”

소유정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까발리진 않더라고 갖고는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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