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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그의 이상한 두뇌 회전에 도아린은 분노가 갑자기 끓어올랐다.

“누군 이 집 사모님이 되고 싶어서 된 줄 알아요?”

결혼해서 지금까지 배건후는 그녀를 사모님이라 인정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곧 이혼하게 생긴 지금 가끔 부르곤 했다.

마치 날카로운 무언가로 유리를 긁는 것처럼 그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배건후는 라이터를 꺼내 손가락으로 돌렸다. 맨 밑바닥의 글씨가 닳아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리 집 사모님이 싫으면... 육씨 가문 사모님은 좋아?”

‘이게 육민재랑 무슨 상관이야?’

도아린은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때리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았다.

“배건후 씨, 쓸데없는 소리 자꾸 하지 말고 중점만 말해요.”

“넌 보미 얘기 꺼내도 되고 난 민재 얘기 꺼내면 안 돼?”

“같은 일이에요, 그게?”

도아린이 싸늘하게 웃었다. 배건후는 라이터를 내려다보면서 입꼬리를 씩 올렸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도아린이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확 내려놓았다.

“손보미 씨한테 돈을 쓸 땐 하나도 아까워하지 않고 사달라는 거 다 사줬잖아요. 게다가 카드까지 줬고. 건후 씨가 보미 씨 먹여 살리고 보미 씨는 또 다른 사람 먹여 살리고. 정말 대박이에요.”

배건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무슨 헛소리야, 그게?”

“아이가 태어난 다음에 유전자검사 해서 누구 아이인지 확인하는 게 좋을 겁니다.”

배건후는 도아린의 어깨를 잡고 붉으락푸르락한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비웃었다.

“이 머리로는 재벌 사모님이 될 자격이 없긴 해.”

“나쁜...”

놈이라는 말을 채 하기 전에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왔다. 도아린은 다급하게 그의 손을 뿌리치고 자리에 앉았다.

준비한 메뉴들이 전부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그동안 도아린은 항상 배건후의 입맛만 신경 쓰느라 자극적인 맛들이 어떤 맛이었는지조차 거의 까먹은 것 같았다.

‘맛있는 음식을 봐서 일단 따지지 않겠어.’

도아린이 젓가락을 들자마자 배건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몸을 돌려서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손보미의 전화일 거란 생각에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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