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5화

“도아린!”

배건후는 그녀의 손목을 부러뜨릴 것처럼 꽉 잡았다. 도아린은 아픔을 참으며 말했다.

“못하겠어요? 그럼 약속을 어기겠다는 거네요?”

도아린은 그의 분노한 두 눈을 대담하게 쳐다보았다. 배건후가 속으로 생각했다.

‘너 때문에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잘생긴 얼굴에 냉기가 한층 씌워진 듯했고 눈빛도 칼처럼 날카로워 도아린의 몸을 쿡쿡 찌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두 변호사가 보는 앞이라 배건후가 함부로 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도아린은 허리를 곧게 펴고 아래턱을 든 채 도발했다.

1초, 2초...

“그래.”

배건후가 이를 꽉 깨물고 대답했다.

도아린이 남궁유민을 쳐다보았다. 줄곧 차분하던 그의 표정이 드디어 살짝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남궁유민은 목을 어루만지다가 건반을 두드렸다. 그런데 그때 도아린은 남궁유민의 셔츠 옷깃 부분에 진한 흔적이 있는 걸 발견했다.

배건후가 먼저 문자를 받았고 곧이어 도아린도 받았다. 그녀는 남궁유민의 사생활에 딱히 관심 없었기에 통쾌하게 사인을 마친 후 보냈다. 혹시라도 배건후가 또 이상한 소리를 할까 봐 그녀가 재빨리 말했다.

“공증 비용은 더치페이로 하죠. 건후 씨가 남궁 변호사님한테, 난 장 변호사님한테 주고.”

그러고는 영상통화를 끊어버렸다.

남궁유민의 비용이 여간 비싼 게 아니었다.

주현정이 예약한 식당은 커플 레스토랑이었다. 불빛이 어두워서 분위기가 더 있어 보였고 구석에서는 따뜻한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왔다. 테이블마다 병풍으로 가리고 있어 프라이버시도 지켜주었다.

도아린 앞에 들어간 커플은 서로 깍지를 끼고 있었고 자리를 기다릴 때도 아무도 없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키스하곤 했다.

“...”

도아린은 민망한 나머지 다급히 고개를 숙여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

배건후는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아니면 눈이 먼 건지 줄곧 도도하고 싸늘한 얼굴을 하고 있어 전혀 데이트하러 온 것 같지 않았고 되레 상대 회사를 무너뜨릴 것 같은 기세를 내뿜었다.

“키스까지 안 해도 돼. 찍으라는 말이 없었어.”

괘씸한 목소리가 도아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