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악!”비명에 간호사가 달려왔고 도아린과 율이도 따라 들어왔다.율이는 손보미의 피투성이가 된 등을 보자 겁에 질려 차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얼굴을 살짝 돌렸다.도아린은 재빨리 율이의 눈을 가리고 그녀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손보미는 배건후의 품에 매달려 그의 팔을 꼭 붙들고 있었다.“건후 씨... 아파... 너무 아파...”배건후는 그녀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손보미는 아파서 바들바들 떨면서 그를 생명줄처럼 붙잡고 있었다.남자는 인내심을 갖고 말했다.“걱정하지 마, 의사가 곧 올 거야.”간호사는 당직 의사를 불러와 함께 손보미를 치료실로 옮겼다.그녀의 등에는 모니터의 브라켓에 긁혀 삼각형 모양의 상처가 생겼다. 상처는 깊진 않지만, 꽤 컸다.의사는 피를 닦아내며 미간을 찌푸렸다.“손보미 씨, 우리 병원의 봉합기술로는 흉터가 남을 것 같은데요.”“안 돼요, 흉터는 절대 안 돼요!”손보미는 갑자기 강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상처가 찢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려고 했지만, 배건후는 힘껏 눌렀다.손보미는 그의 손을 잡고 울며 애원했다.“건후 씨, 난 흉터가 생기면 안 돼. 흉터가 생기면 좋은 드라마도 광고도 다 못 찍는단 말이야...”도아린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배건후는 그녀를 흘끗 쳐다보더니 그녀의 무심한 표정에 짜증 난 듯싶었다.어쨌거나 손보미가 이렇게 다쳤는데 그녀는 동정심이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걱정하지 마, 병원에 연락해볼게.”배건후는 몇 마디 위로한 뒤, 밖으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그는 도아린의 곁을 지나며 적당히 하라는 듯한 눈짓을 던졌다.손보미의 시선은 배건후를 쫓아가다 결국 도아린의 얼굴에 고정했다.그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도아린의 맑은 눈동자에 조롱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마치 모든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도아린 씨.”손보미는 몸을 일으켜 그녀를 바라보았다.“혹시 그 모니터가 고장이 난 거 알면서도 나한테 말 안 한 거야?”도아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율이의 병실을 지나면서 배건후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어린이 병원에 와서 아린이를 데려가.”20분 후, 손보미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배건후도 우정윤의 전화를 받았다.배건후는 이마를 문지르며 물었다.“저택으로 간 거야, 맨션으로 간 거야?”“대표님, 제가 도착했을 때 사모님은 이미 가고 없었어요.”배건후는 가슴 속에 무엇인가 얹힌 듯 답답하고 괴로웠다.도아린은 저택에도 맨션에도 돌아가지 않고 작업실로 갔다.방해받지 않으려고 그녀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꿔놓고 푹 자고 일어났다.집 근처 죽 가게에서 아침을 사 먹으면서 그녀는 메시지를 하나씩 확인하며 답장을 보냈다.소유정은 그녀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그녀가 보육원 리모델링 과정을 기록해 인스타에 게시하자마자 사람들은 바로 손보미와 비교하기 시작했다.문나연에게서도 문자가 와 있었다. 송 감독이 어떻게 마음을 바꿨는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의상 디렉팅을 도아린에게 맡기고 싶다는 내용이었다.그리고 두통의 부재중 전화가 있었는데 도정국과 배건후였다.도아린은 먼저 문나연에게 답장을 보내 일을 맡기로 했다.소유정에게 답장을 보내려던 찰나, 도정국의 전화가 걸려왔다.“돈은 언제 보낼 거냐?”“무슨 돈을 언제 보내요?”도아린은 만두를 한입 베어 물며 모르는 척 물었다.“아린아, 지금 장난하자는 거냐? 유준의 그 3억은 새 가게의 운영 자금이니 반드시 메워야 해!”도아린이 비웃으며 말했다.“새 가게는 절차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운영 자금이 벌써 유준의 손에 들어갔다니, 설명이 좀 필요한 거 아니에요?”“내 가게니까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야!”“아빠 가게라면서 왜 나한테 운영 자금을 달라는 거예요?”전화기 너머에서 도정국은 컵을 던지며 그녀를 욕했다.“양심도 없고 불효막심한 놈 같으니라고! 정말로 배은망덕한 놈이야!”도아린은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고 천천히 죽을 마셨다.그때 머리 위에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맞은편에 남자가 앉았다.육하경은 장아찌 한 접시를 그녀 앞에 밀어주
육하경이 설명하려고 하던 찰나, 신호등이 빨간불에서 초록 불로 바뀌었다.뒤차가 경적을 눌러 재촉했고 교차로를 지나면서 그 이야기도 끝이 났다.보육원에 가까워질 때, 도아린은 문득 소유정에게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히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보육원의 경비는 육하경이 경적을 누르기도 전에 문을 열어주었다.차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한 여자가 경비실에서 달려 나왔다.“하경 오빠!”육하경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너 여기 왜 있어?”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정교한 화장을 한 배지유는 한정판 가방을 들고 수줍게 대답했다.“오빠가 오라고 하지 않았어요?”“...”육하경은 잠시 멈칫했다.“네가 새로 온 보조야?”“오빠, 난 집에서 마련해준 직장을 마다하고 오빠의...”배지유는 뒤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고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네가 어떻게 하경 오빠랑 같이 있어?”도아린은 차 문을 닫고 담담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떤 자격으로 묻는 거야?”“난 하경 오빠의 보조거든!”배지유는 자랑스럽게 고개를 쳐들었다.“아. 그럼 너도 참 자격이 없어. 네 사장님이 왜 나와 함께 있는지도 모르니 말이야.”배지유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물며 말했다.“난 네 시누이야!”도아린은 더 밝게 웃으며 말했다.“네 오빠도 신경 쓰지 않는데 네가 왜 걱정해?”“...”배지유는 너무 화가 나서 육하경을 불만스럽게 바라봤다.육하경은 설명할 생각이 없다는 듯 차 문을 잠그고 성큼성큼 안내 교사에게 걸어갔다.“안녕하세요, 육하경입니다.”“육 대표님께서 이렇게 우리 보육원을 방문해주시니 참으로 영광입니다!”안내 담당인 유은서 선생님은 도아린을 보고 잠깐 놀라더니 다시 육하경을 바라보았다.“그럼 아이들이 사는 곳을 먼저 보여드릴까요?”“서두를 것 없어요. 일단 주방부터 봅시다.”육하경이 부드럽게 말했다.유은서는 앞서서 길을 안내하며 가는 동안 문자를 보냈다. 그녀의 긴장된 뒷모습은 뭔가 수상했다.주방에 거의 도착했을 때 도아린이 갑자기 말
도아린은 소유정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녀는 소유정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는 핑계로 들어오라고 했지만, 오늘 귀한 손님이 오셔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경비원은 소유정을 거절했다.소유정도 머리가 좋았다. 그녀는 경비원에게 대단한 점쟁이가 말하기를 자신이 올해 대운이 트려면 생일인 오늘 착한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그녀를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면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했다. 어차피 연성에는 보육원이 많으니까.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경비원은 유은서에게 연락한 후 그녀를 들여보냈고 방문할 범위를 지정해 주었다.도아린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우린 들어와서 아이들을 하나도 못 봤네요.”이제 막 아침을 먹은 시간이라 지금은 아이들이 마당에서 활동해야 할 때였다. 실내에서 놀더라도 소리가 나야 정상이었다.그런데 그들이 들어온 이후로 마당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장애 어린이는 물론이고 선생님조차 보이지 않았다.곧 직원이 등록부를 가져왔다.등록된 아이는 20명이고 자립할 수 없는 아이가 4명, 지능 장애가 있는 아이가 8명, 선천적 병을 가진 아이가 8명이었다.율이는 선천적 질병이 있는 아이 중 가장 어렸고 나머지는 모두 15~16세였으며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만 돌아왔다.육하경은 수입과 지출 내역을 도아린에게 보여주었고 두 사람은 서로의 눈에서 원하는 답을 읽었다.“보육원의 조건은 정말 열악하네요.”육하경은 자료를 직원에게 건네며 말했다.“등록된 아이 중에 이동해야 할 아이가 12명이네요. 방을 준비하라고 할게요.”“아니, 생활 교사도 있어요.”직원이 급히 말했다.“그리고 나와 유 선생님, 경비 그리고 주방장까지 합치면 8개의 방이 더 필요해요.”“보육원을 리모델링 하려면 선생님과 경비원은 당연히 남아서 감독해야겠죠.”도아린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유 선생님은 병원에서 율이를 돌봐야 하고 주방장은 필요 없어요. 호텔에서 음식을 제공하니까요.”“...”직원의 얼굴이 확연히 안 좋아 보였다.그는 눈을 굴리더니 뭔가 생각난
“거기 서!”건장한 남자 둘이 후문에서 쫓아 나왔다.유진혁은 땅에 떨어진 막대기를 집어 들고 휘두르며 소유정에게 얼른 도망치라고 외쳤다.소유정은 다리가 후들거려 두 걸음을 뛰다가 유진혁이 걱정되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연예인이었던 그들은 결국 힘 좋은 남자들을 당해내지 못하고 순식간에 제압당하고 말았다.키 큰 남자는 유진혁의 휴대폰을 빼앗아 몰래 찍은 영상을 보고 냉소를 지었다.“우리 보육원이 이제 유명해졌나 보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오는 걸 보니.”그는 유진혁의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너, 무슨 블로거야?”유진혁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난 아직 계정도 없어요. 우린 진짜 아무것도 못 봤으니까 그냥 보내주세요. 바로 갈게요.”“여기가 공원인 줄 아냐?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게?”꺽다리 남자는 보육원 관련 영상을 삭제하고 나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스캔한 후 다시 휴대폰을 유진혁에게 내밀었다.“입장료는 내야지.”휴대폰 화면에는 600만 원 결제창이 떠 있었다.“저... 저는 그렇게 많은 돈이 없어요... 돈 있으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어요?”“돈이 없다? 그럼 네 여자친구를 담보로 내놔.”꺽다리 남자는 소유정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난쟁이 남자에게 말했다.“며칠째 손님이 없어서 사장님도 기분이 별로던데.”“빌어먹을!”소유정이 욕설을 퍼붓자 그들은 그녀의 머리를 힘껏 눌렀다.“내 여자친구 건드리지 마! 돈 줄게, 돈 줄게!”유진혁은 남자에게 풀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남자는 먼저 비밀번호를 말하라고 요구했다.결국, 유진혁은 돈을 지불하고 소유정을 품에 안았다.“빨리 나가자.”소유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브로치로 다 녹화했어. 이놈들, 반드시 폭로해버릴 거야!”그들에게 문을 열어주려던 경비원은 마침 전화를 받더니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다.그러고는 찰칵 소리와 함께 다시 문을 잠갔다.“두 분 불편하시겠지만, 잠시만 기다렸다가 우리 귀한 손님이 조사를 마치면 가세요.”“무슨 뜻이죠?
건장한 남자는 소유정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소유정은 더듬거리며 말했다.“저, 저는 방금 왔는데 여기 환경이 너무 안 좋아서 그만두려고요.”“보육원은 복지 기관이니 현재 조건이 다소 열악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제 육 대표님이 리모델링하고 나면 많이 좋아질 거예요.”도아린은 일부러 설득하듯 말했다.“천사 보육원은 현재 많은 네티즌의 관심을 받고 있으니 여기서 계속 있으면 미녀 선생님으로 유명해질 수도 있어요.”“하지만 난...”“돌아가서 잘 생각해보세요.”도아린은 건장한 남자를 보며 말했다.“이분을 보내주세요. 제가 보기엔 남을 것 같아요.”건장한 남자는 당연히 쉽게 풀어주고 싶지 않았다.육하경은 도아린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말했다.“아린 씨가 이분을 집에 모셔다드리면서 길에서 잘 설득해주세요. 젊은이라면 멀리 내다봐야죠.”도아린은 그의 의도를 알았지만, 유진혁을 보며 말했다.“두 분 사귀는 사이죠? 그럼 남자친구분이 집에 데려다주는 게 좋겠네요. 이분은 남자친구 의견을 더욱 신경 쓰는 것 같은데.”건장한 남자가 반응하지 않자 육하경의 표정이 굳어졌다.“왜요? 내 말도 안 통하는 건가요?”남자는 마지못해 손을 놓으며 소유정의 귓가에 속삭였다.“네가 가수라는 걸 알고 있어. 찾으러 갈게.”소유정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비틀거렸다. 그러자 유진혁은 이내 그녀를 부축했다.두 사람은 도아린의 시선 아래 보육원을 떠났고 경비는 차량 번호를 적어두었다.도아린이 한숨을 돌리려던 찰나, 배지유가 미친 듯이 뛰어왔다.“도아린! 너 이 뻔뻔한 년! 감히 하경 오빠한테 꼬리 쳐...”배지유가 그녀의 어깨에 걸친 옷을 잡자 도아린은 반대로 배지유의 머리채를 잡았다.“하경 씨는 너를 쳐다보지도 않는데 무슨 자격으로 나랑 싸우겠다는 거야.”“나쁜 년! 오빠한테 다 말해서 혼쭐내 줄 거야!”“어디 한번 해보라지, 오빠가 네 말을 들을지 아니면 내 말을 들을지!”건장한 남자는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하지만 오늘 한꺼번에 미녀가 셋이나
배건후는 바람을 가르며 다가와 조수석 문을 열더니 도아린을 확 끌어냈다.도아린은 중심을 잃고 배건후의 품에 휘청거리며 쓰러졌다.‘이 남자는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야? 손보미가 병원에서 또 무슨 꼼수라도 부린 건가?’그녀가 잠시 생각할 틈도 없이 뒤에서 배지유의 거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아린, 방금 했던 말 다시 해보시지 그래?”‘얘는 제정신이야?? 내가 아까 농담한 거 몰라? 어떻게 이걸 배건후에게 일러바치겠다는 거지? 그가 아무리 나한테 관심 없다 해도 자기 체면은 중요할 텐데 이렇게 친구 앞에서 망신을 준다면 배지유, 너 오늘 진짜 끝장인 거야.’“오빠! 도아린이 오빠랑 이혼하고 하경 오빠랑 결혼할 거래!”배건후가 머리를 홱 돌렸다.그의 눈빛은 마치 얼어붙은 비수처럼 곧게 날아왔다.배지유는 그 살기에 움츠러들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차 안에 있던 육하경도 그의 위압감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핸들을 꽉 움켜잡았다.아까 도아린은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그런 말을 내뱉었지만, 그는 그녀의 눈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찾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도아린은 배건후에게 머리를 눌린 채 차 안에 들어가고 있었고 그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도아린은 차 문에 팔꿈치를 부딪쳤다. 배건후는 뒤이어 차에 올라타더니 문을 쾅 닫았다.“출발해.”조수현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지시에 따랐다.소유정의 전화가 걸려오자 도아린은 서둘러 받았다.“아린아, 무사한 거야?”소유정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나 괜찮아.”도아린은 스피커를 가리며 작게 말했다.“너 먼저 친구 집에 가 있어. 내가 연락할게.”“그 보육원이 뭔가 이상해. 그들은...”“알고 있어.”도아린이 대화하기 어려운 걸 알아챈 소유정은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건후 씨, 그 보육원 있잖아...”“너 하경이랑 결혼할 거라고?”“그냥 농담이었어.”“농담?”배건후는 코웃음 쳤다.“생각도 참 야무져.”배건후는 그녀가 인터넷에 떠도는 자신과 손보미의 스캔들을
염치가 없는 사람은 봤지만, 이렇게 염치없는 사람은 처음이었다.도아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배 대표님, 저에 대해 너무 신경 쓰시는 거 아니세요?”남자는 냉소하며 답했다.“내가 너를 배 씨 저택에서 데리고 나왔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는 나한테 책임을 물으실 거잖아. 어떻게 밤새 안 들어오고 전화도 안 받을 수 있어?”“잠들어서 못 들었어요.”이 설명은 꽤 그럴듯했다.하지만 남자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는 더욱 짙어졌고 손에 쥔 담배는 거의 부러질 듯했다.“정말 태평이네.”“그럼요. 안 그러면 어떻게 당신이 상간녀랑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걸 보고만 있겠어요.”“...”배건후는 말이 막혔다.그는 손에 남은 담배를 세게 빨아들인 후, 느긋하게 말했다.“보미의 상처는 꽤 심각해.”하니가 다쳤으니 그의 눈에는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큰일이겠지. 더군다나 어제 그렇게 많은 피를 흘렸으니, 엄청 마음이 아플 것이다.도아린은 코웃음 쳤다.“당분간은 안 죽어요.”“아린아, 넌 꼭 가시 돋친 것처럼 말해야겠어?”배건후는 불만스럽게 눈썹을 찌푸렸다.“성형외과에 연락했으니 흉터 하나도 안 남을 거잖아요. 내가 고슴도치라도 보미한테는 소용없죠.”차가 엠파이어 빌딩의 상업 거리에 진입하자 도아린은 도유준이 사람들을 지휘하며 간판을 거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그래서 다시 고개를 돌려 뒷좌석 창문으로 바라보았지만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내가 잘못 본 건가?손보미가 점포를 내주지 않으면 도정국은 새 가게를 열 수 없었다.그녀가 의문을 품고 있을 때, 배건후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말투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누구의 전화인지 뻔했다.차가 멈추자 도아린은 차에서 내리며 일부러 차 문을 세게 닫았다.배건후는 도아린의 옆으로 다가와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푹 쉬어야지.”‘개자식, 아까는 손보미 때문에 나를 몰아세우더니, 이젠 또 저렇게 살갑게 굴어? 그렇게 걱정되면 병원에서 지키던가.’그는 도아린의 어
이튿날 아침, 차화영은 지나간 일을 다시 끄집어냈다. 이번에는 아들을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갔다.“빚쟁이들은 다 미쳤어. 옥경이한테도 손을 댔단 말이야! 그때 너를 대학에 보내느라고 옥경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어. 은혜는 잊으면 안 되는 거야. 지금 저 상황을 보고도 네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진범준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비비고 있었다.“엄마, 안준휘는 각가지 핑계를 대면서 저한테서 가져간 돈이 자그마치 100억이에요. 제가 소개해준 프로젝트도 200억짜리고요. 옥경이한테 빚진 거는 이미 다 갚았어요.”“네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옥경이가 너를 공부시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명희를 만날 수 있었겠어? 너희가 어떻게 그렇게 큰 회사를 일으킬 수 있었겠어? 옥경이 만약 학교에 다녔으면 더 좋은 사람한테 시집을 갔을 거고 이렇게 엉망인 일도 없었을 거야! 네가 옥경이한테 빚진 것은 평생 갚아도 못 갚아!”“엄마, 옥경이가 학교를 그만둔 건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옥경이가 돈을 벌러 나간 건 온전히 저 하나만을 위한 것이었어요?”진범준은 엄마를 쳐다보았고 눈빛 속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만약 엄마가 돈 많은 사람한테 시집갔다면 저희는 재벌 2세였겠죠. 저는 고생해서 회사를 일으킬 필요도 없었고 옥경이도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겠죠. 문제의 근원은 엄마예요.”차화영은 벼락을 맞은 듯했다.그녀는 평생 일을 하지 않았고 남편의 사망으로 얻은 위로금은 진작에 바닥이 났다.진범준은 자신이 일해서 학비를 벌 수 있다고 했지만, 차화영은 진옥경이 학교를 그만두고 일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경제적 지원이 없게 된다. 분명 본인의 이기심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진범준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저는 이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런데 엄마도 모든 잘못을 저한테 덮어씌우면 안 됐어요.”진범준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도아린은 담담하게 훑어보고는 파편을 건너서 소파에 앉았다.“제가 민아에게 프로젝트를 위조하라고 시켰나요? 제가 민아에게 사채를 발행하라고 했나요? 만약 저랑 재민 씨가 그 저택을 달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도유준은 진작에 민아 몰래 그걸 팔아버렸을 거예요.”차화영은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았고 안민아가 결혼하자마자 빚이 200억이 생긴 것만 생각했다.돈을 갚지 못하면 감옥에 가야 했다. 그녀의 외손녀가 어떻게 감옥에 갈 수 있단 말인가!“너 자신을 그렇게 깨끗하게 말하지 마! 네가 민아를 강씨 가문에 데리고 가지 않았더라면 민아가 도유준에게 몹쓸 짓을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오늘 같은 일도 생기지 않았을 거야! 네가 민아에게 잘못했으니 네가 민아에게 보상해줘야지!”“안민아는 지금까지도 어떻게 강씨 가문을 떠나게 되었는지 말하지 않고 있어요. 민아가 스스로 잘못된 일을 했는데 그 책임을 저한테 지라고 하면 저는 안 합니다.”도아린의 태도는 강력했고 말투는 날카로웠다.“가서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설득했는데 왜 신고하지 않은 거죠?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고 저의 죄책감을 이용해서 진씨 가문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거잖아요!”윤명희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도아린의 눈짓에 입을 다물었다.차화영한테 불효라는 수식어는 그녀 한 사람만 짊어지면 됐다.“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어른으로서 존경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도리를 따지지 않고 막무가내로 그러시면 제가 예의 없다고 탓하지 마세요.”“너...”차화영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고 도아린을 가리키며 윤명희에게 말했다.“이런 게 바로 잘난 네 딸이란다. 어디 한번 봐봐. 똑바로 봐!”윤명희는 약상자를 가정부에게 주면서 말했다.“제 딸이 얼마나 좋은데요. 함정에 빠지지도 않고 위법적인 행동을 하지도 않고요.”“올케, 제발 부탁할게요.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진옥경은 윤명희의 손을 덥석 잡고 윤명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200억이라는 돈은 오빠한테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
그는 손을 중간에 놓고 있었다. 도아린은 밖을 쳐다보면서 손을 그의 손 위에 덮었다.강재민은 빠르게 손을 잡았고 손깍지를 꼈다. 말하는 말투도 훨씬 들떠있었다.“사실 제가 외국에 있을 때 혼자 요리를 해 먹었지만, 스테이크를 굽는 것밖에 몰라요. 어떻게 굽든 다 먹을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재민 씨.”도아린이 천천히 말을 건넸다.“제가 왜 성을 고치지 않은 지 알아요?”강재민의 말이 끊기도 그는 그녀의 말을 따라 대답했다.“진씨 가문의 재산을 받기 싫어서요? 사실 수혁이와 경수는 모두 아린 씨를 환영하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모두 기꺼이 당신에게 주고 싶어 하는 거예요.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 없어요.”“재혼할 때 다른 요소에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강재민의 옆모습을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저는 상대가 제일 먼저 좋아하는 게 저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구의 딸이거나 어느 회사의 책임자여서가 아니라. 물론 이것들은 모두 호감을 높이는 좋은 요소들은 맞죠. 하지만 저는 제가 아무것도 없을 때 상대가 여전히 저를 받아주기를 원해요.”강재민의 표정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의 입가 근육이 살짝 움찔하였다. 그 비릿한 표정은 도아린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도아린은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강재민이 다시 잡았다.“죄송해요. 오늘 그들에게 아린 씨를 소개한 것은 우리의 신분이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하려던 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배건후를 떠난 당신이 얼마나 반짝이는 존재인지 배건후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강재민은 세게 도아린의 손을 잡고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이용해서 배건후를 자극했으면 안 됐어요. 하지만 저는 그저 배건후가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게 화가 나서 그랬어요.”그의 눈가에는 한줄기 살기가 스쳤지만 이내 사라졌다.진씨 저택에 도착해서 강재민은 도아린의 손을 놓았고 도아린은 손을 털었다. 세게 잡혀있던 손이 얼얼했다.“잘 자요.”“내일 영화 보러 갈래요?”강재민은 두 걸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최지우는 육청아의 귓가에 대고 말을 몇 마디 했고 육청아는 갑자기 도아린을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은 도발적이었다. 그 도발은 이내 불안으로 바뀌었다.“가요.”강재민은 도아린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그녀는 도아린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지만, 시선은 여전히 육청아를 보고 있었다.육청아는 눈에 띄게 당황했고 도망가려는 듯했지만 어떻게 도망가야 소리소문없이 도망갈 수 있을지 모르는 듯했다.‘그녀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강재민인가?’이 생각이 도아린의 마음속에 피어올랐고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강재민이 바로 LY의 현무였고 육청아는 그의 부하이다. “왜 그래요?”도아린의 기분 변화를 느낀 강재민이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도아린은 어깨에 올린 손을 밀어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친밀하게 행동하지 않겠다고 아까 약속했잖아요.”강재민은 미소를 지으며 손은 주머니에 넣고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그는 신사적으로 차 문을 열고 도아린의 머리를 보호하면서 차에 오르게 한 다음 문을 닫았다.차에 시동이 걸리고 도아린은 백미러로 연회장 문 앞에 서 있는 배건후를 보았다.그의 주변에는 분위기가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았고 어떤 여자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지만, 그의 차가운 눈빛에 놀라서 돌아갔다.“뭐 먹고 싶어요?”가로등의 빛이 빠르게 달리는 차 안을 비춰 강재민의 옆모습은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이었다.그의 시선은 빠르게 도아린을 훑고는 계속해서 차를 운전했다.“양식을 먹을 거예요, 한식을 먹을 거예요?”“일식이요.”도아린은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강재민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조금 열리자마자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서대은의 정보에 따르면 현무는 그녀가 은퇴한 후에 모습을 드러내 점차 전임 현무의 자리를 대체했다
“그래서...”도아린이 물었다.“미팅 자리라고 할 수 있죠.”도아린은 하마터면 그네에서 떨어질 뻔했다.“지금 저를 데리고 미팅 자리에 온 거예요?”“당연히 아니죠!”강재민의 웃음이 점점 더 환해졌다.“저처럼 이렇게 나이가 많은 남자가 어렵게 솔로 탈출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와서 자랑해야죠.”도아린은 이마를 짚었다.“재민 씨, 우리 정말...”강재민은 그네를 멈추고 그녀의 앞으로 가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저를 거절하지 말아요. 적어도 당장 거절하지는 말아요. 저한테 기회를 한번 주세요. 그리고 아린 씨 본인한테도 기회를 주세요. 만약 우리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면 아린 씨한테 절대 매달리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요.”도아린이 뭐라고 말하려는 데 손가락이 입술을 막았다.쉿, 강재민이 작게 말했다.“분명 제가 먼저 아린 씨를 만났는데 당신의 눈에는 제가 없었어요. 저는 물러서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그저 경기를 졌을 뿐인데 어떻게 제 행복까지 지게 만들 수 있겠어요! 저는 집안의 사업을 이어받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홀로 사업을 시작했고 배건후가 경영하고 있는 사업을 모두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도아린 씨,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지만 결국 시험에 참여할 자격조차 없다고 통보를 받은 기분이 어떤 건지 아세요?”“...”도아린은 강재민의 눈을 쳐다보았다.그의 얼굴은 담담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은 촉촉하게 빛이 났다.도아린은 배건후에게 첫눈에 반했다. 마음속에 배건후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걸 바쳐서 그와 함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고 싶었다.그녀는 기꺼이 그를 위해 요리를 했고 그의 가족들을 돌봤다. 배건후가 자신의 사업을 위해 모든 마음을 기울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배건후는 한 번도 그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정한 말이라도 말이다.지금 이렇게 마음을 다해 고백하는 말에 감동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상처를 받아 흉터가 덕지덕
“신사님! 손이...”지나가던 종업원이 발견하고 서둘러 그를 휴게실로 데리고 가서 처치하려고 했지만, 배건후는 듣지 않고 도아린에게로 걸어갔다.“재민 도련님!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요, 여자분을 데리고 오시다니요!”“재민 도련님께서 평생 혼자 지내실 줄 알았는데 여자의 치마폭에 결국 항복하셨군요.”재벌가의 후계자 몇 명이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강재민은 도아린의 팔을 놓고 자연스레 도아린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정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이 사람이 겁이 많아서 겁먹고 도망간다면 모두 각오하세요.”도아린은 그와 너무 가까이 붙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강재민은 자연스러운 동작 같아도 사실 팔에 힘을 세게 주고 있어 철사처럼 그녀를 얽매고 있었다.도아린은 어쩔 수 없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할 수밖에 없었다.“저희한테 소개해주지 않으시겠어요?”누군가가 궁금해서 물었다. 도대체 누구길래 강재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말이다.“도아린 씨. 진씨 가문에서 오래전에 잃어버린 딸이에요. 티파니 주얼리의 디자인 총괄이고 JS 픽처스의 프로젝트 기획자예요. 그리고 탑 주얼리 디자이너인데 예명은 비밀이에요.”강재민은 도아린의 모든 정체를 한 번씩 다 말할 기세였다.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품 안의 사람을 쳐다보았다.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은 꿀이 떨어졌고 손으로 그녀의 잔머리를 넘겨주었다.“이 사람은 고생을 무척 많이 하고 저를 만난 거예요. 제가 이 사람을 제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건 운명이 정한 일이죠.”도아린은 몸을 돌려 그의 넥타이를 정리해주는 척하며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적당히 해요!”아주 연기 천재가 납셨다.“부족해요. 턱없이 부족해요.”강재민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저는 저의 전부를 당신에게 줄 거예요.”도아린은 그를 흘겨보았고 강재민의 웃음은 더욱 활짝 피었다.“도아린!”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도아린은 굳은 표
...도아린은 안에서 일어나는 소란을 보지 못했지만 얼마나 난리가 났을지 짐작이 갔다.차에 올라타기 전, 그녀는 뒤돌아 한번 보았다.“마음이 약해졌어요?”강재민이 피식 웃었다.“아니요.”안준휘는 항상 진범준에게 프로젝트를 놓쳤다느니, 강씨 가문에서 그에게 경고했다느니, LY에서 그를 겨냥하고 있다느니, 다른 사람의 함정에 빠졌다느니 하는 얘기들을 토로했다...다 거짓말이다.그는 진씨 가문을 돈줄로 생각했고 이런 이유로 돈을 빌리고 갚지도 않았다. 그래도 돈을 얻지 못하면 안민아의 결혼을 핑계로 고가의 혼수를 요구했다.도유준의 가짜 프로젝트는 사실 안민아가 생각해낸 것이었다. 그녀는 안준휘한테서 이런 것들을 배웠고 이게 결국 자신의 아버지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갔는데 어디에 투자했는지 소문이 없어요.”강재민은 핸드폰으로 도유준의 주소를 사기당한 사람들에게 보내주었다.“안준휘는 밖에 사생아가 있어요. 진옥경이 자신에게 난리를 피울까 봐 돈을 진작에 거기로 빼돌렸죠.”약혼식 날, 안준휘는 술에 취해 기사에게 진옥경을 집으로 데려다주라고 하고는 자신은 사우나에 가겠다고 했는데 사실은 내연녀에게로 간 것이다.일남이 그를 따라갔다가 모든 걸 보게 되었다. 그들은 안민아가 강씨 가문에 시집가게 되어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축하를 했고 안준휘는 그날 거기서 밤을 보냈다.그들이 감히 진씨 가문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도유준이 사채로 돈을 준 사람들은 모두 서대은이 보낸 사람들이었고 결국 그 돈은 돌고 돌아 다시 진범준에게로 가게 되었다.“제가 맞장구를 쳐서 같이 연기를 해줬으니 저한테 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강재민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도아린은 턱을 괴었다.“둘째 오빠가 볼일이 있다고 저를 찾았던 게 갑자기 생각났어요.”“진경수도 연성으로 갔어요.”강재민은 그녀의 핑계를 눈치채고 기사에게 떠나자고 지시했다.오늘 밤에는 상류 인사들이 작은 모임이
“악!”진경옥의 비명이 들렸고 그녀의 등은 재떨이에 세게 맞아 고통이 가슴을 파고들었다.그녀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엎어졌다.“엄마!”안민아는 놀라서 창백해진 얼굴로 달려가 진옥경을 안았고 미친 듯이 도아린을 향해 소리 질렀다.“왜 우리 엄마를 밀어! 내가 너보다 못 지내니까 기분이 좋지! 무슨 불만이 더 있길래 우리 엄마한테 화풀이하는 거야!”“민아야...”진옥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아린이가... 나를 밀지 않았더라면... 나는 머리를 맞았을 거야...”커다란 손이 도아린을 잡아끌었고 불쾌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친 데 없어요?”강재민은 전화를 받은 탓에 그들보다 몇 분 늦게 들어왔고 들어서자마자 안준휘가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았다.안민아가 도아린을 밀어버릴 때, 그는 막으려 했지만 늦었다. 그는 자신이 도아린을 먼저 올라오게 해서는 안 됐다고 생각했다.“괜찮아요.”도아린의 대답을 듣고도 강재민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아래위로 한번 훑어보았고 그녀가 정말 다치지 않고 조금의 생채기도 생기지 않은 것을 보고 분노가 조금 사그라들었다.안민아는 강재민을 보고 마음이 무척 복잡해졌다.그녀가 결혼할 때, 강재민은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그를 보고 싶기도 하지만 보기가 두렵기도 했다.강재민이 자신의 계획을 알고 그녀에게 실망할까 봐 두려웠고 또 그를 보게 된다면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오늘 그녀가 처량하게 가족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는데 강재민이 갑자기 나타나서 그녀는 한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강재민의 신경은 온통 도아린에게로 갔었고 안민아의 마음속에는 질투심이 더욱더 날뛰었다.온 가족이 와서 그녀를 까밝히는 건 다 도아린이 선동한 것이다! 그녀는 강재민까지 데리고 왔고 일부러 그의 앞에서 넘어지기까지 했다!”“재민 씨, 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엄마가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당황해서 그랬어요. 언니를 세게 밀지 않았어요!”강재민의 각진 얼굴은 엄숙한
상가는 말이 많았고 소식이 많으니 전하는 사람도 많았다.결국, 누군가가 안준휘의 프로젝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안준휘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강씨 가문으로 갔고 강재민은 강씨 가문에서 이 프로젝트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으며 프로젝트에 찍힌 인장은 다 위조된 것이라고 했다.저택 안에서는 축하에 미친 두 사람이 새로운 자세를 시도하려 하고 있었는데 대문이 갑자기 거칠게 열렸다.“도유준! 너 당장 나와!”도유준은 놀라서 바로 무기를 들었고 안민아는 그를 밀쳐냈다. 두 사람은 서둘러 옷을 입었다.“우리 아빠가 왜 오신 거지?”도유준은 간사한 눈빛을 하고 바지만 입은 채 문을 나갔다.“아버님...”짝하는 소리가 났고 안준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귀를 때렸다. 그리고는 프로젝트를 도유준의 얼굴에 던졌다.“제대로 해명해!”“사돈, 일단 화내지 마세요. 여기에는 반드시 무슨 오해가 있을 겁니다.”강홍련은 얼른 아들을 끌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강씨 가문에서 프로젝트 계약서를 준 걸 나는 왜 들은 적이 없어. 누가 준 거야?”안민아는 허겁지겁 달려 나와서 도유준의 얼굴을 붙잡고 말했다.“아빠, 왜 사람을 때려요!”사람을 때린다고? 지금 마음으로는 죽여버리고 싶었다.협력자들이 찾아와 돈을 토해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사기죄로 고소한다고 했다.그가 고생해서 이루어낸 회사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200억이 되지 않았다.안준휘는 사람을 잡아먹을 듯 사나운 늑대 같은 눈을 하고 말했다.“도유준, 오늘 제대로 얘기해봐. 왜 나를 속였어! 제대로 설명 못 하면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도유준은 아빠를 속이지 않았어요!”안민아는 도유준을 등 뒤에 숨기며 말했다.“그 프로젝트는 저도 알아요. 프로젝트는 가짜지만 투자는 진짜예요!”안준휘는 때리려고 손을 들었는데 진옥경과 도아린이 말렸다.“삼촌, 일단 화내지 말고 민아의 얘기를 들어봐요.”도아린은 진옥경이 불렀다.그녀는 만약 소란이 크게 번지면 자신이 안준휘를 막고 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