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

제176화

作者: 온유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자신은 배지유를 위해서 한 말인데 배건후가 냉랭한 표정으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을 줄은 말이다.

‘새언니와의 관계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겠군. 새언니가 계속 오빠의 귀에 뭘 속삭이니까...’

성대호는 병실을 나와 위층 VIP 병실로 빠르게 향했다.

하지만 배지유는 병실에 없었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혹시라도 배지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주현정이 충격을 받을 것을 염려하지 않고 성대호는 그녀의 병실로 직행했다.

1층 병실에서는 윤명희가 도아린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도아린은 윤명희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사모님, 이제 제가 왔으니 하고 싶은 말을 바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아린 씨... 아린 씨도 알다시피 나한테는 한 살 때 잃어버린 딸이 있어요.”

눈가가 붉어진 채로 윤명희는 도아린의 손을 잡았다.

“지난 세월 동안 자주 꿈에서 그 아이를 봤어요.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윤명희의 목소리는 차츰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범준은 혹여 또 그녀의 마음의 병이 도질까 걱정되어 부드럽게 등을 두드려주었다.

“천천히 말씀하세요. 괜찮아요.”

도아린도 함께 달래자 윤명희는 점차 마음을 진정시켰다.

“미안해요. 내가 아린 씨에 대해 조사했어서는 안 됐는데...”

이 말에 순간적으로 거부감이 생긴 도아린이 손을 뿌리치려 하자 윤명희는 다급히 손을 더 꽉 잡았다.

“미안해요. 아린 씨의 허락을 먼저 받았어야 했는데 내가...”

이런 도아린의 반응을 보며 육하경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도 그녀의 배경에 대해 조사하려다 그만둔 전적이 있으니 말이다.

도아린은 누군가 자신의 사생활을 들추는 것을 분명히 불편해했다. 아무리 높은 지위를 가진 이가 찾아와도 도아린은 굽히지 않았다.

“배지유 씨가 아린 씨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남동생이 심한 병에 걸렸고 아버지의 사업도 아린 씨의 지원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근데 배지유 씨의 인품을 신뢰할 수 없어서 내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ロックされたチャプター

関連チャプター

  • 또 한 번의 거절   제177화

    그동안 그녀가 느낀 유일한 모성애는 오직 주현정에게서였다.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배건후의 어머니였다.두 사람이 이혼한 후, 도아린은 주현정에게 효도하고 싶었지만 배건후의 새 아내가 집안에 외부인이 드나드는 것을 허락할 리 없었다.만약 윤명희와 인연을 맺는다면 해남으로 가서 도아린은 배건후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도 있었다.윤명희는 그녀의 마음이 약간 흔들리는 것을 보고 다급히 말했다.“우리는 해남에 정착해 있어요. 우리를 잘 모르니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갖고 지켜보세요. 우리에게 기회를 줘요.”그때 복도에서 갑자기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성대호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금방 지유에게 전화해서 나오라고 할게요...”“지유 어느 병실에 있어?”주현정은 딸이 연락이 안 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하지만 성대호는 혹시 배건후가 알 수도 있으니 먼저 물어보고 오해로 체면을 깎는 일을 피하라고 했다.시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도아린은 바로 일어나 문을 열었다.“어머님, 어떻게 오셨어요?”“아린아...”주현정은 급히 그녀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지유는? 지유가 보이지 않는구나.”“지유는 집에 있어요.”배건후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그는 문 밖에 있는 성대호를 보며 냉랭한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성대호는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며 고개를 숙이고 감히 배건후를 쳐다보지 못했다.“지유 정말 집에 있는 거 맞아? 내가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더구나...”원래도 건강이 좋지 않던 주현정은 걱정이 커지면서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배건후는 고개를 끄덕였다.“어제 연회에서 사고를 쳐서 지유에게 집에서 반성하라고 했습니다.”“사고라니? 지유가 전화로 자신이 어떤 대단한 분을 구했다고 하던데... 무슨 사고를 쳤다는 거야?”“어머님, 아가씨가 구한 분이 바로 이 사모님이세요.”도아린이 웃으며 설명했다.그녀는 배지유의 편을 들려는 것이 아니었다.배건후가 말하는 사고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건지는 알 수

  • 또 한 번의 거절   제178화

    “우리 아린 씨는 뭐든 다 좋은데 집안 배경이 조금 안 좋죠...”윤명희는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아린 씨가 배씨 가문에 어떠한 가치도 창출하지 못했으니 외부에서는 배건후 대표님께서 결혼한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죠.”주현정과 배건후는 할 말을 잃었다.곧 웃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도아린은 애써 참고 있었다.윤명희는 자신의 정신 문제를 핑계 삼아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제가 인터넷에서 보니까 배건후 대표님의 첫사랑이 손보미 씨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분이 귀국했다고 들었어요. 저는 진심으로 배건후 대표님의 행복을 바랍니다. 만약 아린 씨와의 이혼을 고려 중이라면 진씨 가문이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해 아린 씨에게 최대의 이익을 보장해 줄 겁니다.”윤명희는 도아린을 향해 자애로운 눈빛을 보였다.“아린 씨가 필요로 한다면 지금이라도 손보미 씨를 상대로 상간녀 소송을 진행해서 부부 공동 재산을 지키도록 도와줄 수 있어요.”도아린은 문득 윤명희가 정말 사랑스럽다고 느껴졌다.그녀는 단순히 수박 겉핥기 식으로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 도아린의 가정 배경뿐만 아니라 배건후와의 혼인 관계까지 철저히 조사했다.이건 단순한 쇼가 아니었다.그녀는 정말로 도아린을 양딸로 삼고 싶어 했다.주현정이 배건후를 비난하며 자신을 돕긴 했지만 윤명희의 직설적인 발언은 도아린에게 훨씬 통쾌한 느낌을 주었다.“사모님, 사실 저와 건후 씨는...”“저희는 절대 이혼하지 않을 겁니다.”그때 배건후가 냉정하게 말했다.그의 눈빛은 한층 더 깊어져 있었다.그러자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배건후를 보며 도아린은 생각했다.‘그 말을 건후 씨 당신은 정말 믿는 거야? 본인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주현정도 맞장구쳤다.“그래요. 그래. 절대 이혼할 일 없을 겁니다. 전 아린이만 제 며느리로 인정할 거예요. 다른 여자는 우리 배씨 가문에 발 들일 생각하지도 말라고 해요! 건후가 감히 아린이를 배신하면 전 아들로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이 말에 윤명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 또 한 번의 거절   제179화

    “그러면 사돈 말씀대로 하죠.”윤명희는 도아린을 볼수록 만족스러웠다.그녀는 이제 친자 확인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도아린이 바로 자신의 딸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윤명희는 도아린의 귀가 빨갛게 된 것을 눈치채고는 반 농담 반 불만 섞인 말투로 주현정에게 말했다.“모건 그룹이 대단한 명성을 자랑하지만 산하에 보석 가게는 없는가 봐요. 우리 아린 씨 귀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네요.”주현정은 체면을 중요시하는 성격이라 바로 기분이 상했다.반박하고 싶었으나 도아린의 귀를 보고는 할 말이 없었다.도아린의 귀가 실제로 붉어져 있었고 귓불도 부어 있었다.“너 이 녀석... 마음은 온통 일에만 쏟고 여자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배건후는 꾸짖음을 듣고 입을 꾹 다물었다.그때 진범준은 슬며시 아내의 손을 잡았고 윤명희는 그 뜻을 알아챘다.“아린 씨, 간호사에게 가서 치료 좀 받아요. 곪아진 후에는 귓불이 쉽게 아물지 않거든요.”“괜찮아요. 저 귀걸이 잘 안 하고 다녀요.”“우리는 안 껴도 되지만 언제든 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해요.”윤명희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아린을 이끌고 간호사실로 갔고 도아린도 할 수 없이 따라갔다.윤명희의 지시에 따라 완전히 소독하고자 주사를 맞고 피를 뽑았다.주현정과 윤명희, 두 사람 모두 병원 신세를 지는 환자였고 큰 기쁨과 슬픔을 겪은 후라 피로해 보였다.그렇게 그들이 잘 쉬도록 하기 위해 모두 자리를 떠났다.마이바흐는 밤하늘을 가르며 화살처럼 질주했다.도아린은 차창에 기대어 졸고 있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건드리자 깜짝 놀라며 깼다.“뭐 하는 거야?”“피가 났어.”배건후는 티슈 한 장을 건네주었다.도아린의 귓불에는 핏방울이 맺혀 있었으나 이미 굳어 있었다.두 번 문질러도 닦이지 않자 배건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가까이 당긴 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진씨 가문이 너를 보호해준다고 해서 내가 쉽게 이혼할 거라 생각하나 본데 그 사람들은 그저 말뿐이지 실제로 800~1000억을 너에게 줄 일은

  • 또 한 번의 거절   제180화

    도유준은 부모님과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을 온천으로 데려갔다.그는 도정국에게 풀 서비스를 준비해주었고 밤이 되어서야 나왔다.남자는 남자를 잘 안다고 하지 않는가. 도정국은 준비된 서비스에 매우 만족해했다.이때를 틈타 도유준은 말했다.“아빠, 엄마는 한결같이 아빠를 위해 헌신하며 어떤 요구도 한 적이 없어요.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지병이 다시 도진 것 같습니다. 제가 지점을 맡고 나면 이제 자립할 수 있을테니 엄마를 모셔와서 제가 돌보고 싶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도유준은 그동안 몇 번이고 돌려서 말하며 강홍련을 데려오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도정국이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가게의 중요한 일은 여전히 배건후와의 관계에 의존하고 있었고 도아린을 자극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며칠 전 도정국과 강홍련을 마주치면서 도아린은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결국 그의 요청대로 엠파이어 빌딩의 최고 점포를 얻어냈다.이 말은 도아린의 반대가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의미였다.도정국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앞에서 들려왔다.“안 돼요.”도정국은 걸음을 멈추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 내 일은 네가 간섭할 게 아니야.”도아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저는 아빠의 유일한 가족이에요. 아빠가 병원에 누워 계셨을 때 응급 수술 동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이었죠. 그런데 제 일이 아니라고요?”도정국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강홍련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도정국의 팔에서 손을 떼어냈다.“됐어요, 정국 씨. 저 혼자 잘 지낼 수 있어요. 허리가 아프면 도우미를 불러서 밥을 해 먹으면 되죠. 한 끼 굶어도 문제없으니...”도아린은 그녀를 한 번 훑어보고는 조언하듯 말했다.“조금 덜 먹는 게 좋겠네요. 몸매가 망가질 정도로 살이 찌셨는데... 혹시라도 아빠가 떠나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으세요?”강홍련은 아들이 도정국의 방에 여자를 들여보낸 것을 떠올리며 얼굴이 파랗

  • 또 한 번의 거절   제181화

    “도아린! 우리 엄마를 그렇게 모욕하지 마!”도유준은 결국 속에 쌓인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쳤다.“우리 엄마는 아빠와 약혼까지 했어. 너희 어머니가 틈을 타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우리 엄마가 당당히 도씨 가문 사모님이 됐을 거라고!”짝짝짝.도아린은 천천히 박수를 쳤다.‘드디어 본심을 드러냈구나.’“네 엄마가 도씨 가문 사모님이 됐으면 지금쯤 널 데리고 공장에서 나사나 조이고 있었겠지. 아빠는 작은 시골에서 택시나 운전하고 있었을 테고. 최소 소비 20만 원에 달하는 온천? 너희 같은 사람들은 꿈에서도 못 꿀 거야...”도유준은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닫고 도정국을 힐끗 보며 고개를 떨구었다.도정국의 관자놀이가 뛰는 게 보였다.아무리 똑똑해도 도유준은 이제 갓 졸업한 대학생일 뿐이었고 노련한 도아린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그녀는 몇 마디로 진실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상황이 이쯤 되니 도정국도 더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단호하게 말했다.“도아린, 나와 이 사람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하지만 난 네 엄마를 만난 후에는 충실하게 살았다. 이제 네 엄마도 세상을 떠났고 이 사람도 혼자니 우린 다시 가정을 꾸릴 거야.”도정국은 강압적인 태도로 상의가 아닌 통보하는 말투로 이어갔다.“내일 당장 이 사람을 집에 데려와 지낼 것이고 좋은 날을 잡아 혼인신고를 할 거다. 앞으로 너도 아줌마에게 존댓말을 쓰고 예의를 갖춰라.”그 말을 듣자 도유준과 강홍련은 서로 손을 꼭 잡고 기뻐서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토록 기다려온 순간이 드디어 온 것이다.혼인신고만 하면 도씨 가문의 모든 것이 그들 모자의 것이 될 테니 도아린이 무슨 소리를 해도 소용없게 될 것이었다.도아린은 그런 두 사람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줌마와 결혼해서 평생 함께하고 싶으면 그냥 도씨 가문에서 나가요. 그럼 전 전혀 간섭 안 할 겁니다.”“내가 도씨 가문의 주인인데 네가 뭔데 간섭하는 거지?”“아린이는 배씨

  • 또 한 번의 거절   제182화

    “당신, 나랑 커플 목욕이라도 하고 싶은 거야?” 배건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아린은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작게 말했다. “꿈 깨요.” 배건후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더니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도아린은 갑자기 그의 팔을 꽉 붙잡고는 뒤에서 보고 있던 도정국에게 들키지 않으려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지금 이 순간 배건후가 협조해 주지 않으면 도정국은 저 여자를 데려와 결혼할 것이 분명했다. 도아린의 복수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친정 모든 것이 타인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도아린은 배건후의 눈에서 간절히 부탁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배건후의 입가에 얕게 그려진 비웃음의 곡선을 발견했다. 도아린은 발끝을 살짝 들어 올려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집에 가서 같이 씻어요.” 배건후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꿈 깨.” “...” 도아린이 그 말에 당황한 순간, 배건후는 그녀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려 입술을 스치듯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저 잠깐의 입맞춤이었다. 배건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갑게 도정국을 바라보았다. “장인어른께서 상황의 이점을 이미 아신 것 같으니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도아린의 허리를 감싸안고 차로 돌아갔다. 도정국과 두 사람은 그 자리에 남아 당황한 표정으로 바람 속에 서 있었다. 도유준은 분노로 몸을 떨며 말했다. “아버지, 누나가 매형 앞에서 아버지의 체면을 조금도 세워 드리지 않네요. 배씨 집안이 우리 집안을 우습게 보잖아요!” 강홍련도 옆에서 부추기듯 말했다. “저야 도씨 집안에 들어가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이렇게 오래 참고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아린이는 벌써부터 당신을 이렇게 우습게 보다니... 나중에 병원에 입원해서 딸의 서명이 필요할 때 어떻게 당신을 괴롭힐지 모르겠어요.” 도정국은 두 사람의 말에 부추김을 받아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 배건후가 없었더라면 그

  • 또 한 번의 거절   제183화

    “어느 역할인데?” 손보미가 눈을 감은 채 물었다. “금희.” 손보미는 머릿속으로 대본을 떠올렸다. 그녀가 연기하는 여자 주인공은 궁에 들어온 첫날, 남을 도와줘서 총관의 칭찬을 받는다. 같이 들어온 궁녀 두 명이 그녀를 질투하고 괴롭히는데 그중 한 궁녀의 이름이 금희였다. “연기할 때 적당히 하라고 해.” 손보미는 팔을 누군가가 살짝 밀자 무심하게 말했다. “오늘 몸 상태가 안 좋으니 물 뿌릴 때 따뜻한 물로 해줘.” 연기라는 건 많은 게 진짜가 아니었다.예를 들어, 채찍에 맞는 장면도 실제로는 바닥에 채찍을 휘두르며 마치 맞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또한 주삿바늘도 손가락으로 살짝만 찌르는 식으로 연출한다. 그녀는 주연배우였고, 배건후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지만 촬영장 사람들은 그녀에게 강력한 후원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연기라는 건 사실감이 중요하지 않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보미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자, 화장을 해주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당황해서 작은 브러시를 그녀의 눈에 찌를 뻔했다. “죄송해요, 보미 씨...” 손보미는 화를 참지 못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밀쳐내며 티슈로 얼굴을 닦았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미 자리를 떠 있었다. 김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보미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도아린이 어떻게 날 괴롭히는 궁녀 역할을 오디션 보게 된 거지? 분명 황후의 시녀 역할을 본다고 하지 않았나?’손보미는 잠시 생각한 뒤,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고 의상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고는 안에서 답이 오기도 전에 안으로 들어갔다. “나가 있어요. 내가 옷 입는 걸 도와줄게요.” 손보미는 부드럽게 덧붙였다. “우린 친구예요.” 도아린을 데리고 온 사람은 도아린을 바라보았고, 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밖으로 나갔다. 사람이 나가자마자 손보미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는 도

  • 또 한 번의 거절   제184화

    손보미가 떠난 후,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방금 있었던 일을 SNS 블로거에게 보냈다. 거울이 산산조각 난 의상실 바닥 사진까지 첨부하면서 말이다. 그 대가로 커다란 현금 봉투를 받았다. 블로거는 즉시 상황을 상상해 300자짜리 짧은 글을 작성해 게시했다. ‘충격! 인기 여배우가 신인에게 괴롭힘을 당하다?’‘알려진 제보에 따르면 인기 여배우와 신인은 어린 시절 친구였으며 두 사람은 함께 연예계에서 노력하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인기 여배우는 스폰서를 만나 승승장구했고 친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수년 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사이에 생긴 차이가 결국 우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손보미의 팬들은 글을 읽고 댓글과 공유를 남겼다. ‘우정이 이익 앞에서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며, 부모도 없이 자라온 손보미가 유일한 친구마저 잃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그녀를 더 많이 응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댓글들 속에서 몇몇 사람들은 의구심을 표했다. [손보미는 스폰서가 있는 배우고 연기도 별로인데 어떻게 송 감독의 신작에서 주연을 맡았을까? 신인을 괴롭히지 않은 게 다행이지, 누가 감히 손보미를 괴롭히겠어? 아마 신작 홍보를 위해 꾸며낸 가짜 소문일 거야.]블로거는 예상보다 훨씬 좋은 반응을 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연락해 만약 손보미가 괴롭힘당하는 장면을 찍어온다면 보상을 세 배로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선금까지 받고는 화장 도구 상자를 챙겨 손보미에게 가서 메이크업을 수정해 주기 위해 서둘렀다. 현장에서는 스태프가 도아린에게 대본을 건네주었다. ‘이게 준비가 다 됐다는 뜻인가?’함예진이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눈빛을 보냈다. “송 감독님이 네 폭발력을 보고 싶어 하셔. 이 배역은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해. 잘해봐.” 함예진은 또 작은 목소리로 송 감독에게 무언가를 말했고, 도아린을 보는 감독의 눈빛이 조금 변했다. 잠시 후, 손보미가 부축을

最新チャプター

  • 또 한 번의 거절   제928화

    “뭐라도 먹고 가자.”배건후는 구운 닭 날개는 도아린에게 건네주고 주현정에게는 구운 식빵을 건네주었다.주현정은 빵을 받아 들고는 돌아서며 말했다. “천천히 이야기 나누렴. 나는 물 좀 마시러 들어갈게.”도아린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배건후가 그녀의 손을 붙잡아서 멈췄다.두 사람은 강가의 평평한 돌 위에 앉았다.“엄마는 진짜 다 내려놓으신 걸까요?”“적어도 시작은 하신 거지. 앞으로 진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와 함께 여행 다니면 점차 나아질 거야.”배건후는 핸드폰을 꺼내고는 방금 구 경관이 보내온 사진을 열었다.“남궁유민, 즉 고성만이야. 경찰이 고성만의 집을 수색할 때 이걸 발견했어.”도아린은 마지막 닭 날개를 입에 넣고 꼬챙이를 배건후에게 건네며 핸드폰을 받아서들었다.화면 속 사진에는 루비 목걸이가 찍혀 있었다.배건후가 큰돈을 들여 샀던 화려한 디자인의 목걸이지만 전에 잃어버렸던 목걸이였다.도아린은 배건후를 바라보며 말하려 했지만 입안은 닭 날개로 가득 차있어 눈만 깜빡였다.“내가 전에 너한테 줬던 그 목걸이야. 배지유가 몰래 차다가 잃어버렸던 거.”도아린의 입은 마치 발골 기계 같았다. 닭 날개가 입에 들어갔다 나올 때면 뼈만 남았다.도아린은 손바닥에 뼈를 뱉고는 차분하게 말했다.“배지유가 어떤 남자와 잤고 그 사람이 계속해서 그녀를 영상으로 협박했어요. 그 장본인이 바로 고성만이라구요!”“...”이번에는 배건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성만이 배지유를 협박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목걸이를 철저히 숨겨놓고 분해해서 이미 팔아버렸을 거로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걸 집에 보관해 놓았을 줄은 몰랐어.”그것은 고성만이 자신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보험이었다.궁지에 몰리게 되면 목걸이를 분해해 팔고 다른 도시로 가서 새 삶을 살 계획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체포당하고 말았다.다음 날, 도아린은 연성으로 돌아갔다. 배건후가 신청한 챔피언십 대회 접대 임무가 승인되었기 때문이다.진수혁 역시 변

  • 또 한 번의 거절   제927화

    그는 입가에 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자고충이 하나가 될 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거야. 앞으로 잘못된 일을 하지 않으면 아프지도 않을 거야.”만약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한다면 그 고통으로 인해 결국 죽게 될 것이다.도아린은 배건후의 머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들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려고 애썼다.배건후는 그녀의 품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육원의 중첩된 지분을 손에 넣어서 너에게 혼수로 바칠게. 네가 나를 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래도 나는 너를 평생 지켜줄 거야.”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흘린 한 방울의 눈물은 그녀의 볼을 타고 떨어져 남자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그렇게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빛이 어두워질 때까지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안고 있었다. “돌아가자.”배건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안고 다리를 움직이며 불편했던 자세를 바꿨다.“이 근처에 야생 동물은 없지만 해가 지면 안전하지 않아.”도아린은 처음에는 감정에 휩싸여 배건후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가 몸을 움직이자 그녀는 즉시 이상함을 느꼈다.그녀는 급히 일어나며 말했다.“돌아갈 때 건후 씨 몸이 불편하니까 제가 태워드릴게요. 그리고 내리막길이라 힘도 덜 들 거예요.”“알았어. 네 말 들을게.”자전거 핸들이 비뚤어져 있었지만 배건후는 두 다리로 바퀴를 단단히 고정한 후 힘껏 돌려 단숨에 바로 고쳤다.도아린이 자전거 앞좌석에 타고 배건후는 그녀 뒤에 앉았다.그는 얼굴을 그녀의 등에 기댄 채 내리막에서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긴 다리를 쭉 뻗어 마찰력을 늘리며 조절했다.그들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수혁과 변슬기도 막 돌아오고 있었다.변슬기는 도아린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도아린은 그들이 뭔가 진전이 있을 줄 알고 가서 물어보려 했지만 배건후가 붙잡았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 머리 위에서 붉은 잎 하나를 떼어냈다.“...”변슬기와 진수혁이 설마 자신과 배건후가 야외에서 뭔가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겠지.배건후는 오직 도아린에게만 부

  • 또 한 번의 거절   제926화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도아린은 그의 눈동자 속에 가득한 붉게 물든 단풍잎과 맑고 푸른 하늘 그리고 마음속 깊이 즐거워하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의 깊고 그윽한 눈이 가늘게 감기며 그 속에는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듯했다.‘그래, 이거지!’그녀는 올해 겨우 25살이었다.어린 시절 양부모 곁에서 사랑받지 못했고 장애를 겪은 후 식물인간이 된 동생을 돌보며 결혼 생활에서는 남편의 감정적 학대 속에서 버텨야 했다.그녀는 너무도 많은 행복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이게 맞는 일이다.그녀는 웃어야 한다. 크게 소리 내어 마음껏 웃어야 한다.고작 25살에 불과한 그녀가 이토록 많고 무거운 책임과 압박을 짊어질 필요는 없었다.눈앞 여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점점 사라지고 배건후의 심장도 저릿해 왔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거친 손끝이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스쳤고 천천히 그녀의 눈꼬리를 눌렀다.“웃어. 앞으로 나쁜 감정들은 전부 나한테 넘겨. 내 앞에서는 일부러 강한 척 버틸 필요도 없어. 속상하면 때리고 욕해도 돼. 대신에 절대 자신을 괴롭히지 마.”도아린은 코끝이 찡해지고 눈가가 뜨거워지더니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녀는 급히 일어나 뒤돌아 눈물을 닦으려 했다.그 순간 힘센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고 특유의 나무 향기가 그녀를 감쌌고낮고 깊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여태까지 내가 나쁜 놈이었어. 미안해. 앞으로는 모든 일을 너와 상의할게. 네가 싫어하는 건 하지 않을 거고 네가 속상해할 일도 만들지 않을 거야.”도아린은 팔꿈치로 그를 툭 쳤다.“입만 살아서!”배건후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운 뒤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도아린은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육원의 중첩된 지분을 손에 넣지도 못했잖아요. 그리고 저도 아직...”이후의 말은 더 이상할 수 없었다.배건후가 상자를 열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청혼의 반지가 아니었다.작고 빨간 벌레가 들어 있었는데 다리가 없고 온몸이 부드러웠으며

  • 또 한 번의 거절   제925화

    변슬기는 바쁜 듯 뒤돌아보며 기대와 불안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좋아요." 진수혁은 흔쾌히 대답했다. 이미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이다. 배건후는 세 사람을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 빌라에는 자전거가 두 대 있었는데, 도아린과 함께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일부러 다른 자전거의 페달을 떼어 놓았던 것이다. 도아린은 자전거를 보고 그에게 너 정말 얄밉다'는 눈빛을 보내며 빨리 고치라고 신호를 보냈다. 자전거를 고치고 네 사람은 문밖으로 나갔다. "꽉 잡아."배건후는 도아린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자 힘껏 페달을 밟았고, 자전거는 비탈길을 미끄러져 작은 길로 향했다.변슬기는 진수혁에게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자전거 뒤쪽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진수혁은 자전거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비틀거렸다. 변슬기는 "저, 제가 밀어드릴까요...거의 정상에 도착하면, 그때 저를 밀어주세요."라고 제안했다. 진 대표님의 속도로는 누가 먼저 정상에 도착할지 내기는커녕,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진수혁은 아무 말 없이 계속 비틀거렸다. 변슬기는 거의 넘어질 뻔했고, 황급히 남자의 허리를 붙잡았다. 자전거는 갑자기 비틀거리지 않았고, 속도도 빨라졌다. 변슬기: "..."배건후는 도아린을 태우고 산길을 누볐고, 도아린은 뒤쪽 페달을 밟으며 일어섰다.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누르고, 짧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렸다. "산속 공기가 도시보다 훨씬 좋네요. 매연 냄새도 없고, 에어컨 냄새도 안 나고." 배건후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살짝 몸을 일으켰다. "어제 비가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당신도 비 온 뒤 흙냄새 좋아해요?" 도아린은 배건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귓가에 웃으며 말했다. "나도 좋아해요! 비 온 뒤 흙과 풀이 섞인 냄새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요!" 배건후는 입꼬리를 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아린은 잠시 침묵하다가 깨달았다. 배건후가 말한 것은 바로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욱 환한 미

  • 또 한 번의 거절   제924화

    진수혁은 찻잔을 들어 살짝 한 모금 마시더니 배건후를 바라보았다. "말해 봐요." "내가 먼저 도아린과 결혼하면, 당신은 유럽 유학 기회를 나에게 넘겨요. 당신이 먼저 변슬기와 결혼하면, 당신이 필요로 하는 칩 기술을 두 손으로 받칠게요."진수혁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찻잔을 쥔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갔고, 손등에는 핏줄이 돋아났다. 그는 배건후의 깊은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매력적인 눈은 도아린을 향할 때면 온통 비위를 맞추고 약한 척하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매처럼 날카롭게, 거스를 수 없는 공격성을 띠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진수혁은 눈에 띄지 않게 눈썹을 찌푸렸다. 배건후가 그동안 도아린에게 온갖 비위를 맞추는 것을 보고 진수혁은 배건후가 이미 자존심과 투지를 잃고 오직 결혼 생활을 되돌리려고만 한다고 오해했다. 이제야 배건후는 여전히 그 배건후라는 것을 알았다. 전 부인을 되찾고 싶어 하는 것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를 포기한 적도 없었다.유럽에는 강연이 하나 있는데, 입문 조건이 주요 재벌 그룹의 실력자 또는 후계자이며, 배건후의 현재 자산으로는 강연을 들을 수 없었다. 진수혁은 그 자격이 있었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유럽으로 가서 칩 기술을 연구하는 천재를 찾고 싶었다. 두 사람은 서로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건후는 굳이 그와 도박을 걸려고 했다. "당신이 이길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죠." 진수혁이 말했다. "두고 보시죠." 배건후가 말했다. 두 남자는 악수하며 조용히 내기를 정했다. 저녁 식사 때, 진수혁 부부는 주범금도 데려왔고, 내일을 위해 준비했던 몇 가지 요리가 오늘 식탁에 올랐다. 모두 즐겁게 식사했고, 주범금의 기분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녀는 도아린에게 자신이 구매한 전리품을 자랑하기도 했고, 밤늦게서야 떠났다. 진수혁은 도아린을 데려다줄 때 그녀를 불러 세웠다. "유럽에 칩 분야 천재가 있다는 거

  • 또 한 번의 거절   제923화

    변환에 성공하는 순간, 동생은 깨어났고, 시스템은 남자 주인공에게 귀속되었다. 시스템은 남자 주인공에게 도아린의 진심을 얻지 못하면 죽을 것이라고 알렸다.처음에는 남자 주인공이 믿지 않았지만, 도아린과 이혼한 후 자신의 사업 제국이 날마다 무너져 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도아린의 좋았던 점들을 떠올렸다...도아린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비록 허구의 이야기지만, 이 남자 주인공은 정말 쓰레기네!""나도 그렇게 생각해." 배건후는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도아린의 좋은 점을 떠올린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거야."도아린은 그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에는 ‘그러니 당신도 그와 똑같은 부류겠지’라고 쓰여 있었다."나는 아니야." 배건후는 도아린의 손을 잡고 심장 부위에 가져다 댔다. “나는 줄곧 당신만을 사랑했어. 다만 임무 때문에 표현할 수 없었을 뿐이야. 나는 모든 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당신에게 줄 수 있어."도아린은 손을 빼서 그의 옷에 쓱 닦았다."당신은 나를 소유하고 싶을 뿐이야. 나를 소유하는 것이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과 같으니까." 그녀는 일어나 테라스로 향했다.배건후는 따라가서 말했다. "우리는 공정하게 할 수 있어! 결혼 전후를 막론하고 모든 자산은 당신 거야!"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나도 당신 거고."라고 덧붙였다.도아린은 깊어가는 가을의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눈을 감고 침묵했다.배건후는 말없이 그녀 옆에 서 있었다. 마치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주인이‘놀러 가자’라고 한마디만 하면 즉시 꼬리를 흔들며 기뻐할 준비가 된 듯이.한참 후, 도아린은 그를 돌아보았다."당신 우정윤에게 후원한 적 있어?"배건후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후원한 건 독자들이 남자 주인공을 가장 심하게 욕하는 챕터였어.""……" 그리고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도아린은 웃음을 참으며 일부러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거기 나오

  • 또 한 번의 거절   제922화

    "내가 무슨 바람이 있다고 그래요?"예전에 그녀가 먼저 다가간 건, 배건후랑 제대로 살아보고 싶어서였다.남녀를 불문하고 아이를 낳아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당신을 내 뜻대로 움직이려고 여러 수단을 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사랑 없이는 못 산다는 건 아니에요.내가 엄청나게 목마른 사람처럼 말하네요.배건후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건후가 잘못 말했어요. 배건후가 원해요. 당신이 나를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나를 총애해주길 기다릴게요."퉤!도아린은 씹던 멜론을 배건후의 몸에 그대로 뿜어버렸다.가슴을 치며 화도 나고 웃음도 나왔다.두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 배건후는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몸을 빼앗긴 게 분명하다.겉모습은 그대로지만, 속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예전의 배건후는 엄격하고 냉정하며 웃음기 하나 없었고,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면 비웃거나 냉담하게 대하곤 했다. 지금의 배건후는 데릴사위가 되겠다는 말도 서슴없이 하고, ‘총애’를 받겠다고 자청하기까지 한다.배건후는 몸에 묻은 과일 조각을 닦지 않고 손을 들어 도아린의 등을 토닥이며 괜찮은지 확인한 후에야 휴지를 꺼내 옷을 닦았다.도아린은 바닥에 떨어진 과일 조각을 치우며 농담처럼 말했다. "배건후, 당신 몸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게 분명해요. 내가 책 속에 살고 있는 건가? 당신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내가 강해져서 당신에게 복수할 거라는 걸 알고 미리 납작 엎드리는 건가?"배건후는 옷을 다 닦고 도아린을 소파로 끌어당겼다."빙의가 아니라 공략이에요.""..."남자는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을 공략해서 당신의 사랑을 얻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어요.""당신 미쳤어요?" 도아린은 그의 등을 찰싹 때렸다."미쳤어요. 당신은 유일한 약이에요."도아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의 품에서 온몸을 떨며 웃었다. "그렇게 뻔한 사랑 고백은 우종이 가르쳐준 거죠

  • 또 한 번의 거절   제921화

    "엄마가 당신한테 준대요, 알아서 해요."도아린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래요. 별장에서 돌아온 후 다시 해결합시다."배건후는 몸을 뒤로 돌리면서 주체 못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아 그런지 어떤 부분은 더 확대되어 크게 보였다."전보다 커졌는데요."이상한 말이 도아린의 얼굴을 빨갛게 만들었다.그녀는 화가나 그를 한 눈 째리고 나가서 물건을 정리하였다.도아린은 변슬기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그녀를 끌고 단추를 찾는다는 핑계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변슬기는 카펫에 엎드려서 핸드폰 보조등을 켜고 소파 밑을 드려다보았다."찾았어요."그녀는 손을 뻗어 단추를 쥐면서 주절주절 말했다."도 선생님, 이제 기회가 되면 제가 저희집의 메인 메뉴인 만두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도아린은 카펫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그녀가 건네 준 단추를 만지면서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제일 좋기는 가게 평생 20% 할인 카드 줘요.""작은 가게라 많이 벌지도 못해요."변슬기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이 오시면 무조건 20% 할인 해들릴게요."진수혁은 다 썰어 놓은 과일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면서 저둘이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무슨 얘기 하세요?"변슬기가 설명해주려 하자 도아린은 손으로 그녀의 목을 감싸며 말했다."데릴 사위에 대해 얘기를 했어요. 변슬기의 어머니 아버지는 딸 하나 뿐인데, 앞으로 사위가 있다며 처가에 들어왔으면 해요."변슬기는 진수혁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 보았다. 그가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진수혁의 기분은 별로 파동이 없어 보였고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매우 동의하는 눈치였다."우리집에는 니가 하나뿐인 딸인데.""저는 데릴 사위를 할 생각이 있습니다."진수혁은 도아린한테 손을 닦으라고 뜨거운 손수건을 건네 주며 그녀를 지그시 바라 보았다.슬기는 놀라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도아린과 진수혁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

  • 또 한 번의 거절   제920화

    변슬기는 재빨리 진수혁의 등 뒤로 숨었다.진수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상황을 파악하고 조용히 말했다.“이것 좀 부엌에 가져다줘.”“네!”변슬기는 배건후가 문 앞에 두고 간 봉투를 잽싸게 집어 들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부엌으로 사라졌다.도아린의 셔츠 단추 하나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배건후는 자신의 재킷을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며 조심스럽게 게스트룸으로 이끌었다.“기다려. 금방 다녀올게. 차에 여벌로 둔 옷 있어.”도아린은 황급히 배건후의 손을 붙잡고 재킷을 벗어 돌려주었다.“일북이 근처에 있을 거야. 전화해. 밖에 추우니까 이거 입고 나가.”그녀가 팔을 들자 셔츠는 더 크게 벌어졌고 새하얗고 부드러운 피부가 다시 배건후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눈동자에 번쩍이는 불꽃이 튀었고 그 불씨는 작지만 매섭고 뜨거웠다.도아린은 급히 몸을 옆으로 돌리고 팔로 가슴을 가렸다. “어서 가.”배건후는 한참을 움직이지 않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도아린은 반사적으로 거부하려 했지만 그는 단지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몇 번을 고요히 숨쉬더니 결국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발소리는 집 밖이 아니라 욕실로 향했다.변슬기는 부엌에서 머리를 내밀며 확인하려다 진수혁에게 팔을 붙잡혀 다시 안으로 끌려들어갔다.“생각해봤어? 회사에 남을 거야 아니면 돌아가서 가게를 이을 거야?”변슬기는 고개를 숙이고 포도를 씻었다.자신의 집은 해남에 있는 작은 분식집이었다. 일반 가정에게는 소중한 생계 수단일지 몰라도 재벌가인 진씨 가문 한테는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존재였다.부모님은 외동딸인 변슬기가 곁에 있기를 바라며 나중에는 사위를 맞이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진수혁은 진성 그룹의 황태자다. 그에겐 집안도 학벌도 모두 어울리는 배우자가 필요했고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떠나는 순간 진수혁과는 더 이상 인연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계속 머무르면 감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 뻔했다.한참 후 변슬기는 낮은 목소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