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사돈 말씀대로 하죠.”윤명희는 도아린을 볼수록 만족스러웠다.그녀는 이제 친자 확인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도아린이 바로 자신의 딸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윤명희는 도아린의 귀가 빨갛게 된 것을 눈치채고는 반 농담 반 불만 섞인 말투로 주현정에게 말했다.“모건 그룹이 대단한 명성을 자랑하지만 산하에 보석 가게는 없는가 봐요. 우리 아린 씨 귀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네요.”주현정은 체면을 중요시하는 성격이라 바로 기분이 상했다.반박하고 싶었으나 도아린의 귀를 보고는 할 말이 없었다.도아린의 귀가 실제로 붉어져 있었고 귓불도 부어 있었다.“너 이 녀석... 마음은 온통 일에만 쏟고 여자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배건후는 꾸짖음을 듣고 입을 꾹 다물었다.그때 진범준은 슬며시 아내의 손을 잡았고 윤명희는 그 뜻을 알아챘다.“아린 씨, 간호사에게 가서 치료 좀 받아요. 곪아진 후에는 귓불이 쉽게 아물지 않거든요.”“괜찮아요. 저 귀걸이 잘 안 하고 다녀요.”“우리는 안 껴도 되지만 언제든 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해요.”윤명희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아린을 이끌고 간호사실로 갔고 도아린도 할 수 없이 따라갔다.윤명희의 지시에 따라 완전히 소독하고자 주사를 맞고 피를 뽑았다.주현정과 윤명희, 두 사람 모두 병원 신세를 지는 환자였고 큰 기쁨과 슬픔을 겪은 후라 피로해 보였다.그렇게 그들이 잘 쉬도록 하기 위해 모두 자리를 떠났다.마이바흐는 밤하늘을 가르며 화살처럼 질주했다.도아린은 차창에 기대어 졸고 있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건드리자 깜짝 놀라며 깼다.“뭐 하는 거야?”“피가 났어.”배건후는 티슈 한 장을 건네주었다.도아린의 귓불에는 핏방울이 맺혀 있었으나 이미 굳어 있었다.두 번 문질러도 닦이지 않자 배건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가까이 당긴 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진씨 가문이 너를 보호해준다고 해서 내가 쉽게 이혼할 거라 생각하나 본데 그 사람들은 그저 말뿐이지 실제로 800~1000억을 너에게 줄 일은
도유준은 부모님과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을 온천으로 데려갔다.그는 도정국에게 풀 서비스를 준비해주었고 밤이 되어서야 나왔다.남자는 남자를 잘 안다고 하지 않는가. 도정국은 준비된 서비스에 매우 만족해했다.이때를 틈타 도유준은 말했다.“아빠, 엄마는 한결같이 아빠를 위해 헌신하며 어떤 요구도 한 적이 없어요.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지병이 다시 도진 것 같습니다. 제가 지점을 맡고 나면 이제 자립할 수 있을테니 엄마를 모셔와서 제가 돌보고 싶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도유준은 그동안 몇 번이고 돌려서 말하며 강홍련을 데려오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도정국이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가게의 중요한 일은 여전히 배건후와의 관계에 의존하고 있었고 도아린을 자극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며칠 전 도정국과 강홍련을 마주치면서 도아린은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결국 그의 요청대로 엠파이어 빌딩의 최고 점포를 얻어냈다.이 말은 도아린의 반대가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의미였다.도정국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앞에서 들려왔다.“안 돼요.”도정국은 걸음을 멈추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 내 일은 네가 간섭할 게 아니야.”도아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저는 아빠의 유일한 가족이에요. 아빠가 병원에 누워 계셨을 때 응급 수술 동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이었죠. 그런데 제 일이 아니라고요?”도정국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강홍련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도정국의 팔에서 손을 떼어냈다.“됐어요, 정국 씨. 저 혼자 잘 지낼 수 있어요. 허리가 아프면 도우미를 불러서 밥을 해 먹으면 되죠. 한 끼 굶어도 문제없으니...”도아린은 그녀를 한 번 훑어보고는 조언하듯 말했다.“조금 덜 먹는 게 좋겠네요. 몸매가 망가질 정도로 살이 찌셨는데... 혹시라도 아빠가 떠나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으세요?”강홍련은 아들이 도정국의 방에 여자를 들여보낸 것을 떠올리며 얼굴이 파랗
“도아린! 우리 엄마를 그렇게 모욕하지 마!”도유준은 결국 속에 쌓인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쳤다.“우리 엄마는 아빠와 약혼까지 했어. 너희 어머니가 틈을 타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우리 엄마가 당당히 도씨 가문 사모님이 됐을 거라고!”짝짝짝.도아린은 천천히 박수를 쳤다.‘드디어 본심을 드러냈구나.’“네 엄마가 도씨 가문 사모님이 됐으면 지금쯤 널 데리고 공장에서 나사나 조이고 있었겠지. 아빠는 작은 시골에서 택시나 운전하고 있었을 테고. 최소 소비 20만 원에 달하는 온천? 너희 같은 사람들은 꿈에서도 못 꿀 거야...”도유준은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닫고 도정국을 힐끗 보며 고개를 떨구었다.도정국의 관자놀이가 뛰는 게 보였다.아무리 똑똑해도 도유준은 이제 갓 졸업한 대학생일 뿐이었고 노련한 도아린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그녀는 몇 마디로 진실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상황이 이쯤 되니 도정국도 더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단호하게 말했다.“도아린, 나와 이 사람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하지만 난 네 엄마를 만난 후에는 충실하게 살았다. 이제 네 엄마도 세상을 떠났고 이 사람도 혼자니 우린 다시 가정을 꾸릴 거야.”도정국은 강압적인 태도로 상의가 아닌 통보하는 말투로 이어갔다.“내일 당장 이 사람을 집에 데려와 지낼 것이고 좋은 날을 잡아 혼인신고를 할 거다. 앞으로 너도 아줌마에게 존댓말을 쓰고 예의를 갖춰라.”그 말을 듣자 도유준과 강홍련은 서로 손을 꼭 잡고 기뻐서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토록 기다려온 순간이 드디어 온 것이다.혼인신고만 하면 도씨 가문의 모든 것이 그들 모자의 것이 될 테니 도아린이 무슨 소리를 해도 소용없게 될 것이었다.도아린은 그런 두 사람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줌마와 결혼해서 평생 함께하고 싶으면 그냥 도씨 가문에서 나가요. 그럼 전 전혀 간섭 안 할 겁니다.”“내가 도씨 가문의 주인인데 네가 뭔데 간섭하는 거지?”“아린이는 배씨
“당신, 나랑 커플 목욕이라도 하고 싶은 거야?” 배건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아린은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작게 말했다. “꿈 깨요.” 배건후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더니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도아린은 갑자기 그의 팔을 꽉 붙잡고는 뒤에서 보고 있던 도정국에게 들키지 않으려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지금 이 순간 배건후가 협조해 주지 않으면 도정국은 저 여자를 데려와 결혼할 것이 분명했다. 도아린의 복수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친정 모든 것이 타인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도아린은 배건후의 눈에서 간절히 부탁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배건후의 입가에 얕게 그려진 비웃음의 곡선을 발견했다. 도아린은 발끝을 살짝 들어 올려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집에 가서 같이 씻어요.” 배건후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꿈 깨.” “...” 도아린이 그 말에 당황한 순간, 배건후는 그녀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려 입술을 스치듯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저 잠깐의 입맞춤이었다. 배건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갑게 도정국을 바라보았다. “장인어른께서 상황의 이점을 이미 아신 것 같으니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도아린의 허리를 감싸안고 차로 돌아갔다. 도정국과 두 사람은 그 자리에 남아 당황한 표정으로 바람 속에 서 있었다. 도유준은 분노로 몸을 떨며 말했다. “아버지, 누나가 매형 앞에서 아버지의 체면을 조금도 세워 드리지 않네요. 배씨 집안이 우리 집안을 우습게 보잖아요!” 강홍련도 옆에서 부추기듯 말했다. “저야 도씨 집안에 들어가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이렇게 오래 참고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아린이는 벌써부터 당신을 이렇게 우습게 보다니... 나중에 병원에 입원해서 딸의 서명이 필요할 때 어떻게 당신을 괴롭힐지 모르겠어요.” 도정국은 두 사람의 말에 부추김을 받아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 배건후가 없었더라면 그
“어느 역할인데?” 손보미가 눈을 감은 채 물었다. “금희.” 손보미는 머릿속으로 대본을 떠올렸다. 그녀가 연기하는 여자 주인공은 궁에 들어온 첫날, 남을 도와줘서 총관의 칭찬을 받는다. 같이 들어온 궁녀 두 명이 그녀를 질투하고 괴롭히는데 그중 한 궁녀의 이름이 금희였다. “연기할 때 적당히 하라고 해.” 손보미는 팔을 누군가가 살짝 밀자 무심하게 말했다. “오늘 몸 상태가 안 좋으니 물 뿌릴 때 따뜻한 물로 해줘.” 연기라는 건 많은 게 진짜가 아니었다.예를 들어, 채찍에 맞는 장면도 실제로는 바닥에 채찍을 휘두르며 마치 맞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또한 주삿바늘도 손가락으로 살짝만 찌르는 식으로 연출한다. 그녀는 주연배우였고, 배건후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지만 촬영장 사람들은 그녀에게 강력한 후원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연기라는 건 사실감이 중요하지 않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보미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자, 화장을 해주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당황해서 작은 브러시를 그녀의 눈에 찌를 뻔했다. “죄송해요, 보미 씨...” 손보미는 화를 참지 못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밀쳐내며 티슈로 얼굴을 닦았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미 자리를 떠 있었다. 김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보미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도아린이 어떻게 날 괴롭히는 궁녀 역할을 오디션 보게 된 거지? 분명 황후의 시녀 역할을 본다고 하지 않았나?’손보미는 잠시 생각한 뒤,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고 의상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고는 안에서 답이 오기도 전에 안으로 들어갔다. “나가 있어요. 내가 옷 입는 걸 도와줄게요.” 손보미는 부드럽게 덧붙였다. “우린 친구예요.” 도아린을 데리고 온 사람은 도아린을 바라보았고, 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밖으로 나갔다. 사람이 나가자마자 손보미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는 도
손보미가 떠난 후,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방금 있었던 일을 SNS 블로거에게 보냈다. 거울이 산산조각 난 의상실 바닥 사진까지 첨부하면서 말이다. 그 대가로 커다란 현금 봉투를 받았다. 블로거는 즉시 상황을 상상해 300자짜리 짧은 글을 작성해 게시했다. ‘충격! 인기 여배우가 신인에게 괴롭힘을 당하다?’‘알려진 제보에 따르면 인기 여배우와 신인은 어린 시절 친구였으며 두 사람은 함께 연예계에서 노력하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인기 여배우는 스폰서를 만나 승승장구했고 친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수년 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사이에 생긴 차이가 결국 우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손보미의 팬들은 글을 읽고 댓글과 공유를 남겼다. ‘우정이 이익 앞에서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며, 부모도 없이 자라온 손보미가 유일한 친구마저 잃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그녀를 더 많이 응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댓글들 속에서 몇몇 사람들은 의구심을 표했다. [손보미는 스폰서가 있는 배우고 연기도 별로인데 어떻게 송 감독의 신작에서 주연을 맡았을까? 신인을 괴롭히지 않은 게 다행이지, 누가 감히 손보미를 괴롭히겠어? 아마 신작 홍보를 위해 꾸며낸 가짜 소문일 거야.]블로거는 예상보다 훨씬 좋은 반응을 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연락해 만약 손보미가 괴롭힘당하는 장면을 찍어온다면 보상을 세 배로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선금까지 받고는 화장 도구 상자를 챙겨 손보미에게 가서 메이크업을 수정해 주기 위해 서둘렀다. 현장에서는 스태프가 도아린에게 대본을 건네주었다. ‘이게 준비가 다 됐다는 뜻인가?’함예진이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눈빛을 보냈다. “송 감독님이 네 폭발력을 보고 싶어 하셔. 이 배역은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해. 잘해봐.” 함예진은 또 작은 목소리로 송 감독에게 무언가를 말했고, 도아린을 보는 감독의 눈빛이 조금 변했다. 잠시 후, 손보미가 부축을
곧이어 무전기에서 송 감독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각 부서가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원래 장면은 두 번 정도 밀치는 후, 궁녀가 찻주전자에 남은 물을 손보미에게 뿌리는 것이었지만 감독의 재조정으로 밤에 손보미가 잠든 후 궁녀가 그녀에게 물을 끼얹는 장면으로 바뀌었다.손보미는 마음을 졸이며 누워 자는 척을 했다.감독의 ‘액션’ 소리가 들리자마자, 도아린은 차가운 물 한 바가지를 손보미의 머리 위로 쏟아부었다. “아악!” 손보미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지만, 감독이 컷을 외치지 않자 연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금희야, 너 지금 뭘 하는 거야?” “주제넘게 나대지 말았어야지!” 도아린은 손보미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챈 뒤, 그녀를 억지로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도아린의 눈빛은 너무도 매서웠고 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원귀처럼 복수심에 가득 차 있었다. 손보미는 그 눈빛에 겁에 질려 머리가 하얘졌다. “컷!” 감독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미 씨, 보미 씨는 여주잖아. 시선은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있어야지. 다시 한번 가자!” 대본 속에서 여주인공은 두 명의 궁녀에게 괴롭힘을 당한 뒤 비록 초라한 모습이지만 전혀 겁먹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단호하게 꾸짖는다. 하지만 손보미는 도아린의 눈빛과 마주할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두려움이 솟구쳐 올라왔다. 결국 차가운 물 세 바가지를 맞고 나서, 손보미는 추위에 몸을 떨며 대사를 하기는커녕 도아린과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현장 스태프들은 고개를 저으며 답답해했다. 여주인공이 신인에게 압도당해 연기를 망치니 작업량이 늘어나면서 촬영 진행이 크게 지연되고 있었다. 하지만 손보미의 스폰서를 의식해 누구도 대놓고 불만을 표출할 수는 없었다. 손보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만약 서서 연기를 했다면 일부러 넘어져 발목을 다시 다쳤다고 핑계를 댈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여기서 기절하는 척하면 함예진의 성격상 당
“죄송해요, 오늘 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모두를 고생시켰네요.” 손보미는 머리에서 물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로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고개를 숙이자, 불만을 품고 있던 스태프들도 더 이상 문제 삼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제야 손보미는 송 감독을 바라보았다. “감독님, 저는 자수를 배운 적이 없어요. 그냥 보육원에서 살 때, 옷을 직접 꿰매야 했기 때문에 조금 배우게 된 것뿐이에요.”“제가 자수 장면을 직접 연기하고 싶었던 이유는 제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었고, 이 작품에 더 많은 흥미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더 적합한 사람이 있다면 저는 기꺼이 자리를 내놓을 겁니다.”인기 있는 여배우의 비참한 과거는 극 중 운명에 굴하지 않고 성공한 여주인공과 맞아떨어져, 이 이야기가 홍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부감독은 송 감독이 작품에 대해 완벽을 추구하는 걸 잘 알았다. 그러나 좋은 작품은 단순히 잘 찍는 것만이 아니라 배우의 인기와 함께 홍보도 잘 되어야 한다. 지금 손보미는 화제의 중심에 있었고 드라마가 막 시작했는데도 벌써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손보미의 스폰서를 건드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여주인공의 자수 장면은 많지 않았고 대역을 쓸지 말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의상과 소품에 능통한 누군가의 지도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부감독은 송 감독의 귀에 몇 마디 속삭였고 송 감독은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함예진이 몇 발짝 걸어와 도아린의 옆에 서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정말로 겨루고 싶은 거야?” 도아린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지만 손보미의 추악한 행실을 폭로하고 싶었다. 예전에 나형욱이 그녀를 추천했을 때, 손보미의 대역을 맡고 싶지 않아서 단번에 거절했었다. 그런데 배건후는 자기가 대역이라는 걸 알면서도 손보미가 모든 공을 차지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 “저는 어느 명장의 밑에서 조수로 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