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는 상대방을 힐끗 보고 나서 물었다.“네가 바로 섭로왕 똥개냐?”이 호칭을 들은 서대준은 화가 나 이를 갈며 이태호를 노려보았다.“자식, 배짱이 대단하네, 감히 이렇게 날 부르다니, 살기 싫은 거지?”이태호는 오히려 웃으면서 대답했다.“당신 아들은 개자식이야. 당신은 아버지로서 아들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 집에 찾아와 내 가족을 괴롭히고 있으니 당신이 똥개가 아니고 뭐야?”“이놈...”이런 모욕을 당해본 적 없는 서대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들어 이태호를 때리려 했다. 그의 뒤에 있던 고수들이 오히려 그를 말렸다. 겨우 그 정도 종사 내공의 실력으로 아마 이태호의 한주먹거리도 안 될 것이다.“자식, 오늘 우리가 재수 없었다고 쳐. 경호원이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어.”백유겸은 이태호를 힐끗 보고 나서 또 한마디 했다.“지금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가도록 하지. 앞으로도 너희들을 찾아오진 않을 거야!”“허허!”그 말을 들은 이태호가 가볍게 웃더니 대답했다.“이 말은 예전에 서지강 그 자식도 했었어. 약혼녀인 서문옥이랑 무릎을 꿇고 했던 말인데, 참. 앞으로 우리 가문을 귀찮게 하지 않을 거라고, 우연히 우릴 마주치더라도 다른 길로 갈 거라고 맹세했었는데 또 이렇게 찾아왔잖아?”잠시 멈칫하던 이태호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당신들의 말은 방귀나 다름없는데 내가 당신들 말을 어떻게 믿겠어?”“자식, 그래서 어쩌라고?”이태호를 바라보는 서대준의 마음속에서 화가 부글거렸다. 어찌 됐건 백유겸은 장군인데 이 자식이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으니 말이다. 이태호가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지난번에 얘기했었잖아. 서지강이 다시 날 귀찮게 하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이야. 지난번에 내시로 만들어달라고 한 것도 내가 용서했는데 이렇게 또 찾아왔으니 용서할 수 없어.”“네 따위가 감히?”이태호는 상대방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백유겸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자식, 난 지금 장군이야. 오늘은 내 체면을 한 번
게다가 상대는 그가 집을 비운 사이에 찾아왔는데 만약 서소운 등이 상대할 수 없었더라면 결과를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턱!”이태호가 주먹을 날리자 상대방은 날아가 땅에 털썩 쓰러져 피를 토해냈다.“뭐야! 유겸이 너마저도 상대할 수 없는 거야?”서대준은 백유겸이 손을 쓰는 걸 보고 이태호를 막아낼 줄 알았는데 그대로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 이건 대체 무슨 내공이란 말이야? 방금 저 한 방은 적어도 무왕 육급이나 무왕 칠급 내공은 될 거야.”백유겸의 마음속에 거친 파도가 일었다. 이태호의 강대함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태호는 차갑게 웃기만 했다. 그는 방금 별로 힘을 쓰지 않았다. 제대로 실력을 보여줬으면 상대방은 죽었을 것이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서지강의 앞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아빠, 구해줘요.”서지강은 소리 지르며 너무 놀라 다리가 후들거려 눈을 꼭 감았다.“이태호, 잘못했어. 앞으로 안 그럴게. 앞으로 네 눈에 띄지 않게 다른 길로 다닐게.”이태호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런 말을 듣는 것도 이젠 지겨워.”말을 마친 이태호가 갑자기 발을 들어 그의 다리를 걷어차 다리가 벌어지도록 하더니 가운데를 향해 힘껏 발길을 날렸다.“악!”돼지 잡는듯한 비명을 지르던 서지강은 고통스럽게 기절해버렸다. 그는 이번에 정말 내시가 되어버렸다. 옆에 있던 서문옥은 놀라 연신 뒷걸음치며 눈앞에서 벌어진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이번에 찾아갔다가 이태호를 이길 수 없다면 이태호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전에 여러 번 서지강에게 말했었다. 안타깝게도 서지강은 복수에 눈이 멀어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백유겸이 손을 쓰면 분명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결국, 백유겸은 이태호의 상대가 아니었고 서지강은 내시가 되어버렸으며, 서지강의 가문에 힘입어 더 부자가 되어보려던 그녀의 타산도 물거품이 되었다.“아들아!”서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달려나가려는 서대준을 말렸다. 서대준이 그
서대준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서 가주님, 알아요. 서문옥은 좋은 아이예요. 저랑 서지강에게 이태호를 찾아가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우리가 서문옥의 충고를 안 듣고 이렇게 됐네요. 백유겸이 우릴 위해 복수해줄 거로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를 맞이했으니.”“휴!”서진혁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 서대준을 향해 말했다.“서 가주님, 당부 한마디 할게요. 앞으로 복수에 관한 생각은 접어요. 이태호는 우리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들이 여기에 와서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이태호를 찾아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저한테 말 한마디 해줬으면 제가 말렸을 텐데 그랬어요.”“무슨 말이에요?”서대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서진혁의 말에 다른 뜻이 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제야 서진혁이 말했다.“이틀 전 벚꽃 나라에서 고수들이 왔었는데 다들 대단했어요. 날아다니며 싸웠는데 여자 경호원들에게 살해당했어요. 우리 집 명수들에게 물었더니 무왕 내공이라고 하더라고요. 여자 경호원마저 그렇게 대단하니 이태호가 쉬운 사람은 아닐 거로 생각했어요.”“휴!”서대준이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너무 늦어버렸네요.”“저기, 서 가주님, 그럼 저랑 서문옥은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가 사돈이 될 순 없지만 친구 사이로 지낼 수는 있어요.”서진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서대준을 향해 말했다.“그래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서대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나서 그에게 말했다.“배웅하지 않을게요.”서진혁은 서문옥을 데리고 가면서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문옥아, 이태호가 사실 나쁜 사람은 아니야. 정말 너희들을 죽이려 했다면 너희들은 살아날 길이 없었을 거야. 서씨 가문 도련님마저 저렇게 됐으니 앞으로 이태호를 건드릴 생각은 하지도 마. 우린 조용히 자기 삶을 살면 돼.”힘이 빠진 서문옥도 심드렁하게 말했다.“아빠, 알았어요, 이태호는 우리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서지강과 서대준도 제대로 반성하고 앞으로 이태호를 건드리
은재 앞에서 이태호는 라이벌 앞에서 보였던 잔혹함과 냉정함을 거두고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태호, 돌아왔구나.”신수민도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 웃으면서 말했다.“오느라 힘들었지? 한잠 푹 자고 나올래?”이태호도 웃으면서 대답했다.“아니야, 나 안 졸려.”이태호가 말을 이었다.“너희들을 봤으니 됐어.”그래도 걱정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던 신수민이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서씨 가문도 별로 대단한 건 아니야. 하지만 백유겸은 장군이라고 하던데 이번에 망신을 당했으니 나중에 우릴 귀찮게 하지 않을까?”이태호가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남편이 있는데 뭐가 무서워?”이태호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나서 경호원들을 향해 말했다.“여러분, 며칠 동안 수고했어요. 오늘 저녁 제가 한턱 낼 테니 마음껏 드세요.”“와, 좋아요, 오늘 밤 배불리 먹읍시다!”서소운이 환호했다.“이제야 푹 쉴 수 있겠네요.”이소아도 한마디 했고 남자 경호원들은 더 기뻐했다.이태호는 은재가 장난감을 놀 수 있도록 내려놓은 후 신수민을 향해 말했다.“여보, 나랑 같이 위층에 잠깐 가자. 좋은 소식을 알려줄게.”그 말을 들은 신수민은 눈빛을 반짝이며 따라갔고 그들은 곧 2층 방에 도착했다.“말해봐. 무슨 좋은 소식인데?”신수민이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며 물었다.이태호는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그녀를 바라보며 한 걸음 다가가더니 그녀를 품에 안고 빨간 입술에 키스했다.“웁!”신수민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한참 동안 키스하고 나서야 이태호는 신수민을 풀어주었다. 신수민은 그런 이태호를 흘겨보며 말했다.“거짓말쟁이, 좋은 소식이 있다더니 이게 네가 말한 그 좋은 소식이야?”이태호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정말 좋은 소식이 있었는데 마누라가 너무 보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키스해버렸네.”신수민은 순간 기분이 좋아져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겨우 며칠을 못 봤는데 뭘. 너 사람 달래는 재주가 점점 느는 것 같
이태호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 하지만 아직 일 년을 기다려야 해. 그러니 일 년 내에 넌 구급 종사에 도달해야 해.”“알았어, 나 열심히 할 거야.”신수민이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 이태호가 눈살을 찌푸리고 한마디 했다.“하지만 이 사숙께서 나한테 임무를 많이 줬어.”“임무? 무슨 임무인데?”신수민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태호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그제야 자신이 얻은 혜택과 더 큰 기회를 얻은 걸 신수민에게 말해줬다.“너한테는 비밀로 하지 않을 거야. 난 사실 드래곤 신전의 신전 주인이고 용의당도 내 밑에서 일하는 파벌 중 하나야.”“뭐?”신수민의 마음속에 거친 파도가 일었고 너무 놀라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태호는 이번에 연단에 관한 책 한 권을 얻었고, 날 수 있는 비검 한 자루를 얻었는데 이것만으로 충분히 충격받을 일이었다.하지만 이태호는 그가 12개의 파벌 두목을 다 찾아 그들을 데리고 내공을 돌파하면 더 큰 기회가 있을 거라 했다.신수민의 반응은 이태호의 예상대로였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마음속으로 4대 군신이 자신의 제자라는 것과, 자신의 카드에 몇백억이 늘어났단 말을 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꺼번에 다 말했으면 신수민이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신수민은 한참이나 지나서야 마음을 진정하고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결국 웃으면서 말했다.“어쩐지 용의당의 범용이 널 만날 때마다 태수와 함께 너한테 이상하게 존대하더라니 네가 용의당의 진정한 보스였구나.”“하하!”이태호가 크게 웃으며 신수민의 옆에 앉아 입을 열었다.“이 서프라이즈 어때?”“서프라이즈는 무슨, 놀라 죽을뻔했잖아!”신수민은 이태호를 흘겨보고 나서 말했다.“그럼 어떻게 해? 12개 파벌 중 지금 용의당 파벌 하나만 찾아낸 거야? 일 년이면 돼? 일 년 내에 더 많은 파벌을 찾아내지 못하거나 그들의 내공을 높이지 못한다면 더 큰 기회가 없어지는 거 아니야?”이
신수민은 생각에 잠기다가 눈살을 찌푸리고 이태호에게 물었다.“여보, 연단사의 레벨, 영초나 다른 수련에 관한 기초지식을 자세히 알려주면 안 돼? 어차피 나도 이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어. 나도 강해지고 싶어.”신수민이 수련에 관한 일에 이토록 신경 쓰리라 이태호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수련에 관한 여러 가지 지식을 신수민에게 자세히 들려주고 설명이 거의 끝날 무렵에야 그녀에게 물었다.“그래. 넌 너무 서두를 필요 없어. 요즘 그 영지를 잘 복용하고 있으면 돼. 지금은 종사급이지?”“주먹 한 번 맞아볼래?”신수민이 웃는 얼굴로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덤벼!”이태호는 신수민의 앞에 섰다. 신수민은 씩 웃더니 이태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신수민의 주먹에 맞은 이태호는 눈빛을 반짝이며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괜찮은데, 이 정도면 사급 종사는 되겠어. 빠르게 향상하는 걸 봐서 아마 얼마 안 가 구급까지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 그 보물만 기다리면 되겠어.”“그래? 잘됐네. 나도 내가 몇 급인지 몰라. 힘이 예전보다 강해졌고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만 느껴져.”신수민이 웃으며 말했다.“조금씩 강해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태호 오빠, 왔어요?”그때 아래층 마당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이태호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표정이 떠올랐고 머리가 지끈거렸다.“백지연이 어떻게 벌써 찾아왔지? 내가 돌아온다는 걸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신수민이 그런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솔직히 지연이가 괜찮은 사람이야. 너 나가 있는 2, 3일 동안 여러 번 찾아왔었어.”신수민이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오늘 아침에도 찾아왔는데 네가 없는 걸 보고 얼마나 실망했는지 몰라. 그래서 오후쯤에나 올 거라고 했는데 결국 그새를 못 참고 점심도 안 먹고 이렇게 달려왔네.”이태호가 어두운 표정을 짓고 말했다.“네가 알려준 거였어? 어쩐지 귀신같이 알고 찾아왔다 했네.”그녀의 이런 행동에 이태호는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백
이런 이태호를 본 신수민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너도 참, 너무 무정한 거 아니야? 걔가 너한테 이렇게 잘해주는데 정말 모르는 척할 거야? 두 사람이 잘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이태호가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너랑 걔가 사이가 좋은가 보네? 아예 지연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하하, 나 내려갈게. 네가 방으로 부른다고 얘기할 거야.”신수민은 이태호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그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태호와 떨어져 있는 며칠 동안 이태호가 너무 그리웠던 그녀는 백지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냥 내가 내려갈게. 걔를 방에 부르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만약 날 추행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해?”신수민의 말을 들은 이태호는 깜짝 놀라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신수민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말했다.“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백지연은 매력적이고 성격이 시원해서 사랑과 미움이 분명할 뿐 널 추행할 사람은 아니야.”이태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백지연이 얼마나 발칙한지 그녀는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난번에 차에 탔을 때 그가 방심한 틈을 타 그에게 억지로 키스한 적도 있는데 말이다. 그러니 백지연이 그를 추행할 수 있다는 것도 아예 가능성이 없진 않았다.“아, 태호 오빠, 정말 돌아왔군요. 잘됐어요.”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이태호가 내려온 것을 본 백지연은 커다란 두 눈을 반짝이더니 그대로 달려가 이태호의 품에 안겨 울먹이며 말했다.“오빠, 나빠요, 출장 가면서 나한테 말 한마디 해주지 않고. 밖에서 무슨 험한 일이라도 당했을까 걱정돼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단 말이에요. 미리 얘기해줬더라면 함께 가서 물이라도 따라줘도 좋았잖아요.”이태호는 말문이 막혔다. 신수민이 옆에 있는데 이렇게 달려와 부둥켜안다니? 옆에 있던 신수민은 이태호의 난감한 표정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입을 가리고 살며시 웃었다. 백지연이 참 간이 크다고, 사랑을 위해 물불 가리지
이태호는 피를 토할뻔했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농담에 백지연이 이렇게 많은 일을 꺼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지연 언니 왔어요?”그때 밖에서 놀고 있던 신은재기 들어오며 백지연을 불렀다. 그동안 백지연이 자주 와서 신은재도 백지연을 좋아하게 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연 아가씨 왔네? 마침 우리 태호가 저녁에 한턱낸다고 하는데 함께 갈 거지?”연초월도 웃으면서 들어와 말했다. 이태호는 이런 상황을 바라보며 속으로 망했다고, 백지연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적군의 내부에 들어왔을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이쁨까지 받고 있다. 이 속도라면 언젠가 이태호도 막을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방금 꼭 껴안을 때 이태호는 마음이 흔들렸다.“좋아요, 아줌마, 방금 수민 언니가 말해줬어요. 우리 함께 가요.”백지연이 웃으며 쪼그리고 앉아 신은재를 안고 아이에게 말했다.“은재야. 앞으로 언니라고 부르면 안 돼. 나한테 이모라고 불러.”“알았어요, 지연 이모.”신은재가 말했다.“그래, 우리 은채 참 착해.”백지연은 곧 웃으면서 말했다. 이태호는 어리둥절한 채 물었다.“다들 어리게 불러주길 바라는 마음에 언니라고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넌 왜 은재에게 이모라 부르라고 그러는 거야?”백지연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안돼요. 나한테 언니라고 부르면 내가 너무 어리게 느껴지잖아요. 그럼 나중에 어떻게 오빠랑 사귀어요? 이모라고 불러야 수민 언니랑 동급이 되죠...”이태호는 또 한 번 할 말을 잃었다. 백지연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한심했다.한참이 지나 다들 모여 앉아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이태호는 그제야 범용에게 전화를 걸었다.“신전 주인님, 무슨 일이 있어요?”전화를 받은 범용이 공손하게 말했다. 이태호는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며칠 전 벚꽃 나라의 사람들이 우리 집에 찾아왔었어. 내 가족이 어디 사는지 말해준 사람은 분명 서건우와 정희주일 거야. 이 두 사람을 찾아 제대로 혼내주고 벚꽃 나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