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의 결과는 더 큰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유강후는 한 손으로 그녀를 품에 가두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감싼 채 있는 힘껏 격렬하게 키스했다. 불과 몇 초 만에 온다연은 온몸에 힘이 풀렸다. 유강후가 서랍을 여는 모습을 보 온다연은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보고 정신을 번쩍 차렸다. ‘뭐지?’ ‘도대체 언제 준비한 거야.’ ‘왜 난 모르고 있었지?’ 유강후가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도망치려고 했지만 1초 만에 다시 잡혀왔다. 그는 온다연을 품에 가둔 채 벌주듯이 그녀의 귀를 깨물었다. “도망치려고 했어? 정말?” 이미 온몸에 삭신이 쑤신 온다연은 유강후 손에 들린 박스를 보고 벌벌 떨었다. “왜... 왜 이렇게 많아요?” 유강후는 태연하게 답했다. “한꺼번에 다 쓸 생각은 아니야. 오늘은 한 박스만 쓸 거야.” 자세하게 들여다보니 박스 외관에 ‘6개입’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온다연은 숫자를 본 순간 막막함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지경이었다. “한 박스... 절대 안 돼요...” 유강후는 그녀의 가냘픈 목을 가볍게 깨물고선 한 손으로 가는 허리를 꼬집었다. “말 잘 들으면 살살하게. 네가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면 하나쯤은 버려도 돼.” 온다연은 곧바로 울부짖으며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싫어요...” 한 박스를 다 쓰게 된다면 아마 며칠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유강후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단번에 그녀를 안아 올려 욕실로 향했다. “말 안 들으니까 전부 다 써야지.” 욕실의 욕조에는 이미 따뜻한 물이 준비되었다. 따뜻하면서도 므흣한 분위기가 욕실을 가득 채웠다. 온다연이 아무리 애를 써도 이날만을 기다려온 유강후에게서 벗어나는 건 무리였다. 곧 욕실은 애원하는 온다연의 목소리와 거친 숨소리로 가득 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 문이 열렸다. 유강후가 온다연을 품에 안고 나온 찰나에 마침 장화연이 뜨거운 우유를 주러 들어왔다. 장화연은 온다연을 힐끗 보고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자세히 살폈다.야들야들한 손목에 푹 파인 자국이 두 개 생겼고, 깊은 곳은 이미 피부가 벗겨졌다.흰 피부 때문에 보기가 더 흉했다.‘별로 힘을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피부가 벗겨졌지?’유강후가 긴장하며 자세히 살피려 하자, 온다연이 손을 움츠리며 울먹였다.“저리 가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그녀는 울어서 눈이 빨개졌지만 피부는 여전히 희고 보드라워 순진무구하고 만만해 보였다.유강후는 눈빛이 사악해졌고, 또 그녀를 안고 한바탕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하지만 그녀의 손목 피부가 까지고 울어서 눈이 빨개진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안쓰러웠다.유강후는 억지로 그녀를 안아 다리 위에 올려놓고 그녀의 머리에 키스하며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다음에는 살살 할게. 뚝, 그만 울어.”그는 말하면서 그녀의 잠옷 단추를 벗겼다.“좀 보자, 다쳤으면 약을 발라야 해.”온다연은 급히 옷깃을 붙잡으며 풀지 못하게 했다.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는 유강후는 그녀를 달래면서 억지로 단추를 풀었다.정말 다쳐서 피가 스며 나온 것을 보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쉽게 다쳐?”유강후가 자기 몸을 지켜보자, 그녀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깨물었다.“아저씨가 너무 세게 해서 그렇죠.”그가 눈이 빨개져서 날뛰는 모습은 정말 무서웠다.유강후는 옷을 입혀준 후 지난번에 의사가 처방한 연고를 찾아 조금씩 발라주었다.온다연은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가 꽉 잡고 있어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얼굴을 붉히며 그가 약을 바르게 내버려두었다.아직 세 개가 남아있고, 그가 꼭 한 통을 다 써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 그녀는 덜컥 겁이 나서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이만하면 안 돼요?”유강후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얘가 나를 뭐로 보고? 내가 그렇게 인정이 없는 사람인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내가 계속한다는 건가? 아니면 이 일 자체를 거부하는 건가? 그건 안 된다.’게다가 처음에는 그녀도 분명
유강후는 부드러운 캐시미어 니트를 가져와 갈아입히고 머리를 정리해 준 후에야 그녀를 안고 식사하러 나갔다.장화연이 꽃게 요리를 만들었다.온다연은 조금 먹어보니 맛있어서 스스로 게살을 바르다가 손이 찔렸다.그녀의 가늘고 흰 손가락에서 작은 핏방울이 흘러나왔다.유강후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니 직접 가위와 도구를 챙겨와 게살과 게알을 조금씩 발라 그녀의 앞접시에 올려주었다.하지만 그녀가 두 개째 먹으려 하자, 유강후는 동작을 멈추었다.“게는 성질이 차서 한 개만 먹어야 해. 먹고 싶으면 여름에 실컷 먹자. 지금은 안 돼.”그는 장화연을 돌아다보며 말했다.“장 집사가 점점 일을 못하네. 출산한 지 1개월밖에 되지 않았잖아. 앞으로 이렇게 성질이 찬 음식은 상에 올리지 마.”장화연은 온다연의 목에 생긴 빨간 자국을 힐끗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출산한 지 1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걸 아시면 됐어요.”유강후는 안색이 확 변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이권이 들어오더니 나지막이 보고했다.“주희가 오늘 아침에 깨어났는데, 온다연 씨를 만나게 해주지 않으면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떼를 쓰고 있어요. 그 바람에 상처가 벌어지면서 또 출혈이...”“안 만나.”유강후는 안색이 좋지 않았고 목소리도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죽고 싶으면 죽으라고 해. 옥상에 다시 올라가서 뛰어내리면 되겠네.”하지만 온다연이 의자에서 일어났다.“만날게요.”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강경한 말투로 말했다.“안 돼.”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막 깨어났는데, 또 내장 출혈이 생기면 힘들어요. 만날게요.”그녀는 의자를 밀어내고 가려고 했다.유강후는 그녀를 와락 끌어당겼고 눈에 분노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말했잖아. 안 된다고.”온다연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다른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발끝을 쳐들고 유강후의 아래턱에 뽀뽀하고는 그의 팔을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화내지 말아요. 주한의 동생이잖아요. 주한이
어두운 골목.가로등 하나가 깜빡거리고 있었다.온다연은 골목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갑자기 누군가에게 잡아당겨져 어두운 구석으로 끌려 들어갔다.벽 앞에는 술 냄새를 풍기는 취한 남자 두 명이 서 있었고 그들은 온다연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그녀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코를 찌르는 알콜 냄새와 남자들의 거친 움직임에 온다연은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그들 중 한 남자는 즉시 온다연의 뺨을 세게 때렸다.“감히 소리쳐? 뭘 잘했다고 소리치는 거야!”“오늘 네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가만히 있어. 이 오빠가 기쁘게 해줄 테니까.”...이때 갑자기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골목을 가로질러 왔고 차창이 천천히 내리자 차갑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드러나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 행위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옆에 있는 운전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나가서 말릴까요?”도련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그냥 가!”이때 온다연은 이미 옷이 찢어진 상태였고 갑자기 나타난 차량 때문에 그녀는 더욱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술 취한 남자는 온다연에게 아직도 도움을 청할 힘이 남아있는 것을 보자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두 번 더 때렸다. 또한 온다연의 몸을 잡고 있는 손에도 더욱 힘을 주어 치마를 벗기려고 했다.온다연이 절망하려고 할 때 이미 시동을 걸었던 차가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차 문이 열리더니 키 큰 남자 두 명이 내려왔다.앞에 선 남자는 마른 체격에 브랜드 로고가 없는 흰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차갑고 위엄이 있어 어두운 밤에도 빛나는 것 같았다.그는 구석에서 무자비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온다연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불빛이 너무 어두워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낮은 울음소리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남자의 기억 속 목소리와 다소 비슷했다.남자는 차갑고
그때도 지금과 같은 매미가 울어대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소녀의 수줍은 눈빛과 땀에 젖은 옆머리가 그날 오후와 겹쳐졌다.그 모습이 지난 3년 동안 매일 밤 꿈속으로 들어와 밤마다 유강후를 뒤흔들었다.유강후는 방금 온다연의 손길이 닿은 곳이 화끈거려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이 순간 공기마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러나 유강후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며 여전히 차갑고 고상한 표정으로 말했다.“들어가.”온다연은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치 사면받은 사람처럼 도망치듯 떠났다. 물론 온다연은 차에 탄 유강후의 맹수 같은 약탈적인 눈빛을 보지 못했다.온다연은 유씨 가문 저택에 들어선 후에야 유씨 가문 식구들뿐만 아니라 유강후의 옛 친구들도 모두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 도련님들은 모두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중에서도 최고였다.온다연은 전에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여러 번 목격했었기 때문에 그들을 피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하지만 안주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심미진은 온다연을 놓아주지 않았다.“나 시간 없으니까 네가 이 술을 네 작은 삼촌에게 갖다줘.”온다연은 거절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은 화려했고 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온다연은 가시 장미에 섞인 새하얀 장미처럼 눈길을 사로잡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온다연의 검은 머리와 붉은 입술, 매력적인 골격,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특히 하늘색 치마 밑의 하얀 피부는 사람을 유혹할 정도로 하얗게 빛났다.잠시 동안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도련님, 유씨 가문의 양딸을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그새 잘 자랐네요.”유강후 역시 온다연이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었다.“몇 년 동안 유씨 집안에서 먹여준 건 맞지만 양딸이라고 할 순
온다연은 고개를 숙였다. 마치 사나운 짐승에게 겨냥당한 듯 숨이 막힐 것 같았다.온다연은 문에 한껏 기대어 최대한 유강후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하지만 유강후는 바로 앞에 있고 공간이 좁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유강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느꼈다.맑은 솔방울 같은 냄새에 은은한 술 냄새가 섞여 온다연의 피부에 다가왔다. 그러자 온다연은 갑자기 3년 전의 점심에도 이렇게 더웠는데 술에 취한 유강후가 방에 쳐들어와 통제를 잃고 폭력적으로 행동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런 기억이 떠오르자 온다연은 혼란스러워서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 유강후와의 거리를 벌렸다.하지만 너무 가까운 탓에 유강후의 옆을 지나가려 할 때 온다연의 팔은 유강후의 손에 닿을 수밖에 없었다.닿은 곳은 살짝 화끈거리며 유강후의 기운이 남았다.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유씨 가문 저택은 학교에서 너무 멀어서 기숙사에 살고 있어요.”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온다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낮아서 유강후는 그녀를 혼내고 싶었다.게다가 이 3년 동안 거짓말하는 것도 배웠다니.하지만 유강후는 아직 온다연을 까발릴 생각이 없었다. 이 정도는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내 번호 차단했어?”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번호 바꿨어요. 예전에 쓰던 휴대폰이 고장 나서 모든 번호가 사라졌거든요.”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유씨 가문 사람들 중 이모 심미진의 번호만 저장했다.“휴대폰 줘 봐.”온다연은 순순히 휴대폰을 건넸다.살짝 낡은 휴대폰이었는데 스크린은 손상된 정도가 심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 자신의 휴대폰으로도 온다연의 카카오톡 QR코드를 스캔해 추가했다.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돌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아까는...”“알아요.”온다연은 유강후의 말을 잘랐다.“그분들 다 삼촌 친구들이잖아요. 농담한 거 알아요. 괜찮아요.”온다연은 유씨 가문에 오래 머물지 않기
온다연은 온 힘을 다해 유민준을 밀어냈다.“오빠, 정신 차려요.”유민준은 표정이 변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온다연, 순진한 척하지 마. 너랑 네 그 빌붙으려는 이모가 뭐가 달라? 지금 이렇게 좋은 기회가 주어졌는데 거절해? 그럼 설마 더 대단한 걸 바라는 거야?”온다연은 표정이 바뀌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유씨 가문이 넘볼 수 없는 대단한 집안이란 거 알아요. 당신들한테 빌붙을 생각도 없었어요.”온다연의 표정이 바뀌자 유민준은 답답한 듯 머리를 쥐어뜯으며 조금 전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나 그런 뜻 아니야. 나랑 만나면 명분 주는 것 외에 다른 건 다 줄 수 있어. 예전에 내가 지나쳤던 거 맞아. 내가 하령이 시켜서 널 괴롭혔던 것도 인정할게. 그런데 다 지난 일이잖아. 앞으로 내가 배로 잘해줄게. 다연아, 너 나 좋아하지...”유민준이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자 온다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끼어들었다.“오빠 틀렸어요. 나 오빠한테 관심 없어요.”온다연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정확히 말하면 난 유씨 가문 사람들에게 관심 없어요. 조금도 없다고요.”유강후는 그 말을 듣고 창문에 올려놨던 손을 멈칫하며 살기를 내뿜었다. 차 안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가라앉았다.유민준은 그 말에 화가 났다.“나한테 관심 없다고? 그놈 때문이야?”유민준은 주머니에서 사진 여러 장을 꺼내 온다연의 얼굴에 던지며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너 이놈 좋아하지?”사진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불빛이 어두웠지만 온다연은 사진 속 남자가 그녀의 동기 진태윤이라는 것을 보아냈다. 요즘 인턴십 때문에 온다연은 진태윤과 가까워졌는데 유민준이 그들의 사진을 찍을 줄은 몰랐다.바닥에 널브러진 사진들을 보고 온다연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유씨 가문이 대단한 건 아는데요. 제 학교 친구들은 건드리지 마요. 태윤이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저 태윤이 안 좋아해요.”유민준은 손을 뻗어 온다연을 앞으로 끌어당기며 내려다보
그 남자는 바로 유강후였다.유강후는 고급 소재의 흰 셔츠에 긴 다리를 감싸는 검은색 바지를 입고 차갑고 위엄 있는 표정을 지은 채 길에 서서 눈길을 끌었다.그의 옆에 있는 여자는 하얀색 명품 정장을 입었는데 몸매의 볼륨감이 잘 드러났다. 맑고 귀여운 외모에 눈웃음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두 사람은 무슨 말을 했는지 곧 여자는 유강후의 팔짱을 끼고 앞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이 멀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책을 얼굴에서 떼어냈다.하지만 이때 유강후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멀리서부터 안도연을 바라보았다.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다연은 유강후의 눈빛에서 차가운 기운을 느꼈고 순간 머리가 질끈거리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다행히 유강후는 곧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온다연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상현 씨, 미안해요. 저 볼일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강상현이 말도 하기 전에 온다연은 이미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본 듯한 표정으로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유강후와 그 여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온다연은 몸을 곧추세우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할 수 없이 외쳤다.“삼촌!”유강후은 시선을 온다연이 입고 있는 무릎까지 오는 하얀색 원피스로 옮겼다가 아픈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쳐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친구랑 여기서 켜피 마신 거야?”“강후 씨, 누구야? 왜 강후 씨를 삼촌이라고 불러?”여자는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유강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형수님의 조카야.”여자는 놀란 듯 온다연을 훑으며 말했다.“강후 씨가 말했던 그 조카군요. 언제 이렇게 많이 컸어요?”여자는 손을 내밀어 온다연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반가워요. 저는 강후 씨 친구 나은별이에요.”사실 나은별이 자기 소개하지 않아도 온다연은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전에 유씨 가문에서 나은별을 여러 번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