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는 손이 얼어붙었다.동시에 마음 깊은 곳에서 처음 느껴보는 분노가 솟아올랐다.유강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노려보며 그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그녀의 마음속에 들어선 누군가가 있다.하지만 그게 본인이 아니라는 걸 유강후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어쩌면 그 사람이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그녀의 곁을 지켜주었던 주한일지도 모른다.유강후는 미칠 것만 같았다.그녀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눈길만 돌려도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유강후는 순간 본인의 마음속에 악마가 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에는 온갖 피비린내 나는 생각들뿐이었고 그 생각을 곱씹어볼수록 저도 모르게 겁이 났다.유강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유강후는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이렇게 하면 적어도 그녀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들어갈 일도 없고, 평생 옆에 둘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유강후는 비틀거리며 사무실로 향했다.문을 들어서자 테이블 위에는 온갖 사진이 무더기로 놓여있었다.은행 레스토랑에서 주희가 온다연에게 집어던졌던 그 사진들로 추정된다.유강후는 사진들을 한참 쳐다보다가 제일 위에 있는 사진 한 장을 집어 들었다.사진 속의 온다연은 열네다섯 살쯤 된 모습이었는데 말끔한 교복을 입고 앞머리를 내린 채 까만 눈망울로 활짝 웃고 있었다.온다연은 머리를 살짝 옆으로 기울여 옆에 있는 남자아이를 보고 있었다.그 남자는 역시나 주한이다.주희와 매우 닮아있었는데 깨끗하고 해맑은 모습은 소년미가 가득했다.그는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고 온다연과 서로 눈을 마주 본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사진 속의 두 사람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단어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풍겼다.유강후는 손발이 시리고 가슴에 피가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그는 죽어라 사진을 노려보다가 갑자기 손을 뻗더니 사진을 여러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었다.그러고선 또 다른 사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진 두 장조차 복구시키지 못했다.날이 저물어갈 무렵에 장화연이 들어왔다.문을 열자 유강후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작업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발 밑에는 갈기갈기 찢긴 사진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장화연은 허리를 굽혀 바닥에서 사진 한 조각을 주었는데 교복의 치맛자락만 조금 보였다.유강후가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장화연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녀가 유강후와 유연서를 돌보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겨우 몇 살이었다.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어릴 때부터 과묵한 유강후는 가끔 유연서가 있을 때만이 수다를 떨며 웃곤 했다.유연서가 죽고 난 이후 그의 말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감정 기복을 느끼지 못하는 듯 반응이 전혀 없었다.게다가 어린 시절 유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후계자로 키워져 일반인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훈련을 받았다.지식수준과 체력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과 짧은 시간에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훈련을 수없이 반복했다.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는 매우 훌륭하고 빛나는 후계자가 되었다.결단력 있는 행동과 뛰어난 능력은 유씨 가문과 강씨 가문을 또 다른 정상으로 이끌었다.후계자 유강후는 모두의 칭찬을 받았지만 평범한 인간 유강후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그 누구도 유강후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지 않았기에 그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조차도 몰랐다.원하는 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에 넣어야 한다. 이것이 그들이 유강후에게 가르쳐준 인생의 철학이다.일적으로는 대체불가한 능력자가 맞지만 사랑이나 감정관련해서는 백지상태나 다름없다.현시점 가장 큰 문제는 일적으로 사용한 수법을 온다연에게 적용했다는 것이다.장화연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키운 대단한 아이가 초라한 모습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게 몹시 마음이 쓰라렸다.이 상황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이 안 섰을 수도 있다.그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건 너무 기뻐할 일이지만, 그 감정으로
1층 병동. 검사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진설아는 몸을 씻기 위해 다시 욕실로 향했다. 곧 손에 넣을 200억만 생각해도 기분이 좋은지 시도 때도 없이 입에 귀에 걸렸다. 목소리는 전보다 훨씬 커졌고 프런트 간호사에게 립스틱을 빌려 가볍게 화장하기도 했다. 그녀는 수소문 끝에 이 병원이 유강후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애인을 위해 특별히 지은 병원이라고 한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진설아는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얼마 전 유강후에게 애인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저 루머일 뿐이라고 생각해 전혀 믿지 않았다. 그러다가 병원 간호사들이 수다 떠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고 비로소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유강후가 애인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말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왜냐하면 뱃속의 아이를 유강후가 키우는 한, 그에게 다가갈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진설아는 자신감이 생긴 듯 거울을 들여다보고는 어느 정도 외모가 회복된 것 같아 만족스럽게 병원을 돌아다녔다. 3층과 4층은 마음대로 드나드는 것이 엄격히 금기된 곳이지만 진설아는 프런트 간호사들이 한눈판 틈을 타 몰래 안으로 들어갔다. 병원이 얼마나 좋은지 구경하는 것보다 유강후의 애인이 누구인지 더 궁금했다. ‘나은별이랑 많이 닮았으려나?’ 사실 조금 겁도 났지만 뱃속의 아이가 유강후에게 선택됐다는 생각만으로 의지할 곳이 있다고 느꼈다. 위층으로 올라가서야 그곳이 아래층과 사뭇 다르다는 걸 몸소 느꼈다. 여긴 병원이라기보단 정원에 가까웠다. 고급스럽고 우아하며, 복도에는 푹신푹신한 카펫이 깔려 있었다. 진설아는 질투심이 불타올랐다. ‘역시 듣던 대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네?’ 이제 막 돌아다니려고 두 걸음을 떼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간호사들을 보고 황급히 구석으로 숨었다. 간호사들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오후 내내 자다가 이제 막 깨셨는데 왜 아무것도 안 드시지? 배 안고픈 가? 참
어두운 골목.가로등 하나가 깜빡거리고 있었다.온다연은 골목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갑자기 누군가에게 잡아당겨져 어두운 구석으로 끌려 들어갔다.벽 앞에는 술 냄새를 풍기는 취한 남자 두 명이 서 있었고 그들은 온다연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그녀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코를 찌르는 알콜 냄새와 남자들의 거친 움직임에 온다연은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그들 중 한 남자는 즉시 온다연의 뺨을 세게 때렸다.“감히 소리쳐? 뭘 잘했다고 소리치는 거야!”“오늘 네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가만히 있어. 이 오빠가 기쁘게 해줄 테니까.”...이때 갑자기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골목을 가로질러 왔고 차창이 천천히 내리자 차갑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드러나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 행위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옆에 있는 운전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나가서 말릴까요?”도련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그냥 가!”이때 온다연은 이미 옷이 찢어진 상태였고 갑자기 나타난 차량 때문에 그녀는 더욱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술 취한 남자는 온다연에게 아직도 도움을 청할 힘이 남아있는 것을 보자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두 번 더 때렸다. 또한 온다연의 몸을 잡고 있는 손에도 더욱 힘을 주어 치마를 벗기려고 했다.온다연이 절망하려고 할 때 이미 시동을 걸었던 차가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차 문이 열리더니 키 큰 남자 두 명이 내려왔다.앞에 선 남자는 마른 체격에 브랜드 로고가 없는 흰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차갑고 위엄이 있어 어두운 밤에도 빛나는 것 같았다.그는 구석에서 무자비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온다연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불빛이 너무 어두워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낮은 울음소리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남자의 기억 속 목소리와 다소 비슷했다.남자는 차갑고
그때도 지금과 같은 매미가 울어대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소녀의 수줍은 눈빛과 땀에 젖은 옆머리가 그날 오후와 겹쳐졌다.그 모습이 지난 3년 동안 매일 밤 꿈속으로 들어와 밤마다 유강후를 뒤흔들었다.유강후는 방금 온다연의 손길이 닿은 곳이 화끈거려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이 순간 공기마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러나 유강후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며 여전히 차갑고 고상한 표정으로 말했다.“들어가.”온다연은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치 사면받은 사람처럼 도망치듯 떠났다. 물론 온다연은 차에 탄 유강후의 맹수 같은 약탈적인 눈빛을 보지 못했다.온다연은 유씨 가문 저택에 들어선 후에야 유씨 가문 식구들뿐만 아니라 유강후의 옛 친구들도 모두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 도련님들은 모두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중에서도 최고였다.온다연은 전에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여러 번 목격했었기 때문에 그들을 피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하지만 안주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심미진은 온다연을 놓아주지 않았다.“나 시간 없으니까 네가 이 술을 네 작은 삼촌에게 갖다줘.”온다연은 거절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은 화려했고 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온다연은 가시 장미에 섞인 새하얀 장미처럼 눈길을 사로잡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온다연의 검은 머리와 붉은 입술, 매력적인 골격,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특히 하늘색 치마 밑의 하얀 피부는 사람을 유혹할 정도로 하얗게 빛났다.잠시 동안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도련님, 유씨 가문의 양딸을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그새 잘 자랐네요.”유강후 역시 온다연이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었다.“몇 년 동안 유씨 집안에서 먹여준 건 맞지만 양딸이라고 할 순
온다연은 고개를 숙였다. 마치 사나운 짐승에게 겨냥당한 듯 숨이 막힐 것 같았다.온다연은 문에 한껏 기대어 최대한 유강후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하지만 유강후는 바로 앞에 있고 공간이 좁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유강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느꼈다.맑은 솔방울 같은 냄새에 은은한 술 냄새가 섞여 온다연의 피부에 다가왔다. 그러자 온다연은 갑자기 3년 전의 점심에도 이렇게 더웠는데 술에 취한 유강후가 방에 쳐들어와 통제를 잃고 폭력적으로 행동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런 기억이 떠오르자 온다연은 혼란스러워서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 유강후와의 거리를 벌렸다.하지만 너무 가까운 탓에 유강후의 옆을 지나가려 할 때 온다연의 팔은 유강후의 손에 닿을 수밖에 없었다.닿은 곳은 살짝 화끈거리며 유강후의 기운이 남았다.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유씨 가문 저택은 학교에서 너무 멀어서 기숙사에 살고 있어요.”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온다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낮아서 유강후는 그녀를 혼내고 싶었다.게다가 이 3년 동안 거짓말하는 것도 배웠다니.하지만 유강후는 아직 온다연을 까발릴 생각이 없었다. 이 정도는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내 번호 차단했어?”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번호 바꿨어요. 예전에 쓰던 휴대폰이 고장 나서 모든 번호가 사라졌거든요.”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유씨 가문 사람들 중 이모 심미진의 번호만 저장했다.“휴대폰 줘 봐.”온다연은 순순히 휴대폰을 건넸다.살짝 낡은 휴대폰이었는데 스크린은 손상된 정도가 심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 자신의 휴대폰으로도 온다연의 카카오톡 QR코드를 스캔해 추가했다.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돌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아까는...”“알아요.”온다연은 유강후의 말을 잘랐다.“그분들 다 삼촌 친구들이잖아요. 농담한 거 알아요. 괜찮아요.”온다연은 유씨 가문에 오래 머물지 않기
온다연은 온 힘을 다해 유민준을 밀어냈다.“오빠, 정신 차려요.”유민준은 표정이 변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온다연, 순진한 척하지 마. 너랑 네 그 빌붙으려는 이모가 뭐가 달라? 지금 이렇게 좋은 기회가 주어졌는데 거절해? 그럼 설마 더 대단한 걸 바라는 거야?”온다연은 표정이 바뀌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유씨 가문이 넘볼 수 없는 대단한 집안이란 거 알아요. 당신들한테 빌붙을 생각도 없었어요.”온다연의 표정이 바뀌자 유민준은 답답한 듯 머리를 쥐어뜯으며 조금 전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나 그런 뜻 아니야. 나랑 만나면 명분 주는 것 외에 다른 건 다 줄 수 있어. 예전에 내가 지나쳤던 거 맞아. 내가 하령이 시켜서 널 괴롭혔던 것도 인정할게. 그런데 다 지난 일이잖아. 앞으로 내가 배로 잘해줄게. 다연아, 너 나 좋아하지...”유민준이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자 온다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끼어들었다.“오빠 틀렸어요. 나 오빠한테 관심 없어요.”온다연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정확히 말하면 난 유씨 가문 사람들에게 관심 없어요. 조금도 없다고요.”유강후는 그 말을 듣고 창문에 올려놨던 손을 멈칫하며 살기를 내뿜었다. 차 안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가라앉았다.유민준은 그 말에 화가 났다.“나한테 관심 없다고? 그놈 때문이야?”유민준은 주머니에서 사진 여러 장을 꺼내 온다연의 얼굴에 던지며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너 이놈 좋아하지?”사진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불빛이 어두웠지만 온다연은 사진 속 남자가 그녀의 동기 진태윤이라는 것을 보아냈다. 요즘 인턴십 때문에 온다연은 진태윤과 가까워졌는데 유민준이 그들의 사진을 찍을 줄은 몰랐다.바닥에 널브러진 사진들을 보고 온다연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유씨 가문이 대단한 건 아는데요. 제 학교 친구들은 건드리지 마요. 태윤이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저 태윤이 안 좋아해요.”유민준은 손을 뻗어 온다연을 앞으로 끌어당기며 내려다보
그 남자는 바로 유강후였다.유강후는 고급 소재의 흰 셔츠에 긴 다리를 감싸는 검은색 바지를 입고 차갑고 위엄 있는 표정을 지은 채 길에 서서 눈길을 끌었다.그의 옆에 있는 여자는 하얀색 명품 정장을 입었는데 몸매의 볼륨감이 잘 드러났다. 맑고 귀여운 외모에 눈웃음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두 사람은 무슨 말을 했는지 곧 여자는 유강후의 팔짱을 끼고 앞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이 멀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책을 얼굴에서 떼어냈다.하지만 이때 유강후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멀리서부터 안도연을 바라보았다.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다연은 유강후의 눈빛에서 차가운 기운을 느꼈고 순간 머리가 질끈거리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다행히 유강후는 곧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온다연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상현 씨, 미안해요. 저 볼일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강상현이 말도 하기 전에 온다연은 이미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본 듯한 표정으로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유강후와 그 여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온다연은 몸을 곧추세우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할 수 없이 외쳤다.“삼촌!”유강후은 시선을 온다연이 입고 있는 무릎까지 오는 하얀색 원피스로 옮겼다가 아픈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쳐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친구랑 여기서 켜피 마신 거야?”“강후 씨, 누구야? 왜 강후 씨를 삼촌이라고 불러?”여자는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유강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형수님의 조카야.”여자는 놀란 듯 온다연을 훑으며 말했다.“강후 씨가 말했던 그 조카군요. 언제 이렇게 많이 컸어요?”여자는 손을 내밀어 온다연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반가워요. 저는 강후 씨 친구 나은별이에요.”사실 나은별이 자기 소개하지 않아도 온다연은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전에 유씨 가문에서 나은별을 여러 번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