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37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진 두 장조차 복구시키지 못했다.

날이 저물어갈 무렵에 장화연이 들어왔다.

문을 열자 유강후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작업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발 밑에는 갈기갈기 찢긴 사진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장화연은 허리를 굽혀 바닥에서 사진 한 조각을 주었는데 교복의 치맛자락만 조금 보였다.

유강후가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장화연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가 유강후와 유연서를 돌보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겨우 몇 살이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어릴 때부터 과묵한 유강후는 가끔 유연서가 있을 때만이 수다를 떨며 웃곤 했다.

유연서가 죽고 난 이후 그의 말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감정 기복을 느끼지 못하는 듯 반응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어린 시절 유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후계자로 키워져 일반인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훈련을 받았다.

지식수준과 체력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과 짧은 시간에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훈련을 수없이 반복했다.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는 매우 훌륭하고 빛나는 후계자가 되었다.

결단력 있는 행동과 뛰어난 능력은 유씨 가문과 강씨 가문을 또 다른 정상으로 이끌었다.

후계자 유강후는 모두의 칭찬을 받았지만 평범한 인간 유강후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 누구도 유강후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지 않았기에 그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조차도 몰랐다.

원하는 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에 넣어야 한다. 이것이 그들이 유강후에게 가르쳐준 인생의 철학이다.

일적으로는 대체불가한 능력자가 맞지만 사랑이나 감정관련해서는 백지상태나 다름없다.

현시점 가장 큰 문제는 일적으로 사용한 수법을 온다연에게 적용했다는 것이다.

장화연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키운 대단한 아이가 초라한 모습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게 몹시 마음이 쓰라렸다.

이 상황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이 안 섰을 수도 있다.

그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건 너무 기뻐할 일이지만, 그 감정으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