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효영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백승이 갑자기 깰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고백승이 깨어나면 황후의 감시에서 다시는 벗어날 수 없다.진효영의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보고 고운란은 고백승이 아직 깨어나지 않아 걱정하는 줄 알고 진효영을 위로하며 말했다.“걱정 마, 지금 의료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고백승 아저씨 괜찮을 거야.”“고마워요, 언니,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말은 그렇게 하지만 진효영은 속으로 고백승이 백치가 되었으면 하였다. 아니면 기억상실이라도 좋다.이강현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같이 진효영을 달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킥복싱 대회가 곧 시작되는데 요즘 들은 바가 없어 정중천의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신경 쓰고 있었다.정중천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 했지만 고운란이 아직 곁에 있어 킥복싱 대회에 대해 말하는 것이 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는 전화를 걸 생각을 참고, 조금 있다가 정중천을 찾아가기로 정했다.차가 병원에 도착했다. 차를 세운 뒤 세 사람은 입원 병동으로 향했고, 이강현은 문자에 적힌 주소대로 고운란과 진효영을 데리고 병실을 찾았다.병실 밖을 지키던 경호원들은 이강현이 도착하자 몸을 일으켜 이강현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이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련님은 방금 한 시간 전에 깨어났는데, 고백승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습니다.”“그래, 알았어.”이강현은 문을 열고 고운란과 진효영을 데리고 병실로 들어갔다.진광철의 부상은 심각하지 않았다. 대부분 외상이고 갈비뼈 몇 개 부러졌다.한창 심심하던 진광철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가 방문 쪽 소리를 듣고 머리를 돌렸다.이강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진광철은 흥분해서 일어서려고 하다가 허리에 힘을 주는 순간 온 몸이 통증을 느끼면서 바로 끙끙거리며 침대로 넘어졌다.“아이고.”진광철이 숨을 들이쉬었다.“내가 몸이 좀 아파서 일어나기 힘들 것 같아요.”“그냥 누워 있어.”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고운란과 진효영은 진광철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인사를
이강현의 달램에 진광철은 투지가 넘쳐서 용기를 내어 이강현과 사업에서 꼭 성공하기로 결심하였다. 적어도 진씨 가문을 국내의 일류 가문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고백승을 향한 진효영의 시선을 보고 고운란은 몇 마디 위로한 뒤 이강현에게 나가자고 눈짓을 했다. 이강현은 진광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다.“몸조리 잘해.”“잘 가,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하고, 요 며칠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내 아래 사람 많아.”이강현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고운란과 진효영을 데리고 떠났다.입원 병동을 나서자 고운란은 휴대전화를 들고 이강현을 향해 흔들었다.“엄마 문자야, 최종현이 곧 도착하는데 우리 보고 두 사람 잘 도와줘래.” 진효영은 입을 삐죽 내밀고 고운란의 팔을 잡고는 가볍게 흔들었다. 얼굴에는 거절의 뜻이 가득했다.“그럼 만나보지, 두 사람 첫눈에 반할지도 모르잖아.”이강현은 농담조로 말했다.“남자에게 첫눈에 반하는 그런 일 절대 없을 거예요.”진효영은 도도한 백조처럼 목을 쳐들고 있었다.이강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병원 주차장을 둘러보았다. 마침 달려오는 최종현이 보였다.최종현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달려오다가 진효영을 보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애써 시선을 돌렸다.‘어떻게 이리도 예쁠 수가 있지? 요정 같아. 근데 이강현 여자인가? 그럼 표기해야 겠네.’‘이모도 그렇지, 이강현 여자를 소개해주면 어떻게 해, 날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최종현은 눈을 돌린 뒤 이강현에게 공손히 말했다.“저도 이모한테 강요당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여자는 따로 있어요, 그러니까 오늘 일은 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제가 사죄할 게요.”진효영은 잠시 마음을 놓았다. 최종현이 눈치 있는 사람인 것 같으니 자기한테 달라붙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이강현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장모님의 말이니 그래도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운란이가 사진 몇 장이라도 찍어 보내야 만났다는 게 증명이 되잖아요, 어느 카페를 찾아
“언니 정말 하나도 걱정 안 하네요.”진효영이 약간 시큰둥하게 말했다.“그런 거 아니야, 그냥 믿음이 있는 거지.”진효영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믿음은 배신의 조건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만약 조건이 충분하다면 이강현도 배신할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조건이 황후를 넘어뜨리는 거라면 이강현이 고운란을 배신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묵묵히 사색에 잠긴 진효영은 고운란이 진지하게 그녀의 표정을 관찰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이강현은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면서 정중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곧 연결되었고 정중천의 목소리는 약간 긴장되어 있었다.“이 선생.”“왜 그리 긴장해요, 요즘 무슨 일 있었어요? 킥복싱 대회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이강현이 편하게 물었다. 정중천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화장실 맨 안쪽 칸막이 안으로 숨었다.“선수들은 거의 다 도착 다했는데 요즘 날 감시하는 사람이 있어서 마음대로 전화할 수 없어, 선수들이 미친 것 같아!”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의아하게 물었다.“구속당한 거예요?”“그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해, 아무튼 말하자면 얘기가 길어. 너 이번 대회 참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요즘 훈련 경기에서 맞아 죽은 자들이 너무 많아, 그렇게 잔인한 건 정말 잔인해!”“나도 나름대로 세상 물정 알고 살아서 본 사람들도 많은데, 이번처럼 지독한 자들은 처음이야, 바로 죽이고 머리를 열어 뇌를 먹는 사람도 있어, 정말 비인간적이야!”정중천은 그 피비린 장면을 떠올리며 참지 못하고 심하게 떨었다. 당시 무대 아래에서 그 장면을 보았을 때 정중천은 하마터면 오줌을 쌀 뻔했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보던 권투선수들은 그것에 익숙한 지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이강현은 정중천의 지금 이 상태가 요즘 일 때문에 겁을 먹은 것이라는 걸 바로 이해했다. “그만하고, 나와 만나요, 우리 만나서 얘기해요.”“나가려면 신청을 해야 해, 내가 확인해 볼게.”“그래요, 가서 물어보세요, 난 파이트 경기장 맞은
톰슨과 크레티가 함께 앉아서 무대 위의 대련을 보고 있었다. 백인 복서와 흑인 복서의 격투기였다.세계 킥복싱 대회에서 복싱 글러브와 프로텍터 같은 것은 전혀 사용되지 않는 물건이다.선수들은 아무도 목숨에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링에서의 싸움은 죽음으로 끝장을 보고, 상대를 완전히 때려죽여야 한판 경기가 끝난다.세계 킥복싱 대회의 패자는 거의 살아서 퇴진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설령 요행으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후반생은 거의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였다.두 사람의 격전이 한창 무르익어 많은 와일드카드 선수들이 사방에서 갈채를 보내며, 한 차례의 훈련경기가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었다.서로의 주목은 상대방을 향해 힘껏 날아갔고, 주먹에 맞은 두사람의 몸에서 이미 핏물이 튀었다.링의 상황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정중천은 허리를 굽혀 크레티와 톰슨 곁에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밖에 나가 필요한 것들을 좀 사야 해서요, 외출을 신청하려고 합니다.”“뭘 사려고? 너 솔직히 말해, 사실대로 말하면 동의할 지도 몰라, 근데 거짓이라면 다음 훈련경기 네가 올라가게 될 거야.”크레티는 웃고 있었지만 정중천은 가슴이 섬뜩하였다. 정중천은 크레티의 말이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동안 정중천이 핑계를 대고 떠났는데도 크레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갈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크레티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설마 핸드폰을 도청한 거야?’‘이 빌어먹을 외국 놈들!’정중천은 머리를 빨리 돌렸지만 마땅한 핑계를 생각해내지 못했다.“정말이예요, 거짓말 아니에요.” 정중천이 더듬더듬 말했다.“하하하.”톰슨은 웃으며 정중천의 어깨를 툭툭 치며 껴안았다.“크레티, 얘를 그만 놀려, 겁 먹었잖아, 근데 정말 웃겼어.”“허허, 농담이야, 긴장할 필요 없어. 우리 친구잖아, 우리의 우정은 영원해, 네가 나가고 싶으면 가, 너는 자유야.”크레티는 눈썹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보기에 정말 정중천을 놀리는 것 같았다.정중
“링에서 얻은 혈액은 양쪽 혈액이 섞일 수도 있고, 다른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 분석에 적합하지 않을 수가 있어, 그래서 기회를 잡아 가능한 한 많은 샘플을 얻어야 해, 난 찰스 박사를 불쾌하게 하고 싶지 않아.”“알았어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어차피 작전 지휘는 그쪽이 하니까 무슨 계획인지 알려주세요.”크레티는 어깨를 으쓱하며 톰슨에게 계속 대들지 않았다.톰슨은 핸드폰을 꺼내 감시카메라를 열어 보았다.“정중천 차와 몸에 추적기가 달려 있어서 도망갈 수 없어, 차이나타운에서 찾은 고수들 이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강현 잡으라고 했어.”“설마 그 사람들이 이강현을 잡아올 거라고 믿는 거예요? 시험관을 제대로 쓸 줄이나 아는지…….”크레티가 시큰둥하게 말했다.“걔네들은 싸움만 하고 혈액은 네가 가져와.” 톰슨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크레티는 톰슨의 말에 반박하려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꾹 참았다.톰슨이 상급자이고 크레티도 톰슨을 넘어설 자신이 없어 톰슨이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 크레티, 좀 더 기뻐해야지, 난 하루라도 빨리 이 역겨운 곳을 떠나고 싶어, 어쩌면 오늘 일을 끝내고 내일 돌아갈 수 있을 지도 몰라.”크레티는 헛웃음을 지었다.“예, 그럼 먼저 옷부터 갈아입을 가요? 아니면 정중천이 우릴 보고 놀랄 거예요.”“그래, 얼른 옷 갈아입고 이강현이 어떤 사람인지 가보자, 설마 유럽 쪽 애들이랑 같은 건 아니겠지? 난 박쥐와 늑대인간은 싫어.”톰슨과 크레티는 잡담을 나누다가 숙소에 도착하여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옷으로 갈아입은 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채집기를 들고 떠났다. ……정중천은 이강현이 준 위치에 따라 차를 몰고 갔다. 찻집 밖에 나가 차를 세우고는 황급히 찻집으로 들어갔다.이강현이 알려준 룸을 찾아 정중천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 뒤돌아보니 뒤쫓아오는 사람이 없어 정중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방문을 굳게 닫았다.“제가 늦었네요.”정중천은 쓴웃음
“위엄을 세운다고요?”정중천은 머리를 긁적였다.“세계 킥복싱 대회로 위엄을 세운다……. 스케일이 너무 큰 거 아니에요? 국내는커녕 국제적으로도 이런 짓 하는 사람 없어요.”“어쩔 수 없어요, 복잡한 상황이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고, 다른 생각을 하시는 자들이 많아 내가 실력을 보여줘야 해요.”이강현은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야 했다. 황후에게도 8대용왕에게도 말이다.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야 자신에게 불복하는 사람들에게 겁을 줄 수 있고, 중립자를 자기 쪽으로 기울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현재 용문 내부에서 8대 용왕의 태도가 모두 애매하다. 겉으로는 무릎 꿇은 척하는 제8용왕을 포함해서 다 각자의 속셈이 있었다.황후와 이강현 사이는 아직 끝장을 볼 때가 아니어서 그들은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강현은 그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고, 적어도 자신을 꺼리게 해야 시간을 벌어 황후와의 싸움에 집중할 수 있었다.정중천은 이강현이 현재 처한 환경을 알지 못하지만, 이강현이 이렇게 말하니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알았어요, 대회 와일드카드 대결이 나왔어요, 상대팀 정보를 봤는데 와일드카드에서의 최강자인 것 같아요, 사람 죽이는 거 좋아하는 놈이니까 준비 단단히 해야 합니다. 요즘 훈련에서 파트너 몇 명이 죽었어요.”정중천은 말을 마치자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 하나를 켜고 이강현에게 건넸다.핸드폰 영상을 보고 이강현은 상대 실력을 대충 짐작하였다.“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듣기로 이 사람 카빔이라 하는데 흑인 용사 성지인 블랙 정글에서 살아나온 자고, 올해 유일한 생존자에요.”“블랙 정글이 뭔지 몰라서 크레티에게 물어봤는데, 아, 그 세계 킥복싱 대회 이사말이요, 크레티 말로는 블랙 정글에서 살아나온 사람들 모두 최강 용사래요.”“과거에 세계 킥복싱 대회에서 우승한 유명한 흑인 챔피언 3명이 모두 블랙 정글에서 살아나온 자들이에요. 크레티 데이터 분석 결과 노랑이 이전 세 사람보다 더 센 것이 밝혀졌고, 아마 이번
이강현이 한마디 당부했다.정중천이 문 앞에 다다르자 룸 문이 밖에서 걷어차여 열렸다. 당의를 입은 장한 몇 명이 문 밖에 서 있었다.“너희들 뭐하는 거야!”정중천이 노하여 외쳤다.“비켜, 널 찾으러 온 거 아니야!”앞에 선 장한이 이강현을 힐끗 쳐다본 뒤 왼손을 등에 업고 손짓을 했다.뒤에 있던 몇 명의 장한들은 동시에 눈을 반짝이며 모두 심호흡을 하고 전투 준비를 했다.“한성은 내 구역이야, 근데 여기에서 까불어?”정중천은 두목의 기세를 보이며, 기세로 이 장한들을 위협하려고 하였다. “썩 꺼지지 못해, 아니면 너부터 치워버릴 거야!”앞선 장한이 정중천을 밀쳤다.정중천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 보기와 달리 상대방의 손바닥에는 센 힘이 들어가 있었다. 정중천은 물러서서 허리를 비틀어 상대의 밀어붙임을 피했다.“오, 피한다 이거지, 제법인데, 알았으면 꺼져, 아니면 나랑 싸워보던지, 난 차이나타운의 쌍화대야, 대홍권을 물려받은 자라고.”정중천은 눈을 가늘게 뜨고, 범과 학의 쌍형의 기수식을 밝혔다.“오형권 정중천!”“난 대홍권 향산지회장 진오정이야!”정중천은 손가락을 구부리고 진오정의 두 주먹을 쥐었다.두 사람 모두 빠른 발놀림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대여섯 수를 넘겼다.정중천은 그 충돌로 약간의 손해를 보았다. 나이가 들어 반응과 속도는 진오정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10수까지 갔을 때, 진오정은 강한 힘으로 정중천의 두 손바닥을 치면서 정중천을 몇 걸음 뒤로 물러나게 하였다. 정중천은 결국 균형을 잃고 바닥에 드러누웠다.“허허, 이 정도 실력으로 나를 막아? 자기 분수를 모르는군.”진오정이 득의양양하며 말했다.한 대 맞은 정중천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러나 가슴이 답답하여 숨을 쉽게 들이킬 수가 없었다.이강현이 정중천을 부축하자 정중천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 무능해서…….”“무능하다니요, 싸움도 젊은 놈이 득을 보는 법입니다. 크게 마음에 두지 마세요, 여기 앉아서 제가 어떻
진오정은 이강현을 훑어보고 이강현이 자신이 찾고 있는 목표임을 확인한 뒤 얼굴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자, 덤빌 거면 빨리 덤벼, 내가 쓴맛 좀 보여주지.”진오정은 말을 마치고 이강현을 향해 손가락을 꼬이며 덤비라고 손짓했다.이강현은 웃으며 진오정 뒤에 있는 장한들을 바라보았다.“한꺼번에 덤벼, 한 명씩은 너무 귀찮아.”“X발, 자식 겁대가리가 없는 거야 뭐야, 회장님, 이 자식 너무 건방진데요, 제가 혼 좀 내겠습니다!”“한꺼번에 덤벼? 너 이 자식 누구 앞에서 큰 소리야. 알았어, 죽도록 패 줄 테니까 딱 기다려.”진오정은 손을 뒤로 잡고 서서 고수의 기세를 보였다.“허허, 이렇게 경중을 모르니, 애들아, 원하는 대로 해줘.”그 몇 명의 장한 모두 웃으며 이강현을 에워쌌다. “죽어!”먼저 한 사람이 주먹을 휘둘러 이강현의 얼굴을 때리자, 기타 몇 사람도 함께 움직여 전후좌우로 이강현을 몰아붙였다.정중천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허둥지둥 의자에서 일어났다.정중천이 조심하라고 소리치기도 전에 이강현의 주먹이 먼저 주먹을 휘두르는 장한에게 날아갔다.펑!장한은 이강현에게 콧등을 맞고 쓰러져 나가면서 피가 콧속에서 튀었다.이강현은 덩달아 높이 뛰어올라 발바닥을 주위의 장한 얼굴 위로 걷어찼다. 연달아 쓰러지는 소리가 나더니 이강현을 둘러싼 장한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땅에 벌떡 드러누워 누구도 일어서지 못했다.정중천은 멍하니 있다가 얼굴에 웃음을 띠며 의자를 짚고 천천히 앉았다. 마음이 많이 놓인 것이다.진오정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데려온 부하들이 솜씨가 떨어지긴 했지만 셋과 맞서 질 놈들은 아니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이 이강현 하나를 몰아서 공격하는데도 한 순간에 끝낼 수 있다는 건 보통 실력이 아니다.만약 자리를 바꿔 진오정이 지금 이강현의 이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진오정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강현처럼 깔끔히 끝낼 자신은 없었다. 어쩌면 이강현보다 훨씬 뒤진 시력일 지도 모른다.겁에 질린 진오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