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현은 서서 움직이지 않고 최일우가 총을 들고 이마를 겨누도록 내버려 두었다. “너 이 자식 대단하던데, 내 제자가 열몇 명이나 다쳤어!” 최일우는 화가 나서 말했다. 원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열몇 명의 수하가 희생해 최일우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혹시 마 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이야?” 이강현이 평정한 말투로 물었다. “허허, 마 씨 가문은 시작일 뿐이야. 너 이 자식이 팔어르신의 심기를 건드렸어. 하지만 잘 됐어. 우리가 널 잡아서 팔어르신에게 넘기면 분명히 그분의 호감을 살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되면 나도 용문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최일우는 흥분해서 말했다. 용문에 들어가는 것은 그의 마음속에서 가장 숭고한 목표였다. 이강현은 미간을 찌푸렸다가 미소를 지었다. 이강현도 이 일이 용문 팔용왕과 상관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일우의 말이 이강현에게 적지 않은 정보를 흘렸다. “팔어르신? 그가 한성에 있어?” 이강현이 물었다. “당연히 한성에 있지. 네가 어떻게 어르신을 건드렸는진 모르겠는데 방금 그 자식은 누구야?” “내 아내의 동창이라 나는 잘 몰라. 그리고 내가 어떻게 그 팔어르신이라는 사람한테 찍힌 건지 잘 모르겠는데?” 최일우는 고개를 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물어봐서 뭐 하냐? 어떻게 팔어르신에게 찍힌 건지는 그분만 아시겠지!” “너희들은 들어가서 별장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이 자식 데리고 가!” 이강현의 눈에 한기가 번쩍이더니 한 방향을 향해 손짓을 했다. “함부로 움직이지 마! 손 내려!” 최일우는 이강현을 경계하며 바라보았다. “넌 이제 죽었어.” “너야말로 죽었…… 윽!” 저격탄 한 발이 최일우의 미간을 뚫었다. 최일우는 경련을 일으키며 꼿꼿이 쓰러졌다. 무관 제자들은 모두 저격총에 놀랐다! 그들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저격 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무관 제자들은 한 명씩 총에 맞아 쓰러지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 경호원 같은데, 이강현의 분부를 듣는 걸 보니 설마 이강현의 개인호위였던 거야?” “운란아, 네 남편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어떻게 개인호위까지 있어?” 동창들은 모두 놀라서 고운란을 바라보았다. 이강현 예전의 이미지는 이미 온데간데 사라졌다. 이 순간 그들은 모두 이강현의 배경이 엄청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개인호위까지 있겠어?’ 고운란은 고개를 저으며 동창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이강현의 신분에 대해 고운란은 비록 여러 가지 추측이 있었지만 모두 실증할 수 없었다. 고운란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하지 않자 오영순 등인은 방금 일어난 일 때문에 고운란이 그들을 혐오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대단한 세력을 눈앞에서 놓치다니, 오영순 등인은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호위대는 이강현의 분부하에 현장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강현은 멀지 않은 곳에 누워 죽은 척하는 장준표를 향해 걸어갔다. 장준표는 숨을 죽이고 호흡의 빈도를 조절하면서 매번 약간의 공기만 들이마셔 최대한 죽은 척하려고 노력했다. 이강현은 장준표의 곁에 서서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네가 죽은 척하고 있다는 걸 알아, 누군가가 너를 구하러 올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 내가 유전자 개조에 관심이 있으니 오늘은 널 죽이진 않을게. 다음에 만날 땐 니 분수를 알았으면 좋겠어.” 장준표는 벌떡 일어나 이강현을 욕하려는 마음을 꾹 참고 계속 죽은 척했다. ‘분수는 개뿔. 나보고 이 이상 어떡하라고? 이렇게 대단한 놈이 병신인 척할 줄 누가 알았겠어? 너무한다 진짜! 이번엔 유전자 변화의 정도가 너무 낮아서 그래. 내가 돌아가서 2차 유전자 개조를 잘 연구해서 반드시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될 거야!’ 장준표는 마음이 격분되어 호흡을 통제할 수 없었다. “허허,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너 지금 일어나서 나를 죽이고 싶지?” 이강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장준표는 놀라 온몸이 경직되었다. 그는 두 눈을 꼭 감고 이강현이 틀림없이 자
“어르신, 최관장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집사는 다소 황급히 마덕복에게로 뛰어갔다. “무슨 일이야? 설마 그들이 실패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가서 최관장한테 말해. 실패하면 돈 한 푼도 받지 못할 거라고.” 마덕복이 짜증 내며 말했다. “최관장이랑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집사는 안색이 창백해서 말했다. 마덕복은 멍해졌다. ‘난 두 눈으로 최일우의 능력을 목격했었어. 그는 정말 무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게다가 그렇게 많은 제자들을 데리고 갔는데 어떻게 다 망할 수가 있어?’ “젠장! 이강현이 철판도 아니고 왜 아무도 그를 상대할 수 없는 거야?” 이때 집사가 망설이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혹시 이강현이 보통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니, 일단 손을 뗄까요?” “손을 떼다니? 난 아들을 위해 복수하는 거야! 내 전 재산을 다 써서라도 꼭 이강현을 죽일 거야!” 마덕복은 이미 광기에 빠졌고, 늙어서 아들을 잃고, 후계자를 잃은 고통이 마덕복의 정신을 무너뜨렸다. “진 씨 가문의 도련님을 불러. 그가 인맥이 많다며? 내가 현상금을 1억 걸고 살수, 킬러들을 고용해 이강현을 죽이고 말 거야!” 집사는 한숨을 쉬고 핸드폰을 꺼내 진 씨 가문의 도련님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진 씨 가문은 서울의 최고가문 중 하나로서 산업에 의해 일으킨 가문들과는 달리 인맥으로 가문을 일으켰다. 삼교구류 오행팔작이 모두 진 씨 가문과 엮여 있었는데 바로 이런 관계로 진 씨 가문이 점차 궐기하여 많은 산업에 출자하고 또 주식에 참여한 산업을 위해 번거로운 일들을 해결했었다. 진 씨 가문의 도련님은 가문의 걸출한 인물로 국내 각 분야에서 모두 교제가 있으며 권세가의 인물이든 길가의 상인이든 그들 중엔 꼭 진 씨 가문 도련님의 친구가 있었다. 집사는 진 씨 가문의 도련님께 상황을 말했더니 그가 직접 와서 마덕복을 만나겠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 씨 가문의 도련님이 마 씨 가문의 별장에 도착했고 집사는 진 도련님을 마덕복 앞에 데리고 갔
진광철은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더니 바로 회답이 왔다. “범식이가 이미 주문을 받았어요. 범식이는 국내 킬러 50위 안에 속하거든요.” 마덕복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뭔가 생각난 듯 머리를 치며 말했다. “참, 너 최일우의 스승이 누군지 아니?” “내가 이강현을 죽이려고 최일우를 보냈는데 오히려 최일우가 죽었어. 아무래도 그의 사부에게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마덕복이 말했다. 진광철은 마덕복의 뜻을 알고 있었지만 최일우의 배경과 신분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용문과 관련이 있다는 것만 알아요. 하지만 저는 그것도 최일우가 허세를 부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마덕복은 풀이 죽은 채 소파에 몸을 기대고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할 수 없지. 요 며칠 네가 수고 좀 해줘.” “전화 몇 통 하는 것뿐인데 수고는요,무슨.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아저씨께 알려드릴게요.” 집사는 진광철을 바래다주면서 감사의 말을 잔뜩 했다. 진광철은 그냥 웃었다. 그리고 차에 올라탄 그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한성으로 가. 이강현이라는 놈이 대체 무슨 재주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정말 능력이 있다면 내가 부귀영화를 누리게 할 수 있는데.” “도련님, 그 사람을 편입시키려는 겁니까?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조수석에 앉은 경호원이 말했다. “어려울 건 또 뭐야? 그 자식 딸을 몇 년 동안 키워주면 자연스럽게 말을 잘 듣게 돼있어. 그전에 진짜 능력이 있는지 확인부터 해봐야지. 사람 보내서 그 자식 딸 잘 감시하고 내 명령 기다리라고 해.” “네.” …… 평범한 운동복 차림에 야구 모자를 쓴 범식이가 낡은 제타 차량으로 올라탔다. 진광철이 보내온 소식을 듣자마자 범식이는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2천만 원짜리라니…… 그는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한성? 이강현?”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인데. 돈을 그렇게 많이 주고 삼류 가문 데릴사위를 암살하려 하다니, 돈이 남아도는구먼.
이른 아침, 이강현은 고운란과 함께 회사에 갔다. 새 공장건설의 일 때문에 고운란은 많은 일을 통계하고 처리해야 했다. 이강현은 고운란이 안쓰러워 스스로 고운란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두 사람이 떠날 때, 길 옆의 제타 차 안의 범식이는 들킬까 봐 좌석을 눕혔다.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이강현이 특별한 점은 없지만 2천만 원을 주고 이강현의 목숨을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상했다. 2천만 원이면 일반인 이십 명 정도를 살해할 수 있는 가격이다. 범식이는 고용주가 예전에 틀림없이 사람을 찾아 이강현을 수습한 적이 있는데 고용주가 찾은 사람들이 사상이 막심해서 큰돈을 들여 킬러를 고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강현과 고운란의 그림자가 사라지자 범식이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운전대에 놓인 핸드폰을 들고 녹화하고 있는 화면의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방금 녹화한 동영상을 꺼내 입맛을 다시며 자세히 바라보았다. “걸음걸이로 봐서는 싸움을 잘하는 사람으로 안 보이는데? 상체의 흔들림도 자유로워서 아무리 봐도 일반인 같은데 내가 너무 신중했나?” 범식이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야구 모자를 잘 눌러쓰고 보조 운전석에 있는 전술 배낭을 들었다. “사자는 토끼와 겨룰 때도 전력을 다 한다. 마지막 순간에 실수할 수 없어. 조심하고 신중해서 나쁠 건 없지.” 차에서 내려 배낭을 메고 좌우를 둘러본 뒤 범식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강현의 거처로 걸어가 범식이는 번호판을 보고 틀림없다는 걸 확인한 후 노크를 했다. “누구세요?” 최순의 목소리가 문을 통해 흘러나왔다. “가스 회사에서 가스 점검하러 왔습니다.” 범식이는 아무렇게 대답했다. “아침부터 무슨 가스를 점검해?” 최순은 투덜거리며 문 앞에 가서 방문을 열었다. 범식이를 한 번 훑어본 후 생김새가 평범하고 포악한 기운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최순은 두 걸음 뒤로 물러서서 범식이를 문으로 들여보냈다.범식이는 방 안으로 들어가 최순이 문을 닫
고운란은 중얼거리며 메시지를 열어 사진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고건민 부부가 혼수상태에 빠져 의자에 묶여있는 사진이었다. 고운란은 심장이 순간 멈춘 것 같았고,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이 눈앞이 핑핑 돌았다. “아버지! 엄마! 이게 무슨 일이야?” 고운란은 핸드폰을 든 손을 심하게 떨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손가락으로 핸드폰 화면을 아래로 밀려고 했지만 떨리는 손이 화면에서 계속 흔들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서류를 가져다주러 갔던 이강현이 돌아와 고운란의 모습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조여왔다. “운란아, 왜 그래?” 이강현을 본 고운란은 울음을 터뜨렸다. “흑흑, 우리 부모님이…….” “어머님 아버님이 왜? 울지 마, 내가 있잖아.” 이강현은 고운란을 껴안고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무너진 정서를 위로했다. 이강현은 책상 위에 있는 핸드폰 화면을 힐끗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핸드폰을 들고 자세히 본 이강현은 장인과 장모가 납치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딩동. 핸드폰에서 문자 소리가 났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답장을 기다리지 못한 범식이는 또 문자 한 통을 추가했다. 이강현은 범식이가 보낸 문자를 보기 시작했다. 문자메시지에는 한 줄의 인터넷 전화번호가 있었는데 뒤의 내용은 이러했다. “그들을 살리려면 즉시 이 번호로 전화해.” “우리 장인과 장모를 납치하다니, 정말 간덩이가 부었구먼.” 이강현은 인터넷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대방이 받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전화가 오자 범식이는 다리를 꼬고 담배를 깊이 흡입한 후 남은 절반을 책상 위에 깔아뭉갰다. “여보세요? 너 이 자식 드디어 전화가 왔구나. 내 시간을 얼마나 많이 낭비했는지 알아?” 범식이는 일부러 흉악하게 말했다. “당신 원하는 게 뭐야?” 이강현이 조용히 물었다. 범식이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오자 멍해졌다. 전화가 온 번호를 보니 확실히 고운란의 번호였다. “네가 바로 그 고씨 가문의 병신 사위야?” “그래 나야, 말해봐. 어떻게 하면 사람
“여보 흥분하지 마, 내 능력 믿지? 부모님을 무사하게 구출해 낼 거야.” 고운란은 눈물을 닦으며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상대방의 요구가 좀 이상해. 돈을 요구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아직 그의 목적을 알 수 없어. 지금 나보고 와서 면담하자고 하니까 넌 그냥 내가 장인 장모를 구출할 수 있다는 걸 믿고 기다려.” “응응, 난 널 믿어.” 고운란의 눈물은 억제할 수 없이 흘러나왔지만 마음은 다소 안정되었다. ‘이강현은 대단한 사람이니까 부모님을 구출하는 데 꼭 성공할 수 있을 거야.’ 고운란은 마음속으로 묵묵히 생각하고 두 손을 꼭 잡고 이강현이 성공하기를 기도했다. “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안전하게 사무실에 있어. 나는 지금 돌아가서 납치범을 만나 가장 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할 거야. 절대 사무실을 떠나지 마. 알았지?” “아니, 나도 같이 갈래. 건물 밖에서 기다릴게. 나 너무 걱정된단 말이야.” 고운란은 이강현의 팔을 잡고 말했다. 고운란을 데리고 돌아가는 건 다소 위험했다. 만약 상대방의 수가 많고 밖에도 매복을 하고 있다면 고운란을 혼자 밖에 두는 것도 위험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은 고운란을 데리고 함께 돌아가기로 했다. “그럼 같이 돌아가자. 하지만 넌 감정을 자제해야 해. 납치범에게 불안한 감정을 들키면 무슨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까.” “응. 네가 하라는대로 할 게.” 이강현은 고운란을 데리고 빨리 운전해 돌아갔다. 같은 시각에 범식이는 전술배낭에서 시한폭탄을 꺼내 빙그레 웃으며 시한폭탄을 고건민 부부의 붙어 있는 팔에 설치했다. 30분 카운트다운을 설정하고 범식이는 미소를 지으며 카운트다운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범식이는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권총을 오른손 옆에 놓고 눈을 감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강현과 두어 마디 나눌까, 아니면 이강현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총을 쏠까?’ 범식이는 이강현을 처리할 생각에 점점 빠져들었다.잠시 후, 이강현과 고운란은 집 앞에 도
이강현이 옆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고 범식이는 마음속으로 약간 놀랐다. 그는 이강현이 정말 고수라는 것을 알아챘다. 왜냐하면 이런 회피동작은 일반적인 살수조차도 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좀 하는데? 네가 얼마나 빠를 수 있는지 한 번 보자고!” 범식이는 화가 나서 일어서 총구로 이강현을 재빨리 겨누었다. 범식이는 자신이 이미 총과 하나가 되어 보는 대로 쏠 수 있다고 느꼈다. 범식이가 이강현을 겨눌 때 이강현은 손목을 털어 유리공을 던졌다. 유리공이 공중으로 날아가더니 범식이의 손에 있는 총구로 날아갔다. 그리고 범식이도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펑! 권총에서 폭음이 나더니 총관이 터져 나왔고, 쇠부스러기가 범식이의 몸과 얼굴에 튀었다. “아!” 범식이는 비명을 지르며 얼굴의 혈흔을 닦을 겨를도 없이 장전된 권총을 버리고 비수를 꺼내 몸 앞에 들고 있었다. “너 방금 뭘 던졌길래 내 총이 터진 거야?” 범식이는 입으론 매섭게 말하면서 마음속으론 포기하고 싶었다.아무 물건이나 던져 총구에 부딪혀 총을 터뜨릴 수 있다는 건 듣기엔 쉬워 보이지만 해내려면 하늘에 오르는 것만큼 힘든 것이었다. 적어도 범식이는 자신이 평생, 아니, 몇 생을 거쳐도 이 정도에 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걸 할 수 있는 건 사람이 아니야. 범식이는 마음속으로 이미 이강현에게 정의를 내렸다. 이강현의 시선은 고건민 부부를 향했다. 두 사람은 여전히 혼수상태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가슴의 기복이 두 사람의 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일한 문제는 두 사람의 팔에 고정된 시한폭탄이었다. 시한폭탄의 카운트다운은 10분밖에 남지 않았고 맞은편 킬러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강현의 눈빛이 고건민 부부를 바라보자 범식이는 씩 웃으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넌 확실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대단해. 내가 졌어. 날 보내주기만 한다면 이 폭탄을 제거하는 방법을 알려줄게.”범식이는 자신이 충분히 신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설치한 시한폭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