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푸! 이강현이 비수조각을 손가락사이에 끼워 범식이의 두 어깨를 찌르자 범식이는 격렬한 통증을 느낀 후 두 팔을 더는 들어 올릴 수 없었다. 범식이는 바로 팔의 큰 힘줄이 끊어진 것임을 알아챘다. 그걸 알아챈 범식이의 마음속엔 공포로 가득 찼다. 해부에 능통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쉽게 어깨의 지방과 근육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힘줄을 끊을 수는 없었다. 이강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범식이를 바라보며 비수 조각을 낀 오른손을 다시 흔들었다. 범식이가 미처 물러서지 못하자 무릎에 심한 통증이 전해왔다. 비수가 범식이의 무릎을 찔렀고, 범식이는 더 이상 두 다리로 설 수 없어 이강현의 몸 앞으로 풍덩 넘어졌다. “감히 우리 가족을 건드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이강현은 차갑게 말하면서 손에 있는 비수를 휘둘러 범식이의 몸에 촘촘한 상처를 냈다. 통증은 범식이의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게 했다. 땀 속에 있는 염분이 상처에 스며들어 범식이의 온몸을 쓰라리게 했다. “아, 아파! 이강현, 형님, 제발 그만.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날 풀어줘요. 내가 시한폭탄을 어떻게 제거하는지 알려줄게요!” “필요 없어, 이렇게 간단한 자제 시한폭탄은 난도가 하나도 없거든.” 이강현은 차분하게 말했다. 범식이는 넋이 나가 온몸을 떨며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속으로 돈에 눈이 멀어 이 건을 받아들인 게 후회되었다. “죽을래 살래?” 이강현이 물었다. 범식이는 흥분하여 마늘을 다지는 것처럼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이강현에게 절을 했다. “살고 싶어. 정말 살고 싶어요. 제발 만회할 기회를 주세요. 내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완수할 테니 제발 살려만 주세요.” “그럼 누가 시켰는지 말해.” 이강현은 실눈을 뜨고 물었다. “서울에 있는 진 씨 가문의 도련님 진광철이 나에게 보낸 소식이에요. 어떤 사람이 킬러를 고용해서 당신을 죽이려고 하는데 가격은 2천만 원이었어요. 내가 돈에 눈이 멀어 이 일을 맡았는데 당신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지는 몰랐어요. 심기를
고운란은 눈물을 훔치며 긴장한 표정으로 이강현이 붉은 선을 끊는 것을 보고 있었다. 삐삐삐. 소리가 세 번 울리더니 타이머가 멈췄다. 범식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강현을 보았다. 그는 자기가 실패한 게 하나도 억울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침착하게 시한폭탄선로를 자를 때만 봐도 그의 비법함을 알 수 있었다.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잘 훈련된 폭탄 제거 전문가가 와도 한참 동안 엄숙한 표정으로 분석해야 하는데 이강현은 그냥 한 번 보았을 뿐인데 침착하게 폭탄을 뜯어냈다. “봐, 멈췄지? 이미 해결됐어. 내가 폭탄을 뜯고 너의 부모님을 방으로 데려다줄 테니 넌 일단 부모님을 챙기고 있어. 납치당한 일은 말하지 말고 깨어나면 아무 얘기나 지어서 말해.” “응, 알았어.” 고운란의 마음속에는 이미 생각이 없어져 이강현이 말하는 대로 했다. 이강현은 고건민 부부를 안고 방으로 가서 고운란을 몇 마디 위로한 뒤 방을 나와 문을 닫았다. 범식이는 손발에 힘이 없어 괴상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강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범식이는 비위를 맞추려고 애썼다. “이 선생님, 저는…… 이제 가도 되는 거죠?” “정말 갈 수 있겠어?” 이강현은 웃으며 말했다. 범식이는 그제야 자신의 부상이 생각나서 침묵했다. 그는 지금 행동능력을 완전히 상실해서 기어나가려 해도 할 수 없었다. “널 풀어준다고 했으니 걱정 마. 하지만 사람 불러서 널 데리러 오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보기엔 진 씨 가문의 도련님이 적합한 것 같은데.” 범식이는 이강현의 뜻을 알아챘다. 그는 자기가 진도련 님에게 연락하라는 뜻이었다. 이강현은 진도련 님에게 더 많은 정보를 물어보려고 그런 것 같았다. “내가 진도련 님에게 전화는 할 수 있는데 나도 명령에 따라 일하는 사람이라 진도련 님이 관여할지는 모르겠어요.” “그가 오지 않으면 다른 친구를 찾아 너를 데리러 오라고 하든지. 내가 그래도 인자하니까.” 이강현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게
“그럼 넌 마덕복을 도와 나랑 적이 되겠다는 건가?” 이강현이 담담하게 물었다. 진광철은 침묵하다가 웃기 시작했다. “아니, 나는 당신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 네가 이렇게 빨리 범식이를 제압할 수 있다는 건 실력이 대단하다는 거기 때문에 난 오히려 너와 합작하고 싶어.” “합작? 내가 당신과 합작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이강현은 진광철이 말한 합작에 대해 궁금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진광철과 뭘 합작할 수 있는지 몰랐다. “그건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하지. 이렇게 하면 어때? 이따가 내가 부하들에게 범식이를 데리러 가라고 할 테니, 너도 함께 와. 합작에 관한 일은 만나서 이야기하자.” “네가 매복하고 있을지 누가 알아? 네가 일부러 날 유인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이강현이 실눈을 뜨고 말했다. “하하하, 넌 날 믿어도 괜찮아. 다른 건 몰라도 신용 방면에서 나 진광철은 절대로 문제가 없거든.” 이강현은 창문 앞으로 가서 맞은편 층을 향해 왼손으로 손짓을 했다. 맞은편에 있던 호위는 이강현의 손짓을 보고 바로 이강현이 고운란 일가를 보호하라는 뜻임을 알아챘다. 맞은편 호위의 답장 손짓을 보고 이강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사람 보내. 나도 널 만나고 싶었거든.” 전화를 끊은 진광철은 눈을 감고 사색했다. “오군보고 가서 범식이를 데려오라고 해. 그리고 늘 가던 곳에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이강현을 기다려. 이강현이 사람들을 다치지 못하게 조심하고.” “도련님 걱정 마세요. 범식이의 수준도 보통에 불과해요. 그러니까 이강현이 범식이를 이겼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형제는 틀림없이 도련님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리고 이강현은 혼자서 한 무리의 강도들을 상대한 인물이야. 신중하는 것이 좋지. 가서 준비해.” 오군은 혼자 차를 몰고 떠났다. 그리고 나머지 차량은 유턴해서 교외의 한 폐기공장으로 갔다.그 페기 된 공장구역은 이미 진광철에게 매
“난 나가서 일의 자초지종을 알아보고 올 테니 넌 집에서 기다려.” “조심해. 젭엔 이제 아무도 오지 않겠지?” 고운란은 다소 걱정하며 말했다. “그럴 일 없을 거야. 내가 친구에게 전화했어. 그들이 아래에서 지킬고 있을 테니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야.” “응, 그럼 조심해, 기다릴게.” 고운란은 이강현의 곁으로 가서 두 팔로 이강현을 꼭 껴안고 발끝을 세워 이강현의 입술에 뽀뽀했다. 고운란이 자신을 많이 의지하고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 이강현은 고운란에게 깊은 키스를 했다. 키스를 마친 후 이강현은 고운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걱정 마. 아무 일도 없을 거니까.” “응.” 고운란은 이강현이 떠나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이강현을 위해 기도하며 이강현의 평안을 빌었다. 이강현이 건물을 나서자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군이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왜 이렇게 느려요?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 “진광철도 감히 나에게 이런 말투로 말하지 못하는데 너 정말 계속 이럴 거니?” 이강현은 냉담하게 말했다. “네가 감히 날 위협해? 진 도련님이 널 만나려는 게 아니라면 난 벌써 널 죽였어.” 오군은 옷자락을 걷어 올려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드러냈다. 범식이는 차창을 통해 오군이 이강현에게 날뛰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혼자 당하면 외롭잖아? 누군가가 함께 당해줘야 재밌지.’ 범식이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총이 있으면 뭐? 그건 단지 어린애 장난감일 뿐인데.” 이강현은 권총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오군은 이마에 핏줄이 솟구쳐 권총을 꺼내 이강현의 이마에 들이받았다. “이게 장난감이야? 너 눈멀었니? 이건 진짜 권총이야. 죽음이 안 느껴져? 내가 방아쇠만 당기고 손가락만 까딱하면 넌 염라대왕을 만나러 가야 한다고.” 오군은 날뛰며 손에 총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은 손가락을 흔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죽음의 맛은 이런 게 아니야. 내가 너
“저 지금 저승길이 보여요, 전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오군은 마음을 졸이며 쉬어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때? 죽음이 느껴져?”이강현이 웃으며 물었다.오군은 이강현의 웃는 모습이 저승사자처럼 느껴졌다.극도의 긴장감에 오군은 괄약근이 말을 듣지 않아 그만 지리고 말았다“느…… 느껴져요.”오군은 울먹이며 말했다.이강현은 오군을 차 옆으로 밀치며 말했다.“고작 이거에 놀랄 거면 큰소리나 치지 말지 그랬어.”“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오군은 왼손으로 목을 감싸고는 바닥에 웅크리고 앉으며 말했다.범식은 소리 없이 웃었다. 차 옆에 누워있는 오군의 비참한 상황은 보이지 않았지만 상상이 갔다.이강현이 오군을 발로 툭툭 차며 말했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운전해.”“제 오른손 뼈가 부러져서 운전을 할 수가 없어요.”오군이 울먹이며 말했다.병원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이강현은 머리를 젔더니 총을 겨누며 말했다.“흔히 위급한 상황에서 잠재력이 폭발한다고들 하지? 난 네가 지금 딱 그 상황인 거 같은데, 운전 좀 잘해보지 그래.”독한 사람은 봤어도 이렇게 독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손 부러진 사람한테 운전 맡겼다간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오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강현의 미움을 샀다간 총알이 먼저 머리를 뚫을수 있었기 때문이다.억울한 오군은 손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으며 차에 올라탔다.왼손으로 시동을 걸고 왼손으로 핸들을 잡으며 거북이처럼 이동했다.“저 이렇게밖에 운전을 할 수가 없어요, 저 지금 손이 한 개뿐이라 속도를 낼 수가 없어요.”오군은 울먹이며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이강현은 괜찮다는 듯 머리를 끄덕이더니 조수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페기 된 공장에서는 진광철 부하들이 만단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명의 경호원이 진광철 곁에 붙어있었고 다른 경호원들은 잠복하고 있었다.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진광철은 오군이 늦어지자
“말해봐, 나랑 하려는 게 뭔지.” 진광철은 애간장이 탔지만 태연자약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진광철은 비수지전의 셰진을 생각하면서 조급함을 가라앉혔다.드디어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이강현이 범식과 오군을 거느리고 페쇄 창고로 들어섰다.오군을 머리를 떨구고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감싸고는 창백한 얼굴로 진광철 앞에 나타났다.“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경호원이 오군을 향해 외쳤다.“제…… 제가 이 선생님한테 무례한 짓을 하는 바람에 이 선생님이 혼 좀 내셨습니다. 오른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왼손으로밖에 운전할 수 없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오군은 울먹이며 아까 있었던 일들을 터놓았다. 오군의 말을 듣는 내내 진광철과 경호원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오른손 부러진 사람한테 운전을 시키다니, 사람이 할 짓이야?’이강현은 범식을 진광철한테 밀치며 말했다.“네 부하들이 뭘 좀 모르는 것 같아서 내가 좀 가르쳤어.”“네가 뭔데 진 도련님 부하들을 가르친다는 거야?”경호원이 외쳤다.“호범아, 이 선생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오군이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 마땅한 거야, 내가 이 선생님한테 감사를 올려야 하는 거고.”진광철이 담담하게 말했다.“내 의자는? 진 도련님, 나 세워놓고 일 얘기 할 건 아니지?”이강현이 부드럽게 말했다.이강현의 가식스러운 웃음을 보아낸 진광철은 등골이 오싹 해났다.“호범아, 이 선생님한테 의자 갖다 드려, 제일 좋은 의자로 갖다 드려.”호범은 창고에서 제일 호화스러운 가죽의자를 꺼내 이강현한테 건넸다.“이 선생님, 앉으세요, 누추한 곳이긴 하지만 이 선생님께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진광철이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이강현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진광철은 범식을 힐끗 보더니 호범한테 눈짓을 보냈다. 호범은 범식을 거느리고 밖으로 나갔다.“오군, 너도 따라 나와.”오군이 호범의 뒤를 따랐다. 이강현이 남겨준 트라우마가 컸던 오군은 이강현한테서 멀어질수록 마음이 편해졌다.범식이가 나가자 진광철은 담배를 꺼내
비밀로 해주는 건 일도 아니었다. 진광철의 신비스러운 모습이 이강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비밀 지켜주시면 고맙겠지만 설사 말하고 다니신다고 아무도 이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믿어주시지 않을 거예요.”진광철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용문이라고 들어보셨나요?”이강현은 멈칫하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용문 아주 대단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고 알고 있어.”“대단한 세력 맞긴 하지만 그 대단한 세력 중 아주 작은 세력에 불과해요, 우리 진씨 집안이 대단한 세력의 보호를 받고 있는데 이건 이 선생님한테 알려드릴수 없어요.”진광철은 자기 집안 배후의 세력에 대해 침묵하며 이강현한테 상상의 나래를 펼칠 기회를 주었다. 진광철이 늘 써먹는 화법이었다. 상대방에게 상상의 공간을 남겨주는 것이 직접 말해주는 것보다 상상이상의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이강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용문과 맞설 수 있는 세력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하지만 국내에서 용문과 맞설만한 세력은 없었다. 용문과 맞설 수 있는 세력이라곤 해외에 있는 역사가 유구한 조직이었다. 진씨 가문은 아마 해외 조직에 빌붙었거나 해외 조직의 통제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난 너희 집안에 별로 관심 없어, 크게 해 볼 사업이 있다며? 나는 돈에 더 관심 있는 편이야.”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진광철은 이강현의 호기심을 끌어내지 못한데 아쉬움을 느꼈다.“그럼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저한테 요즘 용문에 주요 인물 팔어르신을 암살해라는 미션이 들어왔어요, 팔어르신은 용문 팔대 왕중 하나로 신변에 경호원들 인수가 좀 많다고 들었어요, 하여 전 지금의 최고의 병력들을 모으고 있어요.”“이 선생님께서 이번에 합류하신다면 우리의 승산이 더 크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대화를 나눠보자고 한 겁니다.”진광철이 팔어르신을 암살하겠다는 말에 이강현은 흥미를 보였다.팔어르신은 용후의 지지자였기에 팔어르신이 한성에 계신다는 것은 용후를 위해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았다.크루프의 출현이 이 모든 것을 해석해주고 있었다.
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팔어르신에 관한 자료는 저도 아직 갖고 있는 것이 없어요, 내일 계획을 짤 때쯤에야 자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진광철은 이강현이 안 한다고 할까 봐 걱정되어 한 마디 덧붙였다.“전 그냥 사람들을 모으고 연락하는 일만 맡았는지라 행동 지휘는 신비한 사람이 맡은 거라 저도 아는 것이 없어요. 듣기론 예전에 병왕이었다고 해요, 퇴역후 병사들을 모아 팀을 꾸렸는데 내일 주 공격수들은 그 팀일 거고 이 선생님이랑 킬러들은 보조역할을 해줄 거예요.”“병왕? 요즘에 병왕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적어야 말이지.”이강현이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요즘 세상에 병왕이니 대장이니 자칭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이강현은 병왕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군인들 중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 인거지 상당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추격전에도 나가본 사람이라고 하던데 그 사람의 칼자루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네 자리를 넘는다고 해요.”진광철은 손가락 네 개를 굽히며 말했다.“그럼 실력은 좀 있는 사람인가 보네, 내일 만나보면 다 알게 되겠지.”하루쯤 기다리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윙윙윙-진광철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마덕복의 집사한테서 온 연락이었다.“아마 좀 있으면 끝날 것 같아요, 마덕복이 죽는 장면 라이브로 시청하실래요?”진광철이 영상통화를 받자 핸드폰 화면에서 집사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진 도련님, 도련님 지시대로 모든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지금 마 어르신을 죽여도 될까요?”“그래.”진광철은 이강현이 핸드폰 화면을 볼 수 있게끔 핸드폰을 돌렸다.화면에는 마덕복이 소파에 묶여있었는데 집사가 칼을 들고 마덕복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상철아, 지금 뭐하는거야? 너 지금 생판 모르는 남이랑 손 잡고 날 죽이려는거야?”“어르신, 전 꿈에서도 어르신을 죽이고 싶었어요, 이제야 그 꿈 이루게 되었네요, 40년 전, 어르신이 제 와이프를 죽인 거 기억하세요? 란이가 늘 제 꿈에 나타나서 복수해 달라고 부탁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