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흥분하지 마, 내 능력 믿지? 부모님을 무사하게 구출해 낼 거야.” 고운란은 눈물을 닦으며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상대방의 요구가 좀 이상해. 돈을 요구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아직 그의 목적을 알 수 없어. 지금 나보고 와서 면담하자고 하니까 넌 그냥 내가 장인 장모를 구출할 수 있다는 걸 믿고 기다려.” “응응, 난 널 믿어.” 고운란의 눈물은 억제할 수 없이 흘러나왔지만 마음은 다소 안정되었다. ‘이강현은 대단한 사람이니까 부모님을 구출하는 데 꼭 성공할 수 있을 거야.’ 고운란은 마음속으로 묵묵히 생각하고 두 손을 꼭 잡고 이강현이 성공하기를 기도했다. “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안전하게 사무실에 있어. 나는 지금 돌아가서 납치범을 만나 가장 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할 거야. 절대 사무실을 떠나지 마. 알았지?” “아니, 나도 같이 갈래. 건물 밖에서 기다릴게. 나 너무 걱정된단 말이야.” 고운란은 이강현의 팔을 잡고 말했다. 고운란을 데리고 돌아가는 건 다소 위험했다. 만약 상대방의 수가 많고 밖에도 매복을 하고 있다면 고운란을 혼자 밖에 두는 것도 위험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은 고운란을 데리고 함께 돌아가기로 했다. “그럼 같이 돌아가자. 하지만 넌 감정을 자제해야 해. 납치범에게 불안한 감정을 들키면 무슨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까.” “응. 네가 하라는대로 할 게.” 이강현은 고운란을 데리고 빨리 운전해 돌아갔다. 같은 시각에 범식이는 전술배낭에서 시한폭탄을 꺼내 빙그레 웃으며 시한폭탄을 고건민 부부의 붙어 있는 팔에 설치했다. 30분 카운트다운을 설정하고 범식이는 미소를 지으며 카운트다운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범식이는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권총을 오른손 옆에 놓고 눈을 감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강현과 두어 마디 나눌까, 아니면 이강현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총을 쏠까?’ 범식이는 이강현을 처리할 생각에 점점 빠져들었다.잠시 후, 이강현과 고운란은 집 앞에 도
이강현이 옆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고 범식이는 마음속으로 약간 놀랐다. 그는 이강현이 정말 고수라는 것을 알아챘다. 왜냐하면 이런 회피동작은 일반적인 살수조차도 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좀 하는데? 네가 얼마나 빠를 수 있는지 한 번 보자고!” 범식이는 화가 나서 일어서 총구로 이강현을 재빨리 겨누었다. 범식이는 자신이 이미 총과 하나가 되어 보는 대로 쏠 수 있다고 느꼈다. 범식이가 이강현을 겨눌 때 이강현은 손목을 털어 유리공을 던졌다. 유리공이 공중으로 날아가더니 범식이의 손에 있는 총구로 날아갔다. 그리고 범식이도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펑! 권총에서 폭음이 나더니 총관이 터져 나왔고, 쇠부스러기가 범식이의 몸과 얼굴에 튀었다. “아!” 범식이는 비명을 지르며 얼굴의 혈흔을 닦을 겨를도 없이 장전된 권총을 버리고 비수를 꺼내 몸 앞에 들고 있었다. “너 방금 뭘 던졌길래 내 총이 터진 거야?” 범식이는 입으론 매섭게 말하면서 마음속으론 포기하고 싶었다.아무 물건이나 던져 총구에 부딪혀 총을 터뜨릴 수 있다는 건 듣기엔 쉬워 보이지만 해내려면 하늘에 오르는 것만큼 힘든 것이었다. 적어도 범식이는 자신이 평생, 아니, 몇 생을 거쳐도 이 정도에 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걸 할 수 있는 건 사람이 아니야. 범식이는 마음속으로 이미 이강현에게 정의를 내렸다. 이강현의 시선은 고건민 부부를 향했다. 두 사람은 여전히 혼수상태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가슴의 기복이 두 사람의 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일한 문제는 두 사람의 팔에 고정된 시한폭탄이었다. 시한폭탄의 카운트다운은 10분밖에 남지 않았고 맞은편 킬러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강현의 눈빛이 고건민 부부를 바라보자 범식이는 씩 웃으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넌 확실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대단해. 내가 졌어. 날 보내주기만 한다면 이 폭탄을 제거하는 방법을 알려줄게.”범식이는 자신이 충분히 신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설치한 시한폭탄이
푸푸! 이강현이 비수조각을 손가락사이에 끼워 범식이의 두 어깨를 찌르자 범식이는 격렬한 통증을 느낀 후 두 팔을 더는 들어 올릴 수 없었다. 범식이는 바로 팔의 큰 힘줄이 끊어진 것임을 알아챘다. 그걸 알아챈 범식이의 마음속엔 공포로 가득 찼다. 해부에 능통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쉽게 어깨의 지방과 근육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힘줄을 끊을 수는 없었다. 이강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범식이를 바라보며 비수 조각을 낀 오른손을 다시 흔들었다. 범식이가 미처 물러서지 못하자 무릎에 심한 통증이 전해왔다. 비수가 범식이의 무릎을 찔렀고, 범식이는 더 이상 두 다리로 설 수 없어 이강현의 몸 앞으로 풍덩 넘어졌다. “감히 우리 가족을 건드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이강현은 차갑게 말하면서 손에 있는 비수를 휘둘러 범식이의 몸에 촘촘한 상처를 냈다. 통증은 범식이의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게 했다. 땀 속에 있는 염분이 상처에 스며들어 범식이의 온몸을 쓰라리게 했다. “아, 아파! 이강현, 형님, 제발 그만.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날 풀어줘요. 내가 시한폭탄을 어떻게 제거하는지 알려줄게요!” “필요 없어, 이렇게 간단한 자제 시한폭탄은 난도가 하나도 없거든.” 이강현은 차분하게 말했다. 범식이는 넋이 나가 온몸을 떨며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속으로 돈에 눈이 멀어 이 건을 받아들인 게 후회되었다. “죽을래 살래?” 이강현이 물었다. 범식이는 흥분하여 마늘을 다지는 것처럼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이강현에게 절을 했다. “살고 싶어. 정말 살고 싶어요. 제발 만회할 기회를 주세요. 내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완수할 테니 제발 살려만 주세요.” “그럼 누가 시켰는지 말해.” 이강현은 실눈을 뜨고 물었다. “서울에 있는 진 씨 가문의 도련님 진광철이 나에게 보낸 소식이에요. 어떤 사람이 킬러를 고용해서 당신을 죽이려고 하는데 가격은 2천만 원이었어요. 내가 돈에 눈이 멀어 이 일을 맡았는데 당신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지는 몰랐어요. 심기를
고운란은 눈물을 훔치며 긴장한 표정으로 이강현이 붉은 선을 끊는 것을 보고 있었다. 삐삐삐. 소리가 세 번 울리더니 타이머가 멈췄다. 범식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강현을 보았다. 그는 자기가 실패한 게 하나도 억울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침착하게 시한폭탄선로를 자를 때만 봐도 그의 비법함을 알 수 있었다.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잘 훈련된 폭탄 제거 전문가가 와도 한참 동안 엄숙한 표정으로 분석해야 하는데 이강현은 그냥 한 번 보았을 뿐인데 침착하게 폭탄을 뜯어냈다. “봐, 멈췄지? 이미 해결됐어. 내가 폭탄을 뜯고 너의 부모님을 방으로 데려다줄 테니 넌 일단 부모님을 챙기고 있어. 납치당한 일은 말하지 말고 깨어나면 아무 얘기나 지어서 말해.” “응, 알았어.” 고운란의 마음속에는 이미 생각이 없어져 이강현이 말하는 대로 했다. 이강현은 고건민 부부를 안고 방으로 가서 고운란을 몇 마디 위로한 뒤 방을 나와 문을 닫았다. 범식이는 손발에 힘이 없어 괴상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강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범식이는 비위를 맞추려고 애썼다. “이 선생님, 저는…… 이제 가도 되는 거죠?” “정말 갈 수 있겠어?” 이강현은 웃으며 말했다. 범식이는 그제야 자신의 부상이 생각나서 침묵했다. 그는 지금 행동능력을 완전히 상실해서 기어나가려 해도 할 수 없었다. “널 풀어준다고 했으니 걱정 마. 하지만 사람 불러서 널 데리러 오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보기엔 진 씨 가문의 도련님이 적합한 것 같은데.” 범식이는 이강현의 뜻을 알아챘다. 그는 자기가 진도련 님에게 연락하라는 뜻이었다. 이강현은 진도련 님에게 더 많은 정보를 물어보려고 그런 것 같았다. “내가 진도련 님에게 전화는 할 수 있는데 나도 명령에 따라 일하는 사람이라 진도련 님이 관여할지는 모르겠어요.” “그가 오지 않으면 다른 친구를 찾아 너를 데리러 오라고 하든지. 내가 그래도 인자하니까.” 이강현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게
“그럼 넌 마덕복을 도와 나랑 적이 되겠다는 건가?” 이강현이 담담하게 물었다. 진광철은 침묵하다가 웃기 시작했다. “아니, 나는 당신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 네가 이렇게 빨리 범식이를 제압할 수 있다는 건 실력이 대단하다는 거기 때문에 난 오히려 너와 합작하고 싶어.” “합작? 내가 당신과 합작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이강현은 진광철이 말한 합작에 대해 궁금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진광철과 뭘 합작할 수 있는지 몰랐다. “그건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하지. 이렇게 하면 어때? 이따가 내가 부하들에게 범식이를 데리러 가라고 할 테니, 너도 함께 와. 합작에 관한 일은 만나서 이야기하자.” “네가 매복하고 있을지 누가 알아? 네가 일부러 날 유인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이강현이 실눈을 뜨고 말했다. “하하하, 넌 날 믿어도 괜찮아. 다른 건 몰라도 신용 방면에서 나 진광철은 절대로 문제가 없거든.” 이강현은 창문 앞으로 가서 맞은편 층을 향해 왼손으로 손짓을 했다. 맞은편에 있던 호위는 이강현의 손짓을 보고 바로 이강현이 고운란 일가를 보호하라는 뜻임을 알아챘다. 맞은편 호위의 답장 손짓을 보고 이강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사람 보내. 나도 널 만나고 싶었거든.” 전화를 끊은 진광철은 눈을 감고 사색했다. “오군보고 가서 범식이를 데려오라고 해. 그리고 늘 가던 곳에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이강현을 기다려. 이강현이 사람들을 다치지 못하게 조심하고.” “도련님 걱정 마세요. 범식이의 수준도 보통에 불과해요. 그러니까 이강현이 범식이를 이겼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형제는 틀림없이 도련님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리고 이강현은 혼자서 한 무리의 강도들을 상대한 인물이야. 신중하는 것이 좋지. 가서 준비해.” 오군은 혼자 차를 몰고 떠났다. 그리고 나머지 차량은 유턴해서 교외의 한 폐기공장으로 갔다.그 페기 된 공장구역은 이미 진광철에게 매
“난 나가서 일의 자초지종을 알아보고 올 테니 넌 집에서 기다려.” “조심해. 젭엔 이제 아무도 오지 않겠지?” 고운란은 다소 걱정하며 말했다. “그럴 일 없을 거야. 내가 친구에게 전화했어. 그들이 아래에서 지킬고 있을 테니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야.” “응, 그럼 조심해, 기다릴게.” 고운란은 이강현의 곁으로 가서 두 팔로 이강현을 꼭 껴안고 발끝을 세워 이강현의 입술에 뽀뽀했다. 고운란이 자신을 많이 의지하고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 이강현은 고운란에게 깊은 키스를 했다. 키스를 마친 후 이강현은 고운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걱정 마. 아무 일도 없을 거니까.” “응.” 고운란은 이강현이 떠나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이강현을 위해 기도하며 이강현의 평안을 빌었다. 이강현이 건물을 나서자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군이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왜 이렇게 느려요?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 “진광철도 감히 나에게 이런 말투로 말하지 못하는데 너 정말 계속 이럴 거니?” 이강현은 냉담하게 말했다. “네가 감히 날 위협해? 진 도련님이 널 만나려는 게 아니라면 난 벌써 널 죽였어.” 오군은 옷자락을 걷어 올려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드러냈다. 범식이는 차창을 통해 오군이 이강현에게 날뛰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혼자 당하면 외롭잖아? 누군가가 함께 당해줘야 재밌지.’ 범식이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총이 있으면 뭐? 그건 단지 어린애 장난감일 뿐인데.” 이강현은 권총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오군은 이마에 핏줄이 솟구쳐 권총을 꺼내 이강현의 이마에 들이받았다. “이게 장난감이야? 너 눈멀었니? 이건 진짜 권총이야. 죽음이 안 느껴져? 내가 방아쇠만 당기고 손가락만 까딱하면 넌 염라대왕을 만나러 가야 한다고.” 오군은 날뛰며 손에 총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은 손가락을 흔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죽음의 맛은 이런 게 아니야. 내가 너
“저 지금 저승길이 보여요, 전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오군은 마음을 졸이며 쉬어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때? 죽음이 느껴져?”이강현이 웃으며 물었다.오군은 이강현의 웃는 모습이 저승사자처럼 느껴졌다.극도의 긴장감에 오군은 괄약근이 말을 듣지 않아 그만 지리고 말았다“느…… 느껴져요.”오군은 울먹이며 말했다.이강현은 오군을 차 옆으로 밀치며 말했다.“고작 이거에 놀랄 거면 큰소리나 치지 말지 그랬어.”“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오군은 왼손으로 목을 감싸고는 바닥에 웅크리고 앉으며 말했다.범식은 소리 없이 웃었다. 차 옆에 누워있는 오군의 비참한 상황은 보이지 않았지만 상상이 갔다.이강현이 오군을 발로 툭툭 차며 말했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운전해.”“제 오른손 뼈가 부러져서 운전을 할 수가 없어요.”오군이 울먹이며 말했다.병원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이강현은 머리를 젔더니 총을 겨누며 말했다.“흔히 위급한 상황에서 잠재력이 폭발한다고들 하지? 난 네가 지금 딱 그 상황인 거 같은데, 운전 좀 잘해보지 그래.”독한 사람은 봤어도 이렇게 독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손 부러진 사람한테 운전 맡겼다간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오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강현의 미움을 샀다간 총알이 먼저 머리를 뚫을수 있었기 때문이다.억울한 오군은 손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으며 차에 올라탔다.왼손으로 시동을 걸고 왼손으로 핸들을 잡으며 거북이처럼 이동했다.“저 이렇게밖에 운전을 할 수가 없어요, 저 지금 손이 한 개뿐이라 속도를 낼 수가 없어요.”오군은 울먹이며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이강현은 괜찮다는 듯 머리를 끄덕이더니 조수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페기 된 공장에서는 진광철 부하들이 만단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명의 경호원이 진광철 곁에 붙어있었고 다른 경호원들은 잠복하고 있었다.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진광철은 오군이 늦어지자
“말해봐, 나랑 하려는 게 뭔지.” 진광철은 애간장이 탔지만 태연자약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진광철은 비수지전의 셰진을 생각하면서 조급함을 가라앉혔다.드디어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이강현이 범식과 오군을 거느리고 페쇄 창고로 들어섰다.오군을 머리를 떨구고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감싸고는 창백한 얼굴로 진광철 앞에 나타났다.“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경호원이 오군을 향해 외쳤다.“제…… 제가 이 선생님한테 무례한 짓을 하는 바람에 이 선생님이 혼 좀 내셨습니다. 오른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왼손으로밖에 운전할 수 없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오군은 울먹이며 아까 있었던 일들을 터놓았다. 오군의 말을 듣는 내내 진광철과 경호원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오른손 부러진 사람한테 운전을 시키다니, 사람이 할 짓이야?’이강현은 범식을 진광철한테 밀치며 말했다.“네 부하들이 뭘 좀 모르는 것 같아서 내가 좀 가르쳤어.”“네가 뭔데 진 도련님 부하들을 가르친다는 거야?”경호원이 외쳤다.“호범아, 이 선생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오군이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 마땅한 거야, 내가 이 선생님한테 감사를 올려야 하는 거고.”진광철이 담담하게 말했다.“내 의자는? 진 도련님, 나 세워놓고 일 얘기 할 건 아니지?”이강현이 부드럽게 말했다.이강현의 가식스러운 웃음을 보아낸 진광철은 등골이 오싹 해났다.“호범아, 이 선생님한테 의자 갖다 드려, 제일 좋은 의자로 갖다 드려.”호범은 창고에서 제일 호화스러운 가죽의자를 꺼내 이강현한테 건넸다.“이 선생님, 앉으세요, 누추한 곳이긴 하지만 이 선생님께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진광철이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이강현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진광철은 범식을 힐끗 보더니 호범한테 눈짓을 보냈다. 호범은 범식을 거느리고 밖으로 나갔다.“오군, 너도 따라 나와.”오군이 호범의 뒤를 따랐다. 이강현이 남겨준 트라우마가 컸던 오군은 이강현한테서 멀어질수록 마음이 편해졌다.범식이가 나가자 진광철은 담배를 꺼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