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민과 최순은 하소진과 서명지훈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고 고운란과 이강현은 그 뒤를 따랐다.고운란은 이강현이 아까 당한 일을 생각하니 이강현에게 미안했다. 이강현은 웃으며 고운란의 손을 꼭 쥐고는 안심하라고 했다.사람들이 방에 들어가 앉자 최순은 고운란을 밀어 서명지훈의 곁에 앉게 했다.이강현이 고운란의 곁에 앉으려 하자 최순이 가로막았다.“너 왜 그래? 집에 귀한 손님이 방문했는데 네가 앉을 자리가 어디 있어. 빨리 가서 차를 내와.”최순은 이강현을 종업원처럼 차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서명지훈은 비웃으며 말했다.“이 쓸모없는 놈이 내 시중을 들 필요가 없어. 너를 보면 기분이 더 나빠져서 좀 나가. 너에게 백만원 줄께. 너 나가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해.”“애한테 돈 줄 필요없어. 내가 바로 쫓아낼께.”최순은 비위를 맞추려고 이강현에게 다가갔다.“엄마, 그러지 마세요. 제가 이강현 보고 방으로 들어가라고 할께요.”고운란은 한걸음 더 빨리 이강현의 곁으로 달려갔고 눈에는 이미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이강현은 고운란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 방으로 돌아갈께.”이강현이 방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고운란은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최순은 이강현의 뒷모습을 매섭게 노려보며 낮은 소리로 고운란에게 말했다.“너 마음이 약해지지 마. 일찍 이 멍청이와 헤어지면 너 앞으로 인생에 더 도움이 돼.”“아니에요.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거에요.”고운란이 말했다.“너를 뭐라고 말하면 좋겠지. 이렇게 좋은 기회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너는 어째서 이렇게 바보같이 굴어?”최순은 한스러워하며 말했다.“남건봉이 왔을 때도 엄마는 이렇게 말씀했죠. 만약 제가 이강현과 이혼하고 남건봉과 결혼했다면 지금 서명지훈이 나타났으니 또 저보고 이혼하라고 하고 서명지훈과 결혼하게 했을까요? 엄마는 도대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 겁니까?”고운란은 화가 나서 맞받아쳤다.최순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사람이 더 좋은 선택
고운란의 목소리가 어찌 컸는지 거실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하소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납치를 당한 적도 있어? 이렇게 작은 집에서 사는데 납치되는 일이 생길 수 있나?”서명지훈은 비웃으며 말했다.“설마 그 멍청이가 사람을 찾아 연기하는 것은 아니겠지? 납치까지 하다니 정말 웃겨.”고운란은 웃지 않고 머리속에서 자신이 납치당했을 때 이강현이 자신을 위해 기꺼이 큰 굴욕을 참았음을 돌이켜 보았다.최순은 한숨을 쉬고는 고운란의 어깨를 가볍게 터치하며 말했다.“납치당했던 그 일은 아직도 의문점이 많아. 정말 그 멍청이가 사람을 찾아 연기한 연극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 더이상 바보처럼 굴지마.”“그렇게 옛날 일을 말해서 뭐해. 앞으로의 일들을 이야기해야지. 운란아, 너 요즘 회사를 관리하는건 어때? 문제가 있으면 지훈에게 알려달라고 해. 지훈이가 관리하는 회사는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회사니 너는 지훈이한테서 많이 배워.”고건민이 화제를 돌리자 서명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회사 관리는 저가 잘하는 겁니다. 그러나 회사를 관리하는 것은 다 많은 경험이 있어야 잘해낼 수 있는 법이죠. 운란씨가 관심이 있으면 저의 비서를 해주세요. 그러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죄송합니다만 저는 해외에 갈 시간이 없습니다.”고운람은 차갑게 말했다.“해외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이미 한성에 지사를 설립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잠시 한성에서 업무를 보고 모든 회사을 원격으로 관리하고 있죠. 요즘에 마침 비서가 필요해서요.”서명지훈은 빙그레 웃으며 고운람을 바라보았다.“한성에 있는 지사는 900억을 투자했고 서부 지역의 의약보건품 업무를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고씨 집안의 산업과도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죠.”고건민은 갑자기 마음이 더욱 동했다. 이것은 고씨 집안을 더욱 번성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까. ‘만약 정말 서명지훈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우리 집안이 전체 고씨 집안에서의 지위도 많이 향상될 것이야.’
“그렇길 바래.”하소진은 최순에게 한마디 얼버무리고 낮은 소리로 서명지훈에게 말했다.“아들, 우리 지금 돌아갈까? 아니면…….”“지금 왜 가요? 점심에 왕 아주머니 가족과 밥 한 끼 먹읍시다. 저는 그 멍청이를 잘 혼내줘야 겠어요.”서명지훈의 마음속 분노는 모두 이강현을 향한 것이었다. ‘이강현을 비꼬기만 하면 운란씨로 하여금 이강현과 나한테 비교가 생겨 결국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될거야.’……김해시에서는 장추영이 부하들에게 들려서 차에 실렸다.“형님, 아래 사람들은 모두 준비가 되었고 법이 허용하는 총들도 모두 가지고 왔습니다.”장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주시하고 있던 멍청이 쪽은 소식이 있니?”“있습니다. 아침 일찍 롤스로이스가 멍청이의 집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멍청이을 한바탕 꾸짖었고 주시하던 동료의 말에 따르면 그 남자는 멍청이와 고운런을 이혼시키려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장추영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롤스로이스는 보통 사람들이 탈 수 있는 것이 아니지. 팬텀보다 훨씬 뒤떨어지기는 하지만 벤츠 S600 같은 차보다는 훨씬 고급스럽지.’“남자 소식은 알아냈어?”장추영은 어떤 변수가 생길까 물었다.“저쪽애서 동료가 계속해서 추적하고 있는데 곧 소식이 있을 거라고 합니다.”보고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자 부하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보기 시작했다.“형님, 그 쪽의 동료에게서 소식이 왔습니다. 호텔 기록을 통해 자료를 찾았다고 합니다. 남자의 이름은 서명지훈이고 해외 여권으로 등록된 방을 사용며 외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 일 것이라고 합니다.”“외국 국적이라. 그럼 걱정할 필요 없겠구나.”장추영의 마음은 홀가분해졌다. ‘서명지훈은 아무리 돈이 많다해도 주요한 회사들은 해외에 있었기에 쉽게 이 일을 할 수 없을 것이야.’“저 쪽 동료들에게 이 멍청이를 계속해서 주시하게 하고 우리는 지금 출발하자.”……줄지어 있던 차들이 천천히 빠져나가고 장추영은 차에 앉아 눈을 감고 정신을 가
“범원?”장추연은 사진 속 저택 현판의 글씨를 읽고 조금 생각하니 범원이 어떤 곳인지 생각났다.범원이란 한성 요식업계의 유명한 인물인 오도운이 만든 것으로 개인의 고급 연회를 위주로 하고 상업 연회와 차별화된 상업 구조를 형성하는 곳이었다.“오도운이 차린 식당일 뿐이야. 부수면 부쉈지. 내가 한성에 입성하는 그날이 되면 요식업계도 내 손아귀에 들어올 것이다.”장추영은 야심이 가득차 이미 한성의 많은 기업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준비하였다. 그러나 전제는 정중천을 이겨야 한성의 지하세계를 성공적으로 장악할수 있다는것이었다.“형님이 가장 위대합니다. 앞으로 형님이 한성의 하늘이 될 것입니다.”부하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부하고 있었다.“하하하, 너희들은 참 말을 듣기 좋게 잘 하는구나. 앞으로 내가 한성의 하늘이 되면 너희도 한성에서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다.”장추영은 너무 기뻐 크게 웃었다.“형님이 저를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부하가 흥분해서 말했다.“아래 사람들에게 말하거라. 전속력을 다 하여 범원으로 이동하라.”장추영의 분부에 따라 차들은 마치 날카로운 화살처럼 쏜살같이 범원을 향해 돌진했다.……범원.단정하게 차려 입은 예쁜 직원이 앞에서 길을 안내하면서 서명지훈과 하소진에게 쉴새없이 소개해 주었다.“우리 범원 내의 모든 장식품들은 모두 수집한 진짜 골동품입니다. 이것도 우리 범원이 다른 곳과 다른 독특한 점입니다.”“저 경관석, 석조, 석주 등등도 정말 오래된 물건입니다. 그리고 사방의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는 산속에서 옮겨 심은 100년의 오래된 나무이며 범원 내의 벽돌과 기와 하나하나가 모두 시대감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고건민이 고개를 끄덕이었고 최순은 직원의 소개에 완전히 놀라 연신 혀를 내두르며 칭찬했다.“지훈아, 이것은 모두 골동품이야? 그럼 이렇게 만들려면 얼마가 필요해?”최순은 놀라서 물었다.서명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여기서의 중점은 격조를 높이는 것입니다. 격
“이 멍청아, 왜 대답을 안 해. 지훈이가 너한테 묻는 말을 못 들었어!”최순은 이강현을 노려보며 낮은 소리로 외쳤다.“최고급 전복은 장인어른의 생신 잔치에서 먹었었습니다.”이강현은 차분하게 말했다.최순은 이강현을 노려보았다.“이 멍청아, 헛소리하지 마. 안 먹어본 것을 먹었다고 하니?”“이 멍청이가 최고급 전복을 먹어 봤구나. 정말 뜻밖이네.”“소고기와 함께 가장 비싼 돈마호크 스테이크 부분을 주세요.”“이 멍청아, 돈마호크는 먹어본 적이 있니?”서명지훈의 비웃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고 있었다.이강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비싸다고 하는 소고기는 다 진짜 소고기가 아니죠. 진짜 소고기는 수입할 수 없습니다.”서명지훈은 조금 놀랐다. 뜻밖에도 고의로 설치한 함정에 이 멍청이가 빠지지 않았다. 이강현이 먹었다고 하던 안 먹었다고 하던 서명지훈은 원래 이강현을 한바탕 모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강현이 소를 수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말해 일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었다.“너 이 멍청한 녀석 그래도 뭘 좀은 아네.”“심해 연어 한 접시 주세요.”“이거는 너도 먹어봤겠지. 하지만 네가 먹은 것이 심해 연어인지 보통 연어인지는 모르겠다.”“시중에 있는 연어의 90%는 심해 것이 아니죠. 거의 절반은 민물 송어와 같은 어류로 둔갑한 거죠.”이강현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고건민과 최순은 모두 의아하게 이강인을 보면서 이강인이 어떻게 이런 것을 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묵은 고개를 들어 서명지훈의 눈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또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철갑상어? 캐비아? 흑송로? 프랑스식 푸아그라? 모두 비싼 것처럼 들리지만 운란의 입맛에는 별로 맞지 않습니다.”서명지훈의 안색은 순식간에 보기 나빠졌다. 화가 나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서명지훈의 안색이 나빠자 최순은 즉시 이강현을 호되게 꾸짖었다.“이 나쁜 놈아, 누가 너더러 그렇게 말을 하라고 했니? 네가 감히 허튼소리를 하겠으면 나가라.”하소진은
서명지훈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는 이강현을 보며 비아냥거렸다.“저놈을 뭐로 보냐구요? 제 눈에는 마냥 하찮은 놈으로 보이죠, 하지만 제 애완견으로 살겠다고 하면 막을 생각은 없어요.”“우리 집 강아지 하루 식비가 10만원대에요, 우리 집 애완견으로 충분히 안일한 삶을 살게 해줄 수 있어요, 제가 언젠가 마음 바뀌면 우리 애완견한테 짝을 지어줄 수도 있잖아요?”운란이가 반박하려고 하자 하소진이 헛기침을 지으며 서명지훈의 말을 이어갔다.“지훈 집 애완견도 저렇게 잘 먹고 잘사는데, 운란아 너 제발 좀 정신 차려, 이강현 지금 하는 일로 지훈이네 집 하루 식비도 안 돼, 쟤 애완견보다도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넌 저런 애를 뭐 하러 감싸고 있어?”“하하하, 아주머니 말씀이 맞아요, 저놈 확실히 애완견보다도 못한 놈이에요.”서명지훈이 박장대소를 하며 말했다.이때문이 열리더니 예쁜 아가씨들이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음식 올려드릴게요.”담당자가 음식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이건 특급 전복이고요.”“요건 특급 한우입니다.”“지금 올린 음식은 프랑스 오리 송로버섯 거위 간입니다.”서명지훈이 주문한 음식과는 다른 음식들이 올라오고 있다 하소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음식 잘못 올리신 거 아니에요? 우린 이런 음식 주문한 적 없는데요.”“이 선생님은 우리 오 대표님의 귀한 손님이신지라 오 대표님께서 이 선생님을 위해 특별히 주문한 음식들입니다.”매니저의 자세한 설명에 하소진과 서명지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까 음식 주문으로 이강현을 놀려먹었던 서명지훈은 매니저의 말에 난처해 났다.최순과 고건민도 놀란 표정이었다. 최 어르신의 생일연회에서도 오도문이 이강현을 대하는 태도가 범상치 않았지만 오늘 오도문이 이강현을 대하는 태도에 다시 한번 놀랐다.다들 이강현과 오도문이 도대체 어떤 사이이기에 오도문이 이런 접대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이강현이 매니저를 보고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오 대표님한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네
“지훈아, 그만 해.”하소진이 서명지훈을 말리며 최순을 향해 싱긋 웃었다.“순아, 우리 아들이 기분 좀 언짢아서 그래, 돌아가서 휴식하는 게 낫겠어, 맛있게들 먹어~”“소진 언니,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이놈 잘 혼낼게, 밥은 먹고 가.”최순이 붙잡으며 말했다.하소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서명지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얼른 일어나, 넌 지금 창피하지도 않니?”서명지훈은 굶주린 늑대마냥 이강현을 노려보며 하소진과 함께 방을 나섰다.하소진과 서명지훈이 룸을 나서자 최순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이강현, 널 이젠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이거지? 감히 대들어? 이젠 나도 막 대하겠다?”최순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아니에요, 어머니는 운란이 어머니신데 제가 어떻게 감히 어머니 말에 토를 달겠어요, 전 어머니가 저의 엄마 같은걸요.”“거짓말, 날 너의 엄마로 생각한다면 당장 운란이랑 이혼해, 오늘 일 너 때문에 그르쳤잖아!”화가 난 최순이 연신 숨을 헐떡이고 있자 고건민이 이강현을 보며 물었다.“너랑 오도문 도대체 어떤 사이인 거야? 이 상에 올라온 음식들 가격대가 꽤 있는듯 한데 그냥 너한테 이렇게 막 선사해도 되는 거니?”“저랑 오도문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오도문은 진성택 때문에 저한테 잘해주는 거에요.”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역시나 진성택 때문이구나.’고건민은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그럼 너랑 진성택은 어떤 사이인데?”고건민이 계속하여 캐물었다.“진성택의 손자가 절 많이 따랐어요, 그 덕분에 진성택이 저한테 손자 좀 봐달라고 했었구요, 공교롭게도 오도문이 그 장면을 보았기에 저랑 진성택의 사이가 아주 돈독한줄 알더라고요, 아마 저를 통해 진성택과 친해지고 싶은 모양이에요.”어느덧 다들 이강현의 하는 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이강현과 진성택 사이에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 믿고 싶었던 고건민은 한숨을 내쉬었다.‘이강현과 진성택이 각별한 사이었다면 이강현은 지금처럼 살지는 않았을 거야.’“앞 뒤 가 다른 놈
하소진과 서명지훈은 힘써 방 문을 닫으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둘의 얼굴은 겁에 하얗게 질려있었다.하소진과 서명지훈의 이상한 모습에 이강현은 밖에 일이 생겼음을 짐작했다.최순과 고건민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순은 하소진을 부축하며 등을 도닥여 주었다.“소진 언니, 얼른 앉아서 숨 좀 고르세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큰일 났어, 밖에서 칼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다시 돌아온 거야, 누굴 찾으러 온건지는 몰라도 우리만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네.”서명지훈은 아까 본 장면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경호원들이 부상 입는 걸 봤어, 설마 나 베려고 온 건 아니겠지, 나 국내에서는 원한을 산 사람도 없는데 설마 해외 사람들이 날 죽이러 온 걸까?”서명지훈은 경쟁자가 사람들을 시켜 살인하는 장면을 떠올렸다.서명지훈의 혼잣말에 하소진은 머리가 꺠질것만 같았다.“어떻게 된 일이야? 그럼 우린 어떻게 해? 지훈아 얼른 사람들 불러봐.”하소진이 말했다.최순과 고건민도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오늘 하소진 모자를 따라나선 걸 후회하는 중이었다.고운란이 이강현을 쳐다보자 이강현은 고운란을 향해 눈을 깜빡이며 괜찮다고 다독여 주었다.방 밖에서 촉박한 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웅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문 열어.”탕탕.거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칼을 든 사내가 방 안으로 들어오더니 이강현을 훑어보았다.“여기가 맞는것 같아, 다들 얌전히 있는게 좋을거야, 움직이면 다리를 베어버릴수도 있어.”사내는 칼을 휘두르더니 장추영을 찾아 나섰다.십분후, 장추영이 사람들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서명지훈의 경호원들은 장추영의 부하들에 의해 이미 공제되어 있었다.고건민과 최순은 두려움에 서로 꼭 끌어안고는 구석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하소진과 서명지훈은 이 사람들이 자신들을 죽이러 온 사람들일까 봐 긴장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이강현은 고운란을 안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곁에 있을 테니까.”고운란은 이강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