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진과 서명지훈은 힘써 방 문을 닫으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둘의 얼굴은 겁에 하얗게 질려있었다.하소진과 서명지훈의 이상한 모습에 이강현은 밖에 일이 생겼음을 짐작했다.최순과 고건민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순은 하소진을 부축하며 등을 도닥여 주었다.“소진 언니, 얼른 앉아서 숨 좀 고르세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큰일 났어, 밖에서 칼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다시 돌아온 거야, 누굴 찾으러 온건지는 몰라도 우리만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네.”서명지훈은 아까 본 장면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경호원들이 부상 입는 걸 봤어, 설마 나 베려고 온 건 아니겠지, 나 국내에서는 원한을 산 사람도 없는데 설마 해외 사람들이 날 죽이러 온 걸까?”서명지훈은 경쟁자가 사람들을 시켜 살인하는 장면을 떠올렸다.서명지훈의 혼잣말에 하소진은 머리가 꺠질것만 같았다.“어떻게 된 일이야? 그럼 우린 어떻게 해? 지훈아 얼른 사람들 불러봐.”하소진이 말했다.최순과 고건민도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오늘 하소진 모자를 따라나선 걸 후회하는 중이었다.고운란이 이강현을 쳐다보자 이강현은 고운란을 향해 눈을 깜빡이며 괜찮다고 다독여 주었다.방 밖에서 촉박한 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웅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문 열어.”탕탕.거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칼을 든 사내가 방 안으로 들어오더니 이강현을 훑어보았다.“여기가 맞는것 같아, 다들 얌전히 있는게 좋을거야, 움직이면 다리를 베어버릴수도 있어.”사내는 칼을 휘두르더니 장추영을 찾아 나섰다.십분후, 장추영이 사람들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서명지훈의 경호원들은 장추영의 부하들에 의해 이미 공제되어 있었다.고건민과 최순은 두려움에 서로 꼭 끌어안고는 구석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하소진과 서명지훈은 이 사람들이 자신들을 죽이러 온 사람들일까 봐 긴장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이강현은 고운란을 안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곁에 있을 테니까.”고운란은 이강
이강현이 머리를 숙이고 손으로 무언가를 그리자 용문호위들은 이강현의 뜻을 알아차리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용문호위가 있는 한 이강현은 칼을 든 사내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이강현은 그저 잠자코 지켜만 보면 되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휠체어에 앉은 장추영이 모습을 나타냈다. 장추영의 모습에 고운란은 사건의 전개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또 보네? 이런 상황에서 볼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이강현.”장추영이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긴장감에 숨을 죽이고 있던 서명지훈은 장추영의 말에 순간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왜, 칼로 여섯개의 구멍을 내는 것도 성에 안 찼나 봐?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야?”“너 죽으려고, 지금 여기 다 내 사람들이야, 넌 오늘 살아서 여길 빠져나갈 수 없다는 뜻이라고.”장추영의 노기등등한 모습에 서명지훈은 박장대소를 할뻔 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이 상황과 제법 어울리 는듯 했다.서명지훈이 나지막하게 물었다.“형님, 설마 이강현한테 복수하러 온 거에요?”“네가 바로 해외에서 굴러들어 온 놈이야? 어떻게, 너도 이강현 도우려고?”장추영이 서명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아니요, 아니요, 전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저도 저놈이 하루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저놈한테는 공기도 아까워요.”장추영이 웃으며 말했다.“다들 이강현 친구들이지? 다들 살고 싶지? 간단해, 이강현한테 마음껏 욕설을 퍼부으면 목숨 살려줄게.”이강현을 생포해 정중천을 낚는 것이 장추영의 목적이지만 정중천이 도착하기 전에 이강현을 갖고 노는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것 같았다.겁에 질린 최순이 제일 먼저 앞장서서 이강현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어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우릴 아주 생매장 시키려고 이러는 거지? 우리한테 어떻게 너같은 바보 사위가 있다니?”“운란아, 너 이 녀석이 한 짓 좀 봐, 또 사고 쳐왔잖아, 너 이러고도 얘랑 이혼안하고 뭐해? 지금도 이 모양인데 앞으로 더
“내가 죽고 싶어 환장했다고? 하하하, 내가 들었던 농 담중 제일 웃긴 농담이네, 여기 내 사람들로 깔린 거 안 보여? 너 오늘 내 심기를 건드리면 여기 있는 사람들도 무사하진 않을 거야.”장추영의 말은 마치 하느님이 정하신 법률과도 같이 들려왔다.서명지훈의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이강현이 떠드는 말에 자기도 엮이게 되면 너무 억울할것 같았다.“이강현, 너 그만 좀 해, 여기 네가 끼여들 자리가 아니야, 하늘 같은 분한테 지금 무슨 말버릇이야? 너 죽으려면 혼자 죽어, 아무 잘못 없는 우릴 끌어들이지 말고.”서명지훈이 당황해하며 외쳤다.하소진도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지훈이 말이 맞아,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릴 끌어들이는 거야? 너 같은 놈은 진작에 죽었어야 했어.”“찌질이, 가난한 놈, 바보, 못난이, 운란아 내가 몇번을 말했니, 저런 놈이랑은 진작에 이혼 했어야 한다고, 너 말 안 듣더니 지금 봐봐, 저놈이 우릴 어떻게 끌어들이는지.”최순이 있는 힘을 다해 외쳤다.살아 생전 이런 장면은 처음인 고건민도 이강현과의 관계를 부정하며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우리 집은 이강현이랑 아무 관계도 없어요, 우리 딸 이강현이랑 이혼할 거에요, 제발 우리 집 사람들은 살려주세요.”부모님의 아우성에 고운란은 입술을 깨물었다.“하하하.”장추영이 박장대소를 지었다. 이강현을 맘껏 놀렸으니 이젠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였다.“내가 여기 왜 온 줄 알아? 정중천을 만나기 위해서야, 네가 정중천을 불러내오면 너 아니 여기 있는 사람들 목숨은 살려줄게.”장추영의 협박에 서명지훈은 다리를 떨었다. 서명지훈은 이강현한테 얼른 장추영의 말대로 정중천을 불러내라고 닥달이었다.“너 뭐해, 얼른 정중천인지 뭔지 하는 사람 불러내지 않고!”이강현은 장추영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너 한성을 가지려고 이러는 거지? 야망 치곤 큰데? 너 서울에 있는 서흔진 밑으로 들어갔다며?”장추영은 이강현을 쳐다보더니 안쪽 호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이강현이 스피커를 켜자 정중천의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울려 펴졌다.“이 선생님, 시키실 일 있으세요?”장추영은 정중천의 공손한 태도에 미간을 찌푸렸다.장추영이 정중천을 보아온데 의하면 정중천은 아무 사람한테 이렇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강현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는 생각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심도 사라졌다. 정중천을 잡기만 하면 한성을 물려받고 그때 가서 이강현과 정중천이 어떤 사이인지 알아봐도 늦지 않을거라 생각했다.“정중천, 나 지금 범원에서 밥 먹고 있는데 자네도 와서 같이 먹도록 해.”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준비해서 나갈게요.”장추영은 이강현을 향해 총구를 흔들었다.장추영의 뜻을 알아차린 이강현이 말했다.“지금 친구랑 같이 있으니까 부하들은 데리고 오지 마,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알겠습니다, 제가 운전해서 갈게요.”정중천이 머뭇거림 없이 대답했다.“그래, 그럼 조심해서 와.”이강현이 전화를 끊자 장추영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잘했어, 이따 정중천이 내 앞에서 딴짓을 버리면 너희들도 다 죽을 줄 알어.”승리가 눈앞에 있다고 생각한 장추영은 정중천 쪽에서 돌발상황이 생기지 않는다면 한성은 자기의 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전화를 끊은 정중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전화에서 무섭도록 냉철한 이강현의 말투에 정중천은 무슨 일이 생김을 짐작했다.‘이강현 말대로 할까? 혼자 가면 위험하지 않을까?’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중천은 웃으며 중얼거렸다.“이 목숨 이 선생님이 주신 건데 당연히 이 선생님이 분부하신 대로 행동해야지, 죽기만 더 하겠어?”단순한 금전관계라면 정중천은 가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얼마전 이강현이 목숨을 살려준 뒤로 정중천은 이강현을 더 높이 우러러 보고 있었다.아첨을 하는거와 생명의 은인한테 은혜를 갚는 것은 완전히 다른 두 가지 경우였다. 첫번째는 이익이나 금전 관계였고 후자는 마음에서 우러러나오는 고마움이었다.정중천은 부하들을 물리치고 혼자 운전하
“천 어르신은 무슨, 앞으로는 우리 추영 형님을 어르신이라고 부르실 분이야.”“맞아, 우리 추영 어르신이 김해와 한성을 통일시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에도 진입할수 있을거야, 그떄가 되면 우리도 부귀영화를 누릴수 있을거야.”“늙은이 얼른 들어가서 우리 추영 어르신한테 잘 보일 생각이나 해, 누가 알아? 우리 추영 어르신 기분 좋으시면 목숨이라도 살려줄지.”장추영은 정중천이 끌려들어온 모습을 보고 만족해하며 말했다.“하하하, 형님한테도 이런 날이 오네요, 형님 설매 치매 아니시죠? 저놈이 혼자 오시라는 말에 진짜 혼자 오셨네?”“네가 뭘 안다고 그래?”정중천은 장추영을 향해 비꼬고는 몸을 돌려 이강현한테 인사를 올렸다.“이 선생님, 저 왔어요.”“그래, 잘했어.”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이강현의 한 마디에 인정 받은 정중천은 기분이 좋았다.“주접 떨고 있긴, 정중천 미친거 아니야? 저놈을 아버지로 모시고 있는거야 뭐야?”정중천과 이강현의 흔들림 없는 눈빛에 장추영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정중천이 담담한 이유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강현이 지켜줄거란 믿음 때문이었다.용문 도련님이 장추영한테 위협을 느낀다면 오늘날 용문은 세계 탑 클라스의 부자집안이 아닐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정중천은 자신이 내린 명확한 선택에 흡족해 하고 있었다.“나한테 저런 아버지가 있다면 난 별다른 소원이 없겠어.”정중천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정중천의 말을 들은 최순과 고건민의 표정은 당황함에서 경악으로 변했다.정중천같은 사람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왜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에 진짜 무언가가 있을까?’고건민과 최순은 진성택의 신분과 지위를 떠올리며 의아해했다. 문득 이강현이 진성택의 손자와 가깝게 지내는것도 나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관계를 잘 이용하면 득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에 고건민과 최순은 정중천이 이런 태도를 취하는 이유를 알것만 같았다. 고건민과 최순은 이런 관계를 놔두고 이용하지 못하는 이
“말해도 넌 모를거야.”정중천이 장추영을 힐끔 보며 말했다.장추영은 치밀어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참으며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지금 말하지 않아도 돼, 내가 한성을 먹어치우면 그때 천천히 얘기를 나눠도 늦지 않으니까.”“영호야, 애들한테 알려, 오늘 밤 한성을 습격한다고.”장추영이 부하한테 명령을 내렸다.“네.”지시를 받든 영호는 핸드폰을 꺼내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연락을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급한 마음에 영호는 식은땀을 흘렸다.“추영 형님, 연락을 받지 않아요, 애들한테 연락을 다 돌렸는데 받는 사람이 없어요.”영호가 긴장해 하며 말했다.“어떻게 된 일이야?”장추영의 눈까풀이 떨리기 시작했다. 장추영이 핸드폰을 꺼내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이때 장추영의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 스크린에는 박성재라고 떠있었다. 장추영은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을 부르르 떨었다.3초 머뭇거리다 장추영이 이을 악물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김해 쪽 지금 어떻게 된거야?”“형님, 김해 쪽에 문제가 생겼어요, 30분전에 유관부문에서 형님 부하들을 체포하러 온 김해를 휩쓸고 다니고 있어요, 형님 부하들은 이미 뿔뿔이 흩어진 상태고 저도 도망치는 중이에요.”장추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결국 걱정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어떻게 된거야? 누가 한 일인데?”장추영이 외쳤다.“제가 들은데 의하면 아주 신비로운 사람이 직접 내리신 명령이래요, 형님 도대체 누굴 건드리신거에요? 이 분 우릴 망하게 하려고 작정하신 분이신거 같아요.”장추영과 통화를 하고 있던 박성재는 저 멀리에 있는 초소를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형님, 아마 이번엔 버티기가 힘들것 같아요, 형님 무사하시면 저 구하러 오셔야 해요!”장추영은 머리를 굴려봤지만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을 도저히 생각해내지 못했다.장추영을 건드릴만한 사람이라면 장추영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텐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떠오르지 않았다.‘내가 얼마나 조심했는데.’장추영이 머리를 쥐어뜯을때
“장추영, 너 이 선생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이 선생님이 너 같이 하찮은 놈한테 그럴리가 없잖아.”정중천이 장추영을 흘기며 말했다.장추영의 넋 나간 모습으로 보아 김해에 일이 생긴것이 분명했다.장추영은 애써 웃으며 정중천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너 나한테 무릎 꿇어, 내가 공들여 세워놓은 김해가 통째로 날아갔으니 네가 가지고 있는 한성을 나한테 줘야겠어, 너희들 목숨 지금 나한테 달려있는거 알고 있지? 죽기 싫으면 내 말 들어야 할거야.”장추영의 부하들은 칼을 부여쥐고는 이강현을 호시탐탐하게 노려보았다.서명지훈은 확 달라진 분위기의 변화에 구석에서 몸을 움츠렸다.“어르신, 저희는 이강현 저 쓰레기랑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에요, 저희들을 살려만 주신다면 값은 두둑히 쳐드릴게요.”장추영은 서명지훈을 힐끗 쳐다보았다. 장추영 눈에 오기 없는 사람들은 짐승과도 같았다.“다시 한번 그 입 뻥긋거리면 먼저 너부터 죽일거야.”서명지훈은 몸을 부르르 떨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추영의 시선이 정중천의 몸에서 이강현한테로, 나중에는 고운란 한테로 멈췄다.“정중천, 이강현 보통 놈 아니라고 했지? 그럼 이강현 저놈한테 칼을 들이대는게 아니라 이강현 와이프한테 칼을 들이대야겠네.”장추영의 눈빛이 사악하게 변하더니 이강현을 보며 물었다.“너 와이프 아주 끔찍히 사랑하잖아? 얘들아, 저 예쁜 아가씨 이리로 데려와.”장추영의 말에 영호가 헤헤 웃으며 고운란을 향해 걸어갔다.“추영 형님 마음도 넓으시지, 우리들한테 저런 예쁜 아가씨랑 놀 기회도 주시고.”“내가 실컷 놀고 나면 너희들한테도 기회가 주어질테니까 걱정하지 마.”장추영이 음침하게 웃어댔다.충격을 크게 받은 장추영은 물 불 가리지 않았다.서명지훈은 고운란을 향해 걸어가는 영호를 힐끗 쳐다보더니 자기한테 불똥이 튈가봐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고건민과 최순도 영호를 제지하고 싶었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운란은 눈을 꼭 감고는 이강현을 꽉 끌어안았다. 이 시
서명지훈은 총 맞은 허벅지를 안고는 비명을 질렀다. 최대한 피하르라고 구석에 피해있었는데도 총 맞은 자신의 운명을 탓하기 시작했다.이강현은 눈을 가늘게 뜰고는 고운란을 안고 뛰쳐나갔다. 이강현은 한쪽 발로 장추영의 총을 밟고 다른 한쪽 발로 장추영의 목을 밟았다.장추영이 이강현한테 공제당하자 장추영의 부하들이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이강현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얼른 발 비켜, 우리 형님 건드리지 마.”“너 죽고싶어서 안달이지? 우리 형님한테 손 대기만 해봐,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살아서 여길 나갈순 없을거야.”장추영의 부하들은 말로 겁을 주려고 애썼지만 사실 여길 빠져나갈 생각밖에 없었다.김해 땅도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고 지금 형님도 이강현 발아래에 밟혀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살길은 주어지지 않은것 같았다.고건민과 최순은 이강현의 용맹한 자태에 입을 떡 벌렸다. 두 사람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운란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긴장감이 사라지자 그제야 자신이 이강현한테 안겨있다는것을 발견했다.‘아까 이강현 날 이렇게 안고 뛰쳐나간거야? 세상에, 너무 창피해.’부끄러움ㅇ에 고운란은 이강현의 품에서 퍼덕였다.“얼른 나 내려줘.”이강현은 고운란을 향해 웃어보이며 살포시 고운란을 내려놓았다.장추영은 왼손으로 이강현의 발목을 잡고는 자신의 목을 밟고있는 이강현의 발을 쳐내려고 안깐힘을 썼다.“살, 살려줘.”장추영의 호흡이 가빠졌다.이강현은 장추영의 손을 밟고있던 발에 힘을 주며 말했다.“고작 이걸로? 너 아주 대단한 놈이잖아.”뚝! 하는 소리와 함께 장추영의 오른손 뼈가 부러졌다.“악!”장추영이 비명을 질러댔다.장추영의 부하들은 이강현의 미소에 등골이 오싹해났다. 부드러운 말로 사람을 죽이는 이강현이 무서워났다.정중천은 이강현 곁으로 다가가더니 이강현의 집사가 된것마냥 공손하게 말했다.“이 선생님, 제가 사람 불러서 처리할게요.”“그럴 필요 없어.”이강현의 말이 떨어지자 한 무리의 경찰들이 범원으로 들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