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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 화

작가: 동그라미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임슬기는 연다인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연다인의 앞으로 걸어가 차갑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난 정우 와이프고 넌 기껏해야 스캔들 상대일 뿐이야.”

“뭐라고?”

연다인이 임슬기의 뺨을 후려친 순간 임슬기는 몸이 휘청하며 넘어질 뻔했다.

“이 년이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임슬기,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

연다인은 임슬기를 바다로 끌고 가더니 마주 보며 섰다. 하도 세게 잡아당겨서 고통이 밀려온 임슬기는 손을 빼내려고 힘껏 발버둥 쳤다.

그런데 연다인이 그녀를 보며 기괴하게 웃었다.

“임슬기, 우리가 함께 물에 빠지면 정우가 누굴 구할까?”

말이 끝나자마자 연다인은 임슬기가 발버둥 치는 힘을 이용하여 뒤로 넘어지더니 해변을 향해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

“슬기야, 이러지 마.”

순간 멈칫한 임슬기가 손을 거두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를 바닷속으로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곧이어 짠 바닷물이 목구멍으로 들어왔다.

바로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려왔다.

“다인아, 다인아.”

임슬기의 남편 배정우였다. 하지만 그가 부른 이름은 그녀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녀는 발버둥 치며 배정우를 부르려 했지만 입을 벌리면 짜고 쓴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와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배정우는 양복 재킷을 벗을 겨를도 없이 연다인이 빠진 깊은 바다로 헤엄쳐 갔다. 임슬기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든 말든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그녀가 수영을 못 한다는 걸 까맣게 잊은 듯했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발을 굴러 겨우 수면 위로 올라와 힘겹게 해변으로 기어갔다.

고개를 돌려보니 배정우가 연다인을 안고 온몸이 젖은 채 바다에서 걸어 나온 다음 구급차에 태우고 있었다.

임슬기의 마음은 차가운 바닷물처럼 얼어붙었다.

수영할 줄 아는 연다인과 달리 임슬기는 수영할 줄 몰랐다. 그런데도 배정우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 사람이 정말 그녀를 평생 사랑하겠다고 약속했던 남자란 말인가?

바닷물이 섞인 눈물이 임슬기의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바닷물이 섞여 그런지 더욱 짜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임슬기를 힘껏 잡아당겼는데 고개를 들자마자 어두운 눈빛과 마주쳤다.

“임슬기, 죽고 싶어? 절대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아.”

임슬기는 배정우를 멍하니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정우야.”

배정우는 축 늘어진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다시 바닥에 내던지면서 협박했다.

“임슬기, 다시 죽을 생각했다간 죽지 못해 사는 게 뭔지 똑똑히 보여줄 거야.”

“정우야, 대체 왜?”

‘대체 왜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어쩌다가 지난 사랑이 다 보잘것없는 게 돼버렸지?’

배정우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

“2년 전에 이미 대가를 치렀어야 했어.”

임슬기는 손을 뻗어 배정우를 붙잡으려 했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죽으려 한 적이 없었다. 단지 이혼하여 그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임슬기가 깨어났을 땐 이미 병원에 입원한 후였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았는데 배정우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의사가 침대 끝에 서서 화를 냈다.

“임슬기 씨, 빨리 죽고 싶지 않으면 좀 가만히 있어요. 왜 바닷물에 뛰어들고 그래요?”

화들짝 놀란 임슬기가 당황한 표정으로 의사를 바라봤다.

“그게... 죄송합니다.”

“저한테 사과해서 무슨 소용이에요? 이건 임슬기 씨 목숨이에요. 제발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임슬기는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친분도 없는 의사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몸이 너무 야위어서 바람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 겨우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아직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는데 뺨을 세게 얻어맞고 말았다. 곧이어 배정우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슬기, 다인이 임신한 거 뻔히 알면서 일부러 바닷가로 데려가? 다인이를 죽일 생각이었어?”

임슬기는 순간 머리가 윙 했다.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배정우를 바라보았다.

서로 사랑할 때 배정우는 그녀를 때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젠 연다인이 임신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가차 없이 때렸다.

임슬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배정우는 분노하면서 목을 조르고 벽에 밀어붙였다.

“임슬기, 다인이 너 때문에 유산했어. 너 또 사람을 죽였다고. 알아?”

‘유산? 또 사람을 죽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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