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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Author: 동그라미

1 화

Author: 동그라미
“임슬기 씨, 폐암 말기입니다. 길어봤자 6개월 정도 남았어요.”

‘폐암?’

임슬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27살밖에 안 됐는데 폐암이라고? 그것도 말기?’

그녀는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선생님, 확실합니까?”

“임슬기 씨 맞아요?”

임슬기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확실합니다. 아직 젊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건 알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알려드려야 하니까요. 지금이라도 입원해서 치료받으면 희망이 조금 있으니까 당장 입원하시죠.”

‘입원?’

그녀는 고개를 숙여 검사 결과서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폐암 말기라는 네 글자가 그녀의 가슴을 후벼 파는 것만 같았다.

‘나 아직 젊은데 폐암 말기라니...’

3년 전까지만 해도 임슬기는 명인시 임씨 가문의 딸이었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배씨 가문 사모님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

임씨 가문이 사라졌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으며 남동생도 행방불명이 되었다. 게다가 임슬기가 사랑했던 남자도 그녀에게서 마음이 떠났고 이젠 목숨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

‘내가 뭐 하늘이 노할 짓이라도 저질렀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임슬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폐암 말기인데 입원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입원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에서 나온 그녀는 넋이 나간 나머지 막연하기만 했고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도 생각나질 않았다.

2년 전 유산하고 폭우가 쏟아지던 그날, 배정우는 임슬기를 별장 밖으로 내쫓았다. 그 바람에 그녀는 밤새 비를 맞았다. 아마도 그때 폐암이 생겼을 가능성이 컸다.

그녀는 목적 없이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파도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는데 그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곳은 4년 전 임슬기와 배정우가 처음 만났던 해변이었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눈앞에 4년 전 그들의 모습이 마치 영화처럼 나타났다. 그런데 모든 게 갑자기 깨져버리더니 배정우가 차갑게 노려보았다. 그 모습은 임슬기를 뼛속까지 미워하는 듯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을까?

임슬기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아 검사 결과서를 꽉 움켜쥐었다.

어쩌면 이 사랑도 그녀의 생명처럼 끝내야 할 때가 왔나 보다.

그녀는 해변으로 내려가 허리를 굽혀 신발과 양말을 벗은 다음 차가운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차라리 이혼하자.’

최고의 사랑은 놓아주는 것이라 했다. 그렇게 그녀를 미워한다면 이혼해서 서로에게 자유를 돌려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시작되었으니 이곳에서 끝을 내야 했다.

임슬기는 배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빠?”

전화기 너머로 배정우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무슨 일로 전화했어?”

“나 지금 바닷가 왔는데 널 만나고 싶어.”

그러자 배정우가 코웃음을 쳤다.

“임슬기, 제발 좀 귀찮게 하지 마. 너랑 있을 시간 없어.”

“정우야, 우리 이혼하자.”

배정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임슬기가 계속하여 말했다.

“주소 보내줄게. 와서 얘기해.”

전화를 끊은 그녀는 배정우에게 주소를 보낸 후 휴대폰을 꺼버렸다.

그녀는 답을 듣는 게 두려웠다. 답을 듣긴 해야겠지만 이 기회에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주소를 보면 그가 마음이 흔들리진 않을까 하는 기대도 조금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임슬기의 뒤에서 갑자기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슬기,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정우의 동정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연다인이 바닷가에 서서 이미 바닷물에 발을 담근 임슬기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

“정우가 널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아? 네가 죽으면 오히려 기뻐할걸?”

임슬기는 가슴을 칼로 도려내듯 아팠다.

그녀와 배정우는 자유연애 끝에 결혼했다. 그때 그녀는 임씨 가문의 딸이었고 그는 명인시 최고의 재벌이었다. 집안 형편도 비슷해서 그야말로 모두가 선망했던 커플이었다.

결혼할 당시 배정우는 임슬기를 평생 아껴주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임슬기가 유산하고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배정우는 실종되기라도 한 것처럼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나타났을 땐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임슬기에게 차갑게 대했고 매일 밤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씨 가문은 부도났고 아버지는 투신자살했으며 남동생도 행방불명이 되었다.

임슬기는 배정우가 적어도 위로는 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함뿐이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실망에서 점차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때마침 폐암 말기 진단까지 받은 터라 이혼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그녀의 절친인 연다인이 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녀가 자살할 줄 알고 올 생각도 없었던 건가?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그러자 연다인이 피식 웃었다.

“정우는 회의할 때 항상 휴대폰을 나한테 맡겨. 어떻게 알았을 것 같아?”

임슬기는 창백한 입술을 깨물었다.

“연다인, 난 널 친구라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내 남편을 탐내고 있었던 거야?”

“탐낸다고?”

연다인이 비웃으며 말했다.

“임슬기, 기억 상실증 걸렸어? 지난 2년 동안 정우가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항상 내가 따라갔잖아. 그것만 봐도 모르겠어?”

그 소리에 임슬기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당연히 잊지 않았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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