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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6 화

Penulis: 동그라미
권민도 배정우의 눈빛이 변한 걸 눈치채고 급히 물었다.

“대표님, 우리...”

그런데 뜻밖에도 배정우가 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임슬기를 엄청 걱정한다, 너?”

그 말에 권민은 입을 다물었고 더는 임슬기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배정우도 다시 병원에 돌아가지 않고 사무실에 남아 업무를 처리했다. 하지만 이유 없이 짜증이 났고 모든 신경이 임슬기에게 가 있는 듯했다.

‘만약 정말로 무슨 일이 있다면 나한테 전화했겠지. 전화가 없는 걸 보면 아무 일 없다는 거야.’

...

다음 날 아침이 돼서야 비가 그쳤다.

임슬기는 몸을 떨며 이불 속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밤새 잠을 자지 못한 탓에 가뜩이나 허약한 몸이 더욱 약해졌다. 게다가 간밤에 천둥과 번개가 치는 비에 놀라 약을 먹는 것도 잊어서 계속 기침을 했다.

갑자기 목에서 피비린내가 전해졌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고 입을 막은 채 화장실로 달려가 토했다. 그러고는 침대 머리맡 서랍에서 약병을 꺼내 약 두 알을 입에 넣고 물도 없이 삼켰다.

임슬기는 벽에 기대앉아 먼 곳의 벽을 멍하니 바라봤다.

‘내가 다인이를 다치게 했다고 정우가 벌을 주는 건가? 빚을 진 게 있다면 다시 돌려줄 수 있는데. 제발 나 좀 놔줬으면 좋겠어. 죽더라도 배씨 가문 사모님으로 죽고 싶지 않아.’

방에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었다.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거라곤 어제 권민이 가져다준 국수 한 그릇뿐이었다.

임슬기는 벽을 잡고 테이블로 걸어갔다. 면이 불어서 국물이라곤 한 방울도 없었고 쉰내도 풍겼다. 그녀는 국수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임씨 가문 외동딸인 임슬기는 10살 때 유괴당한 것 외에는 고생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면서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그녀는 점점 불행해졌다. 이제는 이런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신세가 돼버렸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임슬기도 그리 불쌍한 것만은 아니었다. 적어도 이건 사람이 먹는 음식이니까. 내일도 갇혀 있으면 그땐 비누를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국수가 시고 딱딱했지만 임슬기는 맛있게 먹었다. 심지어 먹을 게 없어질 것을 대비하여 절반 남겨두었다.

잠이 부족한 상태라 밥을 먹고 다시 잠들었다.

꿈속에서 배정우가 임슬기의 목을 조르며 왜 죽지 않냐고 물었다.

거의 질식할 것 같던 그때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덧 어두컴컴한 밤이 되었다.

그 후 며칠이 더 지났다.

국수에 구더기가 생겼고 임슬기는 그 구더기마저 같이 먹었다.

아직 죽을 수 없었다. 죽기 전에 반드시 동생을 찾아야 하니까.

또 다른 밤 누군가 문을 세게 열었다. 임슬기는 침대에 웅크리고 있다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는 점점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바라봤다.

“누... 누구야?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상대방과 맞서 싸우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그림자가 멈추더니 코웃음을 쳤다.

“역시 아직 안 죽었네.”

‘이 목소리는... 정우?’

임슬기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배정우가 술 냄새를 풍기며 침대 위에 있는 그녀를 덮치더니 턱을 세게 잡았다.

“사흘이나 됐는데도 살아있다니. 아무튼 넌 정말 질겨.”

임슬기는 마음이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

‘벌써 사흘이나 갇혀 있었구나. 내가 절대 죽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제정신이 아니라 그런지 생각도 혼란스러웠다. 임슬기는 배정우의 얼굴을 보며 자신을 비웃었다.

“근데 있잖아. 나 곧 죽는데.”

그 한마디에 배정우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믿지 않았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네가 죽는다고? 말도 안 돼.’

배정우는 그녀의 옷을 거칠게 찢어버리더니 탐욕스럽게 입을 맞췄다. 마치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려는 듯했다.

임슬기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배정우의 힘이 너무 강해서 겨우 숨만 쉬고 있는 그녀의 상대가 전혀 아니었다.

살려고 계속 버텼지만 정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배가 고파 비누까지 반 조각이나 먹은 상태라 배가 불편했고 폐도 계속 아팠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임슬기가 꿈쩍도 하지 않자 배정우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임슬기, 죽은 척하지 마.”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제야 당황하기 시작한 배정우는 임슬기의 얼굴을 툭툭 치기도 하고 몸도 흔들었다.

몸이 삐쩍 마른 임슬기는 흔들기만 해도 어딘가 부러질 것 같았다.

배정우는 그녀의 코에 손을 대고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그 순간 벌떡 일어나더니 불을 켤 겨를도 없이 임슬기를 안고 허둥지둥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본 권민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대표님?”

“운전해, 빨리. 병원으로 가.”

권민은 서둘러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배정우가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임슬기가 갑자기 깨어나더니 그녀를 안고 있는 배정우를 바라봤다.

“정우야.”

임슬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정우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임슬기가 눈을 뜨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배정우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역시 안 죽을 줄 알았어. 대체 언제 죽는 척하는 방법까지 배운 거지? 이제부터 조금이라도 동정해서는 안 되겠어. 임슬기 넌 동정받을 자격도 없어.’

배정우는 핏발이 선 두 눈으로 임슬기의 목을 졸랐다.

“임슬기, 날 속이려고 죽은 척한 거였어?”

임슬기는 숨쉬기 힘들어 얼굴을 찌푸린 채 겨우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녀는 죽은 척한 게 아니라 정말로 기절했었다. 하지만 해명해도 배정우가 믿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임슬기가 갑자기 칼을 꺼냈다. 순간 움찔한 배정우는 그녀의 목을 조르던 손을 내려놓았다.

“임슬기, 뭐 하려는 거야? 날 죽이려고?”

이 칼은 배정우가 올 때를 대비해서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다. 하지만 그를 죽이려고 준비한 건 아니었다.

임슬기는 고개를 내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정우야, 나 때문에 다인이가 아이를 잃고 또 다쳤다고 했지? 내가 질투심이 강해서 다인이한테 빚을 졌다고 했잖아.”

배정우는 임슬기가 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 그저 차갑게 노려보기만 했다.

하지만 마음이 이유 없이 아팠다. 분명히 2년 전에 마음이 떠났는데 왜 또 아픈 것일까?

그때 임슬기가 칼을 들더니 갑자기 자신의 배를 쿡 찔렀다. 그녀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마지막 힘을 다해 배정우에게 말했다.

“이 칼로 빚을 갚을 테니까 제발 나 좀 놓아줘.”

그러고는 정신을 잃었다.

배정우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온몸이 굳어버렸다. 오른손은 여전히 임슬기의 목을 조르고 있었지만 붉은 피를 본 순간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머릿속에 임슬기의 마지막 한마디가 맴돌았다.

“제발 나 좀 놓아줘.”

임슬기는 자유를 위해,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죽은 척까지 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려고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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