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부인의 말은 그의 정곡을 찔렀다. 윤중성이 흠칫하더니 바로 마음을 그런 적 없다는 듯 말했다.“형수님,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형님 빨리 죽으라고 온 거라니! 전 형님 친동생이에요. 형수님이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어요?”“말 잘했어요. 친형제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죠? 당신 딸이 찾아온 거도 모자라 이젠 아들까지 데리고 와서 행패를 부려요?”평온했던 그녀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부릅뜬 눈에는 충혈이 되어 있었고 몸마저 부들부들 떨었다.윤중성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한 눈치였다.‘딸이 왔었다니?’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설아가 병문안을 다녀갔나요?”“시치미 떼지 마세요! 이틀 전에 설아가 왔었어요. 큰아버지가 아프다고 병문안 온 건 줄 알았는데 그 애가...... ”그녀가 나오는 눈물을 삼키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의사가 백건씨를 겨우 진정시켜 놓았는데 이젠 당신들까지 와서 행패를 부리니.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못 만나게 막을 거예요!”“......”윤중성 뿐만 아니라 윤소겸도 놀란 모습이다.마음속에 의심이 가득한 윤소겸이 윤 부인에게 물었다.“큰어머니,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누나가 와서 뭘 했나요? 큰아버지 병문안 온 게 아니었나요? 저와 아버지는 정말로 병문안 온 거예요. 다른 마음을 품고 온 게 아니라고요. 누나가 다녀간 건 저희도 모르는 일이에요.”윤 부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정말?”윤중성이 연거푸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형수님, 요 며칠간 회사에 사건이 많이 터진 거 아시잖아요. 그거 때문에 바빠서 다른 일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설아가 언제 다녀간 건지도 모른다고요. 그 애가 와서 무슨 말을 했나요?”윤 부인이 윤중성을 스윽 바라보았다. 그가 한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그를 한참 바라보더니 마지못해 그날 일에 대해 입을 열었다.“그날 설아가 와서 백건씨에게 회사에 일어난 일을 다 말해줬어요. 그리고 또
윤중성과 윤소겸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병원에서 나왔다. 주차장으로 가는 내내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에 올라서야 윤소겸이 참지 못하고 침묵을 깨뜨렸다.“아버지...... ”윤소겸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윤중성이 그의 말을 끊었다.“어쩌면 겸이 네 말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주차장으로 오는 내내 윤중성은 윤소겸이 했던 말을 생각했다. 그의 마음이 복잡해졌다.윤 부인의 말은 그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윤설아가 자기보다 먼저 여기에 올 줄을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윤백건의 인감까지 가져가려 하다니.‘설아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윤설아가 회사를 대신 관리 하려고 도장을 가지러 왔다는 건 윤설아가 회사를 자기 손에 넣으려 했다는 뜻이다.하지만 그의 앞에서 분명히 동생을 잘 보좌하겠다고 다짐했던 그녀가 뒤에서 이런 일을 벌인다는 건 정말 상상조차 못 한 일이다. 자기 손에서 길러진 말 잘 듣는 딸이 자기 몰래 이런 일을 벌이다니.‘이거 외에 또 무슨 짓을 저질렀을까?’윤중성의 말을 들은 윤소겸이 흠칫하더니 말했다.“아버지, 제 말이 맞았죠? 제가 누나에게 편견이 있는 게 아니라 누나가 제게 편견이 있는 거라고요! 봐요, 누나가 지금 아버지 몰래 큰아버지의 인감도장을 달라고 했다는 건 뒤에서 무슨 짓을 더...... ”윤소겸은 지금 자기의 아버지가 윤설아에게 실망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중성의 표정이 더욱 안 좋게 변하는 걸 보았다.그가 더 말하지 않아도 아버지가 그의 뜻을 알 거라고 생각했다.윤중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두운 낯빛으로 운전에만 집중했다. 윤소겸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나서야 힘겹게 입을 열었다.“넌 먼저 집에 가 있어. 이번 일은 아버지가 해결할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겠으니 넌 잠자코 집에서 기다려!”“네, 아버지.”윤소겸은 마음이 홀가분 해졌다.아직 일이 모두 해결된 게 아니지만 윤설아가 이런 짓을 버렸다는 걸 윤중성이 알았으니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나
윤 부인의 말을 생각하면 할수록 윤중성은 분노에 휩싸였다.‘설아야, 윤설아! 넌 정말 대단한 아이구나.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그는 곧바로 집으로 갔다. 주차하자마자 차에서 뛰어 내리고는 성큼성큼 집으로 들어갔다.“윤설아!!”그는 높은 언성으로 윤설아의 이름을 불렀다. 지금 당장 그녀에게서 설명을 들어야겠다.“무슨 일이에요?”윤중성의 목소리를 들은 요영이 걸어 나왔다. 손에는 금방 탄 레몬차를 들고 있었다.“뭣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셨어요? 설아 지금 집에 없어요. 무슨 일인데요?”“무슨 일? 당신이 잘 키운 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요?”윤설아가 집에 없다는 말에 윤중성은 더욱 분노했다.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그가 손을 번쩍 들더니 요영의 얼굴을 힘껏 쳤다.“짝!”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요영은 피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뺨을 맞아 버렸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 그녀의 얼굴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컵마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세게 맞은 요영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그녀는 울지도 난리를 피우지도 않았다. 오히려 냉정한 모습이었다. 차갑게 윤중성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모습은 소름 돋을 만큼 섬뜩했다.“뭐 하는 짓이에요?”“난......”그녀의 뺨을 한 대 때린 후에야 윤중성이 정신을 차렸다. 높게 부어오른 그녀의 얼굴을 보자 순간 조금 후회가 되었다.결혼하고 지금까지 아무리 싸우고 다퉈도 그녀에게 손을 댄 적은 없었다. 오늘은 정말 화가 나서 미쳤나 보다.후회도 잠시 스쳐 지나가는 것뿐이었다. 그는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았다.“요영, 윤설아가 오늘 일을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우린 끝인 줄 알아요.”윤중성은 너무 화가 나 심한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윤설아가 자기 몰래 윤백건의 권력을 빼았아 가려는 건 자기 손에서 몰래 권력을 빼앗아 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믿고 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만약 이 모든 게 진짜라면 겸이 일도 윤설아가 꾸민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
“왜, 내 말이 틀렸나요?”윤중성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자기가 한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그는 이게 공평한 거라고 생각했다.“허!”요영이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그래요. 우리 설아를 너무 예뻐해서 그 아이가 능력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떠한 권력도 주지 않았죠. 설아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온건 모두 자기 힘으로 올라간 거예요. 당신이 뭘 줬는데요? 당신은 오로지 밖에서 나은 아들만 예뻐했어요. 모든 걸 윤소겸한테만 물려주려고 생각하면서 설아 생각은 한번이라도 해봤나요?”"........."그 누구도 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윤중성은 잠시 멍해졌다.“설아는 나중에 시집갈 거잖아요! 시집가면 더 이상 우리 윤씨 가문의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그 아이에게 회사를 물려줄 수 있겠어요!”“전에도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죠. 설아는 확실히 능력 있고 일 처리도 잘해요. 만약 설아가 아들이었다면 얼마든지 회사를 물려줄 수 있어요. 그런데 설아는 딸이잖아요. 언젠가 남의 집으로 시집갈 딸! 내가 예전에 아들 하나 더 가지자고 말했는데 당신이......”요영은 윤설아를 낳은 후 몸이 많이 안 좋았다.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윤중성이 진고은과 바람을 피운 것이다. 나중에는 그녀와 아들까지 낳았다. 이럼에도 요영이 계속 참아왔던 이유는 윤중성이 그들을 단 한 번도 윤가로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그녀는 남편에게 큰소리를 낼 능력조차 없었다.하지만 지금......“내가 못나서 미안해요. 내가 아들을 못 낳으니, 당신이 우리 설아에게 이렇게 한 거였네요. 설아에게 이렇게 하는 게 정말 잘해주는 거고, 공평하다고 생각하세요?”“어느 가문이 딸을 후계자로 삼나요! 가서 물어봐요. 딸에게 회사를 물려줄 사람이 있는지!”윤중성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는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요영의 실망 어린 눈을 보자 문득 떠올랐다.“그래서 당신 모녀가 이런 함정을 판 건가요?”
윤중성이 요영의 손을 들어 자기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요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홱 빼냈다.“나이 먹고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윤중성! 오늘 할 말 다 해야겠어요. 당신이 밖에서 다른 여자와 아이를 낳은 건 내게 모욕감을 줬어요. 세상 어디를 뒤져봐도 다른 여자와 자기 남편을 나눠 가질 여자는 없어요. 하지만 나 요영은 많은 일을 겪어본 여자예요. 어떤 게 중요한 일인지 그 정도 구분은 한다고요. 내가 질투에 눈이 멀어 회사에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일을 했을 거 같아요?”윤중성은 그녀의 말에 속아 넘어갔다. 그녀와 딸에 대한 의심도 모두 사라졌다. 그가 요영의 어깨를 살짝 주무르며 말했다.“그래요. 부인 말이 다 맞아요. 내가 잘못 했어요. 내가 나쁜 놈이에요. 감히 당신과 설아를 의심하다니!”“하지만 요영. 지금 형님과 형수님은 우리에게 화가 나 있는 상태에요. 회사를 순순히 내놓으려 하지 않으니,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오늘 형님 병문안을 갔다 왔는데 형수님이 막는 바람에 얼굴도 보지 못하고 나왔어요. 혹시 형수님이 회사를 차지 하려는 게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들었다고요.”“당신 정말 바보예요!”요영이 어이없다는 듯 윤중성을 쓱 보았다.“형님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몰라요? 그 여자는 그럴 마음이 있어도 힘이 없는 사람이에요. 회사를 관리할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고요.”그녀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어 말했다.“지금 형님이 회사를 놓아주지 않는 건 조건을 걸려 하는 거예요. 내 생각에 형님 쪽은 쉽게 해결할 수있을 거 같아요.”사실 요영은 따로 생각해 둔 게 있었다. 설아가 윤백건을 찾아간 일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윤 부인 그 여자가 난데없이 강하게 나오는 바람에 도장을 받기는커녕 바로 쫓겨 나왔다.오늘 윤중성도 문전박대를 당했다.자기 남편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아들마저 죽었으니 그 여자가 회사 권력을 갖고 있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회사를 관리 할 줄 모르는 건 둘째 치고 설령 안다 해도 누구 하나 그녀의 말을 들을
마지막 한 가닥의 희망을 놓지 못한 윤중성이 진고은의 향수도 감정을 맡겼다. 결과는 여전했다. 그녀의 향수에서도 금지 성분이 검출되었다.그 조향사는 아직 소식이 없다. 게다가 언론에는 그 조향사가 다른 조향사의 신분을 도용한 가짜 조향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신분을 도용했다는 것도 사실 맞지 않은 표현이다. 그 조향사의 이름은 찰릭이었고 신분 도용을 당한 진짜 유명한 조향사의 이름은 찰리였다. 엄밀히 말하면 그냥 이름 한 끗의 차이였다.이런 사기 방식은 자주 볼 수 있는 사기 방식이었다. 뉴스에서 이미 여러 번 이런 사기 수법을 폭로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국제적으로 유명한 조향사의 신분을 도용하여 사기를 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사기 수법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진작에 발견할 수 있는 문제였다. 당시 윤소겸은 있는 인맥 없는 인맥 다 동원하고 돈도 많이 썼다. 이 조향사를 찾았을 때 그가 금발에 파란 눈인 외국인이라는 것만으로도 그는 조향사의 신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돌아가서 검색해 보니 이 조향사가 얼마나 많은 상을 받았고 또 얼마나 천재적인지를 알려주는 자료들이 수두룩 나왔지만 정작 조향사의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 윤소겸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를 철석같이 믿고 향수 개발에 들어갔다.그 조향사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조향사가 아니었지만, 향수에 대해 완전히 모르지는 않았다. 초급 실력으로 만든 향수가 사람을 해칠 정도로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슨 생각으로 금지 성분을 추가 했는지 결국 일을 크게 만들었다.대윤 그룹의 향수 프로젝트는 관련 부서에서 제작 허가를 취하하고 감독 관리 권력마저 가져갔다. 이제 이 사건은 더 이상 회사 내부의 일이 아니다. 사건이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르자, 윤중성이 아들을 지키고 싶어도 더는 지킬 수 없게 됐다.“설아야, 네가 무슨 방법 좀 찾아봐. 절대 겸이를 감옥에 보낼 수 없어!”윤중성은 마음이 급했다. 이번 일은 회사에서 소식을 덮고 소비자들에게 배상만 좀 하면 해결
“회사의 규모가 크니 우리를 적대시하는 사람은 적지 않아. 향수에 문제가 생겼으니 당연히 동종업계 종사자가 아닐까?”“동종업계......”“아빠, 동종업계끼리 서로 견제하려고 벌인 일이라고 하면 돼!”——대윤 그룹에 큰 사건이 터진 것 때문인지 조향 협회에서도 조사를 도우러 갔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일은 잠시 내버려 두게 되었다.원래부터 이 일이 귀찮았던 한소은은 이렇게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조향 자격증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그런 자격증이 아니다. 국내 협회가 만들어 낸 규정으로 이게 없으면 향수 제작을 할 수 없다 라는게 정말 황당한 일이다.조향사란 직업은 노력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다. 천재적인 재능도 있어야 좋은 향수를 만들 수 있다.하지만 천재적 재능이란 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이런 쓸데없는 자격증을 논하며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조향하지 못하게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이렇기 때문에 한소은은 그 자격증을 더욱 따고 싶지 않았다. 이론만 가득하고 실용성이 하나도 없는 교육 내용은 그저 시간만 낭비할 뿐이고 형식주의다.하지만 이 사람들이 이토록 형식주의인 이런 것에 집착할지는 꿈에도 몰랐다.정하진을 대표로 두고 서른여 명의 조향사가 그녀의 몇 가지 죄목을 나열하여 그녀가 이 업계에 더는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청문을 올렸다.업계 봉쇄 공문을 받아본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이 무서워서 놀란 건 아니다. 그저 그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게 웃길 뿐이다.청원 서류에 이름을 썼던 서른여 명의 조향사 중 대부분은 듣도 보도 못한 조향사들이었다. 심지어 그들과 안면도 없었다. 그들 중 대부분 사람은 조향 협회의 사람이다. 지금 이렇게 청원까지 하면서 그녀를 업계에서 내쫓으려 한다.‘당신들이 뭔데 날 내쫓으려 해?’아직 많은 사람이 청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실검 1위에 오르게 되었다. 심지 향수 금지 성분 사건마저 누르고 실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분명 그들이 돈을 들여
“만약 조향협회 쪽에서 환아에게 압력을 가한다면?” 소은이 반문했다.“그게…….”이연은 멍하니 소은을 바라봤다.“설마!”“대기업인 환아가 조향협회 따위를 겁내겠어?”소은이 이연을 바라보며 웃었다.“조향협회가 단순한 민간 단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조향협회에 국내 유명 조향사가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들이 연합해서 누군가에게 압력을 가한다면, 그것이 향수 생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조향협회의 이사, 회장 등의 직위를 맡은 사람들은 단순한 조향사가 아니야.”“실제로 조향협회 내에는 정치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 많아. 협회가 조향업의 절반쯤은 통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조향업의 권위자는 각종 업계 규정을 제정할 수 있고, 다른 기업의 제품에 대해서 지적도 할 수 있어. 심지어…… 기업이나 조향사가 협회에 밉보이면, 이후의 제품 생산이나 개인 활동에 제약을 받기도 하지.”이것이 바로 소은이 협회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였다. 본래의 취지와 의의를 잊어버리고, 길을 벗어났기 때문이었다.“이렇게 된 마당에 웃음이 나오니? 빨리 방법이나 생각해!”이연은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김서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그리 큰 어려움을 없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소은의 말대로라면, 그것은 환아가 해낼 수 있는 일도, 더군다나 김서진이 맞설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꽃에 둘러싸인 정자 위에 누워 한가롭게 차나 마시고 있을 수는 없었다.“급할 거 뭐 있어?”소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들이 누군가의 조향 활동을 제재하려고 한다 해도 그건 내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때리든 죽이든 그들 마음이지. 우리 같은 조향사가 해야 할 일은 더 좋은 향수를 만드는 일뿐이야.”실제로 소은에게 있어서 조향사로서 가장 최우선 순위는 조향이었으며,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그런데…….”소은은 말을 하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맞다! 방법이 있어!”어리둥절한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