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면에서 윤설아는 확실히 그보다 경험이 많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마침 문 어귀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노형원과 눈을 마주쳤다. 윤소겸이 막 입을 열려고 하자 윤설아가 먼저 말했다."나 잠깐 봐!”그녀는 노형원을 사무실로 불러들여 방문을 닫았다. 커튼은 닫지 않아 밖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표정이 굳은 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향수 사건이겠지.밖에서 서성이던 윤소겸의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그 여자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 여자가 누군가의 돈을 받고 일부러 그들을 모함하려 했을 것이다.윤소겸은 윤설아의 사무실 앞에서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이내 자리를 떠났다.사무실에서 노형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윤설아의 시선은 줄곧 바깥을 주시하고 있었다. 윤소겸의 그림자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그제야 엄숙했던 표정을 풀었다. 그녀가 노형원에게 사무실 밖을 보라고 눈짓했다.“그 멍청이가 어디로 갈지 알아맞혀 봐?"노형원이 담담히 물었다.“어디로 가겠어. 그 멍청한 자식이 좋은 아이디어라도 떠올랐을까 봐?"윤설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녀는 윤소겸을 자신의 상대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다음 단계는 네 차례야, 그 조향사 쪽, 아무 문제 없지?”“당연하지. 모두 계획대로 되고 있어." 노형원이 주먹을 주었다 피며 웃었다."이제 성공이 눈앞이야. 이 일만 잘 끝나면 앞으로 윤 부사장이 아니라 윤 사장으로 불러야겠네.”“그만 해, 난 그 멍청이가 아니야. 듣기 좋은 말 몇 마디 했다고 내 처지를 잊어 버리진 않지.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잊지 마. 일 잘하시는 큰아버지가 아직 계시잖아.”그녀는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다. 윤백건이 아직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은근히 불안했다. 윤백건은 그녀에게 있어서 시한폭탄과도 같은 사람이다.“네 큰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잖아. 너에게 아무런 위협도 가할 수 없는 게 아닌가?" 노형원은 대
한소은이 과일과 죽을 들고 오이연을 보러 왔다.이 계집애는 직장을 그만둔 후 작업실을 도와주다가 오히려 밥 먹는 시간이 불규칙해졌다. 어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전화를 받고 그녀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서한에게서 아주 경미한 위궤양일 뿐 별일 아니라는 말을 들은 한소은이 그제서야 안심하고 아침 일찍 죽과 과일을 사서 병원으로 달려왔다.“누가 나더러 밥 잘 챙겨 먹으라고 매일 잔소리 했지? 그러는 넌, 밥 먹는걸 잊어버린다는 게 말이 돼?”말은 모질게 했지만, 이내 죽을 덜어 작은 그릇에 옮겨 담았다.“지금 네 위장 기능이 약해서 소화가 잘되는 것만 먹을 수 있대. 이제 아무리 먹고 싶어도 맛있는 걸 못 먹게 됐네."한소은이 병실 침대에 걸터앉아 죽을 후후 불며 오이연을 힐끗 쳐다보았다. 꽃처럼 이쁘게 웃는 그녀를 보고 욕을 해야 할지 같이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웃음이 나와?”“당연하지. 네가 이렇게 잔소리하는 거 정말 오랜만이다." 오이연은 달콤하게 웃었다. 물론 이 달콤함은 한소은이 그녀를 보러 온 것 때문만이 아니다.어떤 말솜씨가 서툰 남자가 전화로 그녀의 목소리가 안 좋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한밤중에 달려와 위가 아파 옴짝달싹 못 하는 그녀를 병원에 데려왔다. 또 밤새 잠도 자지 않고 그녀를 돌보았고, 아침밥도 챙겨준 후에야 병원을 떠났다.그의 보살핌에 오이연은 무척이나 감동했다.“너 진짜 아프구나? 병원에 있는 게 그렇게 좋아?" 한소운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지만 이내 죽을 떠서 오이연의 입 가까이에 가져다주었다."입이나 벌려!얌전히 입을 벌리고 죽을 받아먹던 오이연이 웃으며 말했다."맞아, 나 지금 많이 아파. 안 아프면 왜 병원에 있겠어.”“말은 참 잘해. 내가 지금 말해두는데, 앞으로 또다시 밥 제대로 챙겨 먹지 않으면 그땐 정말......”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실 바깥에서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여러 사람이 우르르 달려가는 소리가 전해져 왔다.병실 문을 닫지 않아 문 앞을 뛰어가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야."한소은이 일어나서 병실 문을 닫고 다시 돌아와 오이연에게 죽을 먹였다.이 바닥은 정말이지 하루도 빠짐없이 일이 터진다. 그녀들과 상관이 없는 이상,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도 없고 어떤 일인지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오이연은 죽 두 그릇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바나나를 먹었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아마도 그 기자들이 다시 돌아가는 소리일 것이다. 그제야 병실 밖이 조용해진 것 같았다.“이참에 푹 쉬어. 지금 작업실도 별로 바쁘지 안잖아. 다른 거 생각할 필요도 없어. 네 몸만 회복되면 쉬고 싶어도 못 쉬게 할거야."한소은이 그녀에게 말했다.“언니, 테마 시리즈 프로젝트 진행 중이잖아?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아?"리사의 그 테마 향수에 대해 오이연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급해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싶었다.이건 작업실 오픈 후의 첫 번째 주문이기 때문이다. 첫걸음을 잘 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아직 주제를 완전히 정하지 못했지만, 초보적인 계획은 짜두었어.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정할 거야. 그때면 너도 회복됐을 거고, 같이 프로젝트 진행하면 돼 안심해, 너 빼고 하진 않을 테니까!"한소은이 웃으며 오이연에게 농담을 했다. 그녀는 진작에 리사 쪽 회사와 접촉하고 있었다. 다만 그쪽에서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다.이 프로젝트를 넘겨받게 된다면 이런 일들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한 걸음만 잘못 가도 다른 사람이 허점을 파고들어 그녀를 공격하게 될 수 있다.과거의 그녀라면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껏 많은 풍파를 겪고, 한 번 또 한 번의 모함을 당한 후에야 얻은 교훈이다.다행히도 모두 잘 헤쳐 나왔고, 그녀의 곁에는 줄곧 그 사람이 그녀를 가르치고 보호하고 있었다.“이 여자가 미쳤구나......”누군가가 갑자기 병실 문을 걷어차며 힘껏 열었다. 입구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어리둥절 한 세 쌍
“소은 언니, 왜 그래?”이연은 문을 닫으러 간다고 했던 그녀가 늦도록 돌아오지 않을뿐 더러 문뒤에 숨어 있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쉿!”그녀는 손짓을 하더니 곧이어 말했다.“좋은 구경거리가 생겼어.”그년의 말을 들은 이연은 어이가 없었다. “...... .” 방금전에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했던가 사람이 누군가 싶었다.한소운이 왜 이토록 저 구경거리에 흥미를 느끼는지 그녀는 모른다. 한소운은 그 사람이 시끌벅적 떠들고 있을 때 불현듯 저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났기 때문이다.저 사람은 바로 윤중성의 서자인 윤소겸이다.저 사람을 알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조현아로부터 들은바, 그때 당시 노형원은 대윤 그룹에 가입하여 향수 산업에 진출할 것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 부를 개설하고 향수를 개발하는데 몰입했는데 주요 책임자가 노형원이라고 했었다.그러나 지금은 그가 어떻게 대윤 그룹의 프로젝트팀장으로 됐는지, 또 어떻게 그가대윤 그룹에 섞여 들어갔는지 알 길이 없다. 전에 그와 애증이 교차한 사이 인지라 그의 음모에 빠져들지 않도록 조현아는 그녀를 일깨워 주었다.“뭔가 너를 노리면서 프로젝트 제기하고 이 일을 하는 것만 같아.”그때 당시 한소운은 웃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이 일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 그녀는 단지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줄곧 해 온 것이지 결코 누군가를 라이벌로 삼은 적이 없었다.“사랑”이라는 두 글자로만 이유가 충분했고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었다.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대윤 그룹의 그 프로젝트가 정식으로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책임자가 바뀌게 되었는데 새로 온 책임자가 바로 윤소겸이다.그중에 숨겨진 이유는 사실 비밀도 아니다. 윤소겸은 윤중성의 서자이고 아빠가 아들을 높은 곳에 올려보내려면 자연히 공을 세우고 업적을 쌓을 기회를 줘야하므로 애꿎은 노형원만 희생양이 되어버린 셈이다.노형원의 일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이 없었기에 그녀는 사후 어떻게 되었는지도
“윤 팀장님 말씀은 회사 손실이 우선이고 미나씨의 몸 상태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입니까? ” 기자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윤소겸은 바보가 아니다. 그는 기자의 덫을 알아차렸다.“미나씨의 몸 상태가 가장 우선입니다. 다만 확실한 증거도 없이 우리 회사 향수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시 우리 회사에 대한 비방과 모독으로 여겨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미나씨의 치민원이 바로 귀사의 향수라는 병원의 검사 보고서가 있습니다. 의심할 바도 없는 확실한 증거인데 윤 팀장님은 언제까지 인정하지 않을 겁니까? 어떠한 증거를 원하시는 겁니까?”“윤 팀장님, 지금 이렇게 달려와서 죄를 묻고 있는데, 미나씨한테 말을 바꾸게 하려는 것 아닙니까?”“대윤 그룹은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 이 일을 억누르려는 것입니까?”“미나씨도 알레르기가 있다는 건 많은 소비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향수에 금지 성분이 함유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도 자자하던데 어떻게 안전 검사를 통과해서 출시했는지 설명해 주시죠. 이익교환이 있는 거 아닙니까?“소비자들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윤 팀장님이 얼렁뚱땅 비방이라며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비방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왜 법적 절차를 밟지 않습니까?”기자들은 마치 준비라도 하고 온 듯 한마디씩 주고받아 윤서겸은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처음에는 침착하게 한 두 마디 하면서 대응했으나 기자 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이러한 경험이 없었던 그는 말문이 막혀 말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당신들...... ,당신들...... .”“윤팀장님,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면 기자들도 당신을 모독한다고 말하시게요?”“......”그는 감히 대중의 분노를 살 수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이곳에 와서는 안 되는 것을 깨닫고 회사에서 다들 가지 말라고 극구 자신을 말린게 이해됬다.그의 모든 분노는 병상에 누워있는 양미나에게 쏟아졌다. 주변에 매체가 많아 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무슨 말을 하든 신중해야 했
이어 언론은 모두 물러났다. 어차피 녹음하고 싶었던 것, 생각지도 못한 것, 모조리 녹음됐으니 돌아가서 편집하고 후기를 더한 뒤 원고를 쓰면 그만이다.이번 뉴스는 전에 한소운의 향수에 독을 넣은 것과 비교될 만큼 어쩌면 더욱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길지도 모른다.한소운에 관한 그 사건은 단지 한 단락씩 연결된 녹음뿐이었지, 아무것도 완전하게 실증할 수 없었다. 게다가 환아의 배경이 강하고 홍보팀도 능력이 뛰어났기에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안되서 단번에 꺾어버렸다. 게다가 발표회까지 열어 완벽하게 세탁했을 뿐만 아니라 큰 후폭풍도 가져왔었다. 지금은 환아의 향수가 보양으로 쓰일수도 병도 치료할 수 있다며 불가사의하게 전해지고 있다.그 사건이 있은 후, 한소운은 이미 환아에서 사직했다는 말을 듣고 모든 사람이 그녀가 이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 계속 아씨로 남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오히려 스스로 작업실을 차리고 자기만의 브랜드를 창립하려고 한다고 소문이 퍼졌었다.이 여인이 하려고 하는 일은 정녕 가늠이 안 된다.그러나 대윤 그룹의 이번 사건은 다르다. 그들은 처음으로 향수 산업에 발을 들여놓았고 처음 등장한 향수로서 시장에 들어서기 전 부터 대대적으로 선전하여 시장에 내놓자마자 동나고 제품 고갈상태까지 이르렀다.그러나 뽐낸 지 이틀도 안 되었는데 겨우 이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스캔들이 났다.이번에는 연결된 녹음도 흐릿한 동영상도 아니다. 인증 물증이 모두 갖추어져 있으므로 대윤 그룹은 이번에 어떻게 해석하고 빠져나갈지 감이 안 선다.유명 모델로서 홍보력과 영향력을 충분히 갖춘 양미나가 저곳에 버젓이 누워있고 병원 보고서가 곧 물증인데 설마 조작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조작이라면 일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누가 감히 병원과 결탁하여 가짜 보고서를 내고 고작 대윤 그룹을 상대하려고 이런 위험한 일을 할 수 있겠는가?그러므로 이 일은 진짜와 가짜를 막론하고 누가 옳고 그른가도 막론하며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최고다. 기자들은
집에 돌아온 윤중성은 바로 딸을 찾아갔다.“설아야, 설아 아직 안 돌아왔어?”급하게 난리치는 그와 달리, 요영은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텔레비전 앞에서 느긋하게 말했다.“회사에 있겠죠. 왜 오늘 이렇게 일찍 왔어요?”“큰일 났어요! 회사에서 설아가 분명히 나가는 걸 보고 따라왔는데 왜 아직 안온거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다급하게 말하는 그에게 요영이 이상하다는 듯이 대답했다.“당신이 더 이상해요. 설아가 가는 걸 봤으면 부르면 되지, 일이 있는데 말하지도 않고. 꼭 집까지 돌아와서 찾아야 해요?”“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회사는 사람이 많고 말이 전달되기 쉬워서 곤란해요. 집에서 얘기하고 싶은데, 왜 아직 안온건지…….”윤중성은 매우 화가 나서 말하면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다가,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더욱 초조해졌다.“아, 휴대폰도 꺼져 있다니!”“어쩌면 무슨 볼일이 있는 걸지도 몰라요. 걔가 항상 퇴근할 때마다 바로 집에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렇게 급해서 뭘 해요, 별일 없을 거예요.”그녀가 몸을 기울여 찻잔에 물을 따르고 느긋하게 마시며 말했다.“걔는 괜찮겠지만, 나는 괜찮지 않아요! 회사에 일이 있다구요! 큰일! 알기나 해요?”히스테리적인 외침이 지붕을 뚫고 나올 것 같았다.그를 힐끗 쳐다본 요영 여사는,“지금 나한테 소리 지른 거예요? 회사에 큰일이 생긴들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 가정주부가 집안만 관리할 줄 알죠. 윤씨 집안의 잡다한 일과, 그 많은 고모들, 이모들… 이런거요. 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것도 도울 수가 없네요.”라며 여전히 느긋하게 답했다.“아무튼 당신이랑은 말이 안통해요!”손을 휘저으며 계속 초조하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꺼져 있는 휴대폰.바로 이때, 그의 시선이 요영이 보고 있는 텔레비전으로 꽂혔다. 뉴스 생방송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는 게 보였다. 무척 산만하고 시끄러운 화면이었지만, 그 중 가장 큰 소리가 들려왔다.“이건 비방이고, 모독입니다!”“회사
“아버지, 정말 지금은 못 가요. 밖에 기자들도 많고 보는 눈이 많아요, 문을 나서기만 하면 바로 다 주목할 거예요.”화가 나기는 했지만, 사실이니 윤중성도 어쩔 도리가 없다.원래 이런 일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 마련. 또 병원에 달려가 한바탕 소란을 피우면 모든 기자와 파파라치들이 또 득달같이 달려와서 그의 잘못을 잡으려고 기다릴 것이다.“그래, 그럼 그쪽에 얌전히 있어. 내가 기회를 봐서 찾으러 갈게. 명심해, 절대 외출하지 말고, 나타나지도 말고, 다른 사람 전화는 더 받지 말고! 대외적으로는 절대 모르는 척해. 모든 일은 회사에서 처리한다, 알아들었니?”윤소겸은 이미 모든 생각을 잃고 정신없이 벌벌 떨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요영이 ‘허’하고 코웃음을 쳤다.“거기 간다고요?”“…….”윤중성은 눈썹을 비틀며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그녀를 위로해줄 마음 따위 없는 상태다.“언제적 일인데, 그만 좀 질투해요! 확실하게 말하는데, 이번 일이 잘못되면 모두 끝장나는 거예요!”겁주는 말인 듯했지만, 확실히 이번 일은 심각하다.매스컴들은 모두 누울 자리를 보고 발 뻗는 놈들이다. 좋은 자리만 잡으면 바로 득달같이 달려들고 몰려든다. 윤중성은 모자를 찾아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나서, 잠시 망설이더니 자신의 차는 두고 택시를 불러 진고은의 집으로 달려갔다.급히 도착하여 한참 동안 문을 두드린 후에 안에서 작은 소리로 되묻는 것을 들었다.“누구세요?”“나에요, 빨리 문 열어요!”문이 열리자마자 곧장 휙 들어가 재빨리 문을 닫았다. 안전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팽팽하던 긴장감이 좀 느슨해졌다.“아버지……”윤소겸이 맞은편 자리에 서서 작은 소리로 불렀다.“이 반역자야! 천하의 몹쓸 놈!”입에서 욕이 나오며 손을 휘둘러 치려고 했지만 진고은이 단번에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다 큰 애를 때려서 뭐해요, 소용 없으니 그만 두세요.”“당신도 애가 맞을 짓을 한 건 알고 있군. 얘가 저지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