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팀장님 말씀은 회사 손실이 우선이고 미나씨의 몸 상태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입니까? ” 기자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윤소겸은 바보가 아니다. 그는 기자의 덫을 알아차렸다.“미나씨의 몸 상태가 가장 우선입니다. 다만 확실한 증거도 없이 우리 회사 향수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시 우리 회사에 대한 비방과 모독으로 여겨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미나씨의 치민원이 바로 귀사의 향수라는 병원의 검사 보고서가 있습니다. 의심할 바도 없는 확실한 증거인데 윤 팀장님은 언제까지 인정하지 않을 겁니까? 어떠한 증거를 원하시는 겁니까?”“윤 팀장님, 지금 이렇게 달려와서 죄를 묻고 있는데, 미나씨한테 말을 바꾸게 하려는 것 아닙니까?”“대윤 그룹은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 이 일을 억누르려는 것입니까?”“미나씨도 알레르기가 있다는 건 많은 소비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향수에 금지 성분이 함유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도 자자하던데 어떻게 안전 검사를 통과해서 출시했는지 설명해 주시죠. 이익교환이 있는 거 아닙니까?“소비자들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윤 팀장님이 얼렁뚱땅 비방이라며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비방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왜 법적 절차를 밟지 않습니까?”기자들은 마치 준비라도 하고 온 듯 한마디씩 주고받아 윤서겸은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처음에는 침착하게 한 두 마디 하면서 대응했으나 기자 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이러한 경험이 없었던 그는 말문이 막혀 말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당신들...... ,당신들...... .”“윤팀장님,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면 기자들도 당신을 모독한다고 말하시게요?”“......”그는 감히 대중의 분노를 살 수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이곳에 와서는 안 되는 것을 깨닫고 회사에서 다들 가지 말라고 극구 자신을 말린게 이해됬다.그의 모든 분노는 병상에 누워있는 양미나에게 쏟아졌다. 주변에 매체가 많아 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무슨 말을 하든 신중해야 했
이어 언론은 모두 물러났다. 어차피 녹음하고 싶었던 것, 생각지도 못한 것, 모조리 녹음됐으니 돌아가서 편집하고 후기를 더한 뒤 원고를 쓰면 그만이다.이번 뉴스는 전에 한소운의 향수에 독을 넣은 것과 비교될 만큼 어쩌면 더욱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길지도 모른다.한소운에 관한 그 사건은 단지 한 단락씩 연결된 녹음뿐이었지, 아무것도 완전하게 실증할 수 없었다. 게다가 환아의 배경이 강하고 홍보팀도 능력이 뛰어났기에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안되서 단번에 꺾어버렸다. 게다가 발표회까지 열어 완벽하게 세탁했을 뿐만 아니라 큰 후폭풍도 가져왔었다. 지금은 환아의 향수가 보양으로 쓰일수도 병도 치료할 수 있다며 불가사의하게 전해지고 있다.그 사건이 있은 후, 한소운은 이미 환아에서 사직했다는 말을 듣고 모든 사람이 그녀가 이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 계속 아씨로 남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오히려 스스로 작업실을 차리고 자기만의 브랜드를 창립하려고 한다고 소문이 퍼졌었다.이 여인이 하려고 하는 일은 정녕 가늠이 안 된다.그러나 대윤 그룹의 이번 사건은 다르다. 그들은 처음으로 향수 산업에 발을 들여놓았고 처음 등장한 향수로서 시장에 들어서기 전 부터 대대적으로 선전하여 시장에 내놓자마자 동나고 제품 고갈상태까지 이르렀다.그러나 뽐낸 지 이틀도 안 되었는데 겨우 이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스캔들이 났다.이번에는 연결된 녹음도 흐릿한 동영상도 아니다. 인증 물증이 모두 갖추어져 있으므로 대윤 그룹은 이번에 어떻게 해석하고 빠져나갈지 감이 안 선다.유명 모델로서 홍보력과 영향력을 충분히 갖춘 양미나가 저곳에 버젓이 누워있고 병원 보고서가 곧 물증인데 설마 조작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조작이라면 일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누가 감히 병원과 결탁하여 가짜 보고서를 내고 고작 대윤 그룹을 상대하려고 이런 위험한 일을 할 수 있겠는가?그러므로 이 일은 진짜와 가짜를 막론하고 누가 옳고 그른가도 막론하며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최고다. 기자들은
집에 돌아온 윤중성은 바로 딸을 찾아갔다.“설아야, 설아 아직 안 돌아왔어?”급하게 난리치는 그와 달리, 요영은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텔레비전 앞에서 느긋하게 말했다.“회사에 있겠죠. 왜 오늘 이렇게 일찍 왔어요?”“큰일 났어요! 회사에서 설아가 분명히 나가는 걸 보고 따라왔는데 왜 아직 안온거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다급하게 말하는 그에게 요영이 이상하다는 듯이 대답했다.“당신이 더 이상해요. 설아가 가는 걸 봤으면 부르면 되지, 일이 있는데 말하지도 않고. 꼭 집까지 돌아와서 찾아야 해요?”“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회사는 사람이 많고 말이 전달되기 쉬워서 곤란해요. 집에서 얘기하고 싶은데, 왜 아직 안온건지…….”윤중성은 매우 화가 나서 말하면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다가,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더욱 초조해졌다.“아, 휴대폰도 꺼져 있다니!”“어쩌면 무슨 볼일이 있는 걸지도 몰라요. 걔가 항상 퇴근할 때마다 바로 집에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렇게 급해서 뭘 해요, 별일 없을 거예요.”그녀가 몸을 기울여 찻잔에 물을 따르고 느긋하게 마시며 말했다.“걔는 괜찮겠지만, 나는 괜찮지 않아요! 회사에 일이 있다구요! 큰일! 알기나 해요?”히스테리적인 외침이 지붕을 뚫고 나올 것 같았다.그를 힐끗 쳐다본 요영 여사는,“지금 나한테 소리 지른 거예요? 회사에 큰일이 생긴들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 가정주부가 집안만 관리할 줄 알죠. 윤씨 집안의 잡다한 일과, 그 많은 고모들, 이모들… 이런거요. 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것도 도울 수가 없네요.”라며 여전히 느긋하게 답했다.“아무튼 당신이랑은 말이 안통해요!”손을 휘저으며 계속 초조하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꺼져 있는 휴대폰.바로 이때, 그의 시선이 요영이 보고 있는 텔레비전으로 꽂혔다. 뉴스 생방송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는 게 보였다. 무척 산만하고 시끄러운 화면이었지만, 그 중 가장 큰 소리가 들려왔다.“이건 비방이고, 모독입니다!”“회사
“아버지, 정말 지금은 못 가요. 밖에 기자들도 많고 보는 눈이 많아요, 문을 나서기만 하면 바로 다 주목할 거예요.”화가 나기는 했지만, 사실이니 윤중성도 어쩔 도리가 없다.원래 이런 일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 마련. 또 병원에 달려가 한바탕 소란을 피우면 모든 기자와 파파라치들이 또 득달같이 달려와서 그의 잘못을 잡으려고 기다릴 것이다.“그래, 그럼 그쪽에 얌전히 있어. 내가 기회를 봐서 찾으러 갈게. 명심해, 절대 외출하지 말고, 나타나지도 말고, 다른 사람 전화는 더 받지 말고! 대외적으로는 절대 모르는 척해. 모든 일은 회사에서 처리한다, 알아들었니?”윤소겸은 이미 모든 생각을 잃고 정신없이 벌벌 떨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요영이 ‘허’하고 코웃음을 쳤다.“거기 간다고요?”“…….”윤중성은 눈썹을 비틀며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그녀를 위로해줄 마음 따위 없는 상태다.“언제적 일인데, 그만 좀 질투해요! 확실하게 말하는데, 이번 일이 잘못되면 모두 끝장나는 거예요!”겁주는 말인 듯했지만, 확실히 이번 일은 심각하다.매스컴들은 모두 누울 자리를 보고 발 뻗는 놈들이다. 좋은 자리만 잡으면 바로 득달같이 달려들고 몰려든다. 윤중성은 모자를 찾아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나서, 잠시 망설이더니 자신의 차는 두고 택시를 불러 진고은의 집으로 달려갔다.급히 도착하여 한참 동안 문을 두드린 후에 안에서 작은 소리로 되묻는 것을 들었다.“누구세요?”“나에요, 빨리 문 열어요!”문이 열리자마자 곧장 휙 들어가 재빨리 문을 닫았다. 안전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팽팽하던 긴장감이 좀 느슨해졌다.“아버지……”윤소겸이 맞은편 자리에 서서 작은 소리로 불렀다.“이 반역자야! 천하의 몹쓸 놈!”입에서 욕이 나오며 손을 휘둘러 치려고 했지만 진고은이 단번에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다 큰 애를 때려서 뭐해요, 소용 없으니 그만 두세요.”“당신도 애가 맞을 짓을 한 건 알고 있군. 얘가 저지른
“아버지, 제가 이번 일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정말 저를 원망하실 게 아니에요. 저도 도대체 누구한테 미움을 산 건지 모르겠어요. 그 양미나가 일부러 저를 괴롭힌 거에요! 전부 저를 모함하고 있다구요!”윤소겸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됐어. 양미나는 원래 알레르기가 없어. 나도 사진과 동영상을 다 확인했어. 분명히 가짜가 아니었지. 그리고 병원 검사 보고서도…….”윤중성이 손을 흔들며 반박하자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윤소겸이 말했다.“다 계산된 거예요! 그 여자가 스스로 향수에 손발을 담그고 저를 모함하려고 했어요!”“…….”윤중성은 말없이 소파에 앉았다.“그 여자가 왜 너를 모함하니? 떳떳하지 못한 원한 관계라도 있는거야?”할 말이 없는 윤소겸.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저는 이유를 모르지만, 틀림없이 모함한 거예요! 향수에는 문제가 절대 없어요, 제가 장담해요!”직접 모든 과정을 감독하고 국제적으로 유명한 조향사를 초청했는데, 어찌 사고가 날 수 있겠는가.아무리 생각해도 양미나가 그때 무슨 일을 벌린 게 틀림없다. 어쩌면 원래 알레르기 체질이었을지도? 아니면 다른 사람이 지시한 걸까? 정말 후회스럽다. 진작 알았다면 이렇게 쓸데없는 일이 많이 생기는 국내 모델들을 사용하지 않았을 터.“아버지, 애초에 예산을 좀 더 많이 주셨더라면 외국 유명 모델을 쓸 수 있었을 거에요, 그럼 이런 일도 없었겠죠.”이런 생각에 미치자, 윤소겸은 원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말같지도 않은 소리!”화가 난 윤중성이 손가락질을 하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욕설을 뱉었다.“내가 너한테 예산이 제한돼 있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니? 그렇게 조향사도 외국에서, 모델도 외국에서 최고급으로 데려올 거면 차라리 지구 밖으로 가서 외계인이라도 데려오지 그래!”“…….”아들이 가득 욕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얼른 진고은이 끼어들었다.“그렇게 욕해서 뭐해요. 아들 말도 맞잖아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브랜드가 얼마나 중요한데. 이름
“그래, 아버지도 널 믿는다!”윤중성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잘 생각해 봐. 양미나랑 상담할 때 뭐가 잘못된건지, 그래서 미움을 산 건지. 혹시 전에 그 여자의 요구를 안 들어준 적이 있었니? 아니면 네가 제시한 가격이 마음에 안 들었거나?”둘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는데, 당시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후에 보복을 당한걸지도.“없어요.”곰곰이 회상하던 윤소겸이 고개를 저었다.“얘기할 때 분위기는 그냥 좋았어요. 제가 제시한 가격에도 바로 동의했구요. 촬영할 때도 정상이었고 어떤 특별한 요구도 없었어요. 정말 호흡이 잘 맞았어요.”모든 일이 순조로워서 이상하다고 여길 게 없었는데, 그래서 더욱 이런 치명타는 상상치도 못했다.“그럼 이상한데…….”그 때, 옆에 있던 진고은이 말했다.“저는 알아요!”“당신이 안다고?!”윤중성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말해 봐요, 당신이 아는 게 뭔지!”“양미나가 그렇게 한 이유는!”윤중성을 흘겨보던 진고은은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당신 때문이에요.”“나?!”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한 윤중성이 반박했다.“그만 좀 해요!”“당신이야말로 그만해요! 당신 때문이라구요!”진고은은 지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생각해 봐요, 양미나가 누구에요?”“모델!”“그래요, 모델이 어떤 사람이에요?”“…….”진고은의 어이 없는 물음에 윤중성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모델이 모델이지, 당신 도대체 왜 모델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거야?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해. 지금 수수께끼라도 하자는 거야?”“흥! 모델은 연예계 사람이잖아요, 바보!”“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당연히 상관이 있죠. 당신 집에 있는 그 사람을 생각해 봐요. 전에 어떤 짓을 했는지. 다 그쪽 사람들이잖아요. 일부러 우리 소겸이를 모함하고, 고의로 실수하게 한 거예요!”진고은의 머릿속은 교모하게도, 사실의 절반을 맞혔다. 단지 윤설아와 노형원 부분을 추측하지 못했을 뿐. 모든 원망과 예
진고은은 매우 불쾌했다. 이게 요영에 대한 두둔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어째서 상관없다는 거죠? 다 그쪽 사람들이잖아요. 당신이 그렇게 소겸이를 소중히 생각하는데, 그 여자가 원한을 품고 우리 두 모자를 해치려 하는 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말할수록 감정이 올라와 그녀는 아들을 껴안고 또 울기 시작했다.“우리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프니, 내 새끼, 어렵게 세상에 나가서 뭐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한테 모함이나 당하다니…….”“제발, 쓸데없는 생각 좀 하지 마요! 요영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크게 호통을 치며 윤중성이 말했다.“그 여자도 일의 무겁고 가벼운 정도는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이건 단순히 여자들 사이의 가벼운 질투가 아니라 윤씨 집안과 관계된 일이에요. 윤씨 집안을 무너뜨려서 그 여자한테도 좋을 게 없다는 거 당신도 잘 알고 있겠죠. 그 여자가 그렇게 멍청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한바탕 호통에 진고은의 감정이 조금 진정되고, 옆에 있던 윤소겸도 옷자락을 가볍게 잡아당기며 말했다.“어머니, 아닐 거예요. 아마 상업상의 경쟁자가 저지른 일인 것 같아요. 다 제가 경험이 부족한 탓이니 저를 원망하세요!”그도 처음 일이 발생했을 때는 많이 당황했지만 소동이 지나고 나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자신이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 게다가 어머니의 말에 찬성한다 해도 지금 아버지는 분명히 믿지 않을 것이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억지를 부릴 필요는 없지.아들의 태도를 보고 윤중성은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급한 일은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방법을 생각해서 일을 순조롭게 끝내는 거야.”“그럼… 어떻게 하죠?”진고은은 전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판매직 일자리를 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윤중성과 만나면서 그만두고 지금까지 줄곧 이렇게 지내왔기 때문에 아무런 경험도 없을 수밖에. 그나마 사회와 완전히 동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모두 윤중성이 그녀의 곁에 있는 시간이 적었기
그러나 이 고요함도 결국 깨질 것이다.“큰어머니.”두 손으로 서류봉투를 쥐고 선 윤설아가 병실 문 밖에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했다.“설아야, 네 마음은 알지만 큰아버지가 지금 손님을 만날 수 없는 몸 상태야.”“저도 큰아버지 쉬시는 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회사에 중요한 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말씀을 청해야 해요. 게다가 제가…….”설아가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한 손으로 이마의 잔머리를 쓸어넘기며 이어서 말했다.“제가 손님도 아닌걸요! 편하게 대하셔요.”“하지만…….”여전히 망설이는 사이에 병실에서 기침 소리가 들리며 가래 뱉는 소리가 들렸고, 윤백건이 입을 열었다.“설아라고…? 빨리 들어오게 해요!”그의 말을 들은 윤 부인이 복잡한 눈으로 설아를 쳐다보고는 한 걸음 양보했다. 설아가 기뻐하며 병실로 들어가니, 깨끗이 정리된 병실이 보였다. 한쪽 궤짝에 놓여 있는 꽃 덕분에 은은한 꽃향기까지 가득한 곳. 하지만 그곳에 누워있는 윤백건은 온몸이 크게 야위어 보였고 누르스름한 얼굴에 안색도 별로 좋지 않았다.“큰아버지, 안색이 참 좋으셔요!”눈도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윤설아.“아유, 좋긴 뭐가 좋아! 몸이 하루하루 이렇게 안좋아지고 있는데!”콜록콜록… 몇 마디 말도 못하고 또 기침이 시작됐다.“그럴리가요!”베개를 조절해서 기댈 수 있게 해준 뒤 윤설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냥 조금 편찮으신 거예요. 휴양만 잘 하면 금방 나을 거예요. 근데 평소에 그렇게 건강하셨는데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안좋아지셨어요?”윤백건이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멀쩡한 사람도 병 얘기가 나왔다 하면 금방 이렇게 되더라고. 사람이 이 나이가 되면 다 이렇게 늙는거야. 참, 너네 아버지랑 어머니도 평소에 좀 더 주의하라고 해, 신체검사도 자주 하고. 작은 병도 빨리 발견해야지, 나처럼 되지 말고!”이어서 또 심한 기침을 하는 등을 두드리며 윤설아가 말했다.“아유, 조급해하지 마시고 천천히 말씀하세요.”“설아는 정말 좋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