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고은은 매우 불쾌했다. 이게 요영에 대한 두둔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어째서 상관없다는 거죠? 다 그쪽 사람들이잖아요. 당신이 그렇게 소겸이를 소중히 생각하는데, 그 여자가 원한을 품고 우리 두 모자를 해치려 하는 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말할수록 감정이 올라와 그녀는 아들을 껴안고 또 울기 시작했다.“우리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프니, 내 새끼, 어렵게 세상에 나가서 뭐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한테 모함이나 당하다니…….”“제발, 쓸데없는 생각 좀 하지 마요! 요영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크게 호통을 치며 윤중성이 말했다.“그 여자도 일의 무겁고 가벼운 정도는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이건 단순히 여자들 사이의 가벼운 질투가 아니라 윤씨 집안과 관계된 일이에요. 윤씨 집안을 무너뜨려서 그 여자한테도 좋을 게 없다는 거 당신도 잘 알고 있겠죠. 그 여자가 그렇게 멍청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한바탕 호통에 진고은의 감정이 조금 진정되고, 옆에 있던 윤소겸도 옷자락을 가볍게 잡아당기며 말했다.“어머니, 아닐 거예요. 아마 상업상의 경쟁자가 저지른 일인 것 같아요. 다 제가 경험이 부족한 탓이니 저를 원망하세요!”그도 처음 일이 발생했을 때는 많이 당황했지만 소동이 지나고 나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자신이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 게다가 어머니의 말에 찬성한다 해도 지금 아버지는 분명히 믿지 않을 것이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억지를 부릴 필요는 없지.아들의 태도를 보고 윤중성은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급한 일은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방법을 생각해서 일을 순조롭게 끝내는 거야.”“그럼… 어떻게 하죠?”진고은은 전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판매직 일자리를 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윤중성과 만나면서 그만두고 지금까지 줄곧 이렇게 지내왔기 때문에 아무런 경험도 없을 수밖에. 그나마 사회와 완전히 동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모두 윤중성이 그녀의 곁에 있는 시간이 적었기
그러나 이 고요함도 결국 깨질 것이다.“큰어머니.”두 손으로 서류봉투를 쥐고 선 윤설아가 병실 문 밖에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했다.“설아야, 네 마음은 알지만 큰아버지가 지금 손님을 만날 수 없는 몸 상태야.”“저도 큰아버지 쉬시는 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회사에 중요한 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말씀을 청해야 해요. 게다가 제가…….”설아가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한 손으로 이마의 잔머리를 쓸어넘기며 이어서 말했다.“제가 손님도 아닌걸요! 편하게 대하셔요.”“하지만…….”여전히 망설이는 사이에 병실에서 기침 소리가 들리며 가래 뱉는 소리가 들렸고, 윤백건이 입을 열었다.“설아라고…? 빨리 들어오게 해요!”그의 말을 들은 윤 부인이 복잡한 눈으로 설아를 쳐다보고는 한 걸음 양보했다. 설아가 기뻐하며 병실로 들어가니, 깨끗이 정리된 병실이 보였다. 한쪽 궤짝에 놓여 있는 꽃 덕분에 은은한 꽃향기까지 가득한 곳. 하지만 그곳에 누워있는 윤백건은 온몸이 크게 야위어 보였고 누르스름한 얼굴에 안색도 별로 좋지 않았다.“큰아버지, 안색이 참 좋으셔요!”눈도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윤설아.“아유, 좋긴 뭐가 좋아! 몸이 하루하루 이렇게 안좋아지고 있는데!”콜록콜록… 몇 마디 말도 못하고 또 기침이 시작됐다.“그럴리가요!”베개를 조절해서 기댈 수 있게 해준 뒤 윤설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냥 조금 편찮으신 거예요. 휴양만 잘 하면 금방 나을 거예요. 근데 평소에 그렇게 건강하셨는데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안좋아지셨어요?”윤백건이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멀쩡한 사람도 병 얘기가 나왔다 하면 금방 이렇게 되더라고. 사람이 이 나이가 되면 다 이렇게 늙는거야. 참, 너네 아버지랑 어머니도 평소에 좀 더 주의하라고 해, 신체검사도 자주 하고. 작은 병도 빨리 발견해야지, 나처럼 되지 말고!”이어서 또 심한 기침을 하는 등을 두드리며 윤설아가 말했다.“아유, 조급해하지 마시고 천천히 말씀하세요.”“설아는 정말 좋은 아
윤설아는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 말은, 요즘 오빠가 바빠서 잘 없잖아요, 그럼 제가 바로 딸이죠! 제가 오빠를 대신해서… 아니지, 제가 잘 돌봐드릴게요!”허둥지둥한 행동이 누가 봐도 이상한데, 윤백건 같은 눈치 빠른 사람한테는 말할 것도 없을 터. 단지 병이 난 것일 뿐, 결코 머리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목을 잡은 손에도 아직 힘이 들어가 있었다.“아니야! 분명히 둘 다 나한테 숨기는 일이 있는거지? 도대체 무슨 일이야?”아내를 바라보며 엄하게 말하는 순간, 윤 부인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물만 흘릴 뿐 말을 잇지 못했다. 아내에게서 답을 얻지 못하자 다시 앞에 있는 사람을 쳐다본 윤백건.“설아야, 말해봐! 내가 줄곧 너를 그렇게 아끼고 딸처럼 키웠는데, 방금 뭐라고 했지? 최웅이, 어떻게 됐다고?”“큰아버지, 묻지 마시고 몸부터 챙기세요!”윤백건은 설아를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힘껏 침대를 두드렸다.“나를 더 화나게 하고싶니?!”“이러지 마세요. 제가, 제가 말씀드릴게요.”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힌 윤설아가 흐느끼며 울었다.“며칠 전에 진해 쪽에서 소식이 왔는데, 오빠가 재료를 찾다가 독사에 물렸는데 제대로 치료도 안하고…….”뒷말은 없었지만, 누구라도 알아맞힐 수 있었다. 윤설아가 울음을 터뜨리고 옆에 있던 윤 부인도 몸을 돌려 눈물을 닦았다. 천천히 손을 놓은 윤백건이 큰 충격에 오히려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윤설아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빛이 사람을 두렵게 한다.“큰아버지…….”“너 지금 농담하는 거 맞지? 웅이는 괜찮아. 밖에서 멋대로 돌아다니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 한 번도 애 먹인 적 없는 자식인데, 아니야, 괜찮을 거야…….”고개를 저으며 마치 넋 나간 것처럼 말을 반복하고 있다.“큰아버지, 이러지 마세요! 오빠가 없어도 제가, 저희 모두 함께 있잖아요, 절대 이상한 생각 하지 마세요!”윤설아가 초조하게 말했다.“지금
쾅!병상에 세게 찧는 소리가 울렸다.“큰아버지!”윤설아가 놀라서 소리치고, 옆에 있던 윤 부인이 얼른 달려들었다.“의사, 의사를 불러야 해!”당황하여 얼른 침대 머리맡의 긴급 호출 벨을 누르자 곧 의사와 간호사가 달려들어 그들을 나가게 한 후 응급처치를 했다. 문밖에 선 윤 부인의 모습이 한순간에 폭삭 늙어 보인다. 온몸에 정신이 없고 눈물만 줄줄 흘리는 모습. 원래 몸이 좋지 않은 그녀인데, 지금은 더욱 바람에 쓰러질 듯하다. 윤설아가 그녀 곁에 서서 휴지 한 장을 건네주었다.“…….”휴지를 받지 않은 채 고개를 든 윤 부인의 두 눈동자에 원망과 분노가 가득했다.“왜 그런 말을 했지? 네 큰아버지가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걸 모르니?”“저도 고의는 아니었어요. 그냥 실수로… 여쭤보시는데 대답을 안할 수 없었어요.”억울해하는 모습으로 윤설아가 대답했다.“실수? 분명히 고의였어! 그리고, 너 웅이의 일은 어떻게 안 거지?”윤 부인이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몸이 좋지는 않았지만, 정신만은 매우 뚜렷했다.“그건…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희도 회사도 모두 오빠의 행방에 관심이 많았어요. 큰아버지가 이렇게 오랫동안 편찮으시니 항상 오빠가 돌아와서 효도하고 인수인계도 받아야 하는데 어쩌다가…….”윤설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어서 말했다.“큰어머니, 지금 매우 슬프시다는 거 알아요, 저도 너무 슬퍼요. 큰아버지도 상심이 크실 거예요. 하지만, 평생 속일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이렇게 계속 오빠에 대한 오해와 원망으로 걱정만 끼쳐드리는 것보다 진실을 알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윤설아가 닫힌 병실 문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문이 시선을 가로막고 있고, 위쪽에도 창문이 없어 안의 상황이 어떤지 볼 도리가 없다. 응급처치가 어떻게 되어가는지는 몰라. 다만 방금 전의 상태로 보아 큰아버지는 아마도… 평소에 그렇게 건장하던 사람이 이렇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설아 네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네가 이런 짓을 하다니!”윤 부인
윤씨 부인이 화가 잔뜩 나서는 손가락으로 병실을 카리켰다."지금 너의 큰아버지는 안에 누워서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데 너는 꼭 이렇게 틈을 타서 권력을 빼앗아야겠니?설아야,넌 비록 우리의 딸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린 네가 커오는 걸 지켜봐 왔어.근데 넌 너의 큰아버지에게 이 정도의 효심도 없니?한시라도 기다릴 수 없을 만큼?""제가 기다릴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기다릴 수 없어요."설아는 한숨을 내쉬며 물건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큰어머니,큰어머니께서는 회사일에 관여하지 않으셔서 많은 일들을 잘 모르세요.지금 회사가 이렇게 큰 어려움과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저도 마음이 조급해요.회사를 돕고 싶어서.다만...저에겐 그럴만한 정당한 신분이 없어서 도울 수가 없어서 그래요.""저 지금 물려받지 않아도 돼요.기다리라면 기다려도 돼요.하지만 더 기다렸다간 큰아버지를 귀찮게 할 사람이 저뿐만이 아닐지도 몰라요.그러니 그럴 바에는 이 곤란한 일을 저한테 맡기시라는 거죠.큰어미니의 말이 맞아요.큰아버지와 큰어머니께서 제가 자라는 모습을 봐오셨는데 제가 어찌 두 분을 돌보지 않겠어요?그러니 안심하세요.제가 이 회사를 맡는다 해도 반드시 두 분께 계속 효도할 거예요."설아는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큰오빠도 안 계시는데 저를 딸로 여기세요.제가 꼭 두 분을 잘 모실게요."윤씨 부인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설아를 쳐다보았다.눈물은 이미 눈시울을 가득 채웠지만 끝까지 떨어지지 않게 했다.잠시 후,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너의 큰아버지의 개인 도장과 회사의 열쇠는 지금 나한테 없어.이틀만 기다려줘.만약 너의 큰아버지가 이 고비를 넘길 수만 있다면, 이틀 후 그 물건들을 모두 너에게 줄 게.""정말이세요?"설아의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하지만 확신이 가지 않았다.그래서 흥분된 감정을 억누르며 다시 물었다.윤씨 부인이 후회라도 할 까봐."네 말이 맞아.설웅이도 이젠 없고 나와 너의 큰아버지의 건강도 좋지 않아져서 아직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윤씨
"대체 언제까지 연기를 해야 돼요?"그녀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남편을 도와 함께 연극을 하겠다고 약속한 순간부터 그녀의 마음은 좋았던 적이 없었다.그녀는 원래 거짓말을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하지만 며칠 간격으로 각종 앙큼한 마음을 품고 병문안을 온 사람들을 대응하며 그들의 능청스러운 태도、각종 마음에도 없는 칭찬들을 들어야 했으니.이전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남편이 “병이 나서” 입원한 이후로 그녀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광경들을 수도 없이 보았다.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떠보다가 나중에는 점차 냉담해졌고.지금은...친조카딸,친동생마저 모두 찾아와 권력을 빼앗으려 하고있다."어제 중성이가 왔다 갔었지?"그는 창밖을 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어제 그때 그는 자고 있었고 밖에서는 말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었다.마지막엔 아마 그를 보지도 못하고 돌아갔겠지."네."윤씨 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금방 링거를 맞고 쉬고 있으니 당분간은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먼저 돌아가라고 했어요.""부녀지간이 각자의 생각이 있는가 보군!"그는 낮게 웃으며 감개무량하게 말했다."설마 중성이 정말 그 사생아에게 산업을 모두 맡길 작정인 걸까요?"윤씨 부인이 한숨을 쉬었다."영이가 중성이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뒷바라지를 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영이가 얼마나 속상하겠어요.""당신은 제수씨가 정말 그렇게 현숙하고 온순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나?"윤백건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입가의 웃음이 차가웠다.바깥의 햇빛이 그의 몸에 쏟아졌지만 커튼이 오히려 빛을 절반이나 가렸다.비록 그는 지금 이곳에 숨어서 전략을 세우고 전반 국면을 장악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나쁜 점도 많았다.예를 들면 한동안 제대로 햇볕도 쬐지 못하고 바람도 쐬지 못했다는 점.병실에서 햇볕을 쬐더라도 커튼 뒤로 숨어야 했다.언제 어디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서."설마 영이도요?"윤씨 부인은 매우 놀랐다.최근에 발생한 일과 본 사람들이 이전과 큰 차이가 너무 많아 끊임없
남편의 말을 들은 윤 부인이 잠시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어릴 적의 설웅은 정말 다른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엄친아였다. 부모님의 말씀도 곧잘 들었고 공부도 열심히 했던 그는 어린 나이에 사업 쪽에도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모두 좋은 건 아니었지만 자기만의 생각과 이해가 있었다.그 시절, 윤 가네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화목한 가정이었다. 백건은 이런 아들을 매우 자랑스러워했고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설웅이 열서너 살 때였다. 누구나 다 겪는다는 사춘기가 설웅에게도 찾아왔다. 하필이면 그 무렵이 회사를 확장하고 있었을 때였다 회사 업무가 바빠지기 시작하자 백건이 집에 들어오는 날은 두 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 만큼 적어졌다. 원래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그녀는 자기 자식을 단속할 힘이 없었다. 때마침 요영이 집에 자주 드나들기 시작했다. 요영은 항상 그녀더러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몸 회복에 집중하라 했고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모두 도맡아 처리했다. 심지어 윤 가네 친인척에 관한 일도 모두 요영이 나서서 대신 처리해 주었다. 그 때문인지 설웅도 점차 요영과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이렇게 평온할 것만 같았던 나날이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설웅이 어디서 목조를 접하게 되었는지 어느 날부터 목조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그녀는 짚이는 게 없었다.아마 그때부터 설웅이 공부와 담을 쌓게 되었고 눈만 뜨면 나무에 정신이 팔려 하루 종일 나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처음에 그녀는 이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이런 것에 열중하는 게 어디 나가서 사고 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 일이 생각보다 심각한 일이라는걸 그녀는 나중에야 알아차렸다. 설웅은 날이 갈수록 목조에 빠져들었고 심지어는 밤까지 새 가며 나무에 집착했다.한동안은 집안 여기저기에 나무 부스러기가 널려져 있었다. 설웅은 점점 자기관리에 소홀했고 수업을 들으러 가려 하지 않았다. 그
사실 이런 사달이 난 것은 윤백건의 잘못도 있었다. 아버지로서 회사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기 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한 것은 명백히 그의 실책이다. 윤 부인은 온몸이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힘든 시기 옆에서 많이 도와준 요영을 가족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가까이 지냈는데 그런 그녀가 자기의 아들을 빗나간 길로 인도하고 있었다니!"그럼 우리 이제......""이제 조용히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이 연극도 곧 막을 내릴 거니까!"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곧 질 석양을 바라보던 그가 작은 소리로 읊조렸다.——윤설아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버지가 거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건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다.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이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아빠, 왜 여기 앉아 있어!""퇴근 했으면 당연히 집에 와야지. 넌 아빠가 그렇게 많이 전화했는데 전화도 받지 않고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윤중성은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기자들이 미친 듯이 네 동생만 쫓아다니는 거 알기나 해? 누나 되는 사람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여태 어디 있다 오는 거야?""해결할 방법을 생각하느라 이제야 온 거잖아!" 그녀는 외투를 벗어 집사에게 건네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빠, 지금 기자들이 겸이뿐만 아니라 병원에 있는 양미나 쪽도 지켜보고 있어. 이번 사건은 처리하기 쉽지 않을 거 같아. 만약 처음부터 말을 바꾸도록 했으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어. 그런데 겸이가 병원에까지 찾아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잖아. 지금 회사가 나서서 그 여자와 접촉하면 말을 바꾸더라도 사람들은 우리가 그 여자를 위협한 것으로 생각할 거야. 우리에겐 아무런 이익도 없을 거라고."침묵하던 윤중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윤설아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그럼 지금 어떻게 해야 해?""지금 가장 중요한 건 우리 회사의 향수가 분명히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는 거야. 아빠, 내가 방금 공장에 남은 향수를 모두 감정 부서에 보냈어. 방금 생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