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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한소은이 과일과 죽을 들고 오이연을 보러 왔다.

이 계집애는 직장을 그만둔 후 작업실을 도와주다가 오히려 밥 먹는 시간이 불규칙해졌다. 어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전화를 받고 그녀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서한에게서 아주 경미한 위궤양일 뿐 별일 아니라는 말을 들은 한소은이 그제서야 안심하고 아침 일찍 죽과 과일을 사서 병원으로 달려왔다.

“누가 나더러 밥 잘 챙겨 먹으라고 매일 잔소리 했지? 그러는 넌, 밥 먹는걸 잊어버린다는 게 말이 돼?”

말은 모질게 했지만, 이내 죽을 덜어 작은 그릇에 옮겨 담았다.

“지금 네 위장 기능이 약해서 소화가 잘되는 것만 먹을 수 있대. 이제 아무리 먹고 싶어도 맛있는 걸 못 먹게 됐네."

한소은이 병실 침대에 걸터앉아 죽을 후후 불며 오이연을 힐끗 쳐다보았다. 꽃처럼 이쁘게 웃는 그녀를 보고 욕을 해야 할지 같이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웃음이 나와?”

“당연하지. 네가 이렇게 잔소리하는 거 정말 오랜만이다."

오이연은 달콤하게 웃었다. 물론 이 달콤함은 한소은이 그녀를 보러 온 것 때문만이 아니다.

어떤 말솜씨가 서툰 남자가 전화로 그녀의 목소리가 안 좋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한밤중에 달려와 위가 아파 옴짝달싹 못 하는 그녀를 병원에 데려왔다. 또 밤새 잠도 자지 않고 그녀를 돌보았고, 아침밥도 챙겨준 후에야 병원을 떠났다.

그의 보살핌에 오이연은 무척이나 감동했다.

“너 진짜 아프구나? 병원에 있는 게 그렇게 좋아?"

한소운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지만 이내 죽을 떠서 오이연의 입 가까이에 가져다주었다.

"입이나 벌려!

얌전히 입을 벌리고 죽을 받아먹던 오이연이 웃으며 말했다.

"맞아, 나 지금 많이 아파. 안 아프면 왜 병원에 있겠어.”

“말은 참 잘해. 내가 지금 말해두는데, 앞으로 또다시 밥 제대로 챙겨 먹지 않으면 그땐 정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실 바깥에서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여러 사람이 우르르 달려가는 소리가 전해져 왔다.

병실 문을 닫지 않아 문 앞을 뛰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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