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평범한 가정 출신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야. 네 아빠 카드로 긁은 물건들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어. 난 그 여자가 이 목걸이를 좋아할 것이라고 확신한 게 아니야. 내가 내 물건들 중 어떤 물건을 내놓든지 그 여자는 마음에 들어 했을 거야.”윤설아가 생각해도 요영의 귀중품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비할 데 없이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오히려 그 사파이어 목걸이가 요영의 보석함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다지 화려하지 않을 것이다.“네 아빠가 그 여자를 경매장에 데려갈 거라는 건… 사실 정말 생각도 못 했어.” 그녀는 무심하게 한쪽에서 가위로 꽃가지를 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매년 자선경매가 열릴 때마다 조금씩 물건들을 기부해왔어. 그런데 때마침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생각치도 못했었어.”그녀의 입가에는 조롱의 미소가 가득하였다. “그 여자가 경매장에 올 거라는 소문을 듣고 나서, 나는 이번 경매 물품에 사파이어 목걸이가 있다는 소식을 살짝 흘렸어. 거기 있는 부잣집 사모들도 그 목걸이를 마음에 들어 하는데, 그 여자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잖니.”“그러면 경매장에서 계속해서 높은 가격을 불렀던 그 사람은 엄마가 보낸 사람인 거야?” 윤설아는 골똘히 생각하였다.요영은 그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의 의미는 대답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나는 엄마가 속상해하고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결국 이번 일은 다 엄마의 손아귀 안에 있었네.” 윤설아가 말했다.사실 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나이가 많아서 그 젊은 여자와 싸울 힘조차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엄마는 생각보다 강했고, 묵묵히 뒤에서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번 일로 인해 윤중성도 적지 않게 피해를 보았다.요영은 본래도 고의적으로 그 목걸이의 가격을 높여, 윤중성에게 경제적으로 출혈을 일으키게 할 목적이었다. 결국 그 둘은 이번 일로 크게 싸웠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피해를 입혔으니, 요영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또한, 목걸이도 결국 다시 자신
윤설아도 확실히 그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정하진과 가까워질 적당한 기회가 없어서 망설이고 있을 뿐이었다. 제성 정씨 가문과 연줄을 대기란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방법은 당연히 있지. 조금 번거롭겠지만.”잠시 뜸을 들이던 요영이 윤설아에게 물었다.“회사에서 준비한다는 새 프로젝트는 어떻게 돼가고 있어?”“그 잡것이 담당하고 있어. 나는 손댈 틈도 없다니까.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기도 하고.”윤설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너랑 왜 상관이 없어? 그놈이 담당자면 당연히 너랑 상관있지. 그놈이 잘 해내든 실패하든 너랑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영은 딸의 손에서 목걸이를 가져가더니 말했다.“명심해. 네 것은 언제나 네 것이야. 아무리 돌고 돌아도 결국 너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고.”모친의 손에 들린 목걸이를 바라보던 윤설아의 눈빛이 음침하게 빛났다.환아의 이번 기자회견은 무척 성공적이었다. 세간에 떠도는 “독극물 향수”에 관한 소문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가끔은 소재로 다루는 문장들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환아에게 유리한 기사였다.그에 반해 한소은이 제기한 수면에 좋은 아로마 향초에 관한 얘기가 화제로 떠올랐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 응원을 보내면서 대량 생산을 청원하는 게시글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이성적인 사람들은 먼저 안전성과 대량 생산이 가능한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아로마 향초와 함께 한소은은 단연 스타가 되었다!그녀의 이름은 수시로 인기 검색어에 떠올랐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만든 향수를 구매하겠다고 나섰다. 한소은이 직접 제작한 향수는 그 값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환아 직원들도 바빠졌다. 특허 신청을 하고 가짜 상품을 감별해 내느라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었다. 회사는 그녀를 위해 그녀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한소은을 향한 다른 직원들의 눈빛도 전과 많이 달라졌다.처음에는 대표가 미인계에 넘어가서 신분도 능력도 아무것도 없는 여자와 결혼한다고 투덜거렸다면, 지
“뭐라고요?”조현아와 오이연은 눈이 휘둥그래서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에이, 설마요!”“진짜라니까요!”한소은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나도 처음에는 자격증 따고 싶어서 시험을 많이 봤죠. 실기는 합격인데 필기가 계속 걸리는 거예요. 솔직히 협회에서 멋대로 필기시험 추가한 거잖아요. 해외에서는 이런 거 필요 없었다고요.”조현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해외에서는 실기만 합격하면 괜찮은 거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조금 다르죠. 아무리 그래도….”“소은 씨가 통과하지 못했다는 게 너무 말이 안 되잖아요!”조현아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불만을 터뜨렸다.“회사 말단 사원도 있는 자격증인데 소은 씨가 없다는 게 말이 돼요?”조현아는 일전에 면접 볼 때 자격증부터 내놓으라고 했으면 한소은은 면접에서 탈락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그때 자격증 제시하라는 말을 안 해서 다행이네.’물론 그 대단한 한소은이 가장 기본적인 자격증이 없다는 사실을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그러니까! 나도 있단 말이야!”오이연도 맞장구를 쳤다.한소은은 그런 그녀를 힐끗 노려보고는 말했다.“내가 머리가 안 좋아서 그래! 이제 됐지?”“아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니라….”다시 생각해 보면 자격증 필기시험은 이론적인 문제들이 많이 나왔다. 기초적인 이론과 향료의 종류, 사용 방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조향과는 상관없는 역사에 관한 주제가 많았다. 그래서 한소은이 통과하지 못했던 걸까?“사실 문제는 많이 풀다 보면 알아서 암기가 돼. 문제집만 몇 번 훑어보면 끝날 일이야. 언니는 똑똑하니까 시험 통과하는데 문제는 없을 거야.”두 사람의 집요한 설득에 한소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 사실 그냥 시험 보기 싫었어.”잠시 말을 끊은 그녀는 조현아를 돌아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만약 조향과 연관된 거라면 당연히 시간을 내서 공부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낸 문제는 향료를 만드는 일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들이
“그렇긴 하지만 국내 조향 시장은 협회가 꽉 잡고 있어. 이 바닥 룰이 이런 걸 어떡하겠어.”오이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룰은 깨라고 있는 거야.”몸을 일으킨 한소은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말했다.“애초에 우리와 그 사람들은 엮일 일이 없었어. 그런데 그쪽에서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하지만 회사 측에서는….”주저하던 조현아는 고개를 흔들었다.“괜찮을 거예요. 어차피 대표님은 소은 씨 편에 설 테니까요.”한소은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건 제 일이에요. 회사의 이익에 피해를 끼치게 된다면 제가 사직하죠.”만약 예전이었다면 자신이 없었겠지만 1년 사이 그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한소은도 많이 성장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의 실력으로 충분히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어쨌든 나도 소은 씨 편이에요!”조현아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오이연도 한소은의 어깨에 손을 걸치며 말했다.“응, 나도 응원할게!”“다들 고마워요.”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니 한소은은 가슴이 뿌듯했다. 진짜 친구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한편, 오늘따라 몸 상태가 좋아진 윤백건은 윤중성의 방문을 허락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형님, 몸은 좀 어떠세요?”윤중성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괜찮아.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아.”윤백건은 기침을 하며 차갑게 대꾸했다. 그가 아내에게 눈짓하자 아내가 다가와서 그의 등 뒤에 두꺼운 베개를 받쳐주었다. 겉보기에도 많이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윤중성은 조심스럽게 그의 표정을 관찰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그렇게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무너진 것이 놀라웠다.“형님,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아픈 곳은 치료하면 되죠. 며칠 요양하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회사에 형님 결단이 필요한 일들이 많아요.”그는 의자를 침대 가까이 끌어와서 앉았다.윤백건은 그런 동생을 힐끗 바라보고는 한
“에휴!”아들 얘기가 나오자 윤백건은 깊은 한숨을 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애들이 컸다고 이제 부모 말을 안 들어. 자기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으니 알아서 잘하겠지.”“아무리 그래도 아버지가 아픈데 코빼기도 안 내밀다뇨.”윤중성이 투덜거렸지만 윤백건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잘랐다.“됐어! 아들 하나 없는 셈 치지 뭐. 나 피곤하니까 너도 얼른 가봐.”윤중성은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윤백건은 이미 피곤한 기색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그럼 형님, 형수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올게요. 회사는 제가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그는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윤백건을 잠시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형수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바래다 드릴게요. 이제 나가시죠.”윤중성이 그녀를 불러세웠다.“형수님, 의사는… 뭐라고 했습니까?”“만성피로 때문에 몸이 많이 쇠약해져서 요양을 해야 한다고만 했어요. 특별히 어디 안 좋은 곳은 없는 것 같아요.”형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울음을 억누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다행이네요. 그런데 설웅이는 도대체 어디를 간 겁니까? 제가 전화라도 해볼까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삼촌인데 제 말은 듣지 않겠어요?”“그러실 필요 없어요!”여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뭔가 일이 있어서 늦어지고 있는 거예요. 곧 돌아오겠죠. 애를 너무 다그치지는 마세요. 도련님, 이제 그만 돌아가요. 형님은 제가 잘 보살필게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말을 마친 형수가 눈물을 훔치며 뒤돌아섰다.윤중성은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윤설웅은 돌아오기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정말 연락이 두절된 게 분명했다. 사람을 보내 조사했으나 그에 관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정말 무슨 사고라도 생긴 걸까?‘정말 그렇다면…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잖아?’윤중성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모든 게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대윤 그룹을
“예산?”윤중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러라고 돈은 충분히 줬었잖아?”“그게요… 조향사를 섭렵할 때 돈이 좀 많이 들어갔어요. 아시다시피 지금 일류 조향사는 몸값이 비싸잖아요. 그러다 보니 예산이 조금… 부족하게 되었네요.”재무제표를 훑어본 윤중성의 미간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그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따지듯 물었다.“예전에 내가 말했잖아. 예산은 충분히 줬으니 더 요구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어떻게 돈을 이렇게 많이 쓸 수 있어! 일류 조향사는 무슨! 몸값이 왜 이렇게 비싸? 너 사기당한 거 아니냐?”그는 손가락으로 액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아… 아닙니다!”윤소겸은 다급히 손을 흔들며 해명했다.“지인을 통해 겨우 찾아낸 사람입니다. 국제 대회에서 상까지 받았어요. 홍보 영상은 이미 나갔고 인지도도 높아서 인터넷에 이름만 쳐보시면 아버지도 납득되실 겁니다.”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윤중성의 컴퓨터에 윌리엄의 이름을 입력했다.“보세요. 이 사람입니다. 국제 대회에서 상을 휩쓴 실력자라고요. 게다가 일을 시켜봤는데 향이 정말 좋아요. 저 믿어 주세요! 무조건 성공할 겁니다. 이만한 액수의 가치를 하는 사람이에요.”인터넷에 기재된 상대의 프로필을 확인한 윤중성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사실 조향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네 누나는 뭐라고 했어?”“누나는 저를 전폭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제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잘했다고 했어요.”윤소겸이 대답했다.윤중성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지만 이미 많은 돈이 투입된 사업이라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그래. 그렇다면 계속 진행해 봐. 돈이 부족하면 재무부에 연락해 놓을 테니까 조금만 가져가고.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어! 얼마를 쓰든 그럴 가치가 있는 곳에만 돈을 써! 제값을 한다면 아무 상관이 없겠지만 네 엄마처럼 허투루 쓰지 말라는 얘기야!”그녀가 날린 돈만 생각하면 윤중성은 지금도 배알이 뒤틀렸다.자그마치 100억이었다! 일부분은 그의 개인 자산도 있었다
윤소겸은 잠시 침묵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어머니가 경솔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자잖아요. 아버지도 그만 마음 푸세요. 일이 잘 해결됐으니 다행이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는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어머니 성격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듣기 좋은 말 몇 마디만 해주면 풀려요. 여자는 다 그렇잖아요. 경매장에서 있었던 일은 어머니가 잘못한 게 맞아요. 아마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나 봐요. 그러니 아버지도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아들이 자기편을 들어주자 윤중성은 그제야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말했다.“됐어. 나도 그냥 답답해서 한소리 한 거야. 네 엄마 성격이야 내가 잘 알지. 나중에 다이아 목걸이 하나 사주면 좋아라 할 거야. 이 일은 여기까지만 하자.”“네, 아버지. 그럼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윤중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밖으로 나간 윤소겸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모친의 행위가 너무 충동적이었던 건 사실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윤중성의 신뢰를 저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목걸이 하나 때문에 아버지의 사랑을 잃을 수는 없었다.‘광고 촬영이 어떻게 되고 있나 확인해 봐야겠군.’그는 이번에 유명 슈퍼모델 로사를 광고모델로 초빙했다. 조향사에서 모델까지 전부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을 골랐다. 그가 겨냥하는 시장은 해외 시장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그의 커다란 야심이 반영되어 있었다.그는 국내 시장은 아예 고려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다면 더 큰 물에서 놀아야 하고 단번에 성공시켜야 회사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한편, 실험실에서 꼬박 하루를 보낸 한소은은 뻐근한 뒷목을 마사지하며 밖으로 나갔다.요 며칠 그녀는 줄곧 윤설웅이 준 향료를 연구하고 있었다. 연구하다 보니 목재로 된 이 향료는 독특한 점이 있었다. 일반 향료는 배합에 따라 향이 많이 날아가거나 전혀 다른 향이 되지만 이 향료는 그런 게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변화가 너무 작아서 전문가가 아니면 향의 변화를 거의 느끼지
“그래요?”한소은이 상대가 누군지 물으려는데 응접실에 있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리사?”한소은은 반가운 얼굴로 그녀에게 달려갔다.“여기까지 어떻게 왔어?”“얘는… 내가 오면 안 될 곳을 왔니?”리사는 두 팔을 벌려 한소은을 껴안으며 반갑게 인사했다.“오랜만이야! 정말 보고 싶었다고!”“나도 보고 싶었어!”한소은도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패션쇼가 있어서 온 거야?”“무대에 설 일이 있어야 올 수 있는 곳이야?”리사는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너에게 사업 제안 하나 하러 왔어.”“사업?”한소은은 퇴근 준비를 서두르는 동료들을 바라보고는 리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잠깐만 여기 있어. 옷만 갈아입고 올게. 나가서 얘기하자. 배고프지? 내가 쏠게.”리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소은은 부랴부랴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김서진에게 전화를 걸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조금 늦게 들어간다고 양해를 구했다.“일식? 태국 요리? 아니면 프랑스 요리? 뭘 먹을래?”한소은이 주차장을 나서며 리사에게 물었다.리사는 입을 삐죽이더니 말했다.“프랑스에서 프랑스 요리는 질리게 먹었어. 여기서까지 맛보고 싶지는 않아. 나… 샤브샤브 먹고 싶어!”샤브샤브를 강조하는 리사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였다.한소은이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샤브샤브 먹으러 가자.”근처 샤브샤브 맛집으로 간 한소은은 리사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리사는 고기 위주로 이것저것 시키고는 한소은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나 오늘 많이 먹을 거야! 지갑 두둑이 챙겨 왔지? 아, 참! 너 약혼자가 꽤 부자라고 들었으니까 괜찮지?”오기 전에 한소은과 김서진 커플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리사는 부자 남편을 둬서 부럽다고 호들갑을 떨었다.한소은도 대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갑 거덜 날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 너 몸매 때문에 걱정하는 거야. 요즘은 다이어트 안 해?”“쳇!”그러자 리사가 새침한 표정으로 젓가락을 들며